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다.
4~5월 4학년 네 반 글쓰기 수업을 마쳤다. 3학년 때 다섯 번, 이번에 네 번, 합쳐서 아홉 번 수업한 셈이다.
6월부터 5학년 네 반 수업을 시작했다. 네 반 가운데 두 반을 먼저 하고, 나머지 두 반은 개학하고 9월까지 해서 마친다.
쌍령초 5학년 아이들한테는 글쓰기 수업을 처음 한다. 현재 2학년은 1학년 때 6회, 3학년은 1,2학년 때 15회, 4학년은 9회를 했다. 이에 견주면 5학년 아이들은 처음 만나는 것이라 어찌될지 속으로 걱정했다. 1학년 처음 과정부터 차례대로 해야하나, 그래도 5년째 교육을 받았으니 압축해서 해야 하나, 아니면 새길을 택해야 하나, 감이 오지 않았다. 끝내, 네 반에 한 시간짜리 2회차 수업을 하고 나서야 좀 감이 잡혔다. 앞으로 4차시 4주를 더 진행하면 윤곽이 뚜렷해질 것이다. 아래는 그동안 글쓰기 수업하고 나온 본보기 글이다.
5학년부터는 생활글과 생각글이 으뜸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 신기했다. 이는 어린이가 삶풀이하는 나, 생각하는 나, 철학하는 나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생활은 과거를 되돌아보며 정리하는 것이고, 생각은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2023.6.13.(화) 5-3 글쓰기 ①
- 겪은 것, 글감, 제목, 마디, 자세히
2023.6.15.(목) 5-1 글쓰기 ①
- 글감, 제목, 겪은 대로
2023.6.19.(월) 5-3 글쓰기 ②
- 글감, 제목, 마디(4), 알-자-더-알짜
- ①알맹이-②자세히-③더 자세히-④알짜
2023.6.22.(목) 5-1 글쓰기 ②
- 글감, 제목, 마디(4), 알-자-더-알짜) = 깔대기 으뜸꼴
- 첫마디를 강조했다. 첫마디에는 겪은 일의 알맹이가 들어간다.
- 지난주에 쓴 친구 글, 임길택 샘 반 어린이글, 김개미(김산옥) 동시 중 '알-자-더-알짜'꼴이 잘 드러난 글을 본보기로 읽어줌
와사비
박**(5)
나는 할머니 집에 갔다.
왜냐하면, 할머니가 보고 싶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2시간이 지났다. 도착을 했다. 드디어 도착이다.
나는 점심을 먹고 물을 뜨러 갔다. 근데 한 녹색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 있었다. 나는 뚜껑을 열었다. 나는 먹었다. 우엑, 너무 매웠다. 이것은 아이스크림이 아닌 와사비였다. 물을 마시고 매움이 다 사라졌다. 으악, 진짜 이건 정말 끔찍한 것 같다.
나는 삼겹살을 먹었다. 근데 또 엄마가 이상한 녹색깔을 먹으라 했다. 난 먹었다. 우엑, 또 와사비잖아.
발야구 못 한 날
홍**(5)
오늘은 발야구를 못 하는 슬픈 날이다.
왜냐하면, 어제 비가 와 가지고 운동장이 진흙이 되었다. 선생님은 우리가 다친다고 발야구를 못 한다고 하셨다.
저번에는 5주째 비 오고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발야구를 못 했는데 이번에도 5주째 못 하면 정말 슬플 것 같다. 제발…….
10분만 더
박**(5)
드디어 할 일을 끝냈다.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게임 시간이다. 엄마가 ”딱 한 시간만 해야 해.“라고 한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이제 게임을 튼다. 30분이 지났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게임을 한다. 50분이 지났다. 마음이 33하다. 1시간이 지났다. 엄마가 끄라고 하자. 나는 ”1분만 더.“라고 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1시간이 더 지났다. 엄마는 화를 내면서 노트북을 끈다. 속상하다.
엄마는 맨날 틈만 나면 인스타 하면서 나는 왜 못하게 하는지 의문이다.
숙제 좀 그만 주세요!
조**(5)
나는 학원 숙제가 많다.
학원 갔다 오면 숙제,
학교 갔다 오면 숙제,
계속 숙제,
모든 게 끝나면 10:30~11:00.
