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은 도시와 자연을 이어주는 소통의 길
2010년, 대한민국의 여행의 화두는 ‘둘레길 걷기여행’이다. ‘지리산 둘레길’과 ‘제주 올레길’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그 후 변산 마실길, 고창 질마재길,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익산 백제의 숨결, 여강길, 무등산 옛길, 마곡사 솔바람길, 서울성곽길, 죽령 옛길 등 잊히고 희미하던 길을 다시 찾거나 새로 만들어 내며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켰다. 올해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둘레길’을 개발해서 소개하려는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가히 신드롬이다.
그동안 정상을 향해 숨 가쁘게 오르고 또 오르는 데만 익숙하던 등산문화가 최근에는 옆으로, 수평을 지향하며 ‘함께’, ‘도란도란’, ‘웃으며’, ‘아이의 손잡고’ 걷는 소통의 문화로 바뀌어 가고 있다. 걷기가 국민적인 관심이자 대세가 되었다.
걷기란 무엇이고 사람들은 왜 걸으려고 할까? 인간이란 원래부터 걸어 다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는 걷기가 유일한 이동수단이었다. 물론 현대인들도 걷지 않고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 운신(運身)의 폭과 의미는 이동수단이 없어 ‘걸었던’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옛날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만 해도 먼지 풀풀 날리는 신작로를 걸어서 학교에 다니던 추억을 우리는 공유하고 있다. 모든 곳을 걸어서 갔고, 모든 관계를 걸어가서 맺고 유지했다. 그런데 우리 환경이 산업화, 도시화되면서 걷는 자는 뛰는 자에게, 또 차로 달리는 자에게 뒤처지는 시대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걷지 않고 더 빨리 이동하는, 인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문화가 우리를 지배해 왔다.
그렇게 오랫동안 걸으려는 생각을 잊은 채 살던 이들이 고향을 찾듯이, 추억을 더듬듯이 걷기 위해 길을 나서고 있다. 물론 건강도 생각했을 것이다. 그 느림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도 돌아보는 여유도 부리고 싶었을 게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발길을 옮겨 가는 걷기는 ‘나를 비움이자 너에게 길손이 되는 근사한 여행’이다.
북한산 둘레길은 모두 70km쯤 되는 코스로 북한산과 도봉산 자락을 에두른 명품산길이다. 의정부시 안골에서 시작해 다락원캠프장, 우이동, 정릉, 보토현을 거쳐 송추를 도는 환상(環狀) 둘레길 코스다. 대부분 절과 약수터, 공원지킴터를 거치며 울창한 숲길과 아담한 오솔길로 이어져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산길이다. 높은 봉우리와 능선에 올라 천하를 내려다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과 쾌적함이 있다.
둘레길과 더불어 수도 서울을 병풍처럼 에두른 여섯 산과 서울을 조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인왕산도 걷기 좋은 곳이다.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은 한강 북쪽에 솟은 바위산들로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명산 중의 명산이다. 그곳에 형성된 수많은 등산로들 중에서 대표적인 코스의 들머리와 하산길을 중심으로 정리했으며, 한강 남쪽의 관악산과 청계산도 같은 방식으로 담았다.
북한산부터 관악산에 이르는 산길에 관한 글은 2년에 걸쳐 완성한 것이다. 이 책은 북한산 둘레길과 서울의 7대 명산 구석구석을 한 권으로 볼 수 있는 재미를 선물한다. 그동안 우리는 가던 길과 가던 산만 다니면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정상의 풍경에만 사로잡혀 걷기여행을 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오랜 세월에 걸쳐 나이테를 더해오듯이 문화와 역사를 더해온 북한산과 서울 주변 명소와 명물을, 이제 직접 걸으면서 눈으로 알아보는 것도 재미난 일이 될 것이다.
서울에 이백 리 숲길이 뚫렸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
풍경 속을 지나는 움직임은 사유의 움직임을 자극한다.
마음은 일종의 풍경이며 실제로 걷는 것은
마음속을 거니는 한 가지 방법이다.
