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은 영 웅''
해와 달을 밑천 삼아 30년을
일한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받은 돈으로
길가 모퉁이에 자그마한 편의점을 차린 나는
생각보다 어려운 현실에 점점 처음 시작할 때의 의욕은 사라지고
낮에는 아내가
밤에는 내가 교대해 가며 일그러진
얼굴로 살아가던 그날도ᆢ
땅거미 진 거리를 잔뜩 움츠린
두 어깨를 저어가며 편의점으로 도착하고 있었다.
“수고했어?”
“여보...그럼 수고해요”
기계음처럼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들로 인사를 하고
기다렸다는 듯 풀썩 주저 앉자 마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은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할머니였는데.
“오늘도 삼각 김밥 드려요?”
말을 잃어버린 표정으로 연신 고개만 끄떡이던 할머니가ᆢ
내가 내민 삼각 김밥 하나를 들고 귀퉁이 자리에 가 앉아 오물오물 드시고 있는 모습을 보며
전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삼각 김밥 비닐도 잘 벗기지도 못하면서
왜 맨 날 저것만 드신대...“
제 투정의 이유는
매일 할머니가 나가신 식탁엔 서툰 손놀림으로 떨어진 김 부스러기들을 치우는게 짜증이 났기 때문이었는데.
그러는 사이 딸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컵라면 한 개를 재빨리 가져오
더니 계산대에 올려놓고 있었다.
“할머니... 김밥만 드시지 말고
여기 컵라면과 함께 드세요“
자기가 먹을 걸 산 줄 알았던 제 눈에 비친 아이의 마음 씀에 들고 있던 바코드를 미처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내게로 다가온 아이는
“저기 저 할머니
여기 편의점에 자주 오세요?“
“매일 이 시간이면 오셔서 삼각김밥 하나를 드시는데
왜 묻니?“
“그럼 잘 됐네요?” 라고
말한 아이는 편의점 안쪽으로 뛰어가더니
컵라면 하나를 꺼내 들고 왔다.
“이걸로 열 개만 주세요.”
“열 개씩이나?”
“세배 돈 받은 이 돈을 어디에 쓸까 고민했었는데
오늘 쓸 곳을 찾았어요."라며 손지갑 속에 꼬깃꼬깃 접어 넣은 만원짜리 세 장을 꺼내어 놓고 있었는데.
의아하게 생각하며 계산을 마친 나를 비웃기라도하듯
그 여자아이는 그 컵라면을
도로 제자리로 가져다 놓았다.
“아저씨께서는
이 시간에 매일 계셔요?“
“응... 이 시간 땐 언제나
내가 근무 한단다.”
“아저씨...
그럼 부탁 하나 해도 되죠?“
“뭔데? 들어줄 만하면 들어줄게“
귀찮다는 듯 내뱉는 내 표정을 마치 고쳐주기라도 하려는 듯
해맑은 아이의 음성이 어느새
내 귀에 들려오고 있었는데.
“제가 산 컵라면을 저 할머니 오실 때마다 하나씩 주시면 안 돼요?“ “응... 그럴게“
얼떨결에 튀어나온 내말에
금방 핀 꽃처럼 환하게 인사를 건넨 아이가 파란 하늘을 솜털 구름 밟고 가듯 뛰어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오늘 작은 영웅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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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웅
빛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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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9 07:4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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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슴이 짠하네 좋은글 맘에 담고가요
천사같은 여자아이의 마음씨에 마음이 뭉클
과연 나는 그렇케 살아 왔을까 하는 마음이
드니 오늘도 좋은글 마음에 담고 갑니다..
심금을울 리는글이내요난그렇게살지못햣는댜나도앞으로는예뿔소녀처럼살고십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