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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1. 대학지도
설을 쇠고 오셨지요! 왜 그렇게 어렵게 험난한 길을 뚫고 설 쇠로 가는지 이해가 잘 안 갈 정도이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문화다. 과거로부터 축적되어온 우리 삶의 수레바퀴가 있다. 그러한 관습과 그러한 가치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시골 가서 그리운 사람 만나는 것이 우리의 문화이다.
'도올 강의' 주제에 대하여 세미나도 열고 토론도 하셨다고 한다. 내 강의가 술안주 거리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기쁜 일이다. 여러분은 MBC특강의 동창생이 되는 것이다. 온 나라가 하나의 캠퍼스가 된다. 여러분들과 국민 전부가 대학생이다.
<대학>을 보면, 大學之道(대학지도), 在明明道(재명명도), 在新民(재신민), 在止於至善(재지어지선)라고 한다. 즉 대학의 도는 밝은 도를 밝히는 데 있고, 백성을 새롭게 하는데 있고, 온 국민으로 하여금 지극한 선함에 이르게 하는 데 있다고 했다.
大學之道.在明明德.在親民.在止於至善.
소학은 자질구레한 예의범절을 배우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떻게 하고, 세수할 때 어떻게 하고, 부모님한테 인사 드릴 때 어떻게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다.
대학(大學) Great learning
소학(小學) Small learning
대학이라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밝은 도를 밝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내면적인 덕성을 새롭게 밝히는 것을 통해서 우리 백성들을 새롭게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전 국가, 민족이 올바른 지극한 선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대학지도이다.
이것이 대학이라는 책에 첫머리에 있는 것이다.
<대학>은 대표적인 중국고전이다. 옛날 고등교육기관의 교육강령서였다.
<예기>의 한 장이었는데 12세기 주자가 사서(四書) 중의 하나로 만들었다.
지금 우리가 쓰는 대학(University, college)라는 말은 대학이라는 책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소학생이 아니고 MBC ‘도올’특강의 대학생들이다.
본 특강에 대해서 인터넷에 글이 올라오고 전국에서 세미나가 열리고 하는 것은 좋다. 우리 온 국민은 대학생답게 행동하고 말을 해야 한다.
옛날에 정도전이 구상했던 것은 조선 왕조는 전 국민을 성인으로 만들려는 구상이었다. 위성지학(爲聖之學)이었다.
위성지학(爲聖之學)
성인이 되는 배움. 정도전은 전국민을 성인으로 만드는 것을 갈망했다.
그러한 조선왕조의 훈도가 있었기에 그 전통이 내려와서 오늘날 이만큼의 민주주의를 하고 이만큼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가 되어 살고 있는 것이다. 옛 것을 배운다는 것을 우습게 알아서는 안 된다.
2. 대화, 최불암
오늘의 특별 초대 손님은 최불암 선생이다. 전보(田父)와 같은 이미지를 가진 전원일기의 최불암 선생께서 방청객으로 오셨기에 모신다.
최불암(1940-)
중앙대학교 한양대학교를 졸업. 드라마 수양대군으로 데뷔.
수사반장, 전원일기를 통해 국민배우로 자리잡음.
도올 : 저는 최불암 선생님을 뵈면, 최불암 시리즈가 머리에 떠오른다.
63빌딩 위에서 부자(父子)가 탁구를 쳤는데, 아버지가 1: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의 서브를 아들이 세게 받아 쳐서 빌딩 아래로 떨어졌다. 때마침 정전이 되었는지, 아버지는 아래로 뛰어 내려가서 공을 주어왔다. 힘들게 갔다와서 화가 난 아버지가 아들과 다시 대전을 하면서 무어라 말했는지 아세요?
“자, 1:1이다.” 였다.
도올 : 이런 최불암 시리즈가 왜 나왔을까요?
