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78 3 술회述懷 78 감회感懷 느낀 회포
상강여련월여반湘江如練月如盤 소상瀟湘) 강물 비단[練] 같고 달은 소반 같은데
요상령균의불란遙想靈均意不闌 영균靈均의 뜻 불평했던 것 멀리 생각하였노라.
우과평주방두약雨過平洲芳杜若 평주平洲에 비가 지나가니 창포꽃 향기롭고
풍래별포범숭란風來別浦泛崇蘭 별포別浦에 바람 불어오니 큰 난초 떠온다.
강남일모사공자江南日暮思公子 강남에 해 저무니 공자公子를 생각하고
영북운차원상관郢北雲遮怨上官 영郢 북쪽에 구름 가리니 상관上官을 원망하네.
금고질현여차이今古疾賢如此耳 고금으로 현인賢人 질시하는 것 이러할 뿐이라
불감소수체침란不堪搔首涕沈瀾 머리 긁으며 눈물 줄줄 쏟아짐을 견디지 못하겠네.
(위의 것은 굴평屈平을 읊은 것이다)
►영균靈均 굴원屈原의 字인 平을 말함, <초사楚辭 이소離騷>에 “日"이라 하였다.
►영郢 당시의 초나라 서울. 상관上官은 굴원을 모함한 上官大夫.
구름이 가리었다는 말은 小人들이 가리었다는 말.
측문경조공충성側聞敬弔共忠誠 측문側聞과 경조敬弔하는 것은 충성이 같음이라
후죄장사한가생侯罪長沙漢賈生 장사長沙에서 죄 기다리는 한漢나라 가생賈生 일세.
이성가감사상국異姓可堪辭上國 이성異姓은 나라 떠나는 것 견디겠지만
종지나인거왕경宗支那忍去王京 왕족王族이야 어찌 차마 왕경王京을 버리리.
헌소통곡언하절獻疏痛哭言何切 소疏 올리며 통곡하는 말 어찌 그리 간절한가?
제부리소의미평製賦離騷意未平 부賦를 지어 시끄러움 떠난다[離騷]는 뜻이 불평하여서이라.
동시적혼심불사同是謫魂心不死 다 같이 귀양 간 넋[魂]이건만 마음은 죽지 않아서
지금원작단장성至今猿作斷腸聲 지금까지 잔나비 되어 창자가 끊어지듯 우네.
(위의 것은 가의賈誼를 읊은 것이다)
►측문側聞과 경조敬弔
두 글귀는 한漢나라 문제文帝 때에 가의賈誼가
장사왕長沙王의 태부太傅라는 관직으로 좌천되어 가면서
그곳이 굴원이 있던 곳이라 하여 <조굴원부弔屈原賦>를 지었는데 그 부賦의 글귀이다.
►왕족王族 굴 원은 멀기는 하지만 원래 왕족이었다.
►소疏 임금에게 올리는 글.
가의賈誼가 한漢 문제文帝에게 올린 글에
"현재의 국정國政을 살펴보면 통곡할 만한 일이 세 가지나 있읍니다.”고 하였다.
감소투생망대부堪笑偸生莽大夫 우스워라. 목숨만 아끼던 망莽의 大夫여!
반소천고피재무反騷千古被才誣 이소離騷를 뒤집던 것 千古에 재주 넘쳐서 일세.
부연자시충성박赴淵自是忠誠迫 못으로 달려간 것은 본래 충성의 간절함이지만
투각응조리욕구投閣應遭利欲驅 각閣에서 뛰어 내린 것은 응당 이욕利欲에 빠져서이라.
극미미영교주의劇美媚迎驕主意 극미劇美하니 하면서 교만한 님께 아첨함은
원유행면죄신도爰惟幸免罪臣徒 그래도 다행히 죄신罪臣무리를 면하고자 함이어라.
용신불시거궁양容身不啻居穹壤 몸 용납하여 천지간에 사는 것뿐 아니거니
지하상봉괴야무地下相逢愧也無 지하에서 상봉하면 부끄러움 없겠는가?
(위의 것은 양웅揚雄을 읊은 것이다)
►망대부莽大夫 양웅揚雄을 비판하여 부른 말.
