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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전집 제39권
●불도소(佛道疏) 한림원에 있을 적에 지었다.(佛道疏 翰林修製)
○불정도량소(佛頂道場疏)
운운. 세웅(世雄 부처를 말한다)께서 드물게 나타나심은 우담발화(優曇鉢華)가 피듯 하고, 법장
(法藏 불경(佛經)을 이른다)이 존귀함은 마니보(摩尼寶 용왕의 뇌에 있다는 여의주)가 빛남과
같나이다. 돌아보건대 미약한 재질로 외람되이 큰 기업을 이어받아 이 나라를 안정시키려 하나,
스스로를 돌아보니 공명(恭明)한 덕이 모자라서 부처님께 귀의(歸依)하여 그 가호(加護)를 받아
야겠으므로 좋은 때를 가리어 절을 깨끗이 청소하고 사각(四角)의 방단(方壇 네모난 단이다)을
세우고 향과(香科 향을 피우며 재를 올리는 것)를 정성스럽게 베풀며 칠조(七條)의 계복(戒服
가사(袈裟))을 입고 비구(祕句)를 다투어 선양(宣揚)하나이다. 문득 귀로 옥음(玉音)의 묘리
(妙理)를 들으니 금수(金手)로 이마를 어루만지는 듯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감로(甘露)로
골고루 적시고 진리의 바람으로 널리 펼쳐서 산이 더욱 견고하듯이 왕업의 신령함이 영구하고
신기(神器 임금의 자리)에 위험이 없어 국가를 태평하게 하소서.
[주D-001]우담발화(優曇鉢華) : 천축(天竺)에 있다는 영서화(靈瑞華)로서 항상 열매는 맺되 3천
년만에 꽃이 핀다고 한다.
[주D-002]비구(祕句) : 여래(如來)의 신력(神力)을 입지 않고는 해석이나 설명을 할 수 없는
경문(經文)ㆍ주문(呪文)ㆍ진언(眞言) 등의 교법이 심밀 비현(深密祕玄)하다 하여,
비구(祕句)ㆍ밀장(密藏)ㆍ비장(祕藏)ㆍ비현(祕玄)이라고 한다.
[주D-003]금수(金手) : 부처의 몸은 금색신(金色身)이므로 곧 부처의 손을 말한다.
여래가 수기(授記)해 줄 때 금수로 이마를 어루만진다 한다.
佛頂道場疏
云云。世雄希現。優鉢華之開敷。法藏最尊。摩尼寶之照耀。眷惟眇質。叨襲丕基。安定厥邦。顧乏恭
明之德。歸依於佛。佇蒙覆護之慈。㳙選良辰。灑淸梵宇。峙方壇之四角。祗展香科。披戒服之七條。
競揚祕句。耳纔經玉音之妙。頂若受金手之摩。伏願甘露普霑。眞風遠暢。如山益固。享祚業之靈長。
置器不危。擁國家之帖泰。
○나라에서 북두(北斗)에 연명 도액(延命度厄)하기를 기원하는 도량문
옥호(玉毫)가 모양을 나타내고 유설(瑠舌 부처의 혀)이 말을 토하여 모든 사람을 위해 진공(眞功)
을 육갑(六甲)에 창달하여 이 동방(東方)의 부처는 수승한 힘을 칠원(七元)에 말씀하셨으니 진실
로 귀의하여 받들면 제도(濟度)하고 해탈(解脫)시켜 주실 것입니다. 돌아보건대 잔약한 몸이 외람
되게 중하고 어려운 자리에 앉았으니, 음양이 서로 탕마(蕩摩)하게 하여팔절(八節)ㆍ사시(四時)가
제대로 돌아가고, 조석으로 삼가고 공경하여 오점(五占)ㆍ삼조(三兆)를 한결같이 살펴서 마땅히
처음과 끝을 삼가려면, 반드시 부처님의 현묘한 보살핌을 받고 그에 의지해야겠으므로 이에 청정
한 절에 훈연(熏筵 재를 올리는 연석)을 열고 진실한 계류(戒流 청정한 비구(比丘))를 초빙하여
두루 행하는 밀장(密藏 심비밀현(深祕密玄)한 장경(藏經)을 말함)을 선양하나이다. 엎드려 바라
옵건대 부처님의 감싸 주심을 의뢰하고 영부(靈府)의 돌보심을 힘입어서 몸은 건강하여 길이 무궁
한 역복(曆服 임금이 왕위에 있는 기간)을 누리며 백성들은 화목하여 경계 있는 환구(寰丘 천하
(天下) 즉 국토를 말한다)를 크게 연장케 하소서.
[주D-001]옥호(玉毫) : 부처의 양미간(兩眉間)에 있는 흰 털로서 그곳에서 대천세계(大千世界)를
비추는 광명을 발한다 한다. 부처의 32상호의 하나.
[주D-002]칠원(七元) : 탐랑(貪狼)ㆍ거문(巨門)ㆍ녹존(祿存)ㆍ문곡(文曲)ㆍ염정(廉貞)ㆍ무곡(武曲)ㆍ
파군(破軍) 등 칠원성군(七元星君)으로 북두칠성(北斗七星)을 말한다.
[주D-003]음양이 서로 탕마(蕩摩)하게 하여 : 음양의 두 기(氣)가 상관(相關)하여 천지 만물을
조성한다는 데서 온 말.
[주D-004]팔절(八節)ㆍ사시(四時) : 입춘ㆍ춘분ㆍ입하ㆍ하지ㆍ입추ㆍ추분ㆍ입동ㆍ동지의 8절후와
춘ㆍ하ㆍ추ㆍ동 사철을 말한다.
[주D-005]오점(五占)ㆍ삼조(三兆) : 1야(夜)의 5경(更)과 1일(日)의 상ㆍ중ㆍ하 3시(時)를 말한다.
國卜北斗延命度厄道場文
玉毫現相。瑠舌吐言。爲一切人暢眞功於六甲。是東方佛譚勝力於七元。苟罄歸崇。尋蒙度解。顧惟孱弱。
叨據重艱。陰蕩陽摩。當八節四時之會。晨兢夕惕。考五占三兆之同。宜愼毖於初冬。必依投於妙蔭。肆
於淨宇。敞此熏筵。招迎大展之戒流。宣振旁行之密藏。伏願憑覺庥之覆露。荷靈府之保維。身其康強。
永享無疆之曆服。民用和穆。誕延有截之寰區。
○서경(西京) 흥복사(興福寺)에서 화엄경(華嚴經)을 강하는 글
자비로우신 등정각(等正覺 부처의 명호(名號))께서는 억만(億萬)의 화신(化身)으로 시방(十方)에
나타내시고 만자(滿字)의 원음(圓音)은 만 가지로 다른 것을 한맛으로 융화시킴이라, 높은 산을
먼저 비춘다고 하는 것이 이런 비유지만 대지(大地)를 다하여도 헤아리기 어렵나이다. 앞으로의
안녕을 생각하면 내교(內敎)를 독실히 높여야 하겠으므로 이에 동명왕(東明王)의 옛나라에 정미
로운 절을 세우고 이로써 서축(西竺)의 유풍(遺風)을 넓혀서 모든 범복(梵福 부처가 주는 복)을
자뢰(資賴)하려 하오니, 돌아보건대 이는 선왕(先王)의 지극한 서원(誓願)이 있어서이니 후사
(後嗣)가 어찌 가벼이 하겠습니까. 이에 사신을 보내어 훈연(熏筵)을 열고 취납(毳衲 누더기 옷을
입은 중으로 즉 선객(禪客)을 말한다)을 초빙하여 굴순(屈眴 가사(袈裟))을 입고 예상(猊床) 앞
에서 우러러 옥호(玉毫)를 대하여 패다라(貝多羅)의 규장(虯藏 용수(龍樹)가 용궁에서 가져온
화엄경)을 부연(敷演)하고 정미롭게 닦아서 윤집(允集)하오니, 부처님의 살피심이 반드시 통할 것
입니다. 엎드려 지혜의 해를 두루 비추고 법의 구름을 널리 덮어서 변방이 조용하여 영원히 격서
(檄書)가 날지 않고 종사(宗社)가 안영(安榮)하게 하시어, 누워서 용도(龍圖)를 오래도록 누리게
하여 주시기 바라나이다.
[주D-001]만자(滿字) : 소승교(小乘敎)의 반자(半字)에 대해 대승교(大乘敎)의 남김없이 원만하게
설한 법.
[주D-002]원음(圓音) : 원만 구족(圓滿具足)한 음성이란 뜻으로 부처의 말은 어느 중생이나 자기
네의 말로 창달되어서 못 알아듣는 중생이 없다는 뜻.
[주D-003]높은 산을…… 비유 : 해가 뜰 때 높은 산을 먼저 비추듯 《화엄경》을 설한 것은 높은
근기의 보살을 위한 것이라는 비유.
[주D-004]예상(猊床) : 부처를 모신 평상, 또는 고승(高僧)이 앉는 자리.
[주D-005]패다라(貝多羅) : 옛날 인도에서 패다라나무 잎에 불경(佛經)을 썼으므로 곧 불경을 말함.
[주D-006]용도(龍圖) : 신룡(神龍)이 황하(黃河)에서 등에 지고 나온 그림을 말하는데, 이는 즉
태평 시대의 상서로운 징조를 말하는 것이다.
西京興福寺。講華嚴文。
等慈妙覺。顯億化於十方。滿宇圓音。融萬殊於一味。炤高山之是喩。盡大地以難量。言念前寧。篤崇
內敎。迺眷東明之古國。立此精藍。寔弘西竺之遺風。資諸梵福。顧先願之有至。豈後嗣之敢輕。玆遣
使軺。伻開熏席。恭迎毳衲。披屈眴於猊床。仰對玉毫。演貝多之虯藏。精修允集。妙鑑必通。伏願慧
日旁輝。法雲廣被。邊陲靜謐。永無鷄檄之飛。宗社安榮。寢享龍圖之久。
○서경 중흥사(重興寺)에서 금강경을 설하는 글
장신(長身 부처의 32상(相)의 하나로 부처를 말함)이 상(相)을 나타내시니 온갖 덕(德)의 장엄함
이 원만하고, 광장설(廣長舌)을 토하시니 일승(一乘)의 미묘한 비밀을 다하셨나이다. 범왕(梵王)
이 운개(雲蓋 부처가 받고 다니는 구름 일산임)의 두루 빛남을 찬탄하고, 신상(信相 신자(信者)의
모습 곧 신도를 말함)은 금고(金鼓)의 들음을 얻었나이다. 돌아보건대 미약한 재질이 일찍이 큰
업(業)의 서통(緖統)을 이어받았으나 이 신기(神器)를 맡으매 마치 봄철에 얼음을 건너는 것 같나
이다. 우러러 부처님께 감로(甘露)로 자뢰케 해 주심을 바라 좋은 때를 우약(羽籥)에서 가리고
큰 사신을 익경(翼京 서경(西京))에 보내어 절을 찾아가 단석(檀席)을 베풀고 우러러 수상(睟相
불상(佛像))에 귀의하며, 수승한 채식(采飾)을 6시(時)에 경영하고 웅장한 경전을 부석(剖析)하여
진리를 이묘(二妙)에 근원하여 부연하였으니, 정성이 지극한 곳에 감응이 반드시 통할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자비의 그늘을 빌어서 화창한 화기(和氣)를 이루어, 곡식이 풍년이 들어서
곡가가 흙같이 싸게 되며 전쟁이 없어져서 병기 창고에 먼지가 끼도록 하소서.
[주D-001]상(相) : 외계(外界)에 나타나 마음의 상상(想像)이 되는 사물의 모양.
[주D-002]일승(一乘) : 여래의 교법을 수레에 비유하여 중생을 태워 생사에서 해탈케 한다는 뜻인
동시에 일체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법문.
[주D-003]우약(羽籥) : 오행가(五行家)의 술수(術數)를 말한다.
[주D-004]단석(檀席) : 보시(布施)하는 자리. 단(檀)은 시주(施主)라는 뜻으로 단나(檀那)ㆍ단월
(檀越)이라 한다.
[주D-005]이묘(二妙) : 상대묘(相對妙)와 절대묘(絶對妙). 장통별원교(藏通別圓敎)에서는 추묘
(麤妙)를 판단하여 추가 곧 묘라고 희통(會通)하는 데 대해 《법화경(法華經)》에서는
절대묘라고 판단한다.
