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섬 신안 임자도 섬기행/ 2023.2.11.~2.13 섬기행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짙푸른 바다와 하얀 거품을 내뿜는 성난파도, 모래사장과 해송이 아름다운 해변, 섬 산에 오르면 눈아래 보이는 멋진 풍광, 천혜의 바다가 선사하는 자연산 해산물로 식도락을 즐길 수 있는 맛기행은 크나큰 덤이다. 입춘도 지나고 먼 남쪽바다에서는 봄기운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다. 지난 2월11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전라남도 신안 임자도로 섬산행 여행을 떠났다. 서울서 4시간반이나 걸리는 장거리 버스여행이다. 나이 80이 넘은 18명의 친구와 부인들이 함께 했다. 임자도(荏子島) 이번 여행지 임자도(荏子島)는 1004섬으로 이름난 전라남도 신안군 최북단 임자면에 속한 여러 섬 중에 가장 큰 섬이다. 면적은 약 39㎢ 정도이고 예전엔 지도(智島)에서 짐배를 타고 들어갔지만 현재는 임자대교가 완성되어 다리를 통해서 버스로 쉽게 갈 수 있다. 임자도는 원래 하나의 섬이 아니라 여러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된 작은 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산에서 흘러내린 퇴적물과 파도의 침식작용 그리고 150년간 섬주민들의 간척사업을 통해서 지금 섬의 모양이 되었단다. 섬 이름이 마치 ‘그대’를 정답게 부를 때의 호칭인 ‘임자’ 인지라 쉽게 머리에 남는다. 그러나 한자를 알면 금새 머리를 끄떡이게 된다. 荏(임)은 들깨 임이다. 임자도는 토질이 사질토라 들깨가 많이 나서 임자도라고 불렸지만, 현재는 대파가 대표 특산물이며, 젓새우와 여름철 보양식인 민어의 고장이기도 하다. 대광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12km) 넓은 해변을 갖고 있는 임자도 대표 관광지이다. 서울서 아침 8시에 우리를 태운 관광버스는 경부,논산-천안,서천-공주,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무안을 거쳐 신안의 지도읍을 지나 재작년 3월에 새로 개통된 임자대교를 차로 건너갔다. 임자대교는 길이가 무려 4,99km의 긴 해상교량으로 신안군의 12번째 다리로 천사대교에 이어 두 번째로 긴 다리이다. 마침내 근 5시간이 걸려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해변에 위치한 식당 앞에 도착했다. 늦은 점심으로 신선한 야채와 해물 밑반찬에 매운탕으로 배를 채운뒤 숙소에 여장을 풀고 첫 산행길에 나섰다. 벙산 산행 산이름이 벙산이다. 이름이 특이하다. 혹 범산? 병산? 스마프폰으로 한자이름을 찾아보는 친구도 있다. 부엉이산이 변해서 벙산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해발 139m로 낮은 산이나 가파른 험산이다. 정상에는 정자가 높이 서있다. 정자에 올라 멀리 안개낀 바다풍경을 관망한다. 안개 때문에 선명한 경치를 카메라에 담지 못해 많이 아쉽다. 하산후 하우리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길을 잘못 들어 숙소가 있는 대광해수욕장으로 오게 되었다. 저녁 식사시간까지 대광해수욕장 해변을 산책했다.
대광해수욕장 해변 임자도의 대광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12km나 되고 너비가 300m나 되는 단일 해수욕장으로는 국내 최장 해수욕장으로 1970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둑길보다 모래사장으로 내려섰다. 모래가 단단하여 걷기에 너무 편했다. 우리가 이용하는 식당앞 해변에는 몇 개의 조형물이 시선을 끈다. 높이 솟은 민어상은 이곳이 민어가 많이 잡히는 어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말(馬)동상들이 있어서 관광객들이 말을 타고 사진도 찍고 즐긴다. 승마체험도 해변 모래사장에서 할 수 있단다. 관광안내소에서는 관광지도를 배포하고 특산물을 팔거나 점포를 소개해준다. 관광안내소 옆에는 조희룡미술관이 있었다. 조선 후기 화가 우봉 조희룡이 이곳 임자도로 3년간 유배생활을 하면서 남긴 작품과 임자도에서 경험한 다양한 섬문화의 기록믈을 전시하고 있다. 파도가 제법 높다. 밀려오는 파고가 지나가면 하얀 포말이 물결을 따라가지 않고 둥그런 거품덩어리로 모래사장에 남아 있어 신기했다. 숙소는 해변에서 가까운 튜립호텔이다. 숙소 바로 옆에는 임자도의 관광명소인 튜립공원이 있었다. 3만5천평 규모에 500만 송이의 다양한 색상의 튤립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철이 아니라서 문을 열지 않았지만 3월부터 오픈한다는데 튜립이 개화하는 4월에는 전국 최대규모의 튜립축제가 열린다고-저녁식사는 싱싱한 생선회 파티였다. 모처럼 친구들과 술을 거나하게 마셨다. 내일은 임자도에서 가장 높다는 대둔산을 오른다.
