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驚蟄)
양력 3월 5일 또는 6일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깸
24절기 중 3번째 절기(節氣).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도에 이르는 때로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이다.
만물이 약동하며 새로운 생명이 생기며 동면하던 동물이 땅속에서 깨어난다는 뜻으로 날씨가 따뜻해서 초목의 싹이 돋기 시작한다.
본래는 계칩(啓蟄)이지만 중국 한나라 경제의 이름을 피휘하기 위해 변경되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 경칩으로 정착된 것이다.
한자 문화권인 일본에서는 그대로 계칩이라고 한다.
경칩은 글자 그애로 날씨가 따뜻해져 땅곡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개구리, 뱀, 곰 등 동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서 고개를 빼곡 내미는 날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벌레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오는 날을 뜻했습니다. 놀랄 ‘경(驚)’에 겨울잠 자는 벌레 ‘칩(蟄)’이니까요.
선인들은 이 무렵에 봄소식을 알리는 첫 번째 천둥이 치고, 벌레들이 ‘봄의 자명종 소리’에 눈 비비고 깨어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무렵 대륙에서 남하하는 한랭전선이 통과하면서 흔히 천둥번개가 울리기 때문에,
땅속에 있던 개구리·뱀 등이 놀라서 튀어나온다는 말도 있다
경칩은 ‘조상의 밸런타인데이’이기도 했습니다. 경칩에는 봄기운에 얼굴이 발개진 처녀 총각이 초콜릿 대신 은행알을 주고받았습니다.
남자가 점찍어둔 여자에게 은행알을 건넵니다.
여자는 남자가 마음에 들면 이 은행알들을 남몰래 볶아서 가져왔고 둘이 나눠먹었고요.
경칩때는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완전히 겨울잠을 깨는데 이를 '식물기간'이라 한다.
보리, 밀, 시금치, 우엉 등 월동에 들어갔던 농작물들도 생육을 개시한다.
이때 농촌의 봄은 바야흐로 시작된다.
담배모를 심고 과일밭을 가꾸는 등 농사가 본격화된다.
씨뿌리는 수고가 없으면 결실의 가을에 거둘 것이 없듯, 경칩때부터 부지런히 서두르고 씨 뿌려야 풍요로운 가을을 맞을수 있는 것이다.
동지로부터 81일이 지나면(경칩부근) 추위가 완전히 물러가는데 81일을 9일 단위로 나눠(9*9=81) 농부들은 구구가(九九歌)를 불렀다.
구구가는 긴 겨울동안 농사를 손놓아 게을러지는 것을 추스리고, 자연현상을 관철하면서 농사 시기를 살피고자 한 것이다.
그 중 아홉째 마지막 경칩 부근의 노래는 "밭가는 소의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해서 '구구경우(九九耕牛)'라 불렀다.
이때쯤이면 농가에서는 장 담그기를 한다.
장 담그는 일은 가정의 일 년 농사라 할 만큼 중요하다.
훌륭한 장맛의 비결은 좋은 재료 선택(콩,소금,물)과 주부의 손끝 정성에 있다.
잘 씻어 말린 장독에 메주를 넣고, 체에 받쳐 거른 소금물을 메주가 잠길 정도로 붓는다.
그리고 고추,참숯 등을 넣는다.
고추의 붉은색은 악귀를 쫓는다고 해서, 참숯은 살균작용을 하기에 꼭 넣는다.
장을 담근 장독에는 잡귀가 들지 못하도록 왼새끼를 꼬아 솔잎, 고추, 한지를 끼운 금줄을 쳐 장맛을 지켰다.
반찬이 변변찮던 시절, 농가에서는 맛의 근원이었던 장을 무척이나 아꼈다.
안동지방에서 알아준다는 종가집 종부는
"진짜 올장 담그기는 정월에 해야 해. 요즘이사 삼월도 좋고 사월도 좋지만 그러면 장맛이 제대로 안 나. 티가 쓸고, 곰팡이와 구더기가 잘 들게 돼 장맛이 영 파이지."라고 충고해 준다.
날이 완전히 풀리는 경칩 때가 되면 겨우내 인분이 쌓인 변소를 푼다.
인분은 직접 논밭에 뿌리기도 하지만 집 한켠에 쌓인 퇴비더미를 파고 묻어서 몇 달간 잘 썩은 거름을 파내어 논밭에 내었다.
퇴비더미를 '두엄'이라고 하는데, 두엄은 인분 또는 외양간에서 나온 쇠똥, 돼지우리에서 나온 돼지똥, 염소똥, 닭똥, 누에똥 등 각종 찌끼가 섞인 거름으로, 주재료는 역시 똥이다.
금비(金肥)를 양약이라 한다면 퇴비는 한약이다.
농토에 보약같던 퇴비는 지력을 높이는 성질이 있다.
우리 조상들이 퇴비 만들기에 열을 올린 이유도 바로 지력 증진을 통한 생산량 향샹에 그 이유가 있었다.
실학자 연암 박지원도 "과농소초(課農小抄)"에서 퇴비가 농사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밝히고 있다.
금비는 질소, 인산, 가리로 대별되는데 우리 조상들은 금비가 없었기에 퇴비와 똥, 아궁이의 재(灰) 등을 농사에 이용하였다.
그것도 부족해 땟물조차 거름으로 만들고, 오줌도 아무데서나 누지 말고 꼭 집에서 누도록 했다.
경칩 풍속(驚蟄風俗)
개구리들이 봄을 맞아 논이나 물이 괸 곳을 찾아 알을 까놓는데, 그 알을 먹으면 몸을 보(補)하고 허리 아픈 데 좋다고 해서 경칩날 개구리 알 찾기가 벌어지기도 한다. 지방에 따라선 도룡뇽 알을 건져 먹기도 한다.
토역(土役,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이날 담을 쌓거나 벽을 바르는 일을 한다.
경칩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흙벽을 바르는 지방도 있다.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물에 재를 타서 그릇에 담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면 빈대가 없어진다는 속설이 전한다.
보리의 새싹의 성장을 보고 농사의 풍흉을 예측했으며 경칩 이후에는 봄의 따뜻한 기온에 깨어나온 동식물들이 죽지 않도록 임금이 백성들한테 불을 놓는 걸 금지했으며
또 임금이 농사의 본을 보여주는 적전과 선농제를 함께 행했다고 한다.
경칩에는 냉이와 달래, 쑥 등을 먹으면서 칼슘과 비타민, 섬유질을 보충했으며 단풍이나 고로쇠 나무의 수액을 먹기도 했었다.
경칩 때의 나무수액은 약효능이 뛰어나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를 베어 나무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면 위장병이나 성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먹는 지방도 있다
기후나 농사일과 연관된 이름이 대부분인 절기에 유일하게 동물에 관한 말이 들어있는 날이 바로 ‘경칩驚蟄’입니다.
말이 놀라고 땅속에 숨어있던 벌레가 놀랜다는 뜻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