同京重興寺。說金經文。
長身現相。圓萬德之莊嚴。廣舌吐音。極一乘之微密。梵王讚雲蓋之遍耀。信相從金鼓以得聞。眷惟眇
眇之資。夙纘丕丕之緖。御玆神器。若涉于春氷。仰止覺天。佇資於甘露。㳙令辰於羽籥。騁膚使於翼
京。袛扣奈園。宏張檀席。瞻依睟相。營勝采於六時。剖析雄詮。演眞源於二妙。誠之所至。感乃必通。
伏願借以慈庥。暢爲和氣。禾稼稔而穀價如土。兵戈戢而虎庫生塵。
○서경 흥국사(興國寺) 제혼리왕설금경문(諸魂利往說金經文)
육도(六道) 중생이 업환(業幻) 때문에 고(苦)에 매여서 윤회(輪廻)하므로 삼신대각(三身大覺)께서
이를 불쌍히 여겨 경왕(經王)을 전해주셨나이다. 돌아보건대 이 자비가 머문 중요한 도읍은 예로
부터 전쟁이 잦은 곳으로서 복몰(覆沒)된 이가 많아서 원한이 있을 것입니다. 어느 땅이 우리
국토가 아니며 어느 사람이 우리 백성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을 하루도 잊지 않아서 스스로 부처님
께 귀의하고 법(法)에 귀의하면 구원(九原)에서도 아름다움을 따를 것이므로, 이에 조정의 관원을
보찰(寶刹)로 보내어 삼천의(三千儀)의 청정한 승려를 모아 영편(靈編 불경을 말한다)을 강파
(講破)하고, 팔십종호(八十種好 부처의 여든 가지 좋은 상(相)을 말함)의 자비하신 모습을 우러러
미묘한 공양을 정성껏 올리나이다. 바라건대 모든 영혼들은 길이 봉집(封執 내 나라 내 땅이란
아집(我執))을 버리고 높이 진상(眞常)을 밟아서 뜨거운 번뇌의 구역(區域)을 빨리 벗어나기를 헌
신을 벗어 버리는 것같이 하며, 맑고 시원한 지경으로 가기를 집으로 돌아가는 것같이 하소서.
[주D-001]육도(六道) : 지옥(地獄)ㆍ아귀(餓鬼)ㆍ축생(畜生)ㆍ수라(修羅)ㆍ인간(人間)ㆍ천상(天上)
의 여섯 세계.
[주D-002]업환(業幻) : 전생(前生)에 지은 인(因)에 의해 이승에 보(報)를 받는 업보(業報)의
환계(幻界)로, 실상이 아니므로 환(幻)이라 한 것이다.
[주D-003]삼신대각(三身大覺) : 격위(格位)에 따라 나눈 법신(法身)ㆍ보신(報身)ㆍ응신(應身),
즉 부처를 말한다.
[주D-004]삼천의(三千儀) : 비구(比丘)가 지켜야 할 2백 50계(戒)를 행(行)ㆍ주(住)ㆍ좌(坐)ㆍ
와(臥)의 사위의(四威儀)에 곱하여 천(千)이 되고, 그 천을 과거ㆍ현재ㆍ미래인 삼세
(三世)로 곱하여 3천이 된다.
[주D-005]진상(眞常) : 생사에 해탈하고 항상 진실하여 영원히 변함이 없는 경계로 진여(眞如)ㆍ
열반(涅槃)의 세계를 말한다.
同京興國寺諸魂利往說金經文
六道群生。着若輪於業幻。三身大覺。沖義駕於經王。眷慈留鑰之都。自昔尋戈之地。想多覆沒。猶有
冤銜。莫非土莫非臣。斯未忘於一日。自歸佛自歸法。庶追賁於九原。爰遣朝紳。往投寶刹。集三千儀
之淨侶。講破靈編。仰八十種之慈客。虔陳妙供。伏願諸魂等永除封執。高蹈眞常。速拋熱惱之區。
有如脫屣。徑躡淸涼之境。其若還家。
○서경 중흥사 불상 점안문(點眼文)
공(空)과 같이 생각이 끊겨 하나의 진체(眞體)가 자여(自如)하고 경계를 대하면 인연(因緣)을
일으켜 억만 화신(化身)을 모두 나타내시므로 감히 불상을 신설함을 빙자하여 신심(信心)을 발(發)
하나이다. 돌아보건대 우리 선왕(先王)께서는 이 좋은 지역을 택하여 아란야(阿蘭若 절)를 크게
짓고 솔도파(窣都波)를 높이 세웠는데, 지난번에 회록(回祿)의 재앙을 겪어서 전부 잿더미가 되었
으므로 교장(巧匠) 노반(魯般)과 공수(工倕) 같은 솜씨 있는 장인을 명하여 다시 웅장하고 화려함
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돌아보건대 하는 것 없이 해를 보내고 이제서야 바야흐로 이루게 되었으니
어찌 갑작스러운 우레와 번개의 진동이 있겠습니까마는, 천기(天機)는 측량할 수 없는 것이라 비록
경사스러운 자리를 확장(擴張)하고 싶으나 범상(梵相)이 계시니, 이대로 훈과(熏科)를 장식하고
높이 받들며 정성을 기울여 삼가 연모(蓮眸 불상의 눈동자)를 그려 넣나이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정각(正覺 부처의 깨달음)의 그늘이 빨리 더하고 자비의 시원함이 두루 윤택하여 역수(曆數)를 더
연장하고 그 기업은 길이 아름답고 연익(燕翼)이 생령(生靈)에게 미쳐서 만물이 제자리를 얻지
못함이 없게 하소서.
[주D-001]공(空)과 같이 : 우주 만물의 모든 법은 인연에 의해 일시적으로 생긴 것이므로 실체가
없어서 공과 같다는 것.
[주D-002]진체(眞體) : 생사를 해탈하여 변함없이 자유자재한 진여(眞如).
[주D-003]솔도파(窣都波) : 흙이나 돌을 쌓아 올리고 그 속에 불골(佛骨)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부도(浮屠).
[주D-004]연익(燕翼) : 조상이 자손을 위하여 도와서 편안하게 함. 또는 그 계책.
同京重興寺佛像點眼文
等空絶想。一眞體之自如。對境起因。億化身之皆現。敢憑像設。誕發信心。眷我先王。卜玆勝地。開阿
蘭若之寬敞。立窣堵波之巍峨。曩經回祿之災。盡爲煨燼。旋命般倕之手。申備奐輪。顧曠日歷年以方興。
何卒雷暴電之大震。天機莫測。雖稽慶席之張皇。梵相猶存。宜飾熏科而崇奉。寔傾霞懇。虔點蓮眸。伏
願覺蔭遄加。慈泠旁潤。增延曆數。厥基永孚于休。燕及生靈。無物不得其所。
○진강사(鎭江寺) 오불재(五佛齋)의 문
청정한 진신(眞身 상주 불변(常住不變)한 부처의 몸)은 여러 하늘이 함께 찬탄하는 바이고, 신통한
묘력(妙力)은 대지(大地)를 들기에도 어렵지 않나이다. 저 압록강은 변방에 위치하여 만인의 역군
으로 제방(堤坊)을 쌓더라도 흐름을 거슬러 막아 낼 수는 없으므로, 오불(五佛)의 자비에 의탁하여
널리 제도함을 의뢰하고자 하나이다. 바야흐로 봄철을 당하여 사신을 보내어 공양할 많은 훈과를
닦고 금대(金臺)의 수상(睟相)께 예배하나이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그 마음을 통감하시어 지혜의
구원을 두루 베풀고 거센 물결을 진압하여, 우리의 강토를 개척하며 먼 지역도 회유(懷柔)하여
왕화(王化)가 끝없이 전파되게 하소서.
[주C-001]오불재(五佛齋) : 중앙에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 동방에 아섬불(阿閃佛), 남방에
보생불(寶生佛), 서방에 아미타불(阿彌陀佛), 북방에 불공성취불(不空成就佛)의 5여래
(如來)에게 올리는 재.
鎭江寺五佛齋文
淸淨眞身。應多天之共讚。神通妙力。廻大地以非難。逖彼鴨江。介于雁塞。役萬人而堤築。莫禦橫流。
投五佛之慈悲。庶資博濟。方臨春序。爰遣使華。修雲供之熏科。禮金臺之睟相。伏願他心洞鑑。慧援周
施。鎭壓狂瀾。拓我疆於有截。懷柔遠域。播王化於無垠。
○서보통사(西普通寺)에서 별례로 행하는 담선문(談禪文)
심법(心法)은 서천(西天)에서 건너와서 불인(佛印)을 전하였고 돈문(頓門)은 동국(東國)에 우뚝
하여 만파(萬派)의 조원(祖源 조사(祖師)들이 심법을 이어온 근원)으로 나누어졌으니, 진실로
담양(談揚)하기를 싫어하지 않으면 복리(福利)를 얻을 수 있나이다. 돌아보건대 박덕한 몸으로
일찍 추대(推戴)에 못이겨서 이 중대하고 어려운 지위를 맡았으나 나라의 기풍이 쇠잔할 때인지라
술수(術數)를 상고하였던바, 법산(法算 점괘)에 나쁜 것이 나왔고 더군다나 성좌(星座)가 상천
(上天)에서 변괴가 많았고 수호(水戶 수성(水星)의 위치)가 마침 태세(太歲)에 충돌하였으니,
장차 어떻게 닦아야 그 재앙의 위험을 그치게 하겠습니까. 마땅히 부처님의 맑고 시원한 음덕
(陰德)에 의뢰하여 종승(宗乘 대승불교를 말함)의 미묘한 밀장(密藏)을 다 부연하여야 하겠나이다.
이에 선우(禪宇)에 가서 특별히 도량을 여니 양양한 항설(杭舌 부처의 혀로 불도를 말하는 것의
상징임)의 말씀은 저 경공(鏡空 거울과 같은 허공)의 비침에 부합하나이다. 바라건대 빨리 보호함
을 얻고 길상(吉祥)을 받아서 화기(和氣)가 상서를 이루어 칠정(七政 일월(日月)과 금목수화토
(金木水火土)의 오성(五星))이 선기옥형(璿璣玉衡)의 바름에 화합하며 생민이 업을 즐기고 사방에
전쟁하는 소리가 없게 하소서.
[주D-001]불인(佛印) : 인(印)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모든 법의 실상(實相)은 변하지 않는
부처의 대도(大道)이기 때문에 불인이라 한다.
[주D-002]돈문(頓門) : 점진적으로 수행해서 깨닫는 것이 아니고 바로 그 진리를 깨닫게 하는
종파. 화엄(華嚴)ㆍ천태(天台)ㆍ진언(眞言) 등이 이에 속한다.
西普通寺行別例談禪文
心法西來。傳一窠之佛印。頓門東峙。分萬泒於祖源。苟無斁於談揚。卽有資於福利。眷惟涼德。早迫
樂推。職此重艱。乘國風之澆薄。稽于術數。遇法算之奇屯。加又星躔。多變於上天。水戶適衝於大歲。
將何修飾。弭厥災危。宜憑覺蔭之淸涼。極演宗乘之微密。玆投禪宇。特敞道場。洋乎杭舌之言。契彼
鏡空之照。伏願遄承保護。丕擁吉祥。和氣致祥。七政叶璣衡之正。生民樂業。四方無鼙鼓之鳴。
○목친전(穆親殿)에서 재변을 물리치기 위하여 행하는 화엄법석문(華嚴法席文)
한마디의 현묘한 말은 미묘한 법문(法門)이 아님이 없고 세 번 번역한 영편(靈編)은 홀로 원융
(圓融)의 성해(性海)를 다하였으니, 진실로 성실히 선양하면 풍요한 윤택이 끝이 없을 것입니다.
제자는 미약한 재질로 이 어렵고 중대한 자리를 맡은 것은, 조상의 쌓인 공이 많아 후인(後人)에게
끼친 아름다움에 의하여 천위(天位)에 오르게 된 것이라 생각하니 두렵고 조심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라, 말하기를 ‘오늘 즐겁다고 하지만 정형(政刑)이 해이하여 떨쳐 일어나지 못하고 풍속이 어지
러워지는 것을 막아 유지하지 못하여 점점 쇠퇴함이 쌓였으니, 평상시에 두려워하고 조심해야 할
일이 아닌가.’라고 하였습니다. 더구나 술가(術家)의 비결을 보건대 천수(天數)의 막힌 것이 없지
않고 또 더구나 모든 지리(地理)를 살피건대 수호(水戶)의 재앙이 염려되며 천문(天文)을 관측한즉
성관(星官)의 노여움이 여러 번 나타났으니, 이 같은 변고를 없애려면 어떻게 빌어야 하겠습니까.