320m 대둔산 산행 둘째날이다. 아침 식사후 택시로 대둔산 산행 깃점까지 왔다. 원상리라는 곳이다. 골목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옛 돌담집이 정겹게 이어진다. 점점 험산의 본성이 드러나는 것 같다. 가파른 길의 연속이다. 스틱 없이는 오르기 힘든다. 가파른 길이 있다가 좀 편편한 길도 있는 법인데 이 산은 그냥 뾰죽산 그대로이다. 좀 쉬었다 가자고 뒤에서 주문이 오지만 쉴곳이 없다. 빈 하늘이 보이더니 드디어 능선이 나온다. 능선길을 한참 가다보니 멀리서 야호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정상에 왔나보다. 320m대둔산 정상 표지판이 있고 널따란 전망대가 우릴 반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 풍경은 역시 좋다. 드론 촬영 마침 젊은 부부? 인듯한 두 남녀가 드론촬영을 하고 있었다. 우리와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우리 일행이 80을 넘은 노인이란 걸 알고는 엄청 친절히 대해준다. 단체사진도 찍어주고 드론촬영도 해 주었다. 드론촬영을 위한 포즈도 일일이 코치해주면서--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필자에게 보내 주었다. 머리 위에 떠 있는 드론을 향해 손짓하며 환호하는 노익장들 참 대단하다. 드론 촬영으로 기분이 한껏 좋아진 탓인지 힘겹게 올라온 피곤함도 다 잊은 듯하다. 반대편 내리막 길은 좀 쉬운가 했더니 너무 경사지고 쉴 곳도 없어서 스틱에 의지해 조심조심 끝없이 내려간다. 불과 320m라고 얕잡아보던 거만스런 마음은 어디로 간 건지 오직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한다. 상수도용 부동저수지를 지난다. 가뭄이 심한지 물 저수량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부동마을에 들어서니 정겨운 돌담집들이 많이 보인다. 오래된 고목들도 많고 이 동네의 역사를 말해 주는 듯 하다. 마늘밭도 보이고 대파밭이 엄청 넓게 이어진다. 과연 대파의 특산지답다. 건강식 전복톳밥 하산후 점심식사는 임자면 사무소 인근의 맛집 ‘나들목’으로 정했다. 광산리와 대광해수욕장 그리고 삼두리 세방향 표지의 삼거리가 나왔다. 면사무소쪽 광산리로 향한다. 거리를 보니 5.8km로 걸어서 갈 길이 아닌 것 같다. 점심시간이 너무 늦어 한참 걷다가 결국 택시로 갔다. 오늘 산행을 포기한 두 친구가 오랜 시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메뉴로 건강식 전복톳밥을 주문했다. 톳나물이 들어간 밥에 실파와 참깨로 조리한 간장소스 두 숟가락을 넣고 비벼서 전복 내장을 올려 김에 싸서 먹으라고 일러준다. 역시 특별한 맛이다. 점심시간이 늦은 탓도 있었지만 어찌나 맛나든지 금새 한그릇을 비워낸다. 막걸리 좋아하는 친구들 살판 났다. 이곳 신안 지도의 탁주 생막걸리 ‘딱한잔’이 인기다. 이집은 맛집으로 소문난 집인데 백반기행 허영만이 다녀간 집이다. 두 자매가 운영하는데 친정 아버지가 서예가로 식당내에 걸린 서예작품들이 보통 수준이 아니다. 오늘 일정은 모두 끝났다. 택시로 숙소가 있는 대광해수욕장까지 왔다.
드론으로 찍은 사진
걸으면서 우정과 힐링을 3일째 마지막 날이다. 연이틀 등산을 했기 때문에 마지막 날은 주변 산책하는 일정으로 바꾸었다. 식당도 사정에 의해 바꾸었는데 아침 메뉴는 전복죽으로 했다. 맛도 좋았지만 양을 많이 주어 속이 든든했다. 약 두시간의 대광해수욕장 해변을 걸었다. 첫날 해변 일부를 걸었지만 오늘은 본격적으로 해수욕장 산책길 끝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친구들과 해변가를 담소하며 걷는 아침산책은 분명 힐링타임이다. 거의 한시간쯤 가니 계단으로 오르는 전망대가 있었다. 전망대에서 보는 바다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다. 되돌아와서 출발점에 도착하여 관광지도를 얻으려고 임자면 관광안내소에 들렀더니 몇몇 부인들이 건어물 판매장을 물어서 차로 안내해 주었다고 하면서 가 보라고 한다. 집사람도 반건조 민어를 사려 했는데-- 대부분 일행들은 걸어서 건어물 매장으로 갔다. 갑자기 매장 안이 북적거린다. 택배도 부치고 가벼운 것은 손짐으로 들고--마지막 점심을 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벌써 우리를 태울 버스가 서울서 내려와 기다리고 있었다. 2박3일의 신안 임자도 일정이 모두 끝났다. 버스에 탑승하여 서울을 향해 달린다. 부안고려청자휴게소와 천안삼거리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서울 남부터미날 근처 ‘시골집’에서 저녁식사겸 이번 행사 쫑파티를 가졌다. 섬산행은 좀 힘들었지만 섬기행의 아름다운 추억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