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봄 가뭄이 심합니다.
군 전역 후 경찰이 되어 103전경대에 보급담당으로 근무하면서
나는 매일 시장 보는 일이 주 일과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출동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가는 곳은 부안 계화도 간척지.
봄에 비가 안 와 넓은 간척지에 모내기를 못하다가
6월이 되어 비가 오자 부족한 일손을 보태고자
부안 시내 고등학생들을 동원하여 실어 나르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수송차량은 우리 전경대 “다지 차”.
다지 차는?
미국에서 옥수수 농장 등에서 사용하던 차를
폐기처분 직전에 우리나라에 원조를 해 준 고물 자동차로
차 무게 중심이 높아 잘 넘어져 사고가 자주 났습니다.
수송대열 내 앞에는 동기생 김순경이 선임 탑승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고생들을 가득 태운 차가 잘 다져지지 않아 물컹거리는 농로를
가다가 바퀴가 빠져 시동이 꺼지는가 싶더니
어! 어! 어! 하는 순간
논바닥으로 벌러덩 뒤집어져 버렸습니다.
순간 학생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화를 신은 채로 논에 뛰어 들어 가 겹겹이 쌓인 여고생들을
논 밖으로 끌어내는데
비에 잦은 생쥐 꼴의 여고생들이
울고불고 아우성을 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물컹거리는 논 때문 이었던지
가벼운 찰과상 외에 죽거나 다친 사람이 없어
결국 여고생만 한 트럭 논물로 목욕시킨 사건이었습니다.
블루베리는 물이 생명인데
그 동안 비가 오지 않아 3톤 물통에 받아 놓았던 물을 다 써버려
계곡에 올라가 보니 흐르는 물 양이 적어
취수구를 더 깊이 묻으려고 땅을 파고 있는데
근처에 농장이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삼겹살에 막걸리를 마시게 넘어 오라고
그러나 물을 주지 않으면 죽는 블루베리를 살리기 위한
공사 중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오후 3시까지 악전고투 끝에 통수를 하여 물을 받으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걸리와 삼겹살 환상 궁합인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