마땅히 가장 수승한 인연을 경영하여 우러러 대비(大悲)한 부처님의 도움을 빌어야 하겠으므로,
이에 좋은 날을 가리어 특별히 내위(內闈 내전(內殿)과 같다)를 청소하고 취령(鷲嶺)의 진류(眞流)
를 초빙하여 규궁(虯宮 법당(法堂)을 말함)의 성전(聖典)을 부연하였던바 소원의 바퀴가 바야흐로
구르면 부처님의 살피심이 이미 통할 것이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빨리 자비의 음덕에 목욕시키
고 순수한 복을 널리 받게 하여 육기(六氣 음(陰)ㆍ양(陽)ㆍ풍(風)ㆍ우(雨)ㆍ회(晦)ㆍ명(明)의
여섯 가지 기운)가 서로 어그러지지 않아 음양(陰陽)이 화합하고 바람과 비가 제때에 내려 사방이
모두 평안하며 활과 화살을 동개에 감추고 방패를 거두게 하소서.
[주D-001]성해(性海) : 본성(本性)의 근원.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고유(固有)의 밝고 선한 천성
(天性).
[주D-002]취령(鷲嶺)의 진류(眞流) : 취령은 인도(印度) 중산(中山)의 이름. 석가가
《화엄경(華嚴經)》을 설법한 산이므로, 취령의 진류라 함은 화엄종(華嚴宗)의 고승(高僧)
을 가리킨다.
穆親殿。行災變祈禳華嚴法席文。
一音妙說。無非微密之法門。三譯靈編。獨極圓融之性海。譚揚苟篤。饒潤叵涯。伏念弟子謬以眇沖。
託玆艱大。念祖功之積累。用敷遺後人休。履天位以凌兢。無遑曰今日樂。然政刑解弛而不能振起。抑
風俗搶攘而尙未維持。積此陵夷。居常惕懼。況閱術家之諗。不無天數之屯。加又察諸地理。則可虞水
戶之災。觀乎天文。則屢見星官之譴。若玆變異。何以祓禳。宜營最勝之緣。仰丐大悲之援。斯涓良日。
特掃內闈。招迎鷲嶺之眞流。敷演虯宮之聖典。願輪方轉。覺鑑已通。伏願遄沐慈庥。誕膺純嘏。六氣
不忒。陰陽和風雨時。四方咸寧。弓矢韜干戈戢。
○궁주봉책(宮主封冊)을 기은(祈恩)하는 여정궁(麗正宮)에서의 반야도량문(般若道場文)
관저(關雎)는 후비(后妃)의 덕화이니 풍화가 사방에 나타났고, 진리(眞理)가 십지(十地)에 다하니
반야(般若 망상(忘想)과 모든 경계를 떠난 지혜는 불법의 으뜸이 됩니다. 정저(正宁)에 임하였
으니 장차 중규(中閨)의 지위를 정하는 것은 예(禮) 가운데 중요한 것이라, 반드시 가회(嘉會)를
열어 의식을 갖추어야 되겠고 염려 없이 일을 마치려면 모름지기 묘문(妙門)을 찾아가 구원을
빌어야 하겠으므로, 이에 삼천의(三千儀)의 승려를 모아서 십육회(十六會)의 영전(靈詮)을 선양
하도록 하였던바 수승한 일이 두루 갖추어지자 그 마음이 즉시 밝아졌으니, 바라옵건대 아름다운
이름이 정대하여 온 궁액(宮掖)이 모두 기뻐하고 음교(陰敎 내교(內敎)와 같음)가 더하여서 온
환구(寰區)가 복을 받게 하소서.
[주D-001]십지(十地) :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階位)인 41위로부터 50위까지의 환희지(歡喜地)ㆍ
이구지(離垢地)ㆍ발광지(發光地)ㆍ염혜지(焰慧地)ㆍ극난승지(極難勝地)ㆍ현전지(現前地)ㆍ
원행지(遠行地)ㆍ부동지(不動地)ㆍ선혜지(善彗地)ㆍ법운지(法雲地)를 말한다.
[주D-002]십육회(十六會) : 여래가 《반야경(般若經)》을 설할 적에 16회에 걸쳐서 완전히 설하
였다. 여기서는 《반야경》을 말한다.
宮主封冊。祈恩麗正宮行般若道場文。
風形四方。關睢是后妃之化。理極十地。般若爲佛法之宗。念膺正宁之臨。將定中閨之位。在禮爲重。
必開嘉會以備儀。畢事無虞。須扣妙門而乞援。玆集三千儀之緇侶。俾揚十六會之靈詮。勝事甫周。
他心卽照。伏願懿名克正。遍宮掖以騰歡。陰敎所加。亘寰區而蒙福。
○약사전(藥師殿)에서 행하는 향문(香文)
경계가 유리(瑠璃)같이 고요한 세계에 대의왕(大醫王)이 계시니 빛은 해와 달보다 밝아서 모든
찰토(刹土)를 비추나이다. 선격(先格 선조와 같음)으로부터 이 거룩한 부처를 모시고 공양의
의식을 베풀어온 지가 오래되었나이다. 우러러 자비의 음덕에 의뢰하여 그 이익이 넓었으므로
이에 이모(貽謀 조상이 후손을 위하여 남겨 놓은 계책)를 따라, 미묘한 규범을 장엄하게 꾸미고
훈훈한 믿음의 음식을 장만하고 각가지의 이름난 향을 피우며, 수승한 인연에 의하여 가호하여
주심을 바라오니, 크고 아름다운 복을 내리시어 호고(胡考 장수(長壽))의 기한을 연장하고 이
나라를 안정시켜 길이 융성한 기업을 보전하게 하소서.
[주D-001]대의왕(大醫王) : 의사가 사람의 육체에 있는 병을 치료해 주듯이 부처는 중생의 마음에
있는 병을 치료해 준다는 데서 온 말.
藥師殿行香文
界若琉璃之靜。有大醫王。光踰日月之明。照諸刹土。自于先格。妥我尊容。罄陳供養之儀。來者尙矣。
仰賴慈悲之蔭。利其博哉。玆率貽謀。寔嚴妙範。辦熏熏之信饌。燒種種之名香。庶仗勝因。尋蒙善護。
緝熙于嘏。茂延胡考之期。安定厥邦。永保盈成之業。
○북홍경원(北弘景院)에서 행하는 진병금경약사도량문(鎭兵金經藥師道場文)
금고(金鼓)를 떨치는 것은 신상(信相)이 친히 들어서 모두 화창(和唱)하라는 것이요, 채낭(綵囊)
이 이에 신비한 것은 약사(藥師) 본원(本願)의 웅전(雄詮)이니, 존각(尊閣 《약사여래본원경》을
보관한 장경각(藏經閣))의 관리에 진실로 부지런하다면 보전하는 데 구애가 없을 것입니다. 돌아
보건대 잔약한 재질로 준이(蠢爾 무지해서 사리에 어두운 것)한 백성에 임하게 되어, 정사는
거문고 기러기발을 아교로 붙이고 거문고를 타는 것 같아서 그 변통을 알지 못하겠고, 마치 섶을
안고 불 속에 들어가는 것 같아서 거의 위험에 이르렀습니다. 더구나 지금 회록(回祿)이 재앙을
일으켜 창고가 불타고, 현명(玄冥 수신(水神))이 기후로 경계하여 번개와 우레가 아직도 진동하
오니, 이러한 변고는 마침내 어떠한 재앙이 되겠습니까. 묘문(妙門)에 의탁하여 부처님의 음덕에
의뢰해야 되겠으므로 이에 취의(毳衣)의 참된 승려를 모아 패엽(貝葉)의 미묘한 말을 번역(飜譯)
하나이다. 우러러 자비를 바라오니, 곡진한 보호를 드리우시어 병기를 거두고 쓰지 않으며 길이
간궤(奸宄)의 엿봄이 없고 집집마다 모두 표창할 만하게 되어 생령(生靈)들로 하여금 묵은 옛
풍속을 버리게 하여 주시기 바라나이다.
[주D-001]채낭(綵囊) : 의낭 불빈(醫囊不貧)이라 하여 의사의 주머니를 말하는 것인데, 약사여래는
중생의 병을 치료해 준다 해서 그의 주머니를 말한다.
[주D-002]약사(藥師) : 약사유리광여래(藥師琉璃光如來)의 약칭. 그는 석가모니보다 훨씬 이전의
여래로 그의 본원(本願)은, 중생에게 무명(無明)을 구하는 법약(法藥)을 주는 동시에
병을 고치고 재해를 막아 주는 것이라 한다.
[주D-003]간궤(奸宄) : 안에서 생기는 언짢은 일을 간(奸)이라 하고, 밖에서 생기는 언짢은 일을
궤(宄)라고 한다.
北弘景院。行鎭兵金經藥師道場文。
金鼓所揚。是信相親聞之極唱。綵囊斯祕。惟藥師本願之雄詮。尊閣苟勤。保持無礙。念眇然之質。
臨蠢爾之民。政如膠柱以調琴。罔知其變。國若抱薪而置火。幾至于危。況今回祿興祅而倉庾斯焚。玄
冥戒候而電雷猶震。未識若玆之變。終爲何等之災。宜託妙門。弟난001資梵蔭。斯集毳衣之眞侶。俾繙
貝葉之微言。仰冀慈悲曲垂。保護韜兵不用。永無奸究之竊窺。比屋可封。寢致生靈之丕變。
[난-001]弟 : 弟疑第
○천변 물리치기를 비는 오성도량문(五星道場文)
하늘이 이변(異變)을 나타내어 사람에게 보이는 것은 장차 깨우쳐 일러 주려는 것이요, 부처님이
근기에 따라 설법하시는 것도 어찌 다 생각하여 알 수 있나이까. 귀의하는 성의가 더해진다면
환난을 미연에 없애 주실 것입니다. 생각하건대 선조의 경사를 이어받아 묘사(廟社)의 권리를
잡았으나 자리가 편안치 않고 일이 가볍지 않아서 비록 부지런히 장려하고 힘쓰지만 덕이 넉넉
하지 못하고 밝음이 뚜렷하지 못하여 움직임에 궐유(闕遺)가 있어서 기강(紀綱)과 풍속이 문란하
므로 이에 연유되어 혹한(酷寒)ㆍ혹서(酷暑)ㆍ수해(水害)ㆍ한해(旱害)의 재난을 초래하였나이다.
이것도 오히려 심한 것이라 일찍이 편할 겨를이 없거늘 어째서 또 목요(木曜 목성(木星)과 같음)
가 행로(行路)를 잃고 화성(火星)과 한자리에 있는지 더욱 걱정되고 두렵나이다. 마지못해 푸닥
거리하여 빌기로 계획했으니 마땅히 가장 수승한 문(門)에 의지하여 대비(大悲)의 음덕을 빌어야
하겠으므로, 이에 청정한 범식(範式)을 갖추어 훈연을 열고 승납(塍衲)의 고류(高流)를 초빙하여
패문(貝文)의 영전(靈典)을 선창(宣暢)하는 조그마한 제사를 드리오니 영향이 감통하여 주소서.
엎드려 바라옵건대 재앙이 차츰 사라지고 길상(吉祥)이 대신 이르며 병기로 인하여 자초(自招)
하는 재앙을 끊고 즉시 병기를 거두어 감추어지게 해서 나라는 꺾이지 않는 기업을 연장하여
장구하도록 하여 주소서.
