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개
#방랑의 결투
<방랑의 결투>(1966. 大醉俠. Come drink Me)는 홍콩 무협영화를 잘 모르던 시절에 한국에 처음으로 들어온 무협영화의 기념비적인 영화이다. 감독인 호금전은 그 뒤 장철 감독과 함께 세계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홍콩 쇼브라더스영화사의 무협영화 붐을 이끌어 간다. 한국 제목인 <방랑의 결투>는 당시 유행하던 마카로니웨스턴의 <황야의 무법자>, <황야의 결투> 이런 류의 제목들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아니면 당시 많은 영화들이 그랬듯이 일본 제목을 그대로 베꼈을 것이다. 호금전은 거친 무협영화에 장엄함과 우아함을 가미하여 무협장르를 예술로 승화시킨 감독이다. 그는 이 작품을 위시하여 <용문객잔>, <영춘각의 풍파>, <협녀> 등의 명작들을 만들면서 무협영화의 전설이 된다.
이 영화는 남주보다 여주가 핵심인데 그녀는 첸페이페이이다. 그녀는 금연자로 인질로 잡힌 오빠를 구하기 위해 객잔(주막)에 나타나고 그곳에서 악당들과 숨 막히는 결투를 벌이는데 그녀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대취협(악화)이라는 고수가 나타나 그녀를 구해준다. 첸페이페이는 전공인 무용의 몸놀림을 영화의 무협에 잘 적응시켜 오페라 같은 음악과 함께 우아함과 예술적인 경지의 무협을 보여줌으로 그 뒤에도 오랫동안 무협영화의 여왕으로 군림한다. 그녀는 그 뒤에도 유명한 장철 감독의 금연자(한국제목 심야의 결투)에서 왕우, 로례와 공연함으로 무협의 절정에 달한다.
홍콩 무협영화의 전성시대는 호금전의 '방랑의 결투'의 시작으로 1966년부터 1976년 <유성호접검> 정도까지로 평가한다. 그 이후로는 스타인 왕우가 대만으로 이적하고 이소룡이 나타났으며 성룡영화가 인기를 얻어가면서 정통 무협은 막을 내린다. 우리가 중국 무협을 안 보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이다. 그리고 지금도 성룡 영화는 안 본다. 그렇다고 성룡이 싫다는 건 아니다. 초창기 성룡의 <취권>, <소권괴초> 등은 새로운 무협의 장르로 걸작에 가깝다. 결국 홍콩무협이란 쇼브라더스사의 작품들이 주류였고 이소룡 권법영화들은 골든하베스트사가 이어 받는다.
우리가 초딩 때 본 이 <방랑의 결투>는 우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무사들이 날아다니고 그들의 검술이 거의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한국영화들과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호금전의 <방랑의 결투>를 보고 매료되어 그 뒤로 나온 장철 감독의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 <금연자(심야의 결투)>, <대자객>, <3인의 협객>, <단장의 검>, <복수>, <13인의 무사>, <철수무정> 등 줄 지어 봤다. 하지만 장철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무협영화의 시작은 장철이 아니라 호금전의 <방랑의 결투>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