최불암: “우리는 누구인가?”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처럼, 우리의 정체성을 밝히는 대학생의 유머라고 생각한다. 그냥 1:1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음에 네가 주어와, 등등의 아무런 변명 없이 결과에 승복하는 한국인의 미덕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도올: “해석을 너무 근사하게 한다.”
도올: 최불암이 안경을 끼고 멋있게 오토바이를 타고 한강변을 달리는데 한 여인이 한강에 투신을 했다. 이것을 목격한 최불암은 옷을 벗고 물속에 뛰어들어 그 여자 쪽으로 헤엄쳐 가니 그 여자가 손을 뻗어 구조를 요청한다. 이때 최불암은 손을 뿌리치면서 하는 말이, “나는 지금 강을 건너는 중이야!“
최불암: 이것도 일종의 세태 반영이지요.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는 세태를 말하는 것이라고 본다.
도올 :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최불암 시리즈“의 유머 자체는 악의가 없다. 영어로는 camp humor라고 하는데, 영화에서 기병대가 훈련하는 곳에 대장이 말을 끌고 와서, ”This is a horse!"라는 유머가 있다. 이런 유머는 수준이 높은 유모어다. 비정상적인 상황을 만들어서 억지로 웃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하자가 없는 이야기로 유머를 꾸민 것이 특색이다. 이러한 유머는 우리 사회가 합리화 되어가는 과정에 나오는 유머가 아닌가 생각한다.
camp humor
허무개그와 비슷한 성격의 영어 유모어 장르
최불암씨: 이런 유모어는 지난 날 민주화 과정에서 학생들이 지어낸 것이라 생각한다. 데몬스트레이션(Demonstration)이 밖으로 튀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카페나, 선술집 같은 곳에 웅크리고 앉아서 주고받는 이야기에 제가 끼여 들어간 것 같다.
도올: ‘전원일기’의 최불암 씨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전통적인 아버지 상, 어른 상의 연계선상에서 라스트 제너레이션(Last Generation)에 놓여있는 느낌이 든다.
최불암 : 지난 강의 때 감명 받은 것은 바람만 불어도 무서워서 도망가는 자, 자기의 부족함을 모르는 자, 이것에 대한 반성을 깊이 했다.
저도 이 무대에 올라왔지만, 이것도 잘못된 것이다. 선생님은 평생 공부하시고, 학문을 갖고 이 무대에 서셨는데, 저는 그렇지 못하고, 슬쩍 인기만을 가지고 부족한 사람이 올라온 것을 용서해주시기 바란다.
不待交兵 望風先走 棄生靈於鋒刃 誤國家之大事?
- 答田父-
不量其力之不足, 而好大言
도올 : 내가 82년도에 귀국했는데 나처럼 외국 학위를 우표 수집하듯이 수집해온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때부터 양심선언도 하고, 영화 대본도 썼지만, 최불암선생님이 대본 읽고 연기하면서 배운 공부가 우리 학자들이 실제로 공부한 것보다 더 위대한 공부이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모른다. 그런 사람들이 사회적인 행위를 통해서 훈련받는 교육이 얼마나 귀하고 고귀한 공부인가를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다. 그래서 내가 들어와서 지식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가 욕을 크게 먹었다.
살아있는 대중의 삶 속에서 검증을 받지 않는 지식은
참된 지식이 아니다. -도올-
도올 : 전보(田父)와 같은 말씀을 한 말씀 해주시고 들어가세요.”
최불암: “저는 거기까지 공부가 안되었다. 드라마를 통해서 한국인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한국 사람은 누구인가? 어떤 사람들인가를 좀더 심사숙고 분석해서 몸으로 연기로 내놓는 것이다. 요즘은 세계로 문이 열려가지고, 열린 것도 좋지만, 내가 없는 것 같은 쓸쓸함을 가끔 느낀다. 중국 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 미국사람인지, 프랑스사람인지 모르도록 모양새가 바뀌어 가는데, 도올 선생처럼 내 나라 역사를 지키고, 그리고 가져온 역사를 가지고 현대에서 어떻게 응용해서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우리에게 많은 숙제로 남아야 될 거라는 생각한다.