天變祈禳五星道場文
天出異以示人。蓋將曉喻。佛隨機而說法。庸可議思。歸誠有加。消患未眹。伏念承祖先之慶。擁廟社
之權。位無安事無輕。雖勤勵翼。德不綏明不燭。動有闕遺。由紀綱風俗之搶攘。召寒燠雨暘之乖僭。
此猶滋甚。嘗未遑寧。夫何木曜之失行。迺與火星而同舍。益深憂畏。切計禬禳。宜憑最勝之門。遄借
大慈之蔭。玆沿淨範。式敞熏筵。邀迎塍衲之高流。宣暢貝文之靈典。絲毫營締。影響感通。伏願災沴
潛消。吉祥沓至。兵絶自焚之禍。載戢載韜。國延不拔之基。可長可久。
○옥(獄)이 빈 뒤에 전옥(典獄)에서 행하는 반야도량문(般若道場文)
연화보좌(蓮華寶座)에 계시는 여래(如來)는 양족존(兩足尊)이시며, 패엽(貝葉)의 웅전(雄詮)인
《반야경(般若經)》은 이공(二空)의 뜻을 다하였으니, 귀의하고 높이는 것이 독실하면 보응(報應)
이 빨리 더해지나이다. 돌아보건대 미약한 자질로 백성들을 기르게 되니, 형(刑)을 줄 때에는
불쌍히 여겨 백우(伯禹)가 죄인을 위해 눈물을 흘린 것을 생각하고, 벌을 줄 때에는 공야장
(公冶長)이 그 죄가 아닌데도 벌을 받은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두려워하나이다. 더구나 한여름의
찌는 듯한 기후는 산 사람을 고생시킬 때임에리이까. 이에 유사(有司)에게 명하여 모든 죄인을
관용(寬容)하게 하고 空門(공문 불문(佛門)을 말한다)에 의탁하여 구원을 빌어서 영원히 자석
(胏石)의 말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자 하나이다. 이에 훈연을 베풀고 영전(靈典)을 선양하오니,
지성이 더하는 곳에 거리낌없이 자상하게 조감(照鑑)하시어 비단 영어(囹圄)가 비고 깨끗이 다스
려질 뿐만 아니라 국가가 한가하고 편안하며 아름답게 하소서.
[주D-001]양족존(兩足尊) : 부처를 말한다. 부처는 두 발 달린 사람 중에서 가장 높은 이라는 뜻.
또 대원(大願)과 수행(修行)이 구족하다는 뜻.
[주D-002]이공(二空) : 중생은 오온(五蘊)이 인연에 의해 화합한 것이므로 실제가 없다는 아공
(我空)과 오온의 자성(自性)도 공하다는 법공(法空).
[주D-003]백우(伯禹)가……흘린 것 : 하왕(夏王)이 죄인을 보고 울었다는 고사로 백성에 대한
은애(恩愛)가 깊은 것을 말한다.
[주D-004]공야장(公冶長)이……받은 것 : 《논어》 공야장(公冶長)에 “공자(孔子)가 ‘공야장은
죄에 걸린 일이 있으나 그 자신의 죄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하였다.
즉 여기서는 죄없이 형벌을 받는 것을 말한다.
[주D-005]자석(胏石) : 폐석(肺石)과 같은 말로 재판이란 뜻이 있다. 주(周) 나라 때 폐석이라는
붉은 돌을 조정에 세우고 누구나 임금에게 아뢸 일이 있으면 그 밑에서 말을 상달하도록
하여 그릇된 관장을 처벌하였다.
典獄行空獄後般若道場文
蓮花寶座。如來爲兩足之尊。貝葉雄詮。般若極二空之旨。歸崇允篤。報應遄加。顧循眇眇之資。司牧
元元之類。惟刑是恤。竊思伯禹之泣辜。諸罰所加。恐有冶長之非罪。況盛夏敲篜之節。豈生人楚毒之
時。尋命有司。盡寬庶獄。冀託空門而乞援。永蠲胏石之受辭。玆敞熏筵。俾揚靈典。庶有加之悃愊。
格無礙之照詳。不惟囹圄之空虛淸淨以理。抑亦國家之閑暇優遊爾休。
○나라에서 이십육분공덕(二十六分功德)을 비는 도량문
몽수(夢授)의 비문(祕文)은 신승(神僧)의 이상한 권촉(勸囑 권하고 당부한 것)이요, 마음에 바른
생각은 마음의 집에 두루 보존하나이다. 돌아보건대 미약한 몸이 대보(大寶 임금을 가리킴)의
자리에 있어 항상 짐독(酖毒)을 징계하느라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으며 더구나 점괘를 살펴보니
삼추(三秋)의 계절을 조심해야겠으므로, 이에 정법(正法 불법을 이름)에 의탁하여 큰 음덕을
빌려고 오덕(五德)을 갖춘 진류(眞流)를 초빙하여 시방(十方)의 성호(聖號 부처의 명호)를 전송
(轉誦)하나이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부처님의 힘을 받들고 다시 신위(神威)를 빌어 환난을 미연에
사라지게 하고 인시(麟時)의 시대를 잘 넘기며 강년(降年 하늘이 내려 준 나이)이 오래고 미수
(眉壽)의 상서를 더하게 하소서.
[주D-001]몽수(夢授)의 비문(祕文) : 부처나 보살이 직접 꿈에서 전수해 주는 경문이나 진언
(眞言).
[주D-002]짐독(酖毒) : 사람을 죽이는 짐새의 독. 전의(轉意)하여 사람을 해치거나 불선(不善)에
빠뜨리는 독소(毒素). 곧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 등의 번뇌.
[주D-003]오덕(五德) : 비구(比丘)가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덕. 포마(怖魔)ㆍ걸사(乞士)ㆍ정계
(淨戒)ㆍ정명(淨命)ㆍ파악(破惡).
[주D-004]인시(麟時)의 시대 : 중국의 춘추 시대 노(盧) 나라의 역사인 《춘추(春秋)》를 인경
(麟經)이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이와 같이 어지러운 시대를 말한다.
國卜二十六分功德道場文
夢授祕文。異矣神僧之勸囑。心生正念。遍諸靈府以護持。顧以眇躬。臨于大寶。常懲酖毒。尙無一日
之安。況考龜謀。當毖三秋之節。斯投正法。覬借丕庥。招五德之眞流。轉十方之聖號。伏願仰承覺力。
更仗神威。消患未然。善涉鱗時之代。降年有永。益延眉壽之祺。
○동림사(東林寺)에서 역병(疫病) 그치기를 비는 소룡도량문(召龍道場文)
진승(眞乘 방편으로 말한 교법에 대하여 진실한 교법)은 가장 오묘하여 부처님과 부처님이 서로
호지(護持)하시고 잘 부촉(付囑)함이 있어, 사람이나 사람 아닌 것이나 모두 기뻐하는 바이니
진실로 부지런히 받들면 바로 자비의 은혜를 입나이다. 돌아보건대 시령(時令)이 화기를 상하여
온 백성들이 역질(疫疾)에 걸렸나이다. 임금은 백성들이 아니면 국토를 지킬 수 없으니 불쌍히
여겨서 구원하려는 마음을 어찌 감히 늦추겠습니까. 하늘이 내린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는
것이므로 가만히 기도할 요소(要所)를 헤아려 보니, 마땅히 법보(法寶 삼보 가운데 하나로 부처
가 말한 법문)에 의탁하여 부처님의 음덕을 빌어야 하겠나이다. 이에 각석(覺席 부처에게 기도
하는 연석)을 절에 베풀고 규장(虯藏)의 영문(靈文)을 부연하나이다. 원컨대 진리의 바람이 일어
나서 천하가 다 함께 즐겁고 편안하여 음양(陰陽)의 재앙이 없고 백성이 번영하여 모두 인수
(仁壽)의 지역에 오르게 하소서.
東林寺行疫病祈禳召龍道場文
眞乘最妙。佛與佛以護持。善囑猶存。人非人而歡喜。苟勤熏奉。尋沐恩慈。顧時令之傷和。亘民居而
被疫。后非衆罔與守。敢寬矜恤之心。天作孼猶可違。竊計禬禳之要。宜投法寶。用丐梵庥。陳覺席於
鴦廬。演靈文於虯藏。伏願眞風所作。環宇同加。將樂將安。永絶陰陽之寇。旣繁旣庶。咸躋仁壽之鄕。
○서경(西京) 흥복사(興福寺)의 본국세존재 겸 화엄경(本國世尊齋兼華嚴經)을 강하는 문
법신(法身)은 청정하여 해와 달의 광명(光明)과 같이 장엄하고, 성교(聖敎 불교를 이름)는 두루
융통하여 진사세계(塵沙世界 먼지나 모래와 같이 수많은 세계)를 감싸고 있나이다. 선왕(先王)
이래로 이를 높이고 받들어서 큰 조업이 오래도록 계속되고 넓어져 왔으며, 과인(寡人)은 이미
이루어 온 교훈을 본받아서 초겨울의 좋은 때를 당하여 사신을 배경(陪京 서경을 가리킴)에 보내
자비의 음덕을 사모하나이다. 이에 육시(六時 일주야를 말한다)에 훈연을 엄숙히 하여 강석(講席)
을 열고 구회(九會)의 극담(極談 부처의 말)을 부연하오니, 순수한 정성을 살피시어 빨리 오묘한
도움을 주소서. 나라의 기반이 공고하여 끝없이 아름다우며 백성들도 편안하게 제자리를 얻게
하소서.
[주D-001]법신(法身) : 진여(眞如) 법계의 이(理)와 일치한 부처의 진신(眞身). 빛깔도 형체도
없는 본체신(本體身).
[주D-002]구회(九會) : 석가(釋迦)가 화엄경(華嚴經)을 구회(九會)에 걸쳐 설하였다 하여
《화엄경》을 구회라고도 한다.
西京興福寺。本國世尊齋兼講華嚴文。
法身淸淨。莊嚴日月之光。聖敎圓融。包括塵沙之界。自先王而崇奉。延景祚之錦洪。肆予寡人。式是
成訓。當首冬之令序。遣膚使於陪京。祗仰慈庥。嚴六時之熏範。仍開講席。演九會之極談。庶諒純誠。
遄加妙援。措邦基於鞏固。無疆惟休。亘民宇以安寧。有截其所。
○서경 중흥사(重興寺)에서 금강경(金剛經)을 설하는 문 용왕환희원(龍王歡喜願)
이묘(二妙)의 참다운 근원은 일승(一乘 성불하게 하는 길은 하나뿐인 법화경의 교법을 말한다)의
극치(極致)로서 크고 깊고 미묘하고 현밀(玄密)하여 사불(四佛)이 보호하는 바요, 이를 선양하면
모든 중생들이 기뻐하나이다. 돌아보건대 덕이 없으면서도 외람되게 왕위에 올랐으나 일찍부터
내교(內敎 타교(他敎)에 대한 자교(自敎))로 향하는 정성을 힘쓰고 법(法)에 귀의하여 끝없는
복을 쌓아서 이 백성들을 편안하게 제도하려 하였나이다. 이에 선조의 이모(貽謀)에 따라 초겨울
에 좋은 날을 택하고 특별히 사신으로 절을 찾아가게 하여, 널리 고승들을 초빙하고 패문(貝文)의
말을 공손히 부연하나이다. 원컨대 물 속 깊이 잠긴 용이 상서를 올리고 바람과 비가 제때에 이르
도록 하여 백성들이 즐겁게 살고 집집마다 서로 경축하도록 하소서.
[주D-001]이묘(二妙) :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이란 제호(題號)의 묘(妙) 자를 풀이한 2
가지 묘.
[주D-002]사불(四佛) : 현재 현겁(賢劫) 초에 출세한 구류손불(拘留孫佛)ㆍ구나함모니불
(拘那含牟尼佛)ㆍ가섭불(迦葉佛)ㆍ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을 말한다.
同京重興寺。說金經文。龍王歡喜願
二妙眞源。一乘極致。弘深微密。爲四佛之護持。宣暢敷揚。遍群龍而歡喜。念惟涼德。叨履丕基。
早勤向內之誠。歸依於法。佇荷無邊之福。康濟斯民。玆遵先祖之貽謀。爰取孟冬之良日。特馳膚使。
祗扣精廬。旁招毳衲之流。俾演貝文之說。伏願潛鱗薦祉。導風雨於不迷。黔首樂生。擧室家而相慶。
○서경 금강사(金剛寺) 문두루도량문(文豆婁道場文)
덕화(德化)는 헤아릴 수 없이 넓으시어 널리 항하사(恒河沙 불국토(佛國土)는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다는 비유)의 찰토(刹土)에까지 미쳤으며, 그 힘이 더할 수 없이 크신 것은 신인(神印)의
문(門)보다 더 높은 것이 없나이다. 돌아보건대 덕이 적은 몸으로 외람되이 큰 조업을 이어받았
으므로 깊이 근심하여 앞날을 걱정하오나 아직도 나라를 안정시킬 장구한 계책이 없으니, 틈이
나고 사이가 벌어져 무너지고 해이해지는 추악한 풍속이 생기게 될까 두렵나이다. 이에 부처님의
구원에 의하여 뒷날에 다가올 재앙을 미리 없애려고 사신을 별경(別京 서경을 가리킴)에 보내어
청정한 절에 향연(香筵)을 베풀고 참된 승려를 초빙하여 비전(祕典)을 부연하나이다. 우러러
바라옵건대 방편(方便)으로 신통(神通)의 감응을 두루 빌어 주시어 병기는 거두어져 영원히 외적
(外敵)이 침범하는 우려가 없고 사직(社稷)이 장구하여 앉아서 중흥(中興)의 경사를 이루게
하소서.
