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020년 11월 새로 나온 책 소개

[김현주(20)]

어린이도서연구회는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합니다.
평가는 목록위원회가 갈래별로 나누어 맡아서 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만한 작품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소개하는 책은 크게 문학과 지식책으로 나눕니다. 문학은 그림책, 시·생활글, 옛날이야기, 동화, 소설, 만화로, 지식책은 주제에 따라 사회, 자연의 세계, 생활과 과학, 예술, 역사로 구분하였습니다. 동화는 우리나라 창작 동화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겨 ‘우리 동화’와 ‘외국 동화’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독자는 크게 유아(1~3세/4~5세/6~7세), 초등(8~9세/10~11세/12~13세), 청소년(13세/16세)으로 나누었습니다. 달 수에 따라 발달에 차이가 큰 유아는 나이를 적었고, 청소년은 발달상에서 보이는 연속성과 변화를 고려하여 초등 6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와 그 이후로 나누어 13세와 16세로 적었습니다. 이 나이는 모두 ‘시작 나이’를 뜻합니다.
소개할 책은 목록위원회 갈래별 목록팀에서 토론하고 합의해서 정합니다. 소개할 때는 서지 정보와 함께 소개글을 붙이는데, 소개글은 글쓴이의 생각이 주로 담김으로 글쓴이의 이름을 밝힙니다.
여기에 소개한 책은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과 ‘도서관목록’으로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이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그림책 5종, 글모음 1종, 동화 1종, 과학 1종, 역사 1종, 소설 1종, 모두 10종입니다.

내가 엄마라니!
라이언 T. 히긴스 글, 그림｜노은정 옮김
토토북｜2020.7.30｜48쪽｜13,000원｜그림책｜6~7세

브루스는 숲에서 혼자 사는 수컷 곰인데 늘 부루퉁해 있다. 좋아하는 건 딱 하나, 새알 요리다. 알을 날로 먹지 않고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아 맛나게 만들어 먹는다.
이날도 신선한 알을 구해 삶으려고 하는데 화덕의 불길이 꺼지려고 한다. 곰이 잠깐 땔감을 가지러 간 사이 알에서 새끼 기러기 4마리가 나온다. 기러기들은 곰을 보자마자 외친다. “엄마!” 무섭게 인상을 쓰고 소리를 질러보는 등 온갖 방법에도 기러기들은 떠나지 않는다. 브루스는 기러기들을 떼어 낼 때까지 돌보기로 한다. 커다란 곰은 작은 기러기들을 아기띠로 품에 안고 다닌다. 직접 이유식도 만들어 먹이고 재미있는 놀이도 함께 한다. 기러기들과 함께 잠든 브루스의 모습은 육아에 지친 엄마들과 닮아있다. 새끼 기러기들이 커가는 모습도 까칠한 사춘기, 뺀질대는 청년으로 사람들의 성장에 비유해 보여준다.
성장한 기러기들을 떠나보내고 곰의 바람대로 늘어지게 겨울잠을 잘 수 있을까? 늘 불만 가득했던 까칠한 곰에서 기러기들의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보여준다.(김현정)

솔새와 소나무
임원호 글｜허구 그림
길벗어린이｜2020.7.30｜40쪽｜13,000원｜그림책｜6~7세

엄마 잃은 작은 새 한 마리가 숲속을 헤맨다. 산과 들에도 가시덤불 속에도 엄마 새는 없다. 어느새 저녁 해가 넘어가 어둑어둑해지자 작은 새는 엄마는 그만 찾고 잠잘 곳을 찾는다. 버드나무에게 가서 사정을 말하지만 응가나 해놓아 지저분해져서 싫다고 한다. 오동나무와 참나무에게도 사정을 말하지만 역시나 일없다고 퇴박을 맞는다. 하는 수 없이 소나무에게 가서 품안에서 자장자장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말하자 소나무는 까딱까딱 고갯짓하며 가엾다고 재워준다고 하고 소나무 품속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이때 왕바람 칼바람이 북쪽에서 몰려오기 시작했다. 바람은 버드나무, 오동나무, 참나무의 나뭇잎을 모두 떨어 놓았다. 소나무에게도 덤벼들었지만, 소나무가 작은 새를 꼬옥 껴안고 재우는 것을 보게 된다. 왕바람 칼바람은 “…착한 나무, 귀여운 새, 그냥 두자. 요거는” 하며 소나무를 쓰다듬어주기만 하고 지나간다.
소나무는 작은 새 덕분에, 작은 새는 소나무 덕분에 무사히 추운 밤을 지낸다. 우리말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따뜻한 근대 동화가 그림책으로 만들어졌다.(정영화)

