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 근처 모건설사의 모델 하우스에서 무순위 청약 추첨이 있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대출이 되지 않아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평소 집사람이 큰 평수에 한번 살아보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고 해서 피를 주고서라도 한번 알아보라고 했다.
관심을 가지다 보니 무순위 청약이 있는 것을 알고 청약 신청을 했다고 했다. 다 아는 것이지만 무순위 청약을 줍줍이라고도 한다. 줍줍이는 그냥 주었다 또는 그저 얻었다 라는 뜻으로 줍고 또 줍는다는 부동산 신조어이다. 줍줍이에 대해서 얼풋이는 알았지만 몇년 전 모아파트에 집사람이 신청한 적이 있었는데 줄이 너무 길어 포기를 한적이 있었다.
그러한 선례때문에 줍줍이는 시간낭비이고 투기꾼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사람이 줍줍이를 어떻게 하는지 한번 체험해 보러가자고 해서 마지못해 응해 주었다. 추첨시간 30분 전에 도착을 하니 줄이 50m까지 길게 서 있었다.
한참을 서 있다가 보니 분양 타입별로 줄을 구분해서 섰고 우리가 신청한 타입은 모델 하우스 반대편이라고 했다. 그쪽에 가보니 거기도 줄이 또 40m 정도 서 있었다.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는 줄이 그리 길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아는 사람들을 만날까 싶어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사람은 모자까지 쓴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집사람은 큰 평수이고 나는 중간 평수였는데 같은 줄을 세웠다가 큰 평수를 먼저 추첨한다는 주최측의 말이 떨어지자 한순간에 줄이 사라지면서 오합지절이 되었다. 그런데도 대기자들은 큰 불만들이 없었다. 거기에 참석한 사람들이 투기꾼들이 아니라 내집 마련을 위한 착한 성품의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집사람이 추첨에 들어갔다. 추첨방식은 수백명이 참여를 해도 잔여세대가 몇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추첨시간은 단 몇분만에 끝이난다. 때문에 일찍 가서 대기할 필요가 없다. 전날 받은 접수표를 제출하면 주최측에서 분양신청 서류를 확인한 후 추첨권을 추첨함에 넣고 내가 제시한 접수표를 다시 나에게 건네 준다.
추첨방식은 행운권 추첨과 동일하다. 주최측이 추첨함에 들어 있는 접수표를 흔들고 순차적으로 뽑아 공개를 한다. 당첨된 사람은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금을 입금해야만 당첨으로 인정한다. 나같이 컴맹들은 좋은 호수가 당첨이 되어도 즉시 송금을 할 수 없으면 당첨이 취소가 된다.
집사람은 꽝이였고 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내 차례가 되었다. 집사람의 경쟁율은 100:1정도였고 내것은 3:1정도였다. 평소 동네 친목회에서도 행운권 추첨은 나와 거리가 멀었지만 3:1정도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 절반정도 추첨이 진행될 때 나의 이름이 호명이 되었다.
당첨이 되면 신분을 확인하고 2개의 호수를 제시하면서 그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바로 입금해야 한다. 이때 제시하는 호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주최측에서 빨리 하지 않으면 그만 두라고 재촉하면서 할수 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조장한다.
마치 쇼핑몰에서 떨이 제품을 파는 듯한 선심과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대기자가 기다린다고 재촉한다. 몇백만원짜리 상품도 아니고 수억대의 상품을 단 몇초만에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 심리전에 말려 계약하는 분위기였다. 나역시도 그러한 분위기에 취해 집사람의 도움을 받아 송금하고 얼떨결에 계약을 했다.
아파트를 분양받는 경우 LTV & DTI 규제로 대출여부가 핵심이다. 만일 내가 비규제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아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규제지역에 또 하나의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대출이 되지 않는다. 또한 규제지역에 관계없이 분양권으로 현재 2건의 대출이 있거나 1건일지라도 대출금액이 5억을 초과하면 대출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남들이 한다고 해서 무작정하면 따라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다행히 나의 경우에는 대출에 문제가 없었다. 부동산 투자는 부지런하고 해박한 지식을 가지면서 최악의 상태에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최고의 재테크 방법이다. 분양권 추첨에서 수없이 떨어 졌다면 줍줍이도 하나의 방법이므로 참고했으면 한다.
종전에 내가 그랬듯이 분양권 응모는 고상하고 합법적인 것 같고 줍줍이는 치사하고 불법적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이들은 동일한 것이기에 말장난에 속지 말았으면 한다. 줍줍이 말고 무순위 청약이라는 고상한 말이 있는데 왜 줍줍이라는 말을 만들어 햇갈리게 하는지 이제는 알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