[주D-001]신인(神印)의 문(門) : 신인종(神印宗)을 이름. 신인은 범어(梵語) 문두루(文豆婁)의
번역. 신라의 명랑화상(明朗和尙)이 당 나라에 가서 법을 배우고 돌아와서 세운 종파로
진언종(眞言宗)의 별파(別派)이며 고려초의 광학(廣學)과 대연(大緣)은 이 문파의 고승
이다.
同京金剛寺文豆婁道場文
化不可思。廣被恒沙之刹。力無能勝。莫尊神印之門。言念寡躬。叨承景祚。憂深慮遠。尙微綏馭之
長謀。隙發間。生恐有侵陵之獷俗。庶憑妙援。逆折遐衝。遣華使於別京。敞香筵於淨宇。召迎眞侶。
宣演祕詮。仰惟方便之私。曲借神通之應。兵戈韜戢。永無外侮之虞。社稷靈長。坐撫中興之慶。
○진강사(鎭江寺)의 오불(五佛)에게 올리는 재문(齋文)
물이 본성(本性)을 잃으면 재앙이 되므로 옛날부터 근심하였던 바이나, 부처님은 기연(機緣)에
따라 물(物)에 응하므로 구하시면 따르지 않는 것이 없나이다. 돌아보건대 저 대강(大江)은 이웃
나라를 끼고 있으며 해마다 민호(民戶)가 표류(漂流)하여 날마다 우리 강토가 깎이는데 구구한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기 어려워, 넓고 큰 부처님의 자비에 의지하여 그 신통력(神通力 무애
자재(無礙自在)한 부처의 힘)을 빌어야 되겠나이다. 이에 조정의 사신을 보내어 재(齋)의 의식을
엄숙히 하고 천주(天廚 하늘의 부엌. 전의하여 훌륭한 음식)의 청정한 재물을 장만하여 바닷가
에서 나는 이름난 향을 태우나이다. 원컨대 감로(甘露)로 널리 적셔 주고 거센 물결이 영원히
그쳐서, 천 리(千里)에 농사 짓고 뽕나무를 심어서 나라의 걱정이 없어지고 연화(烟火)가 모든
집에 이어져 두루 편안하게 사는 즐거움을 이루게 하소서.
鎭江寺五佛齋文
水失性則爲災。自古所患。佛隨機而應物。無求不從。眷彼大江。攝于隣國。歲漂流其民。戶日朘削於
我疆。以人力之區區。固難障塞。投覺慈之浩浩。佇借神通。玆遣朝臣。伻嚴齊範。辦天廚之淨饌。燒
海岸之名香。伏願甘露普霑。狂瀾永息。農桑千里。永無蹙國之虞。煙火萬家。盡遂安生之樂。
○국복연수신왕도량문(國卜延壽神王道場文)
천백 억의 화신(化身)이신 자비로운 부처님께서 널리 미묘한 장경(藏經)을 많이 선양하시고 십칠
신명(十七神名)의 성전(聖典)은 드러내시어 항하사(恒河沙)같이 많은 세계를 널리 이롭게 하나
이다. 돌아보건대 미약한 사람이 외람되게 임금의 자리에 올라 얼굴을 맞대고 사는 사람들과 상의
했으나 화복(禍福)의 근원을 알 수 없어서 바른 기틀로 돌이켜 나아가 길흉(吉凶)의 조절을 고찰
해 보니 재앙이 행해질 계절이므로, 월액(月厄 달의 재앙)이 싹트는 것을 방비하려 하나이다.
이에 부처님의 그늘에 의지하기 위하여 범채(梵采 기도하는 의식)를 베풀고 청정한 승려(僧侶)를
모아 옥축(玉軸)의 영전(靈詮)을 번역하오니, 수승한 인연에 의하여 부처님의 도움을 받아서 재앙
이 미연에 풀어지기를 마치 얼음이 녹듯이 하고 역복(曆服)이 끝없이 계속되기를 죽순(竹筍)이
쑥쑥 자라듯이 하게 하소서.
[주D-001]십칠신명(十七神名)의 성전(聖典) :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 곧 십칠지론(十七地論).
17신명은 신의 이름이 아니고 유가(瑜伽)의 관행(觀行)을 닦는 17경계를 말한다.
國卜延壽神王道場文
千百億化身之慈尊。廣宣妙藏。一十七神名之聖典。普利恒沙。言念沖人。叨臨大寶。聚門同域。莫窮
禍福之源。旋式正棋。伻考吉凶之漸。謂屬秋行之季。宜防月厄之萌。斯扣覺庥。式陳梵采。集毳衣之
淨侶。繙玉軸之靈詮。庶仗勝因。篤承慧援。釋災危之未兆。若氷渙然。享曆服之無疆。如竹苞矣。
○전옥(典獄)에서 옥(獄)이 비도록 행하는 도량문
부처님은 일을 위하여 때때로 세상에 나타내시어 널리 법음(法音)을 부연하시고, 임금은 백성이
아니면 국토를 지킬 수 없으므로 나라에는 인정(仁政)을 행하는 것이 귀중하나이다. 생각건대
미약한 자질로 갑자기 군생(群生)을 거느리게 되었는데 상덕(常德)이 부족해서 비록 백성이 심복
(心服)하지는 않지만 오직 형(刑)을 주는 것을 불쌍히 여겨 송사가 없어지도록 하려는 마음은
간절하나이다. 이에 유사(有司)에 칙명(勅命)을 내려 죄수들을 감옥으로부터 전부 석방하라
하였고 부처님의 음덕을 힘입어 영원히 금과(金科 형정(刑政)을 이름)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훈연(熏筵)을 열고 특별히 옥축(玉軸)을 읽어 올리도록 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를
널리 통감하시고 빨리 자비의 음덕을 빌려 주시어, 백성들의 풍속이 순후(淳厚)하게 되어 나라의
금법(禁法)에 걸리지 않으며 세상은 태평의 경사를 이루어 나라의 기반이 영원히 견고하게 하소서.
典獄行空獄道場文
佛爲事時一現世。廣演法音。后非民罔與守邦。貴行仁政。念循眇質。奄御群生。厥德靡常。雖不孚於
心服。惟刑之恤。切欲至於訟衰。玆下勑於有司。悉縱囚於非所。庶蒙梵蔭。永不用於金科。祗敞熏筵。
俾特繙於玉軸。洪惟覺鑑。遄借慈庥。民趨淳厚之風。無干國禁。世致泰平之慶。永固邦基。
○망산루(望山樓) 위에서 비를 비는 도량문
부처님께서 만물을 구제하기 위하여 감로(甘露)의 법문을 부연하시고, 한발(旱魃)의 재난에 큰
구름의 그늘을 빌려 주시나이다. 생각건대 부덕한 몸이 외람되게 큰 조업을 감당하게 되었으나
형정(刑政)의 잘못이 여러 번 음양의 기(氣)를 손상시켜 봄부터 비가 오지 않아 땅을 적셔 주지
않더니, 여름에 들어서는 더욱 건조하여 마치 불이 타는 듯하며 푸른 하늘에 호소해도 들어주지
않아 적지(赤地)를 바라보며 긴 한숨만 지을 뿐입니다. 당초 파종(播種)할 때 시기를 잃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미 파종한 것을 가꾸는 것은 아직 가망이 있는 일입니다. 이에 부처님의 자비
에 의하여 널리 제도해 주심을 받아야 하겠으므로 승의(塍衣)의 승려를 소집하여 불경(佛經)을
선양(宣揚)하나이다. 이 정성을 살피시어 부호(扶護)하시고 충분히 땅을 적시도록 3일 간의
장맛비를 내려 곡식이 여물게 하여 마침내 온 창고가 가득 차는 경사를 부르게 하소서.
[주D-001]감로(甘露) : 아밀리다(阿密哩多)의 음역으로 불사천주(不死天酒)라 번역한다. 천하가
태평하면 이 단 이슬이 내린다고 하는데 불교에서는 불타의 교법이 중생을 제도하는 것을
비유한다.
望山樓上雲雨道場文
覺皇救物。演玆甘露之門。旱魃爲災。借以大雲之蔭。念循否德。叨荷丕基。迺緣刑政之差。屢感陰陽
之氣。自春不雨。吝若屯膏。入夏愈乾。赫如觀火。呼蒼天而莫聞。覩赤地以長吁。當始種而失時。已
無可奈。在旣耕而望耨。猶有庶幾。玆扣等慈。佇蒙洪濟。召集塍衣之侶。敷揚貝牒之編。庶諒誠虔。
僉加扶護。旣霑旣足。克宣三日之霖。實栗實堅。終叶千箱之慶。
○십원전(十員殿)에서 행하는 향문
이심전심(以心傳心)은 비록 유위법(有爲法)을 끊은 것이나 다만 부처마다 응공(應供)의 문을 열어
놓았으므로, 선조께서 임금이 되신 이래로 조사(祖師)께서 서천(西天)에서 오신 뜻에 응하여,
삼엄한 절에 도량을 설치하고 향상(向上)의 종승(宗乘)을 선양하여 끝없는 범복(梵福 부처가 되는
복)에 의뢰하려 하나이다. 그 의식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옛 법을 어기지 않았으므로 이에 좋은
때를 가리고 청정한 음식을 엄숙히 준비하여, 천폭륜상(千輻輪相)을 우러러 귀의하는 성의를 다
하고 한 줌의 단향(檀香)을 피워 올려 정성스러운 기도를 거듭 올리나이다. 정성이 이르는 곳에
부처님의 도우심이 즉시 더하여, 역복(曆服)이 무한하여 길이 행복을 누리며 국가가 태평하여
영원히 아름답게 하여 주소서.
[주D-001]이심전심(以心傳心) : 말로써 다하지 못할 이법(理法)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불립문자(不立文字)의 법문.
[주D-002]유위법(有爲法) : 인연으로 말미암아 조작되어 일체의 현상으로 나타나는 법.
[주D-003]응공(應供) : 응수 공양(膺受供養)의 준말로 온갖 번뇌를 끊어서 중생의 공양에 응하는
것.
[주D-004]조사(祖師)께서……오신 뜻 : 선종(禪宗)의 초조(初祖) 달마(達磨)가 전한 불법의
근본의(根本義), 곧 선(禪)의 진면목(眞面目)을 말한다.
[주D-005]향상(向上)의 종승(宗乘) : 지극한 상승(上乘)인 종문(宗門).
[주D-006]천폭륜상(千輻輪相) : 32상(相)의 부처의 발바닥에 있는 천 개의 바퀴살 같은 인문(印文).
이것은 모든 법이 원만함을 나타내는 상이라 한다.