세계화의 홍류 속에서도 한국인의 정체성은 상실될 수 없다.
-최불암-
전보(田父) 이상으로 말씀을 잘한다. 개인적으로 오늘 처음 뵙는다. 너무 아름다운 말씀이었다. 최불암선생은 연기로써 “우리는 누구인가”를 말하겠다고 하셨고, 나는 사상적인 논리로써 과거 어려운 한문 속에 담겨있던 이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풀어드리고 있다.
3. 가난 1.
오늘은 조금 더 어려운 것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분위기가 좋으니깐, 삼봉이 유배당하고 있는 동안에 자기 부인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 내용이 너무도 구구절절하다. 오늘 그 일부를 읽어드리겠다.
‘가난’(家難)이라는 제목인데, 편집자들이 나중에 붙인 거 같다. 이 글은 <삼봉집:三峰集>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가난하다고 할 때의 가난이 아니라, 집 가(家)자가 들어가 있다.
우리말의 가난은 한자어 ‘간난’(艱難)에서 왔다.
‘가난’(家難)은 집안의 재난을 의미한다.
이 가난은 유배당한 직후의 글로 보인다. 1375년 나주, 거평 부곡에서 귀양살이를 할 때 받은 것이다. 물론 직접 편지가 왔는지, 전언인지는 모르겠다. 여기는 사신이 온 것으로 되어 있다.
나주시 다시면 운봉리 백동마을
▶ 自予得罪(자여득죄), 竄逐南荒(천축남황),
[내가 귀양살이 할 죄를 얻고 남쪽의 황량한 나주에 유배를 당했다.]
▶ 毁謗蜂起(훼방봉기), 口舌譸張(구설주장), 禍且不測(화차불측),
[훼방이 벌집에서 벌이 일어나듯이 온갖 나쁜 소리가 들리고, 온갖 구설이 난무하고 그 화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사람이 잘 팔리다가 유배를 당하면, 온갖 욕지거리가 생겨난다. 저놈 정말 나쁜 놈이었는데, 유배 잘 갔다는 말이 돈다. 여기서 봉기는 벌집을 쑤시면 벌이 붕하고 일어나는 모습을 말한다.
▶ 室家慞惶(실가장황), 使謂予曰(사위여왈):
[그래서 부인이 황당하고, 근심에 쌓여서 사신을 보내서 말한다.]
정도전은 19살에 성균시에 합격했다. 그리고 바로 그 해에 경주최씨 부인을 얻었다.
정도전은 1360년 19세에 성균시(成均試)에 합격했다.
이무렵 부인 경주최씨를 맞이했다.
그러니깐 34살 때 유배를 온 것이다. 한 15년 살았으니, 결혼 생활을 오래 한 셈이다.
▶ 卿於平日(경어평일), 讀書孜孜(독서자자), 朝饔暮飱(조옹모손), 卿不知得知(경부지득지),
[경께서는 항상 책만 읽고, 아침에 밥을 먹는지 저녁에 죽을 먹는지 알지도 못하고,]
朝饔暮飱(조옹모손)은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삼봉의 글은 문장 스타일이 맹자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맹자의 단어를 많이 쓴다.
▶ 室如懸磬(실여현경), 斛石無資(곡석무자),
[집 안은 현경과 같고 쌀독엔 쌀 한 톨도 없고,]
懸磬(현경)은 옛날 고전에서 따온 말이다. 집안에 아무것도 없이 국악에서 쓰이는 편경만이 늘어져 있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쓸쓸한 모습을 말한다. 즉 아주 극빈한 집안의 모습을 그리는 말이다.
▶ 幼穉盈堂(유치잉당), 呼寒啼飢(호한제기).
