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성당에 나가려고 하니 쑥스러운 느낌이 들 것입니다. 몇 년 동안 푹 쉬고 있다가 불쑥 성당에 나가려고 하니, 체면 때문에 뭔가 계면쩍기도 하고 면목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을 누르고 겸허한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기꺼이 다시 성당에 나가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실제로 성당에 한번 나가 보십시오. 다른 교우들이 손가락질하거나 이상하게 보는지 나가 보십시오. 그러기는 커녕 아는 사람이 보면 몹시 반가워할 것입니다. 올바른 신앙 정신을 가진 교우라면 누구든 환영하고 기뻐한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또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아흔아홉 마리 양을 뒤에 두고 길잃은 한 마리 양을 밤새 찾아다니시는 주님의 그 무한한 애정을 느끼실 것입니다.
체면 때문에 단 하루라도 성당에 가는 일이 늦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체면 문제도 있을 수 있고 또 스스로 결심하여 막상 성당에 나가려고 할 때 좀더 자연스럽고 여유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우선 생각나는 대로 다음 방법을 열거해 보았습니다. 반드시 이 방법을 이용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참고로 여기시기 바랍니다.
1. 토요일 저녁미사나 공소미사(생곡공소 미사 – 매주일 아침 7시)에 나가시기 바랍니다. 주일 낮미사보다는 토요일 저녁미사나 공소미사에 나가시면 심리적으로 부담을 덜 느끼시게 됩니다.
2. 주위 교우 중 잘 아는 분을 불러 함께 나가시면 매우 좋습니다.
3. 집안 가족들과 함께 나가는 것도 퍽 자연스럽습니다.
4. 자기 본당이 아닌 다른 성당에 가서 미사 참례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5. 혹 영세할 때 지도해 주시던 신부님이나 수녀님, 선생님이 계시다면 전화로 연락하여 미리 만나시는 것도 좋습니다.
6. 어느 신부님과 매우 친분이 있다가 냉담하셨다면 그 신부님께 전화하여 식사 대접하는 기회를 만들어, 다시 성당에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7. 이사할 계획이 있다면 교적을 옮기면서, 새로 이사할 지역에 있는 성당에 나가는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방법입니다.
8. 대부나 대모를 모시어 식사를 함께 하면서, 신앙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구체적인 새 출발을 의논하는 것도 좋습니다.
9. 자신과 가까웠던 교우에게 전화하여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습니다.
10. 쉬는 교우의 회개를 위해 방문하는 교우가 계시다면 그분들과 의논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11. 집안의 어떤 일로 여러 교우들을 초대할 일이 있다면 그 기회를 이용하시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12. 평소에 잘 아시는 분에게 전화나 편지를 하여 성당에 다시 나갈 뜻을 밝히어 도움을 얻는 것도 좋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어떤 기회나 방법을 생각하는 것은 오랜 만에 다시 성당에 나가는 데 따르는 거북함을 덜어보자는 것이지, 결코 어떤 명분을 찾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주님께 나가는 데에는 어떤 명분도 필요없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어버이께 나가는 일에 무슨 명분이 필요하겠습니까?
체면은 남이 세워줄 때 더 가치있는 법입니다.
주위에서 자기 체면을 높여 주기를 은근히 바라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체면만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욕심을 부리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체면을 생각해 보신 일이 있습니까?
내가 예수님의 체면을 크게 여긴 일이 있습니까?
예수님의 체면을 높이 세워 드리는 일을 누가 해야 하겠습니까?
2023년 5월 23일(화)
- 서석본당 주임 이태원 시몬 신부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