十員殿行香文
以心傳心。雖絶有爲之法。惟佛與佛。亦開應供之門。自先格南面以還。嚮祖師西來之意。直於禁宇。
置此道場。譚向上之宗乘。資無邊之梵福。式至今日。不愆舊章。玆㳙選於良辰。特蠲嚴於淨饌。仰千
輻輪想。痛罄瞻依。拈一瓣檀香。虔申熏奉。至誠所格。妙蔭卽加。延曆服之綿洪。永于多享。措邦家
於康泰。終然允臧。
○홍경원(弘慶院)에서 행하는 아타파구위대장군도량문(阿吒波拘威大將軍道場文)
부처님의 자비는 광대(廣大)하여 만물을 이롭게 하는 수승한 법문(法門)을 열었고, 신통력(神通力)
은 맹렬하고 장엄하여 세상을 보호하는 신령한 감응을 나타내시나이다. 생각건대 때를 얻어서 계숙
(季叔)에게서 이어받은 조업이 간난(艱難)하여 업(業)은 천중(千中)에 응하지 못하였고 기한은
거의 백육회(百六會)에 이르렀나이다. 더구나 세성(歲星)의 운행이 도성(都城)을 누르고 금성(金星)
과 목성(木星)이 상극(相克)하며 또한 시령(時令)이 역법(曆法)에 맞지 않고 음양이 여러 번 어기
었나이다. 아, 나는 보잘것없는 자질로 이 뚜렷한 변고 때문에 밤낮으로 근심하고 두려워하기를
깊은 못의 얼음을 밟는 듯하여 떨리나이다. 이에 잘 구제해 주시는 사정에 의하여 미리 나타나지
않은 환난을 막기 위하여, 법연(法筵)을 절에 베풀고 불경(佛經)의 미묘한 말을 선양하나이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감로가 널리 젖고 불법(佛法)의 바람이 두루 창달하여 창과 방패를 모으고 활과
화살을 거두어, 사방에 걱정이 없어지고 사직을 보호하며 백성을 화합하게 하여 만세에 길이 힘입
게 하소서.
[주C-001]아타파구위대장군(阿吒波拘威大將軍) : 범어로서 십육대야차대장(十六大夜叉大將)의 하나
인데 광신귀신대장(曠神鬼神大將)이라 번역한다. 밀교(密敎)의 대원수명왕(大元帥明王).
그가 말한 다라니(多羅尼)를 외는 사람은 악인(惡人)ㆍ악귀ㆍ악수ㆍ독충 등의 해를 자기
가 원하는 대로 벗어날 수 있다 한다.
[주D-001]계숙(季叔) : 이 글은 강종(康宗)이 재위할 때인 1212~1213년 사이에 작자가 권보직한림
겸수제(權補直翰林兼修製)로 있을 때 강종의 명을 받아 지은 것이다. 계숙은 신종(神宗)
을 가리킨 것 같다. 강종은 명종(明宗)의 장자(長子)로서 1173년 왕태자(王太子)로 책봉
되었으나 1197년 최충헌(崔忠獻)에 의해 부왕(父王)이 폐위되자 부왕과 함께 강화도
(江華島)로 쫓겨나고 계숙인 신종이 즉위하였었는데, 1210년에 다시 돌아와서 1211년에
즉위했다.
[주D-002]업(業) : 몸ㆍ입ㆍ뜻으로 짓는 말과 동작과 생각하는 것과 그 세력을 말하는 것으로 곧
의념(意念)이며, 이것이 뜻을 결정하여 선악(善惡)을 짓게 하여 업이 생긴다.
[주D-003]천중(千中)에……못하였고 : 천중은 천중무일(千中無一). 정토문(淨土門)에서 정토왕생
(淨土往生)을 기원하여 한마음으로 염불만을 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아미타불의 정토에
왕생하나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닦는 사람은 천에 하나도 왕생할 수 없다는 말. 여기서는
아직도 일심으로 염불하는 경지에 이르지 못했음을 말한다.
[주D-004]백육회(百六會) : 액운(厄運)을 말한 것으로 4천 5백세가 1원(元)이 되고 1원 중에 9액이
있는데 양액(陽厄)은 5고 음액은 4며 양액은 한액(旱厄)이고 음액은 수액(水厄)인데, 1백
6은 양액이므로 한 해를 말한다.
[주D-005]세성(歲星) : 5성(星)의 하나인 목성(木星)으로 1년에 1사(舍)를 행하여 12년에 하늘을
한 바퀴 돈다 한다.
弘慶院行阿咤波拘威大將軍道場文
佛慈廣大。開利物之勝門。神力猛嚴。現護世之靈應。伏念乘時季叔。襲位艱難。業未應於一千。限幾臨
於百六。況歲行正壓於城都。而金木相剋。抑時令不孚於法曆。而陰陽屢愆。嗟予蕞爾之資。鍾此顯然之
變。夙夜憂懼。淵氷戰兢。庶憑善救之私。逆杜未萌之患。敞法筵於寶宇。宣貝藏之微言。伏願甘露普霑。
眞風旁暢。戢干戈櫜弓矢。四方無虞。保社稷和人民。萬世永賴。
○봉은사(奉恩寺) 연등도량문(燃燈道場文)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시어 만물을 이롭게 하는 묘문을 널리 열었고 천축(天竺)에서 성을 돌며
처음으로 등불을 밝히는 청정한 법석이 시작되었나이다. 이 의식은 선조로부터 숭상해 오던 전례
(典禮)로서 후손에까지 유광(流光 조상 때부터의 은덕)이 미쳤나이다. 생각건대 미약한 사람이
기성의 교훈에 따라 춘약(春籥 《주례(周禮)》의 춘관약사(春官籥師)의 약어)에게 좋은 밤을 가려
법석(法席)을 절에 엄숙히 베푸니, 천 개의 아름다운 촛불 등잔은 찬란한 광명의 바다를 이루었고
백 가지 맛의 진귀한 음식은 풍성한 공양의 구름을 일으킨 듯하나이다. 수승한 인연을 맺는 곳에
그 감응이 즉시 통하나이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이에 상서로운 조짐이 이르고 역복(曆服)은 더욱
오래어 나라의 앞날이 길이 편안함이 마치 구정(九鼎)을 정한 듯이 견고하고 백성들도 모두 경사
를 함께 하여 마치 누대에 오른 듯이 기쁘게 하소서.
[주D-001]구정(九鼎) : 천하(天下)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국기(國基)를 튼튼히 하는 것을
말한다. 하우씨(夏寓氏)가 구주(九州)의 쇠를 모아서 만든 솥인데 주 무왕(周武王)이
은(殷) 나라를 쳐 이기고는 구정을 낙읍(洛邑)에 옮겨 놓았다.
奉恩寺燃燈道場文
梵雄出世。廣開利物之妙門。竺域繞城。始唱燃燈之淨範。自先格而崇典。洎後葉以流光。言念沖人。
式遵成訓。卜良宵於春籥。嚴覺席於金園。蕙炷千釭。爛若光明之海。珍羞百味。靄然供養之雲。所締
勝因。卽通他鑑。伏願禎祥滋至。曆服彌長。措國步於永寧。固如定鼎。亘民區而同慶。煕若登臺。
○왕후전 환원불우통행재문(王后殿還願佛宇通行齋文)
부처님의 보살피심은 헤아릴 수 없어서 정성을 드리는 이의 소원을 곡진하게 이루어주시니, 지성
에 감응하심이 이르는 곳에 어찌 감히 감사하여 보답하는 의식을 어기겠나이까. 생각건대 미약한
이 몸이 내곤(內壼 내전(內殿)과 같음)을 편안케 하려고 바야흐로 봄이 시작될 때에 절에 의탁하여
귀의하였던바 해가 다한 오늘까지 초방(椒房 후비(后妃)의 궁전)의 복을 누리게 되었나이다.
이에 교맹(皎盟 허식 없이 깨끗한 부부(夫婦)의 맹세)의 간절한 성의를 실천하고 구구한 본래의
믿음을 다하려고 정성드려 정과(淨科 재계를 이름)를 살피고 훈석을 엄숙히 하였사오니, 우러러
바라옵건대 신통의 감응이 있고 이에 다시 보살펴 주시고 돌보아 주시는 자비를 더하시어 그에게
창성함을 내려 주시고 천재(千載)에 수기(壽祺)를 보장하며 또 보좌를 잘하여 풍화(風化)가 세상에
파급되게 하소서.
王后殿還願佛宇通行齋文
妙鑑難思。曲遂祈永之懇。至誠所格。敢愆報謝之儀。言念眇躬。圖寧內壼。方春尹난001始。投奈苑以
歸心。卒歲于今。見椒房之享福。爰踐皎盟之旦旦。益輸素信之區區。祗按淨科。聿嚴熏席。仰冀神通之
應。更加攝護之慈。俾爾熾昌。保壽祺於千載。又當輔佐。播風化於四方。
[난-001]尹 : 尹疑伊
○서경(西京) 중흥사(重興寺)에서 금강경을 설하는 문 용왕환희원(龍王歡喜願)
연대(蓮臺 연꽃으로 만든 대)의 부처님께서 밀장(密藏)을 열어서 부연하시니, 수부(水府)의 잠령
(潛靈 용궁의 정령, 곧 용왕(龍王)임)들이 그 미묘한 말을 듣고 기뻐하나이다. 생각건대 임금의
지위에 오른 후 선조의 이모(貽謀)에 따라 겨울의 좋은 때를 가렸던바 마침 이때입니다.
이에 자추(紫樞)의 가까운 신하를 보내어 절을 찾아가서 훈석을 베풀고 육화(六和)의 청정한 승려
를 초빙하여 이묘(二妙)의 참다운 근원을 선양하오니, 이 경을 선양하는 공덕으로 비늘 달린 족속
들이 다 함께 경사가 있게 하고 음양이 어긋나지 않아 화평한 기운이 넘쳐흐르고 바람과 비가
항상 고르게 되어 곡식들이 잘 여물게 하소서.
[주D-001]자추(紫樞) : 자(紫)는 자금성(紫禁城), 추는 중추(中樞)를 이른 것으로서 곧 임금이
있는 대궐을 말한다.
[주D-002]육화(六和) : 육화경(六和敬)의 약어. 보살이 중생과 화경(和敬)하여 중생과 같이하는
데 6종이 있다. 동계화경(同戒和敬)ㆍ동견화경(同見和敬)ㆍ동행화경(同行和敬)ㆍ신자화경
(身慈和敬)ㆍ구자화경(口慈和敬)ㆍ의자화경(意慈和敬).
西京重興寺。說金經文。龍王歡喜願
蓮臺妙覺。開祕藏以演宣。水府潛靈。聞微言而歡喜。念登君位。祗率祖謀。㳙玄籥之令辰。維其時矣。
輟紫樞之邇輔。于以送之。伻扣精廬。式張熏席。邀六和之淨侶。暢二妙之眞源。舌本所揚。鱗宗同慶。
陰陽不僭。迎協氣之橫流。風雨恒調。致嘉生之大稔。
○수문전(修文殿)에서 행하는 불정도량문(佛頂道場文)
보기 드문 세존(世尊)께서 널리 삼승(三乘)의 해장(海藏)을 부연하셨으나 가장 존귀한 신주(神呪)
로는 다만 천엽(千葉)의 연화주(蓮華呪)를 일컫는 바이므로 진실로 간절히 받들고 선양하오니
바로 보호를 더해 주소서. 생각건대 선조의 서통을 이어받아 나라의 기반을 보호하고 백성들이
짐을 부리고 쉬도록 하는 것은 조정의 정사에 관계되는 일이지만 부처님께서는 오히려 정수리의
공덕(보통 사람이 가진 두 눈 외에 일체의 사리를 아는 특별한 안력)이 더 있으시니, 이 법문을
숭상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나이다. 이에 옛 규범에 따라 훈연을 베풀고 자비의 감통하심을
사모하여 이 미묘한 말을 전독(轉讀)하오니, 정성스럽게 닦음을 살피시어 즉시 미묘한 구원을
더하시어 많은 복을 받도록 하시고 구시(久視)의 기간을 오래 연장하며 조민(兆民)이 번성하여
길이 태평한 조업을 어루만지게 하소서.
[주D-001]삼승(三乘) : 부처가 중생을 태우고 생사(生死)의 바다를 건너는 세 가지 교법.
성문승(聲聞乘)ㆍ연각승(緣覺乘)ㆍ보살승(菩薩乘).
