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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이야기> 입력 : 2014.02.22 03:03 英 드라마 '셜록' 큰 인기로전 세계에 추리 열풍 불어
김씨는 "친구 중에 '셜록' 팬이 워낙 많아 이런 놀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친구가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 사진을 보고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도 뿌리의 검은 머리가 저렇게 자라도록 방치하는 걸 보니 자기 관리를 잘 못하는 모양이군'이라고 추리하는 식이지요. 첨단 기기를 동원하는 미국 과학수사물 속 화려한 수사관들보다 혼자서 머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홈스가 저에겐 훨씬 멋져 보여요." 19세기 소설 속에서 탄생한 영국 탐정 셜록 홈스가 드라마를 발판으로 다시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적인 추리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의 범죄 수사물로 대표되는 과학 수사의 시대가 가고 관찰력과 직관에 집중하는 추리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인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는 "1980년대에 한국서 문고판으로 유행했던 정통 추리 소설은 이후 사회적 문제를 파고든 일본·미국·북유럽의 '사회파 추리물', 과학의 힘을 빌려 범인을 찾아내는 과학 수사물 등으로 발전해왔다. 이런 소설과 드라마를 즐길 만큼 즐긴 사람들이 지적(知的) 게임, 반전, 숨겨진 증거 등 인간의 기본적인 호기심에 호소하는 고전 추리물로 회귀해 '신(新)본격 추리물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학 수사물 볼 만큼 봤다" 세계적 추리 열풍의 불씨가 된 드라마는 영국 BBC가 2010년 여름 처음 방영한 '셜록'이었다. 이 드라마는 영국인인 아서 코난 도일(1859~1930)이 쓴 원작 소설의 전개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되 지금의 런던을 배경으로 갖다 썼다. 2년마다 한 시즌이 나오고 시즌 하나에 에피소드가 세 개밖에 없을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는데도 세계 곳곳에 열성 팬은 계속 생겨난다. 죽은 줄 알았던 홈스가 돌아오는 세 번째 시즌의 첫 에피소드 '빈 영구차'는 영국에서 지난 1월 1일 방영됐는데 재방송을 포함한 한 주 누적 시청자가 3150만명으로 BBC 사상 최다 시청자 기록을 깼다. 중국에선 기다리다 지친 팬들이 '더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달라'는 불만을 인터넷에 많이 올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지난해 말 방중(訪中)을 앞두고 "좀 더 많은 에피소드를 빨리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겠다"고 답하는 일까지 생겼다. '셜록'을 방영하는 OCN 박선진 국장은 "미국의 과학 수사물들은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첨단 기기와 기법을 사용해 사건을 풀어간다는 비슷비슷한 틀을 지니고 있다. 반면 '셜록'의 주인공은 홀로 활동하며 지적 능력과 직관으로 승부함으로써 과학 수사물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고 말했다. '셜록'의 인기몰이에 미국도 가세했다. CSI·크리미널마인드 같은 범죄 수사물을 만들어 '과학 수사물의 시대'를 열었던 미국 CBS는 21세기 뉴욕판(版) 셜록 홈스를 등장시킨 드라마 '엘리멘터리'를 2012년 9월 내놓았다. 지난해 11월엔 러시아 국영 방송 '러시아―1'이 배경은 런던, 대사는 러시아어인 러시아판 '셜록 홈스'를 선보였다. ◇홈스식 추리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컵 손잡이의 방향을 보고 왼손잡이임을 알아냈다오'(닉네임 IOU), '새우깡 봉지가 친구 방 컴퓨터 옆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밤새 게임을 한 것 같다'(한나루)…. 네이버 카페 '영국 드라마의 모든 것(cafe.naver.com/chilli)' 게시판엔 일상 속 추리를 장난 삼아 올려놓은 글이 많이 보인다. 홈스 팬들은 '참여형'으로 홈스를 소비한다. 홈스 팬 카페를 운영하는 대학생 남승재(26)씨는 "집에 돌아와 설거지 상태를 보고 가족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맞혀보는 식으로 생활 속 간단한 추리를 즐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추리 놀이가 가능한 이유는 미국 과학 수사물 속 주인공과 달리 홈스의 추리엔 별다른 도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범죄물 속 주인공들은 법의학자(CSI), 프로파일러(크리미널마인드)같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시청자들은 따라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반면 홈스의 추리에서 필요한 것은 관찰력과 분석력뿐이다. 전 세계적 홈스 열풍의 이유로 스토리의 보편성을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홈스 전집,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등 고전 추리물 시리즈를 계속 내고 있는 출판사 황금가지의 김준혁 부장은 "미국·일본의 범죄물들은 주로 범죄에 얽힌 사회 부조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데 그 문제의식이 한국 독자에겐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코난 도일이나 애거사 크리스티의 고전 추리물은 사건 자체에 집중해 명쾌하고 깔끔한 추리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이 쉽게 수용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2/21/20140221030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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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저린 손끝 원문보기 글쓴이: 도담
첫댓글 재미있는 기사네요~
제 딸이 작년부터 빠는, 심장이 셜록셜록하게 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ㅎㅎ
잘 읽었어요.
직관력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