[어린 아이들은 집안에 가득 차고, 춥다고 소리 치고 배고프다고 울어댄다.]
呼寒啼飢는 맹자에서 인용한 글이다.
▶ 黎民不飢不寒(여민불기불한), 然而不王者(연이불왕자), 未之有也(미지유야)
[백성들이 배고프지 아니하고, 춥지 아니하다면, 그러면서 왕노릇 하지 못하는 것은 있어 본적이 없다. 우선 백성들은 배고프지 않고, 춥지 않게 해주어라.]
黎民不飢不寒, 然而不王者, 未之有也
<맹자 양혜왕편>
이것이 맹자의 유명한 말인데, 여기서 따온 말이다.
4. 정도전의 죽음
정도전에게 세 아들, 진(津), 유(游), 영(泳)이 있었다. 이 당시 맏아들 진은 14살정도였고, 유는 12살, 유가 4살 정도였다. 딸도 있었던 거 같은데 기록에 없다.
정도전은 슬하에 세 아들을 두었다.
진(津), 유(遊), 영(泳). 딸도 있었을 것이나 기록에 존하지 않는다.
삼봉의 고택은 지금의 종로구청 자리이다. 남은은 한국일보 건너편 쪽에 살았다. 어느 날 삼봉이 남은의 집에 가서, 그날 밤늦게까지 공신들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태조 7년(1398) 8월 26일 이경(二更)이라 했으니까
밤 9시~ 11시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남은(南誾)의 집에서였다.
그런데 이방원의 기습을 당했다. 남은은 도망을 가고, 정도전은 옆집으로 숨었는데, 결국 죽임을 당한다. 이때 죽으면서 시를 남긴다.
▶ 操存省察兩加功(조존성찰양가공),
[마음은 조심하고 보존하고,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조(操)와 찰(察), 이 둘을 모두 공덕을 위해 쌓아왔다.]
操는 마음을 살피는 것이고, 察은 밖을 살피는 것이다.
▶ 不負聖賢黃卷中(불부성현황권중), 三十年來勤苦業(삼십녀래근고업),
[나는 황권에 나오는 성인의 말씀을 평생 어기지 않았다. 30년동안 이렇게 근근히 쓰라린 고업을 닦아 왔는데,]
황권(黃卷)은 예전에 누런 종이로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고전(古典)을 뜻한다.
▶ 松亭一醉竟成空(송정일취경성공)
[송정(松亭)에서 한번 취하고보니 모든 것이 공(空)으로 돌아갔네.]
송정은 남은의 집이다.
모든 것이 헛수고로 돌아간다고 해석하지만, 나는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공(空)은 허무함을 비치기도 하지만,
삼봉 자신의 인생의 완성을 나타내는 절묘한 뉴앙스가 있다.
물론 공, 중, 공이라고 해서 운이 모두 맞는 것이지만, 공은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말이 되겠지만, 여기에는 불교적인 굉장히 깊은 뜻이 있다.
공功, 중中, 공空은 상평성(上平聲) 동운(同韻)이다.
정도전은 이 시를 읊고 죽임을 당한다. 세 아들 중에 두 아들 游와 泳은 이방원의 기습군에 참살되었다. 그러나 큰 아들 진(津)은 이태조가 함경남도 안변의 석왕사(이태조가 창건)로 가면서 같이 데려가는 중이었으므로 목숨을 건졌다.
@ 안변(安邊)
함경남도 남부에 위치, 강원도 통천과 접경. 문산면 설봉산 아래 釋王寺가 있다. 이태조가 창건한 절로 알려짐.
두 아들은 변이 났다는 소리가 종로구청 자리에서 남은의 집까지 뛰어간다. 가서 아버지를 찾으니깐 기습군이 두 아들을 참살한다.
그 후에 진(津)의 아들 래(來)가 경기도 평택으로 도망을 가서, 거기에 집성촌을 이루었다.