힘들다.
후라이팬 싸움
강**(5)
저번주 월요일에 형과 후라이팬을 들고 싸웠다.
내가 게임하고 있는데 방해를 한다. 슬슬 분노가 90%에서 100%로 올라갔다. 그러다 후라이팬을 들었다. 그러고는 싸웠다.
싸움이 끝날 때쯤 형이 말했다.
”왜 싸웠지?“
등짝
권**(5)
나는 곧 있을 친구 생일을 까먹어서 등짝을 맞았다.
사건의 전말은 놀이터에서 친구와 놀다가 A가 왔다. ”A야, 생일 축하해!“ 친구가 말했다.
”어 쟤 생일이야?“
”너 생일 까먹었냐? 짝!“
‘어, 와 이거 빼짝 마른 게 힘은 세내.’
A야 미안한데, 너 나한테 생일 안 알려줬어.
계란 볶음밥
김**(5)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너무 배가 고파서 처음으로 계란 볶음밥을 만들기로 했다. ‘아, 내가 요리를 잘해서 세계 최고 요리사가 되면 어떡하지?’ 먼저 계란후라이를 하고 있었다. 기름을 바르고, 계란을 톡 깨서 구웠다. 그런데 하다보니 계란후라이를 태워버렸다. 다시 한 번 더 했더니 이번엔 잘됐다. 밥솥에서 밥을 푸고 그 위에 내가 만든 계란후라이를 올리고 간장을 휘 둘렀다. 기대감을 가득 품고 한입 먹어봤다. 웩 너무 짜다. 간장을 너무 많이 넣었나 보다. 그래도 내가 고프니 일단 먹었다.
역시 요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엄마가 해준 게 제일 맛있다.
학원 밀린 숙제
강**(5)
어젯밤 나는 까먹고 학원 숙제를 못 했다.
나는 망했다. 10시 30분에 생각나 더더 망했다. 부모님께 말하기 두려워 정신 차리고 숙제를 꺼냈다. 심장이 빨리 뛰고 놀 때와는 다른 우울한 감정이 나왔다. 우울한 감정을 뒤로 하고 침착하게 한 문제, 한 문제 천천히 풀어나갔다. 숙제 하나를 완료했더니, 어머나 벌써 11시네. 겨우 진정시킨 마음이 빨리 뛴다. 또 다시 진정시켜 본다. 진정시켜 보고 진정시켜 보고 진정하려고 해도 진정이 안 된다. 나는 11시 10분이 돼서야 진정하고 나머지 숙제를 끝냈더니, 망했다 1시다.
천천히 누워서 잠에 들려고 했지만 침대에 누우니 멀쩡하다. 분명 5분 전까지만 해도 꾸벅꾸벅 졸았는데 나는 진짜로 망했다.
자유다!
안**(5)
‘철컹!’
”해.. 해해해. 드디어 자유다!“
드디어 동생한테 해방됐다. 게임도 하고 간식도 먹고 뒹굴거리다,
‘띠띠띠띠띠...’
동생이 비번을 누르는 소리다.
초 스피드로 치우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뭘 만드는 척했다.
정말 완벽했다.
축구공
, 박**(5)
어제 동생과 축구를 했다.
동생과 축구를 하니 내가 엄청 잘하는 것 같았다. 근데 동생이 생각보다 잘해서 깜짝 놀랐다. 빨리 동생이 나의 나이대가 돼서 축구하는 게 재밌어지면 좋겠다.
한참 축구를 하다가 풀숲 주변에 축구공이 1개 있는 게 보였다. 사람들이 공놀이를 하다가 축구공이 풀숲 깊이 들어가서 공을 그냥 포기하고
간 것 같았다. 그래서 엄마께서 공을 꺼내주셨다. 그래서 그 공을 가지고 집에 가서 바람을 넣고 공을 썼다. 그 공을 가졌던 사람은 후회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축구공이 2개가 됐다.
걸리고 싶은 병
최**(5)
병에 걸리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휴대폰을 15분 밖에 못 한다. 그런데 내가 독감에 걸려서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을 때 엄마가 휴대폰 시간도 풀어주고 게임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학교와 학원에 안 가도 된다.
그래서 병에 걸리고 싶다. 안 아픈 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