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안간적이고 지극히 아이다운 성요셉과 아기예수님(가르멜 수도원 영성센터)
2024. 9. 9(월)
에제키엘서 25장~32장
(에제 28,2)
너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면서도
네 마음을 신의 마음에 비긴다.
(에제 32,2)
너는 한때 바다의 용과 같았다.
(에제 31,11)
제가 높다고 으스대었으므로
묵상-
‘너는 신이 아니다,
너는 한때 바다의 용과 같은
위엄으로 세상을 호령했다.
너는 네가 신이라도 된 듯
스스로 높다고 으스대었다.’
위 세 말씀에 공통점이 있다면,
신도 아닌 주제에 신이라도
된 것처럼 아니 신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거다.
주님께서 왜 이런 말을 하셨을까.
위, 아래의 맥락을 살펴보니,
이런 흐름이 깔려 있었다.
에제 31장에서 주님은 파라오의
위대함을 멋스럽게 비유하신다.
“너의 그 큰 모습을 무엇에 비길 수
있으랴? 많은 민족들이 모두 그
나무 그늘에서 살았다. 그 나무가
크게 자라고 가지를 뻗어 아름다운 것은
그 뿌리가 큰물까지 닿았기 때문이다.”
(에제 31,3~8 참조)
라고 하시며, 심지어 하느님의 동산에
있는 향백 나무들과 가지들에 비길 수
없다고 높여주신다. 하느님의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가 그 나무를 부러워하였다고
말씀하신다. but… 그러나 여기까지!!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바로 얼굴을 바꾸신다.
(에제 31,10~11)
그 나무의 키가 높이 솟고
꼭대기가 가름 사이로 뻗자,
제가 높다고 으스대었으므로,
~~~그가 저지른 죄악에 따라
다루게 하였다.
그러면 그렇지, 심판하시는
마당에 웬 칭찬인가 했다.
글쎄, 이렇다니까!!
한때는 바다의 용처럼 기세 등등하더니
그래서 제가 높다고 으스대며,
교만의 바벨탑을 쌓아올리더니,
결국엔 이렇게 되고 마는 게
우리 인간인거다.
하느님께서 입이 닳도록 반복하셨잖아.
‘내가 주님임을 알 것이다.’라는
속뜻이 바로 이렇게 연결되는 거라니까!
너는 하느님이 아니고 툭 건드리기만
해도 푹 쓰러지는,
‘갈대 지팡이’(에제6,6)일 뿐이라는 거야.
그래서 그러신 거라잖아.
하느님 동산에 있는 나무들과도 비길 수
없어서 부러움을 샀던 파라오의
위대함과 풍요로움이, 일순간에
주님께 버림을 받고, 이후 어떤
나무도 다시는 키가 높이 솟아
그 꼭대기를 구름 사이로 뻗지
못하게 하고, 어떤 나무도 높아져서
구름과 마주 서지 못하게 하신 거 말야.
하느님처럼 되고 싶어서 따먹지 말라고
달래고 일렀건만, 결국 하느님처럼
되고 싶고, 하느님과 같은 존재가 되고픈
욕심 때문에 교만의 죄, 즉 노력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원죄를 짊어진 것과
다를 바가 없다니까!!
그런데 더 화가 나고 무력해지는 건,
이집트의 파라오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거야.
기도 좀 한답시고 입으로는
‘주님, 당신만이 홀로 주님이십니다.’라고
읊조리면서도 뭘 좀 잘해냈거나, 유명세를
얻었거나, 나를 높여줄 사람을 얻었거나,
기도의 성장을 경험했거나, 돈도 집도
직장도 든든하게 안정되어 있거나,
뭔가 나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 같은
확신이 들 때, ‘나라는 나무의 뿌리는
이미 주님이라는 큰물과 닿아있어서
물가에 심긴 나무처럼 언제나 싱싱해.
그래서 많은 열매가 맺어지는 거라고’
단언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남들보단 나은 거 같은
생각이 올라오면서, 남과 비교하고
판단하며 스스로 자족하고 으스대다가
‘너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면서도
네 마음을 신의 마음에 비긴다.’라고
비유하신 그 상태가 되어버리는 거다.
주님,
그렇습니다. 너무나 지당하신 말씀이세요.
저희는 그저 언제든 저희를 치실 수 있는
하느님의 손바닥 안에 있는 인간이고
사람이지, 절대 신이 아닙니다.
바다의 용처럼 굴며 세상을 조종했던
파라오의 잘못은, 삼라만상을 조종하시며
저희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시는
주님께서 그 위에 계심을 잊었다는 겁니다.
주님 현존 의식이 결여된 교만한 인간,
저희가 임마누엘 하느님의 현존을 잊고,
파라오처럼 바다의 용이 되어, 신이 아닌데
신의 마음에 비기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저희 심중의 뿌리를 정화해주소서.
하느님은 하느님,
인간은 인간,
나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자아정체성, 그것을 잊으면
어찌 되는지를 에제키엘의
예언을 통해 배우고 깨닫고
회개합니다.
세상 어느것에도 비길수 없는
독보적인 하느님의 위대하심과
능력에, 지극히 인간적인
제 마음을 봉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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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피나의 성경통독 묵상글
107. 너는 네 마음을 신의 마음에 비긴다.(에제키엘 25장~3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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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셉피나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