그래도 넌 내 친구!
제시카 월턴 글｜두걸 맥퍼슨 그림｜황진희 옮김
여유당｜2020.6.30｜40쪽｜13,000원｜그림책｜8~9세

에롤과 토마스는 매일 함께 논다. 뜰에서 채소를 심고 비 오는 날이면 같이 차를 마신다. 둘은 친한 친구다. 어느 날 아침 에롤은 껑충껑충 뛰며 토마스에게 공원에 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토마스는 놀 기분이 아니다. 에롤은 토마스가 왜 그러는지 궁금해하고 토마스는 진짜 나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남자 곰이 아니라 여자 곰으로, 이름도 토마스가 아니라 틸리였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에롤은 토마스를 꼭 껴안는다.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네가 내 친구라는 사실이야.” 에롤은 웃으며 토마스의 나비 넥타이를 머리에 옮겨 준다. 기분이 좋아진 에롤과 틸리는 뒷마당에서 자전거를 타고, 뜰에서 채소를 심고 나무집에서 샌드위치를 먹는다.
표지에는 토마스가 거울 앞에 서 있다. 거울에는 머리에 리본을 한 토마스가 있다. 토마스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속마음을 보며 여자 곰이 되기를 꿈꾼다. 이 책은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대로 살아가는 토마스와 그대로의 모습을 아끼고 바라보는 에롤을 통해 나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이은숙)

큰일 났다
김기정 글｜전민걸 그림
다림｜2020.6.30｜40쪽｜12,000원｜그림책｜8~9세

너구리는 친구 까마귀에게 개암 세 알을 받았다. 하나만 달라는 다람쥐의 부탁에도 혼자만 두 알을 맛있게 먹는다. 마지막 한 알은 위로 던져 입으로 받아먹으려 했는데 그만 놓쳐 개암은 땅에 난 구멍으로 들어간다. 화가 난 너구리는 발을 쿵쿵 구르고 씩씩대며 집으로 돌아가 낮잠을 잔다.
그 사이 너울너울 숲속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곤히 잠자던 호랭이의 배를 노루가 콱 밟고 지나간 것이다. 호랭이는 노루에게 호통을 치고 노루는 구렁이를 피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구렁이는 멧돼지 가족 때문에 멧돼지 가족은 두더지 때문에 두더지는 갑자기 굴속으로 굴러온 개암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아이코, 겁쟁이 노루가 왜 그랬대?’ ‘헤헤, 이제 구렁이는 큰일 났다’ 신나게 맞장구를 치며 까마귀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던 너구리 낯빛이 점점 어두워진다. 너구리 너 이제 큰일 났다!
개암 한 알로 벌어진 소동의 원인을 역 추적해가는 과정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가을 정취 가득한 숲 속 풍경과 너구리와 동물들의 표정과 동작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그림이 유쾌함을 더한다.(노은정)

행복을 부르는 고양이
오카다 준 글, 그림｜육아리 옮김
나는별｜2020.8.27｜36쪽｜13,000원｜그림책｜8~9세

어느 날 고양이가 집으로 찾아온다. 고양이는 우유를 먹는 대신 주인공의 클라리넷 연주를 듣고 행복해한다. 고양이는 클라리넷 연주를 들을 때마다 조금씩 커진다. 주인공은 커진 고양이 배를 베고 잠들고 배 위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자는 것이 좋다. 훨씬 더 커지고 깜짝 놀랄 만큼 커지고 어마어마하게 커진 고양이랑 노는 건 멋진 일이다. 고양이 때문에 집이 부서져 버리자 주인공은 고양이 등으로 이사를 한다. 고양이는 주인공을 등에 태우고 거리로 나간다. 행복해진 주인공은 신이 나서 클라리넷을 분다. 고양이는 주인공을 태우고 날아오른다. 고양이와 주인공은 낯선 마을에 도착해서 사람들에게 클라리넷 연주를 들려준다. 이렇게 둘은 여행을 시작한다. 이 둘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클라리넷 연주를 좋아하는 고양이가 커다란 고양이랑 살고 싶었던 주인공을 찾아온 것이다.
고양이는 검은색 테두리로만 표현했는데도 폭신폭신한 부피감이 느껴지고 귀엽다. 부드러운 색채가 주인공과 고양이의 행복한 교감을 잘 전해준다.(김미경)

나의 작은 화판 - 권윤덕의 그림책 이야기
권윤덕 지음
돌베개｜2020.5.29｜344쪽｜16,000원｜글모음｜16세부터

《만희네 집》 출간을 시작으로 25년 동안 10권의 그림책 작업 과정과 작가로 살아오면서 가졌던 고민과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작가는 그림책을 한 권 한 권 완성해 갈 때마다 새로운 그림 기법을 배우고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는 더미북 제작 과정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창작의 고통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있다. 평화의 그림책 작업에서는 폭력을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내내 아파해야 했고, 책 속 주인공과 마음을 나누며 스스로 거듭해서 질문하고 탐색해 가는 여정은 분노와 슬픔을 넘어 평화의 가치를 향한 아름다움으로 완성되었다. 자신 앞에 닥친 과제는 늘 가볍지 않았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끊임없는 수고로움을 더해 그림책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자신이 하는 일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권윤덕의 그림책을 좀 더 곱씹어 읽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가 걸어간 삶을 보여 주는 그림책 10권을 다시 찾아 읽고 싶게 하는 산문집이다.(박영경)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
크리스천 맥케이 하이디커 글｜이원경 옮김
밝은미래｜2020.7.23｜416쪽｜14,800원｜외국 동화｜12~13세

