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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스크랩 [다시쓰는 제주맛집] 봉수네 식당
민욱아빠 추천 0 조회 285 13.01.19 11:3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맛집에 대한 촉을 세우고 있다보면 가보고는 싶은데 쉽게 갈 수가 없는 곳들이 있습니다.  또는 가더라도 운이 맞지 않아 매번 허탕을 치는 곳도 있습니다.  주말에 기대감을 한껏 안고 달려가보면 생각했던 그 집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임시 휴업을 한다는 쪽지만을 보고 돌아서야 하는 경우도 있고, 기대했던 음식을 먹으려 했지만 일행들의 반대로 결국 근처까지 가서도 다른 집을 찾아야만 하는 경우도 있죠. 

 

  목적했던 집이 거리가 먼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움직일 수 없다면 목적했던 집이 있는 동네에서 일을 만들어 식사약속을 잡기도 하지만, 거기에 식당의 영업시간이 조금 특이하다보면 이런저런 어려움을 넘어 일부러 몸을 움직여야하기까지 합니다.

 

  오늘 소개할 집이 그런 편입니다.  식당이 서귀포-육지에서는 제주와 서귀포가 별로 멀지 않은 곳이지만, 제주라는 반경에서 살며 적응하다보면 '산을 넘어가는 일'이라 말할 만큼 서귀포는 무척 멀고 번거로운 일이 됩니다.-에 있는데다가 영업시간이 저녁 무렵부터 해서 새벽 즈음까지이다 보니 제주에서는 일부러 시간맞추어 찾아가지 않으면 조금은 힘든 식당입니다.  그래도 맛은 그런 번거로움을 잊게할 만 하니 이렇게 소개를 해 봅니다. 

 

  이중섭 미술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쉽게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 평범하다못해 허름해보이기까지 하는 집이 하나 어둠속에 들어옵니다.  요즘같이 밤이 긴 때엔 아마도 해가 져야 문을 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고 조촐한 공간에 식탁도 4개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식당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그리 깔끔하지도 아늑하지도 않지만 택시를 포함한 운전기사님들이나 이런저런 손님들이 줄까지는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들어와 한그릇 뚝딱하고 나가는 걸 보면 맛집임에는 틀림없겠다 싶었습니다. 

 

  우리는 일단 족발탕과 김치찌개, 두번째 찾았을 때에는 고기국수와 순대국밥을 주문했습니다.


  반찬은 그리 큰 특징은 없지만 나름 정감있게 나옵니다. 제주에서라면 빠지지 않는 반찬.. 땡초와 된장.. 잘못먹으면 입안에 고통이 번지면서 딸꾹질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오죠.

  일단 김치찌개가 나왔습니다.  색깔 자체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이 김치찌개이죠.

  그 안에는 돼지고기가 무척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치찌개엔 그닥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풍부한 맛이랄까?  그런 느낌이 없는 보통의 김치찌개의 느낌이었으니깐요.

  족발탕이 나왔습니다.  족발탕이 뭔가 보았더니 육지의 감자탕을 생각하면 되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양념에 감자와 돼지등뼈 대신 족발이 들어가 있고 제주특유의 찌개재료인 배추에 부추 등등이 올려진 찌개였습니다.  들깨가루는 당연 들어갑니다.

  조금은 생소한 모습이긴 합니다.  감자탕 국물에 족발이 들어간 모습은 말이죠.  하지만, 맛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풍부함과 감칠맛이 살아있는 육수에 흐물거릴 정도로 삶아진 족발이 무척 잘 어울립니다. 기름기가 있어서 그런지 부드러움이 더욱 살아나는 듯 합니다.  소주 한 잔 하지 않을 수 없는 충동.. 그것은 당연함입니다. 

  앞접시에 떠서 이렇게 놓고 젓가락으로 또는 손으로 집어들고 뜯습니다.  살이 부드럽게 떨어집니다.

  족발탕을 먹으면서 수시로 드나드는 손님들이 한그릇 뚝딱하고 가는 게 뭔가 싶어 보았더니 대부분이 고기국수를 주문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두번째 평일 저녁 애써 산을 넘어 다시 찾았을 때엔 고기국수를 주문했습니다.

  고기국수는 역시 감칠맛이 돋보였습니다.  꽉 찬듯한 느낌과 감칠맛에 자연스레 기름이 떠 있는 육수의 모습은 왠지 정직하다는 인상을 준달까요?  이 맛은 이전에 고향생각에서 맛보았던 고기국수와 비슷한데, 한가지 좋은 점은 돼지냄새가 안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돼지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고기국수였습니다.  고기국수의 어떤 정석적인 느낌을 보성시장의 현경식당에서 받았다면 서귀포의 고기국수는 감칠맛으로 사람을 확 잡아당기는 힘이 느껴집니다.

  호기심에 주문해본 순대국밥도 순대와 머리고기가 넉넉히 들어간, 육수의 내공이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고기국수의 육수와 같은 베이스라 그러겠지만, 순대국밥도 무척 맛있었습니다.


 

  순대는 선지피의 느낌과 찰진 느낌이 특징적으로 느껴지더군요.  제주에서 맛보는 순대국밥이나 순대와는 또다른 만족이었습니다.

 

  이 집은 이미 서귀포에서는 은근하고 오랫동안 사랑받는 집이었습니다.  공간도 협소하고 협소하지만 자리가 없어 한동안을 기다려야 하는 일도 없는 집이지만, 저녁이 되면 일부러 차를 돌려 이 집에서 한그릇을 비우고 가는 운전기사분들도 무척 많이 보이는 걸 보면, 오랜 손맛으로 여일한 내공을 유지하는 집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집이 맛집이겠죠.  그래서 서귀포에서 저녁약속을 잡으면 아무래도 이 집이나 고향생각을 자주 찾을 듯 합니다.  운전을 대신 해 줄 사람이 있다면 소주 한 잔도 무척 좋겠죠.  아껴두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며 이렇게, 봉수네 식당을 소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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