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예술
Architecture as an Art 建筑艺术
건축예술(建築藝術)은 건축을 미적 가치를 가진 예술로 보는 관점이다. 원래 건축은 인간을 보호하고, 안락한 생활을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원시시대의 인간은 경계를 나누고,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며, 생활의 편리를 위해서 구조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구조물을 건축이라고 한다. 이처럼 건축은 목적성과 필연성을 가진 인간의 창의적 활동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필연성과 목적성이 없는 것도 만들었다. 이것이 건축, 토목, 건조물, 조형물 등을 나누는 기준이다. 건축은 첫째, 사람이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어진 건물이거나 사람의 여러 활동이 행해지는 건조물 둘째, 목적과 기능에 따라 설계하고 건설하는 과정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여간 인간은 건축의 안정성, 편리성, 효용성, 기능성과 함께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아름다움과 미적 요소의 관점에서 건축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건축예술이다.
건축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최고, 책임자’를 의미하는 아키(ἀρχι, arkhi)와 ‘만드는 사람, 창작자’를 의미하는 텍톤(τέκτων, téktōn)이 결합한 보통명사다. 그런데 텍톤과 텍코는 고대 그리스어 테크네(τέχνη, tékhnē)와 연결되어 있다. 테크네는 인도유럽공통조어 ‘생산하다, 만들다’인 tetḱ-다. 테크(tetḱ)와 연관되는 것은 목수를 의미하는 tetḱō다. 따라서 tetḱ는 (목수가 목재를 가지고 무엇을 만드는 것처럼) 기능적으로 무엇을 만드는 것을 총칭한다. 테코(tetḱō)의 남성 명사형 텍톤(τέκτων, téktōn)은 목수, 대장장이, 악기연주자, 작가, 기술자, 의사, 기획자 등의 의미로 쓰였다. 테크네에 담겨 있는 창작, 제작, 재현의 의미는 포이에시스(ποίησις, poíēsis)에 가깝다. 포이에시스는 만드는 기술인 테크네를 통해서 무엇을 창작하는 것, 또는 어떤 것을 제작하는 것이다. 그리스 시대 포이에시스는 예술창작을 의미했다.
한편 예술인 아트(art)의 어원은 인도유럽공통조어 Hr̥tás와 고대 그리스어 아르티(ἄρτι, árti)다. 아르티는 정확하고 능숙한 기술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아르스의 직접 목적격인 아르트(art)는 어떤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다. 라틴어 아르트는 현대 서구어에서 예술을 의미하는 아트(art)가 되었다. 기술 아르스가 예술 아트로 의미가 확장된 것이다. 그러니까 테크네, 포이에시스, 아르트는 모두 제작의 기술과 창의적 예술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따라서 건축은 최고(archi)로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tecture)이다. 여기서 건축예술의 역사적, 이론적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말하자면 건축은 회화, 조각처럼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영역을 종합하여 완성하는 종합예술이라는 뜻이다. 동양과 서양에서 모두 목수 즉 건축가는 모든 것을 종합하여 최종의 건축물을 완성하는 최고의 기술자라는 의미다.
고대 로마시대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는 [건축(De Architectua)]에서 강하고 안전한 견고성(firmitas, strength), 적합한 효용성(utilitas, utility), 아름다움의 미(venustas, beauty)의 세 가지를 중요하게 여겼다. 서양 건축은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효용성, 상징성, 기능성과 함께 아름다움을 추구하여 많은 예술적 건축물을 남겼다. 한편 근대건축 이론을 정립한 미국의 건축가 셜리반(Louis Sullivan, 1856~1924)은 건축의 ‘형식은 기능에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때 기능은 단순한 효용성만을 의미하지 않고 미적 기능, 문화적 기능, 심리적 기능을 포함한다. 미스 판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 1886~1969)는 모더니즘의 표현주의 건축과 건축 디자인을 혁신했고,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는 건축적 산책과 같은 건축미학 이론을 정립했다. 이 과정에서 건축은 공학적 기술과 창의적 예술로 분화되었다.
산업혁명 이후의 근대건축은 수학, 기하학, 과학, 토목, 기계와 컴퓨터공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받았다. 중력을 견디는 골조가 개발되어 창이 넓어졌고, 다양한 예술적 장식과 기술적 장치가 가능해졌다. 아울러 고딕에서 시작한 예술운동의 영향으로 건축의 미적 표현이 활발해졌다. 이렇게 하여 건축은 기계공학적 건축(Engineering architecture)과 예술적 건축(Artistic architecture)으로 분화되었다. 그 결과 예술로서의 건축, 또는 건축예술이 독립적 개념으로 정립될 수 있었다. 유럽의 대학에서는 건축을 예술의 영역으로 간주하기도 하고, 공학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건축은 최고인 ‘아키(archi)’에 담겨 있는 것처럼 한 영역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세계의 모든 건축가는 목적성, 안전성, 편리성, 효율성, 기능성, 경제성과 함께 예술성과 상징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건축은 예술이면서 공학이고 문화이면서 철학이다.★(김승환)
*참고문헌 Louis H. Sullivan, Autobiography of an Idea(1924). (New York: Dover Publications, 2009).
*참조 <건축>, <건축적 산책>, <건축적 산책[안도 다다오]>, <르네상스>, <미/아름다운>, <안도 다다오의 건축사상>, <예술>, <테크네>, <포이에시스⦁제작기술>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