실내에만 주로 있는 생활이 길어지는데 계절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몸이 근질거린다. 이미 몇 주 전에 국내의 관광지를 들렀건만, 싱그러운 풍경에 마음이 설렌 우리는 캠핑 용품을 싸서 캠핑장으로 향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캠핑에 빠지는 이유가 나와 비슷할 것이다. 실내에서 더 이상 머무르기 싫고, 자연과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 어쩔 수 없다. 그저 떠나는 수밖에.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도착한 곳은 춘천숲 자연휴양림 캠핑장이었다.
자연 속에서 즐기는 캠핑의 맛
봄의 미세먼지가 한차례 지나가고, 여름의 분위기가 완연해지면서 공기가 점차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쾌적한 공기를 느끼기에는 나무가 무성한 숲속이 제격이다. 춘천숲 자연휴양림 캠핑장은 자연 휴양림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으면서 동시에 오토캠핑의 편리함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캠퍼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곳이었다. 입구에서부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데크마다 개인 화장실과 개수대가 구비되어 있어 한결 편리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 이 모습 그대로 자연을 휴대폰에 담아가고 싶었다.
캠퍼들 간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산 중턱 경사면 곳곳에 데크가 있는 것이 이 캠핑장의 특징이다. 그래서 데크까지 오르는 길의 경사가 무척 가파르다. 차를 몰고 데크까지 가는 동안 사고가 날까 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캠핑을 즐기는 이들의 대부분의 차량이 SUV인 것이 이해가 갔다. 캠핑을 즐기러 오는 데까지 어려움은 있었지만,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풍경은 그 어느 곳보다 환상적이었다.
▲ 마음을 힐링해주는 것은 역시 자연의 풍경이다.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낸 듯한 소나무들이 데크 주변으로 늘어서 있다. 그래서 바람이 불어오면 소나무가 한들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가롭고 여유롭기 그지없는 모습에 저절로 마음의 긴장이 풀어진다. 초록빛 나무와 어울리는 하얀색 구름과 파란 하늘에 그저 웃음이 나왔다.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다가, 배가 고프면 간단히 음식을 차려먹고 또 휴식을 취했다. 별 것 아닌 일들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 다양한 풀의 모양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늘뿐만 아니라 땅에서도 싱그러움을 물씬 느꼈다. 각기 다른 모양을 가진 초록빛의 잎들이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여 자신의 모습을 뽐낸다. 이슬을 머금은 아침, 햇살이 쨍쨍한 낮, 어스름한 어둠이 내려오는 저녁시간 모두 각기 다른 초록빛을 뽐내며 산의 매력을 더하고 있었다. 자연을 벗 삼아 자연의 모습에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춘천숲자연휴양림 캠핑장
위치 강원 춘천시 동산면 종자리로 224-104
http://www.ccforest.or.kr/
춘천을 대표하는 먹거리, 닭갈비와 막국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역시 여행의 매력은 그곳의 현지식을 맛보는 것에 있다. 여느 여행처럼, 우리는 춘천의 먹거리 탐방에 들어갔다. 춘천에서 무엇을 먹지? 고민할 틈도 없이 우리의 눈에는 닭갈비와 막국수가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맛보았다. 춘천에 오면 누구나 우리처럼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는다. 그만큼 이 두 가지 음식은 춘천을 대표한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춘천에는 '춘천 닭갈비 막국수 축제'가 열린다. 1996년에 시작되어 해마다 8월에 열렸던 이 축제가 올해는 5월에 열렸다. 그래서 춘천에 도착하자마자 눈길을 끈 것은 도로 옆 길가에 붙여놓은 축제 현수막이었다. '춘천에 막 오세요 꼭이요'이라는 문구를 보니 저절로 마음이 설렜다. 현수막뿐만 아니라 춘천에서 볼 수 있는 식당에서는 마치 세트처럼 이 두 가지 음식이 있었다.
춘천에서 닭갈비가 생겨난 이유는 당시 춘천 지역에 닭을 키우는 양축업이 활성화되었고, 도계장 또한 많았기 때문이었다. 닭고기가 저렴하게 유통되면서 이를 활용한 음식이 많이 만들어졌고, 이에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닭갈비의 시초는 1960년대 말 선술집에서 숯불에 구워내는 술안주였다고 한다. 돼지갈비처럼 양념에 재웠다가 숯불에 구워 팔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닭불고기'라는 이름이었다고 한다. 100원 정도의 매우 저렴한 안주로 판매되면서 '서민 갈비'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한다.
▲ 춘천 닭갈비는 캠핑요리로도 어울린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닭갈비는 보통 양념 고추장에 버무려 재웠다가 철판 위에 채소 및 흰떡과 함께 볶아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한 양념에 고기, 채소를 볶으면 맛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인기를 끈 듯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념은 최대한 적게 하여 닭 본연의 맛을 살리는 방법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매콤 달콤한 양념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춘천에서 양념이 덜한 닭갈비를 먹고 나니 양념이 꼭 세야 한다는 법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춘천 닭갈비는 묻고 따질 이유 없이 다 맛있다.
▲ 은은한 양념 맛이 일품이었던 숯불 닭갈비. 그냥 먹어도 맛있고 막국수랑 먹어도 맛있으며 쌈을 싸서 먹어도 맛있다.
닭갈비에 이어 맛본 막국수는 역시, 춘천! 을 외칠 만큼 맛있었다. 물론 서울에서도 맛있는 막국수를 파는 식당은 많다. 그리고 춘천 주변의 가평, 강촌 등지에서도 막국수집이 어마하게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천의 막국수는 뭔가 모르게 맛있게 느껴졌다. 동치미국수에 말아먹든, 양념에 말아먹든 감동적인 맛이었다. 춘천에서 여러 막국수를 먹고 나서야 그 맛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냥 막국수만 먹어도 좋지만 역시 닭갈비와 함께 먹어야 더 맛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식당에서 이 두 메뉴를 함께 파는 것이 아닐까?
▲ 막국수는 닭갈비와 함께 할 때 시너지를 낸다.
메밀로 만든 국수인데 왜 '막국수'란 이름이 붙었을까 싶어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유래가 있어 신기했다. 공들이지 않고 막 만들어서 먹는 국수이기 때문에 막국수라고 이름 붙었다는 설도 있고, 맛있어서 '맛국수'라고 부르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막국수'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 이 밖에도 '서민층의 국수'라는 뜻으로 막국수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었다.
▲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막 만든 국수라서 이름이 붙은 것이 제일 설득력 있어 보인다. 막 만들어서 막 먹는 국수, 그래서 막국수가 아닐까?
설은 다양했지만 현재 가장 명확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막국수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춘천의 유명한 막국수집은 어디나 줄이 길었다. 그리고 유명 맛집의 막국수의 맛을 재현한 제품 또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 막국수는 명실공히 국민 음식임이 틀림없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도 좋았는데 여기에 맛있는 음식까지 먹으니 무척 행복해졌다. 이번 여행으로 춘천이 더욱 좋아졌다. 여행을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곳들을 다 들르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다. 춘천을 새롭게 발견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조만간 다시 춘천으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