-레베카 솔닛 <걷기의 역사> 중에서
최근 여기저기서 걷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길이 바로 제주 올레와 지리산 둘레길이다. 그곳을 가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정상으로 가는 길은 없다. 마을과 마을을, 기존에 있던 길들을 횡으로 잇는다. 죽을 힘을 다해 정상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정상은 그냥 멀리서 바라보며 그 둘레를 천천히 걷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대자연을 맘껏 호흡하고 자연 파괴는 덜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
북한산 둘레길은 자연과 나누는 낭만이 있다. 둘레길 걷기는 서울에서 누리는 최고 웰빙여행이다. 오솔길을 걷다가 싱그러운 초록의 호젓함을 만나는 순간 미소처럼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둘레길에는 낭만과 사색, 자연과 나누는 대화가 있다. 느릿하게 숲길을 걸으며 자연과 충분한 교감을 나눌 수 있고 산 정상이라는 목표와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 쉬고 싶을 때 쉬고 야생화 감상도 하고 숲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햇살에 온몸을 드러내고 삼림욕을 즐길 수가 있다. 숲에서 쬐는 햇볕은 간접햇볕으로 우리 몸에 비타민 D를 생성해 주며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둘레길과 고속이라는 단어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오로지 시간 단축이 최고의 미덕인 고속도로나 고속철도는 둘레길과 어울리지 않는다. 둘레길은 낭만과 사색, 사람과 자연이 나누는 대화가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함께 걸으면서 친구를 만들고 사회성을 찾고 따뜻한 인간미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둘레길은 수직 지향의 등산이 아니라 수평으로 가는 산행이다. 그 길에서는 느림보들의 콧노래가 나오고 숲과 꽃을 볼 수 있고 바람소리와 물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아름다운 시의 한 구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고 자연과 친구가 된다. 빨리 올라가라, 빨리 올라와라가 아니라 천천히 걸으면서 넉넉한 산행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옛길은 그 자체가 둘레길이었다. 옛길 답사는 가족중심의 자연탐사 프로그램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주5일제 근무와 휴가문화 정착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사실 우리의 둘레길 환경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멋지다.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 약수둘레길, 화랑둘레길, 원효트레일, 왕건 도주의 길, 서편제 소리길 등 테마가 있는 둘레길을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는데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인구밀집지역인 서울과 수도권에도 그림 같은 둘레길이 있다. 북한산국립공원만 해도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는다.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특별한 보호·관리를 받고 있는 설악산의 경우도 한 해에 350만 명이나 방문한다. 딱딱한 등산화와 뾰족한 스틱이 닿는 곳마다 허연 속살을 드러내도록 만들고 식물들이 살지 못하도록 훼손한다.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는 단절되었다. 거미줄처럼 얽힌 탐방로가 그들을 옭아매는 그물이 되었다.
북한산에는 방문자만큼이나 많은 탐방로가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샛길을 차단하고 탐방객을 주요 등산로로 유도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런데 50만 원에 이르던 출입금지구역 통행 벌금은 자연공원법의 개정으로 10만 원으로 낮춰지게 될 예정이다. 입장료도 폐지했는데 벌금까지 낮춰지면 샛길 탐방로는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걷기 좋은 숲길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함께 걷자. 이렇게 실천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나고 정상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속살이 드러난 등산로는 점차 녹색의 살이 오를 것이고 야생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명사들의 추천사
북한산과 도봉산! 그 이름만으로도 심장을 뛰게 하는 곳. 이천만 수도권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이 땅의 산악인들에게 히말라야를 향한 꿈을 심어준 산이다. 나 또한 여기서 산을 배워 히말라야 고봉을 오르내렸다. 《북한산 둘레길》에는 이 산의 등산로가 부챗살처럼 뻗어 있다. 그 길을 따라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나의 산이 되어 있을 것이다.
- 엄홍길(산악인,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급 16개 봉 완등자)
북한산이 좋은가? 히말라야가 좋은가? 가끔 내게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 나는 분명하게 말한다. 북한산이 좋다고. 서울을 에두른 낮은 산들과 흰 화강암 사이로 자라는 푸른 소나무까지. 눈부신 한국의 산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만년설로 뒤덮인 히말라야에서도 늘 서울을 에워싼 산들이 그리웠다. 발목이 시도록 걸어도 행복하기만 했던 나를 키워 준 북한산 둘레길과 서울의 산들. 이승태 산악전문기자가 발품으로 쓴 이 책은 그래서 소중하다.
-오은선(여성산악인, 여성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 완등 예정)
마음이 울적할 때나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울 때 문득 찾아가 기대고 싶은 곳이 우리나라의 산이다. 그중에서도 북한산은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라의 산꾼들이 즐겨 찾는 산이다. 그 북한산을 듬직한 산꾼인 이승태 저자가발로 찾아 쓴 책이 바로 《북한산 둘레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북한산 이곳저곳이 그리운 사람처럼 보고 싶고 당장 북한산으로 가고 싶다.
- 신정일(문화사학자.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
첫댓글 와 울동네...코앞이니 꼭 걸어봐야지...ㅎㅎ
저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ㅋㅋㅋㅋ 둘레길 ㅋㅋㅋ 지리산 둘레길 1박2일로다가 도전한번 해봐야겠어요 ㅋㅋㅋ
320 킬로미터밖에 안되는디하
전 그냥 짧은 코스로다가 한곳만 갈께요 ㅋㅋㅋ
1년동안 돌면 됨 ㅍㅎㅎㅎ
추석세고 한번 가볼까 생각중이에요 ㅋㅋㅋ 금요일날 루팡 낚시간다고 그러더라구요 저희 아빠랑 같이 ㅋㅋㅋㅋ
내는마 ,,,채송화와 함께 갈끼임더혹시나 하고 묻슴더 같이 가실분선착순 00000000명
쪼금만 동행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