새끼 여우 일곱 마리는 소름 끼치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려고 습지 동굴에 사는 이야기꾼을 찾아간다. 이야기꾼은 미아와 율리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아와 형제들은 암 여우 빅스한테 새끼 여우들이 알아야 할 것을 배운다. 어느 날 갑자기 빅스는 노란 악취를 풍기며 제자들을 물어뜯고 죽음을 옮긴다. 형제들은 모두 빅스한테 물리고 미아만 가까스로 도망쳐 살아남는다. 율리는 다리 하나가 불편한 여우다. 누나들은 율리를 괴롭히고, 아빠인 발톱마왕은 엄마에게 율리를 죽이라고 위협한다. 율리는 자기를 죽이려는 아빠를 피해 달아난다. 미아와 율리는 위험한 상황에서 만나 서로를 의지하며 세상과 맞선다. 미아는 인간이 쳐 놓은 덫에 걸려서 엄마와 헤어지고, 율리는 늪에 빠져서 이빨 괴물에게 물려 발을 잃게 된다. 미아와 율리는 공포를 이겨내고 꿋꿋하게 살아남는다.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8편의 이야기는 미아와 율리의 인생 여정과 성장을 담았다. 쫓고 쫓기는 긴박한 사건 전개와 아름다운 문장이 돋보인다.(권현희)

조개는 왜 껍데기가 있을까?
멜리사 스튜어트 글｜세라 S. 브래넌 그림｜김아림 옮김｜박광재 감수
다섯수레｜2020.7.31｜32쪽｜13,000원｜자연의 세계｜10~11세

다양한 조개껍데기의 독특한 생김새와 역할을 알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사물이나 활동으로 비유해서 보여 주는 그림책이다. 앵무조개는 껍데기에 기체를 채우거나 물을 들이면서 잠수함처럼 뜨거나 가라앉을 수 있다. 바닷속 잠수함 모습을 함께 보여 주는 그림이 쉽게 이해하게 한다. 나비 그림 옆에 팔랑팔랑 움직이는 가리비도 있다. 해초나 바위 색깔과 비슷한 납작 총알고둥의 껍데기는 숲에 몰래 숨어있는 위장복을 입은 군인이다. 조개껍데기의 신비한 비밀이 재미있는 상상으로 새롭게 이어진다. 말하듯 들려주는 간결한 설명글이 이해하기 쉽다. 특히 글을 온전히 다 표현한 그림이 돋보인다. 면지에는 조개들의 서식지를 지도로 알려주고, 껍데기 모양에 따라 다섯 종류로 분류해 주는 친절한 코너도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홍합, 전복부터 낯선 딱지조개, 흰꽈리조개까지 13종의 조개들과 한층 더 가까워진다.(강미영)

히말라야의 메시 수나칼리
제니퍼 보름 르 모르방 글｜니콜라 와일드 그림｜박정연 옮김
풀빛｜2020.3.17｜34쪽｜13,000원｜인물｜10~11세

축구공 하나로 네팔의 작은 산골 무구 마을 소녀들의 놀라운 모험이 시작된다. 남녀 차별이 극심한 네팔에서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는 축구를 하는 수나칼리와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집안일 하는 틈틈이 축구를 즐기고 있던 수나칼리와 친구들에게 유소년 축구 코치가 찾아와 축구팀 결성을 제안한다. 가족의 반대와 마을 사람들의 편견이 있었지만 마을 대표의 설득으로 어렵게 무구 여자 축구팀이 만들어진다. 수나칼리는 힘든 연습 과정 중에도 메시 사진을 보며 포기하지 않고 꿈을 키웠다. 대회에 참가해 결승전까지 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녀는 네팔의 축구 스타로 떠오른다. 성 고정 관념에 맞서 자신의 꿈을 향해 세상으로 나아가는 수나칼리의 용기와 강인한 도전 정신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또한 유쾌한 그림이 네팔의 자연환경과 생활 양식, 문화를 잘 표현해 한 편의 네팔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더한다.(임효신)

유원
백온유 글
창비｜2020.6.19｜284쪽｜13,000원｜소설｜16세부터

유원은 아파트에 난 화재 사고로 언니 예정을 잃었다. 십이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집에선 매년 사람들이 모여 언니의 추도 예배를 연다. 사람들이 회고하는 언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날 살아야 했던 사람이 언니여야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불에 쌓여 떨어지는 유원을 받아내다 다리를 심하게 다친 아저씨가 찾아올 때마다 부모님은 절절매며 매번 아저씨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을 보는 것도 편치 않다. 당시 사건을 다룬 인터넷 기사와 댓글, 생존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유원을 위축시킨다. 혼자 있기 위해 올라가곤 했던 학교 옥상에서 유원은 수현을 만나 가까워진다. 유원은 수현이 아저씨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아저씨와 화해를 시도해보지만 수현은 자기 아빠에 대해서는 자기가 더 잘 안다는 말로 일축한다.
다른 사람들의 희생 덕분에 목숨을 건진 유원이 사람들로부터 받았을 시선과 기대에 대한 부담, 죄책감, 분노 등 복잡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정인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