정도전의 손자 래(來)는 정도전이 피살될 당시 용인현령이었는데(22살) 평택 산뒤마을(振威面 銀山里 基洞)로 도망와 숨어 살았다.
그 후손이 퍼져 집성촌을 이루었다.
5. 가난 2.
▶ 予主中饋(여주중궤), 取俱隨時(취구수시), 謂卿篤學(위경독학), 立身揚名(입신양명), 爲妻子仰賴(위처자앙뢰), 作門戶之榮光(작중호지광영):
[그런데도 나는 살림을 꾸려가면서 어찌어찌 변통하면서 사람들에게 이르기를, 우리 경께서는 공부만 열심히 하시니 입신양명하시어, 처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고, 우러러 볼 수 있게 되고, 우리 가문의 영광이 될 뿐이라 했는데,]
▶ 竟觸憲網(경촉헌망), 名辱跡削(명욕적삭), 身竄炎方(신서염방), 呼吸瘴毒(호흡장독):
[결국, 법망에 저촉되어 이름은 더럽혀지고 모든 행적이 박탈되어 몸은 덥고도 더운 남방에 갇히어 장독(瘴毒)이나 들어 마시고,]
▶ 兄弟顚踾(형제전복), 家門蕩柝(가문탕탁), 爲世戮笑(위세륙소), 至於此極(지어차극),
[형제는 흩어지고, 가문은 쪼개지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는 이러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 賢人君子(현인군자): 固如是乎(고여시호):
[당신을 현인군자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작 요것인가?]
여인의 처절한 항변이다.
6. 가난 3.(답장)
▶ 予以書復(여이서복) : 子言誠然(자언성연), 我有朋友(아유붕우), 情逾弟昆(정투제곤), 見我之敗(견아지패), 散如浮雲(산여부운):
[내가 여기에 답장을 쓰기로, 그래! 당신 말이 옳소. 나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 우정이 형제의 정의보다 가까웠는데, 내가 패한 것을 보더니 하루아침에 뜬구름처럼 흩어졌다.]
▶ 彼不我憂(피불아우), 以勢非恩(이세비은),
[그들은 나를 위해 근심해주지 않았다. 그들과 나와의 관계는 참다운 내면의 은혜로 맺은 것이 아니라, 세력으로 맺은 것이다.]
▶ 夫婦之道(부부지도), 一醮終身(일초종신):
[그러나 모든 세상 사람이 그런다고 해도, 부부의 도(道)란 한번 초례를 올리면 죽을 때까지 간다.]
一醮終身, 이런 말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혼을 하면 반이 이혼을 한다고 한다. 빌어먹을 나라가 되어간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주례 안 선다. 섰다가 절반이 이혼하면 학자로서 수치다.
초례는 옛날에 술잔을 주고받는 것이다. 초례를 하면 죽을 때까지 가야한다.
100% 이혼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남자도 나쁜 놈이 있고, 여자도 이상한 여자가 있다. 이 여자보다 저 여자가 낫다, 이 남자보다 저 남자보다 낫다는 믿음은 개똥이다.
인간의 깊이는 무궁무진한 것이다. 내가 보지 못한 인간의 깊이는 수없이 있는 것이다. 그걸 봐야 한다. 이 여자에서 저 여자로, 이 남자에서 저 남자로 가는 발상은 개똥이다. 이건 삼강오륜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이렇게 천박해서는 나라가 망한다.
결혼은 하면 자녀를 셋은 두어야 한다. 둘이 만나서 애를 하나만 낳으면 나라가 망한다. 인구가 반으로 줄어든다. 급격하게 국력이 약해진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한다.
중국은 인구가 많다. 기술도 빼앗기고 다 빼앗기는데 인구까지 빼앗기면 남는 게 없다. 자녀를 셋을 두어, 둘은 반드시 이공계, 하나만 문과로 보내도록 한다.
