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입양홍보회에서 주관하는 반편견 입양교육덕분에
가끔 초중고 학교 수업에 들어가는 기회가 생겼다.
보통 학부모로서는 경험하기 힘든
실제 학교 교실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참 좋은 기회이다.
내가 반편견입양교육을 처음 시작했던 4년 전과 비교해
가장 많이 달라진 교실 풍경 중 하나는 여학생들의 화장이다.
학교마다 학급마다 차이는 있다는데(고등학생이 더 하고 남녀공학에서 더 한단다)
어느 날은 수업에 들어갔다가
40대 아줌마인 나보다 더 진한 화장을 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어찌나 민망하던지,
수업 내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천장만 쳐다봤던 적도 있다.
그래, 나는 그렇게 진부하고 덜떨어졌다.
나에게는 분명 여고생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데 그것이 깨지자 당황할 수밖에.
입양에 대한 반편견교육을 하러 갔다가
화장하는 여고생에 대한 나의 편견과 부딪혀 황당해하다 돌아오는 꼴이었다.
학교 교실 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본다.
우리 교회가 예배드리는 공간 다른 쪽에서는 건물주인 교회 고등부가 예배를 드린다.
예배 전 화장실에 가면 그곳이 진정한 ‘화장실’로 변한 것을 보게 되는데
십여 명의 학생이 비비크림 바르고, 아이라인 그리고, 입술 바르느라 장사진을 치고 있다.
나의 첫 느낌은 “뭐지?” 였다.
예배드리러 교회 왔을 텐데,
오자마자 화장실에서 저렇게 단장을 하는 것은 무슨 뜻일까?
뭐 하러 저런 단장을 할까?
화장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어른들은 대부분 집에서 화장을 마치고 출발한다.
그런데 고등학생들, 우리나라에서 공부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등학생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인지 교회 화장실에서 예배 시작에 개의치 않고 화장을 한다.
그렇게 화장을 한 얼굴은 10대가 아닌 20대, 30대의 얼굴이다.
예민한 사람은 성인과 고딩의 화장법 차이를 알아보고 구별하겠지만
내 눈에는 40대인 나보다 두껍게 많이 발랐다는 것만 보인다.
그렇게 화장을 한 여학생이 또래나 한두 해 선배 남학생과 나란히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손위 누나와 남동생처럼 보인다.
남학생은 10대 티가 줄줄 나는데
여학생은 짙은 화장으로 인해 20대 초반을 넘어 20대 후반으로 보이기도 하니까.
어른들 말씀 중에 ‘그 때는 로션만 발라도 예쁜 때’라는 말이 있다.
10대, 20대의 젊음과 생기를 부러워하며 하시는 말씀이다.
내가 그 나이일 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관심도 별로 없고, 할 줄도 몰라 화장을 안 하고 다녔던 나는
화장 안 해도 젊음만으로 예쁠 수 있다는 생각을 그때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말을 알 것 같다.
여드름이 난 얼굴을 걱정하는 우리 딸에게
“괜찮아. 여드름 좀 나면 어때? 그래도 예뻐.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놔둬. 지금 그대로 탱탱하고 보기 좋아.”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나이 들면서 힘없이 자꾸만 늘어지는 내 피부에 비해
10대 딸의 피부는 새로운 것이 자꾸만 솟아나는 젊음 자체이지 않은가!
부럽다.
아무 것도 안 발라도 생생한 생기가 느껴지고 탱탱함과 활력이 뿜어져 나오는 피부.
로션만 발라도 환하게 생기가 나는 그 시절, 부럽다.
그런데 많은 10대들이 그 생기 넘치는 피부를 덮어버리는 화장을 한다.
아마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그럴 테지.
지금 상황이 워낙 힘드니까 빨리 벗어나 어른이 되고 싶어 어른 흉내를 내 보는 것이겠지....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 풋풋한 10대 시절을 맘껏 누리지 못한 것을 후회할 것이다.
로션만 발라도 예쁜 10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한을
30대 40대가 되어 민낯, 생얼, 동안 화장에 목을 매며
10대인 척, 청순한 척 하는 보상심리를 발동할 것이다.
참 아이러니다.
10대는 20대, 30대처럼 보이고 싶어 하고
나이 들면 오히려 10대처럼 보이고 싶어 하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감사하고 누리며 그 안에서 자족하지 못하는 것은
손안에 있는 복을 차버리는 것인데 말이다.
첫댓글 내가 좀 자유로운지는 몰라도
나는 중고등학생들이 약간 멋을 내는 것은 허용해 주고 싶어하는 편이다.
파마도 할 수 있고, 화장도 슬쩍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맘이 불편한 것은
화장을 하는데 너무 진하게 두껍게 많이 바른다는 것이다.
일본 가면극에 나오는 여자 배우들처럼 보여
말리고 싶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산뜻하게 살짝만 은은히 바르는 법을 배워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