양웅은 석학碩學이라고 후세까지 유명하지만 그 당시에 왕망王莽이 역적으로 황제皇帝가 될 적에
많은 선비들이 죽어도 그를 따르지 않았는데 석학인 양웅은 그에게 벼슬하였다.
그래서 송나라 주희朱熹가 <강목綱目>이라는 역사책을 편찬할 때에 "莽大夫揚雄”이라 大書하였다.
►각閣 천록각天祿閣.
굴원은 국가의 멸망을 살아서 볼 수 없다 하여 멱라수汨羅水라는 못에 빠져 자살하였지만
양웅은 친구가 무슨 죄로 검거되자 자신도 연루될까 보아
천록각이라는 높은 집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려 하였었다.
►극미劇美
양웅이 <극진劇秦)이라는 저술을 하여 진시황의 정치가 극렬劇烈하였던 것을 비난하고
<미신美新>이라는 저술로 '신新' 즉 왕망王莽의 나라인 신新이 잘한다고 칭송하였는데
여기서는 다만 극미美美라고 略稱하였다.
교만한 님[驕主]은 왕망王莽이 황제가 되어서 한껏 교만한 짓을 하였다하여 그리 말한 것.
송옥초혼억굴평宋玉招魂憶屈平 송옥宋玉이 초혼招魂한 것은 굴평屈平을 생각함이라
상류종차위유정湘纍從此慰幽情 상강湘江의 누纍 이제부터 깊은 情 위로하리.
사사유진심무진些辭有盡心無盡 사소한 말 다했어도 마음은 다함없어
애사선성어불성哀思先成語不成 슬픈 마음 먼저 나서 말도 못 이루었네
초원왕손생고도草怨王孫生古道 풀도 왕손王孫 원망하여 옛 길에 났는데
란회공자피번형蘭懷公子避繁荆 난초는 공자公子를 생각하여 가시덤불 피하였네.
춘풍무한강남의春風無限江南意 봄바람이 한限없이 강남에 부는 뜻은
화작가가화하성化作哥哥花下聲 꺼꺼 하는 꽃 아래의 소리 되려 함에서라.
(위의 것은 송옥宋玉을 읊은 것이다)
아생천재포충성我生千載抱忠誠 나는 천년 후에 나서 충성된 마음 품고
서적연하세월갱棲迹煙霞歲月更 연하煙霞 속에 자취 감춰 세월을 보내노라.
련국장회가일결戀國壯懷歌一闋 나라 생각하는 큰 회포 노래 한 곡조이고
상금고분소삼성傷今孤憤歗三聲 슬퍼하는 외로운 분노憤怒 휘파람 세 번일세.
췌우자소무기교贅疣自笑無機巧 덧붙여 사는 몸이 기교技巧 없는 것 절로 웃고
괴독상과소욕영塊獨常誇少辱榮 돌덩이 같은 한 몸 영욕榮辱 적은 것 자랑한다.
세열사편원의전細閱史編原誼傳 자세하게 역사의 굴원屈原ㆍ가의賈誼 전기傳記 읽었거니
하수랑출오평생何須浪出誤平生 함부로 나가서 평생 그릇되게 할 것 무엇이랴?
(위의 것은 내 얘기[自敍]를 읊은 것이다)
►'휘바람 소歗'
►췌우贅疣 몸에 불필요한 군더더기나 사마귀.
사마귀와 혹. 아무 소용없는 물건[무용지물無用之物]. 우췌疣贅.
부췌현우附贅縣疣 사마귀가 붙고 혹이 달린 것은
출호형재出乎形哉 몸에서 나왔지마는
이치어성而侈於性 인간 본성에서 볼 때에는 군더더기이다.
/<장자莊子 외편 병무外篇騈拇>
어시견우췌於時見疣贅 골수행미고骨髓幸未枯
이때 우췌 같음을 보나니, 골수가 다행히 마르지 않았도다.
(내 몸은 천지의 혹인데 목숨은 아직 살아있구나)/<두보杜甫 초당草堂>
이신환포비아유已信幻泡非我有
이 몸이 허깨비요 거품이라 내 것이 아니란 것은 이미 믿고 있는 바요,
갱련우췌기타생更憐疣贅寄他生
혹이나 사마귀같이 마냥 남에게 붙어 삶을 다시 슬퍼하노라.
/<석천인釋天因 주차남해득안질기상적법주舟次南海得眼疾寄常寂法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