자녀를 이공계로 보내야 한다. 문과는 머리 나쁜 놈이 해도 된다. 철학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말이 많아지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이 깨어야 한다. 나라 전체의 모습을 염려하면서 살아야 한다. 모두가 한의대, 의대 법대에 간다고 하면 대학의 나머지 모든 과가 망한다.
제대로 된 과학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물리학, 화학, 수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을 단단히 해나가지 않으면 이 나라 망한다. 훌륭한 과학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 子之責我(자지책아), 愛非惡焉(애비오언),
[당신이 이렇게 책하는 것은 나를 미워서가 아니고 사랑해서이지요?]
이것은 600년전 문헌이다.
▶ 且婦事夫(차부사부), 猶臣事君(유신사군),
[부인이 남편을 섬긴다는 것은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국가를 섬기는 것과 똑같소.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다.]
▶ 此理無妄(차리무망), 同得乎天(동득호천):
[이 두 이치에는 조금도 허망됨이 없다. 당신이 나를 섬기는 것이나, 내가 국가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다같이 하늘에 있어서 동일한 이치이다.]
▶ 子憂其家(자우기가), 我憂其國(아우기국), 豈有他哉(기유타재)!
[당신이 집안을 걱정하는 것이나 내가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나 무슨 다름이 있겠는가!]
▶ 各盡其職而已矣(각진기직이이의):
[모두가 자기 맡은 직분을 다할 뿐이다.]
이것은 맹자의 사상과 연결이 되어 있다.
<맹자>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若民則無恒産(약민칙무항산), 因無恒心(인무항심)이라고 했다. 백성은 항상 된 생산이 없으면 항상 된 마음이 없다라는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개판이면 도덕적인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及陷於罪然後(급함어죄연후), 從而刑之(종이형지), 是罔民也(시망민야):
게다가 함정을 깐다는 것은 백성을 그물질하는 것이다.
若民則無恒産, 因無恒心.
<맹자, 양혜왕>
及陷於罪然後 從而刑之, 是罔民也.
罔 猶羅罔 欺其不見而取之也 <맹자집주>
새가 그물에 잡히는 것은 그물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백성을 속이는 거라고 했다.
罔(망), 猶羅罔(유라망), 斯其不見而取之也(사기불견이취지야),
국가가 백성들을 가난하게 만들어 놓고, 거기다가 법망을 깐다는 것은, 국가가 국민들을 기망하는 거라고 했다.
無恒産而有恒心者(무항산이유항심자), 惟士爲能(유사위능):
그러나 선비라고 하는 것은 항산이 없어도 항심이 있어야만 하는 사람이다.
無恒産而有恒心者, 惟士爲能.
여기서 정도전이 하는 말씀은, 내가 선비로 태어나서, 나는 어떠한 박해를 받든지 간에 우리 사회가 구현하고자 도덕적인 원리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사는 사람인데, 거기서 어긋나는 짓을 내가 어떻게 하겠냐는 것이다.
선비는 그 사회가 구현하고자 하는 도덕성을 구현하는 것으로써만 밥을 먹을 수 있는 자이다. -맹자-
나 도올이 나와서 강의를 하니깐, 인터넷, 신문 등에서 여러 말이 나온다. 날 얼마든지 비판해도 좋다. 나라는 사람은 우리사회가 구현하고자 하는 어떠한 도덕성을 구현하는 것만으로 나는 밥 먹고 산다. 그걸 못하면 죽는다.
그렇게 못할 때 선비라고 부를 가치가 없다. 이것은 맹자 사상이다.
삼봉은 그런 사상에 철저하게 입각해서 말씀하는 것이다.
焉有仁人在位, 罔民而可爲也. ( 《孟子》, <梁惠王> )
▶ 若夫成敗利鈍(약부성패이둔), 榮辱得失(영욕득실), 天地(천지), 非人也(비인야).