修文殿。行佛頂道場文。
希有世尊。廣演三乘之海藏。最尊神呪。獨稱千葉之蓮華。苟切奉揚。尋加保護。念承祖統。圖保邦基。
民所息肩。雖或關乎朝政。佛猶加頂。莫如崇此法門。祗率舊章。寔張熏範。仰止慈悲之鑑。轉玆微密之
言。庶諒精修。卽加妙援。膺受多福。茂延久視之期。阜成兆民。永撫丕平之業。
○전염병이 그치기를 비는 소룡도량문(召龍道場文)
운운. 여래(如來)께서는 전염병을 섭수(攝受)하시어 질병에 응하여 약을 써 주시며 어진 임금은
사람을 구원하는 정사를 베풀되 마치 자기가 구렁에 빠진 것처럼 간절하게 여기나이다. 진실로
높이고 받들어 행하면 즉시 신령스러운 가호를 받게 되나이다. 생각건대 박덕한 사람이 외람되게
중대하고 어려운 자리를 이어받아 항상 백성에게 마음을 써서 한 사람이라도 제자리를 잃은 이가
없게 하려 하나이다. 흉년이 들면 추(鄒) 나라 백성들이 죽어서 구렁에 구르는 것과 같이 될까
염려하고, 더위가 찌는 듯하면 주후(周后)가 더위 먹은 이를 부채질해 준 일과 같이할 것을 기
하려 하는데, 하물며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차마 잠시라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의 자비에 의탁하여 잘 구원해 주실 것을 빌며 가장 수승한 진전(眞詮)을 선양하여 영부
(靈府)로 하여금 함께 기뻐하게 하여 주시기를 바라오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대화(大和 음양이
조절된 원기)의 부채로 오래된 병을 쓸어버리시고, 순수한 복을 독실하게 하시어 국가의 안녕을
이루게 하소서.
[주D-001]섭수(攝受) : 중생의 사정을 받아들여 진실교에 들어가게 하는 중생 교화의 순적 방법
(順的方法). 이에 대한 역적 방법은 절복(折伏).
[주D-002]주후(周后)가……준 일 :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에 “주 무왕(周武王)이
더위먹은 사람을 나무 그늘 밑에 옮겨 놓고 부채질을 해주었다.” 하였다.
疾疫祈禳召龍道場文
云云。如來攝疫之門。應病投藥。仁主恤人之政。若已納隍。苟尊閣以奉行。卽靈承於護蔭。念循涼薄。
叨襲重艱。常以百姓而爲心。庶無一物之失所。年其饑嗛。猶恐鄒民之轉溝。暑或敲蒸。尙期周后之扇暍。
況復有罹於疾病。可能忍視於須臾。期託等慈。仰祈善救。俾暢眞詮之最勝。庶令靈府以同歡。伏願扇以
大和。掃里閭之沈頓。篤于純嘏。致家國之寧安。
○강안전(康安殿) 계월태세도량문(季月太歲道場文)
삼신(三身)의 부처님께서 현묘한 장경을 부연하시면 백부(百部)의 영관(靈官)들은 그 미묘한 말을
듣고 기뻐하나이다. 돌아보건대 미약한 몸이 어려운 직위를 맡아 천리(天吏 그 달에 있는 흉신
(凶神))가 서로 잇달으니 이러한 근심이 차츰 더해갈까 두려운데, 후기(后祇 토신(土神))가 바야
흐로 왕성하여 더욱 발설(發洩)의 재앙이 걱정되므로 이에 승려를 소집하여 성전(聖典)을 널리
선양하나이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 호념(護念)하는 곳에 신(神)이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이 없어서 거처하는 데 길이 강녕(康寧)한 경사가 있도록 감싸 주시고 장구하게 호고(胡考 장수
를 이름)의 아름다움을 더하게 하소서.
[주D-001]백부(百部)의 영관(靈官) : 지국천(持國天)에 딸린 건달바(乾闥婆), 증장천(增長天)에
딸린 구반다(鳩槃茶) 등의 온갖 부(部)에 딸린 여러 귀관(鬼官)들을 말한다.
[주D-002]발설(發洩)의 재앙 : 음란한 풍속을 이른다. 《춘추좌전(春秋左傳)》 양공(襄公) 14년에
증음발설(增淫發洩)이라 하였다.
康安殿季月大歲道場文
三身覺帝。開妙藏以演宣。百部靈官。聞微言而歡喜。眷惟沖眇。職此艱難。天吏相循。常懼虞疑之漸。
后祇方王。益憂發洩之災。招集緇流。暢弘聖典。伏願佛所護念。神罔怨恫。爰處爰居。求擁康寧之慶。
可長可久。益延胡考之休。
○법왕사(法王寺) 팔관설경문(八關說經文)
삼주(三舟)의 일월(一月)이라 한 것은 비록 모든 법이 한 가지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 것이지만
오수(五水)와 천병(千甁)을 쓰는 것은 팔관(八關)의 청정한 계율에 뚜렷하므로 선조로부터 깊이
믿어서 갑령(甲令) 중에 끊이지 말 것을 밝혀 놓았나이다. 어리석은 후손은 이전의 규범을 준수
하여 중동(仲冬)의 좋은 날을 당하여, 넓은 뜰에 융성한 전례(典禮)를 베푸나이다. 돌아보건대 이
종과 북으로 풍악을 모두 벌여 놓은 것은 나만이 즐기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하늘이 다함께
기뻐하려는 것이며 이런 까닭에 태평년(太平年)을 열었나이다. 바로 아름다운 성(城)에 나아가
불사(佛事)를 엄숙히 하고 취봉(鷲峯)의 개사(開士 원래 보살을 번역한 이름인데 고승(高僧)으로
씀)를 초빙하고 용주(龍柱)의 영문(靈文)을 부연하오니, 원컨대 불력(佛力)의 가지(加持 부처의
자비가 중생에게 더하고 중생의 심신이 부처의 마음에 감명됨)함을 받들게 되어 온 민심(民心)이
편안함을 기뻐하며, 온 나라가 크게 행복을 이루고, 먼 곳도 회유(懷柔)되지 않은 곳이 없어서,
만세의 경사스런 기반을 보호하고 자손에게 전함이 끝이 없게 하소서.
[주D-001]삼주(三舟)의 일월(一月) : 하나의 달을 세 척의 배에 탄 사람들이 각기 다른 눈으로
본다는 뜻으로, 모든 법이 각기 다르고 각자가 보는 법이나 수도(修道) 방법이 다르지만
극치(極致)에 이르러서는 다 같다는 비유.
[주D-002]오수(五水)와 천병(千甁) : 오계(五戒)와 천위의(千威儀). 즉 온갖 재계(齋戒)를 이른다.
[주D-003]팔관(八關)의 청정한 계율 : 중생을 죽이지 말라, 음행(淫行)하지 말라, 훔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술을 마시지 말라, 꽃다발을 쓰거나 향을 바르지 말고 노래하며 풍류를
잡히지 말며 가서 구경하지도 말라, 높고 크게 잘 꾸민 평상에 앉지 말라, 때 아닌 때에
먹지 말라의 8계이다.
[주D-004]사람과 하늘 : 육취(六趣)에서 인간계(人間界)와 천상계(天上界)의 모든 중생들.
[주D-005]태평년(太平年) : 고려 때부터 시작되어 진연(進宴) 때 쓰던 풍류의 이름이다.
法王寺八關說經文
三舟一月。雖諸法之同歸。五水千甁。獨八關之淨戒。自先祖而深信。著甲令之不刊。言念後侗。式遵
前典。當仲冬之令月。張盛禮於廣庭。顧鍾鼓之畢陳。非以自樂。欲人天之同悅。因啓太平。玆卽香城。
寔嚴梵事。邀鷲峯之開士。演龍柱之靈文。伏願承佛力之加持。亘民心而康豫。致庶邦之丕享。無遠不
懷。保萬世之慶基。垂裕罔極。
●초소(醮疏)
○본명초례삼헌문(本命醮禮三獻文)
초헌(初獻)
하늘은 높고 별은 멀어서 그 운행하는 기미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지만 도(道)가 생기고 덕(德)이
쌓이는 근본이 되는 것이라, 이에 법초(法醮)를 엄숙하게 받드오니 영(靈)은 흠향하시기 바라나이다.
아헌문(亞獻文)
부열(剖裂)해 받은 원정(元情 각자의 천성적인 본래의 성정(性情))은 일찍 생성(生成)의 조화(造化)
에 힘입은 것이므로 제물을 올려 믿음을 밝히려고 이에 정결한 의식을 베푸오니, 이 순수한 정성을
살피시어 더욱 큰 복을 더하여 주시기 바라나이다.
삼헌 청사(三獻靑詞)
하늘은 기(氣)로 인하여 성립되어 비록 자리한 것이 지극히 허령(虛靈)하지만 사람은 천명(天命)
을 받고 태어났으니 감히 하늘이 주신 것을 저버릴 수 있나이까. 생각건대 박덕하고 우매한 사람
이 외람되게 영성(盈成)한 자리를 지키자니 마치 깊은 곳에 떨어질 것만 같아 비록 어려운 직임
이나마 삼가서, 위에 있다고 생각지 않고 공경하여 두려워하는 마음을 부지런히 해야 하나이다.
더구나 정사에 처음으로 임하게 된 때라 마땅히 충심에서 우러나오는 성의를 다해야겠으므로 이에
전사(典祀)를 숭상하여 진유(眞遊 선관의 행차)의 왕림하심을 바라오니 묘묵(杳黙)의 정령(精靈)
께서는 빨리 제시(提撕 이끌어서 도와줌)하는 힘을 빌려주시어 재앙은 얼음 녹듯 하고, 복은 구름
같이 이르러 나 한 사람으로 이 나라를 화목케 하고 향년(享年)이 영원하며 백성과 더불어 그
이익을 함께하고 세상을 위하는 것이 더욱 오래게 하소서.
[주D-001]묘묵(杳黙)의 정령(精靈) : 무성 무취(無聲無臭)한 천지 만물(天地萬物)의 본체(本體),
즉 천제(天帝)를 가리킨다.
本命醮禮三獻文
初獻
天高也星遠也。不顯其機。道生之德畜之。所因者本。祗嚴法醮。覬借靈歆。
亞獻文
剖裂元情。夙荷生成之化。薦羞明信。寔陳蠲潔之儀。冀諒純誠。僉加景貺。
三獻靑詞
天乘氣而立。雖宅至虛。人受命以生。敢孤洪造。念循寡昧。叨守盈成。若將隕深。雖愼艱難之寄。
無曰在上。尙勤寅畏之心。況臨資始之辰。宜罄由中之素。玆崇典祀。佇枉眞遊。仰惟杳默之精。遄
借提撕之力。致令災危氷泮。福履雲臻。予一人輯爾邦。享年有永。與百姓同其利。爲世尤長。
○기은직수배성문(祈恩直宿拜星文)
음양의 기(氣)를 조정하여 상궁(上穹)에 형상을 나타내고 갑을(甲乙)의 차례에 따라 하계(下界)의
사람을 관장(管掌)하나이다. 생각건대 미약한 자질이 다행히도 소림(炤臨 신명(神明)의 강림(降臨),
또는 조림(照臨))하시는 영광에 힘입어서 정성(精誠)을 더하여 특별히 재명(齋明 제사를 위하여
심신을 깨끗이 함)의 제사를 베풀고 머리와 손을 조아리며 절하고 무릎 꿇고 기도하는 의식을 행하
오니 선유(仙遊)를 굽혀 오셔서 믿음의 재물을 모두 흠향하시고, 하늘이 보우(保佑)하여 많은 아름
다운 복을 받으며 향국(享國)이 장구하며 태평의 경사를 보존하게 하소서.
祈恩直宿拜星文
馭陰陽之氣。著象上穹。隨甲乙之行。管人下界。言念眇微之品。幸依臨炤之光。加精致誠。特展齋明
之祀。稽首拜手。伻伸祈叩之儀。庶枉仙遊。曲歆信薦。自天保佑。俾膺滋至之休。享國久長。丕擁太
平之慶。
○나라에서 십일요 이십팔수(十一曜二十八宿)에 비는 초례문(醮禮文)
별은 정기(精氣)가 올라가 하늘에 열립(列立)한 것이라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바이고, 신명(神明)
은 응변(應變)하여 물(物)에 통하므로 진실로 제물(祭物)을 올리고 오로지 위사(危辭)를 아뢰어
밝게 들으심을 바라나이다. 생각건대 신(臣)은 잔약한 자질로 무거운 권한을 이어받아 비록 깊은
못에 다다른 듯이 조심하지만, 재앙은 소홀한 데서 생기는 것이므로 일찍 그 조짐을 막을 방법을
꾀하려 하나이다. 더구나 점괘의 징조에 의하여 의심을 풀어 보건대 난참(鸞驂 선관의 행차)이
강림(降臨)하실 복을 얻게 되었으므로 이에 도가(道家)의 규범에 따라 법단(法壇)을 세웠으니,
향기롭고 아름다운 의식을 흠향하시고 높은 데서 돌아보아 주심을 내리시어 이 경사를 돈독케
하시며 큰 명(命)이 끝이 없어서 영원히 아름답고 융성한 판도가 장구하게 하소서.