[그러나 대저 직분을 다 하는 상황에 있어서, 성공과 실패, 영예와 오욕, 득실은 하늘의 소관이지, 인간의 소관은 아니다.]
우리가 직분을 다하는 마당에서 성패를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정도전 문학의 결과를 알고 읽고 있다. 그러나 정도전의 심정은 절망적인 것이었다. 나주 유배가 풀리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 其何恤乎!(기하휼호):
[우리가 직분에 최선을 다 하는데 그 무엇을 걱정 하리오?]
눈물겨운 편지다.
여기서 천(天)이라 함은 절망과 희망이 엇갈려 있다.
하늘에 대한 그의 소망은 결국 혁명(革命)까지 치닫고 만다.
삼봉이라는 인간에 대해서 어떠한 평가를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지 여기에 나와 있는 진실을 가지고 이야기 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배울 것이 있으면, 삼봉을 그대로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배워야 한다.
삼봉이 어떤 사람이었느냐를 이야기 하지 말자는 것이다. 도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 책을 가지고 평가하여야 한다. 도올의 생김새, 인상, 배경 등을 말하지 말고, 도올의 논리를 갖고 정확하게 이야기 하여야 한다.
이제 우리는 선진국가가 되어야 하고, 국민들도 깨여야 한다. 자부심을 갖고 매사를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방향에서 모든 사람이 합심해서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런 편지를 읽을 때 피눈물이 난다. 아마 이 프로를 보는 봉화 정씨의 후손들은 자기 할아버지, 할머니의 편지를 읽고 눈물이 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역사이다. 이런 사람들이 만들려고 노력한 것이 우리 역사이다.
7. 조선경국전과 헌법
이러한 삼봉의 사상들이 조선왕조 500년을 일으켰던 것이다. 삼봉은 조선왕조를 건국하기 위해서, 조선 최고의 법전, <조선경국전>을 태조 때 만든다.
<조선경국전, 朝鮮徑國典> 태조 3년 정도전이 이성계의 명을 받아 찬진한 조선 최초의 법전. <경국대전>의 모태가 됨. 일본사학자들이 이것을 사찬으로 격하시킨 것은 역사의 왜곡이다.
우리 헌법의 머리를 한번 읽어보겠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조선왕조도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헌법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으며, 삼봉 정도전이 그것을 썼던 것이다. 조선왕조의 건국은 단순한 건국이 아니라, 이런 사상가들이 그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어 나가야 하는 가에 대한 헌법적 기강을 만들고서 출발한 나라인 것이다.
이런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런 위대한 역사를 가진 문명이 흔치 않다.
8. 정보위
<조선경국전>을 열면, 정보위(正寶位)라는 유명한 챕터(Chapter)가 있다.
@ 정보위(正寶位)
조선왕조의 헌법에 해당되는 <조선경국전> 최초의 장. 정도전 지음
이 챕터에 나오는 정보위의 사상을 정보위의 사상을 이해해야 유교가 과연 무엇이냐가 이해된다. 유교에 대한 한국적인 적응을 한 조선왕조는 인류사상 가장 공자가 꿈에 그리던 유교적 국가이다. 어느 나라도 이 지구상에 유교의 이념을 실현한 국가는 없었다.
조선왕조는 유교이념을 구현한 폴리테이아다. 인류사상 유례없는 장수(長壽)와 종교적 광신에 기울지 않는 윤리적 문화를 과시하였다.
조선왕조는 500년을 유지했다. 모든 왕조가 중간에 변화할 때, 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500년을 유지했다.
이 500년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조선경국전>의 정보위 사상에서 나온 것이다. 다음 시간에 조선왕조의 헌법을 공부하게 된다. 정보위가 어려울지 모르지만, 심각하게 들어간다.
다음 시간에는 조선왕조의 헌법을 공부한다.
많은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TV 앞에 앉아서 조선왕조의 헌법이 무엇이었는가를 공부하기 바란다. 이것은 우리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