國卜十一曜二十八宿醮禮文
星宿騰精而列于天。人所瞻仰。神明應變而通乎物。信可薦羞。輒貢危辭。敢干聰聽。伏念臣以眇沖之
質。承重大之權。念至於憂。雖軫臨深之抱。禍生所忽。尙圖杜漸之方。況憑龜兆。以稽疑合。屈鸞驂
而徼福。玆循道範。式峙法壇。庶歆苾苾之儀。僉墮高高之眷。則篤斯慶。延景命之無疆。永孚于休。
保昌圖於可久。
○성변(星變)이 그치기를 비는 십일요소재도량문(十一曜消災道場文)
주군(州郡)이나 국도(國都)의 관청(官廳)이나 궁전의 형상은 건문(乾文 천문(天文)과 같다)에
나타나고 거동과 말과 보고 듣는 것의 허물은 하늘의 꾸지람을 격동시키게 되는 것이므로 정성을
베풀고 우러러 그윽한 상서를 비나이다. 생각건대 신은 어질지 못한 자질로 외람되게 백성의 우두
머리가 되었으나 제왕의 기강(紀綱)은 차츰 해이해져서 임금의 권위가 쇠퇴하고 정치가 문란해지
는 근심을 감당치 못하겠고 나라의 앞날이 이에 위험하여지매 항상 철류(綴旒 신하가 권력을 쥐고
임금은 허수아비가 되는 것)의 두려움이 있나이다. 더구나 일관(日官)이 변고를 관찰한 보고를
받건대 성도(星度 별이 운행하는 도수)가 정상을 잃었다고 여러 번 말하나이다. 이것은 사람을
사랑하여 그로 하여금 닦고 반성(反省)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니, 진실로 깊이 자신을 책망하지
않으면 어떻게 이 재앙을 소제(消除)하겠나이까. 이에 정성을 다하여 특별히 법사(法事)를 엄숙
하게 하고 황관(黃冠 도사(道士)의 관)의 도려(道侶)를 모아 자급(紫笈 도가의 경전)의 영문(靈文)
을 외나이다. 바라건대 굽어 흠향하시고 도움을 더해 주시어 삼신(三辰 해와 달과 별)의 궤도
(軌道)가 다시는 잘못되는 재앙이 없고 사방이 태평하며 영화로운 경사를 이루게 하소서.
星變祈禳十一曜消災道場文
州國官宮之象。著在乾文。貌言視聽之差。動爲天譴。宜披精懇。仰乞陰休。伏念臣猥以無良。尹于有衆。
王綱漸弛。不堪解紐之憂。國步斯危。常有綴旒之懼。況受日官之察變。屢言星度之失常。玆乃出於愛人。
欲其修省。苟不深於罪己。曷可消除。斯瀝虔悰。特嚴法事。集黃冠之道侶。諷紫笈之靈文。伏望曲借居
歆。僉加孚佑。三辰軌道。更無陵犯之災。四方迓衡。寢致榮懷之慶。
○선고축(先告祝)
천상(天象)을 우러러 살피건대 정녕(丁寧)한 꾸지람을 깊이 두려워하여 잔이 넘실거리게 술을 부어
놓고 묘묵(杳黙)의 정령을 영접하오니 묘관(杳官 천상의 선관)은 법초(法醮)에 방림하소서.
先告祝
仰觀于天。深懼丁寧之譴。泂酌彼潦。將迎杳默之精。惟冀香官。導臨法醮。
○내전에서 행하는 화성초례문(火星醮禮文)
주례(主禮 예식을 주장하는 사람)와 주시(主視)에는 덕이 있는 사람이 가장 존귀한 것이요, 재앙과
상서가 일어나는 것은 사람에게 보응(報應)하는 것이라 조금도 어김없나이다. 돌아보건대 미약한
자질이 진재(眞宰 도교(道敎)의 최고 주재자인 천제(天帝))의 음덕을 우러러 사모하고 오직 위엄을
두려워하여 항상 엄숙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반드시 법성(法星)이 있는 곳을 보아서 사리에 어긋
난 행동이 없는 것 같은데, 《한서(漢書)》에 비록 천자(天子)라도 법성이 있는 곳을 본다고
하였다. 어째서 12월의 기시(紀時)에 방성(房星)의 궤도를 향해 침범하나이까. 이 법성의 출입이
일정하지 않은 것을 임금에게 보이는 것은 임금으로 하여금 닦고 반성하게 하려는 것이라, 이에
몹시 두려워하고 절실하게 기도를 드리기 위하여 금록(金籙)의 의식에 따라서 공경히 좋은 제물을
올리나이다. 바라건대 순수하고 정성스러운 예절을 받아들이시어 삼사(三徙)의 아름다움을 표하고
병기가 이곳에 감추어져 영원히 사방의 난리가 없고 종묘(宗廟)가 안정되어 만세의 기반을 더욱
연장하게 하소서.
[주D-001]주시(主視) : 관상감(觀象監)에서 천상(天象)을 관측하는 것을 주관하는 사람.
[주D-002]법성(法星) : 옥제(玉帝)의 좌측(座側)에 있는 여주(女主)의 별로서 법형(法刑)을 주관
한다. 원래는 사직(司直)의 관리를 비유한 것이다. 《수서(隋書)》 형법지(刑法志)에
“성왕(聖王)이 법성(法星)을 우러러보고 험난(險難)함이 겹쳐 있는 것을 관찰하여 오기
(五氣)를 미봉(彌縫)하고 그로써 사시(四時)를 분별한다.” 하였다.
[주D-003]방성(房星) : 28수(宿)의 하나. 동남방(東南方)에 있는 창룡칠수(蒼龍七宿)의 제사성
(第四星).
[주D-004]금록(金籙) : 도가(道家)의 결재법(潔齋法)의 하나. 그 외에 황록(黃籙)ㆍ옥록(玉籙)이
있다.
[주D-005]삼사(三徙) : 임금이 광명 정대하고 공평 무사하여 국가가 태평하면 법성(法星)이 자리
를 옮긴다 한다. 유준(劉峻)의 《변명론(辨命論)》에 “고(故) 송공(宋公)의 말 한 마디
에 법성이 세 번이나 옮겼다.” 하였다.
內殿行火星醮禮文
主禮主視。爲德最尊。作災作祥。報人不僭。眷言眇質。仰止眞庥。可畏惟威。常軫嚴恭之素。必視所
在。庶無乖戾之行。漢書云。雖天子。必視法星所在。何涂月之紀。時向房星而犯度。稱爲法使。雖出
入之無常。謫示人君。欲飭修而有省。玆深危懼。切備禬禳。敢依金籙之科。祗展琅庖之薦。伏望享一
純之禮。表三徙之休。兵革載韜。永絶四方之警。宗祧不拔。增延萬世之基。
○춘례 고등초례문(春例高燈醮禮文)
지극한 신명(神明)은 측량할 수 없으니 옥경(玉境 옥황상제와 선관(仙官)들이 사는 곳)에 의거하여
서도 허령(虛靈)한 데 처하지만, 작은 지혜는 자사(自私)하여 금 등잔을 걸어 놓고 정성을 드리
오니, 비록 아주 작은 하나의 촛불이지만 구문(九門 구천(九天)의 문)에 통하기를 바라나이다.
이에 중춘(仲春)을 당하여 전의 예전(禮典)에 따라 운단(雲壇 도가의 제단)의 초례를 깨끗이 갖추
고 우러러 정령의 행차를 영접하려 하오니, 바라건대 이에 강림하시어 빨리 흠향하시고, 재앙을
없애고 복을 부르며 수고(壽考)의 상서를 늘여 주시고 세상을 제도하며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여
이미 이루어진 기반을 잘 보호하게 하소서.
春例高燈醮禮文
至神不測。據玉境而宅虛。小智自私。掛金釭而湊懇。雖甚微之一炷。庶欲通於九門。今屬仲春。式遵
前典。祗潔雲壇之醮。仰邀飆馭之遊。冀借格臨。遄加歆允。致令梗災招福。永延壽考之祺。濟世安民。
克保盈成之業。
○충주(忠州) 태일초례삼헌문(太一醮禮三獻文)
초헌(初獻)
우러러 영전(靈躔 해와 별이 운행하는 궤도)을 살피건대, 직요(直曜)가 손방(巽方)에 드리워 마침
좋은 절후에 당하였으므로 신일(辛日)을 가리어 향기로운 제물을 올리오니, 하늘에서 굽어 돌아보
시어 정성스런 잔을 흠향하소서.
이헌문(二獻文)
지극한 도(道)는 정묘하므로 비록 엿보고 살필 수는 없으나 믿음을 밝히는 성의는 제물을 올려야
하므로 변변치 못한 의식을 베푸오니, 흠격(歆格 내려와서 제사를 받고 흠향하는 것)하시고 길상
(吉祥)과 강녕을 넉넉히 주소서.
삼헌문(三獻文)
하늘이 어찌 말을 하겠습니까마는 묵묵히 만생(萬生)의 재앙과 복을 관장하시고, 신(神)이 가장
귀중한 것은 음양(陰陽)으로 팔정(八政)을 주관하여 실행하기 때문입니다. 돌아보건대 미약한
자질로 그릇 크나큰 서통을 이어받아서 아침저녁으로 생각하고 걱정하느라고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나이다. 국가를 편안케 하고 화목하게 하려면 모름지기 십진(十眞 전지 전능(全知全能)의 절대
적인 진재(眞宰))의 보호를 의뢰해야 하겠기에 소림(炤臨)하실 만한 곳을 택하여 청결한 의식을
베푸오니, 흠향하시고 빨리 보우(保佑)를 더해 주시어 6기(氣)가 어기지 않아서, 바람과 비가
알맞고 추울 때 춥고 더울 때 더워서 삼농(三農)이 성취되어 잡초는 썩고 곡식은 무성하며, 병기
를 거두고 감추어지게 해서 천하를 화평하고 편안케 하소서.
[주D-001]직요(直曜) : 그해, 그달, 그날에 해당하는 당직 성좌. 즉 직요가 손위(巽位)에 오면
4월이 된다.
[주D-002]팔정(八政) :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여덟 가지 일. 곧 민생 문제(民生問題)ㆍ제사ㆍ
농지 개간ㆍ교육ㆍ치안ㆍ외교ㆍ국방.
[주D-003]삼농(三農) : 평지농(平地農)ㆍ산농(山農)ㆍ택농(澤農). 또는 춘경(春耕)ㆍ하운(夏耘)ㆍ
추수(秋收).
忠州大一醮禮三獻文
初獻
仰察靈躔。直巽維而垂曜。適當令節。涓辛日以薦馨。幸墮眷於層霄。俯歆誠於浻酌。
二獻文
至道之精之極。雖絶窺思。明信可薦可羞。式陳菲薄。庶紆歆格。優錫吉康。
三獻文
天何言哉。默管萬生之禍福。神最貴者。主行八政於陰陽。眷惟眇眇之資。謬襲丕丕之緖。思念朝夕。
顧無一日之宴安。輯寧邦家。須賴十眞之保護。迺卜炤臨之地。寔陳蠲潔之儀。庶借居歆。遄加孚佑。
致令六氣不忒。風雨節寒暑時。三農有成。荼蓼朽黍稷茂。干戈韜戢。海宇晏淸。
○복원궁(福源宮)에서 천변이 그치기를 비는 영보도량 겸 설초례문(靈寶道場兼設醮禮文)
재앙의 이변(異變)으로 꾸짖는 것은 허물을 반성하여 깊이 힘쓰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신명(神明)께서는 허물을 환히 알면서도 오히려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는 것을 용납하시나이다.
생각건대 미약한 몸이 외람되게 큰 서통을 이어받아 오직 천명(天命)을 아름답게 하고 백성을
구원해야 하므로 그 지위가 편안하지 않아 실지로써 응하고 겉치레로 응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저
하늘의 살피심을 두려워했나이다. 그러나 하늘을 섬기고 백성을 거느리는 때에 궐루(闕漏)가 많
으므로 말미암아 천문(天文)에 재앙이 나타나게 되어 화성(火星)의 궤도가 태미원(太微垣)의
상장(上將)에 침범하여 바로 천정(天庭 태미원의 중심으로 천제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고, 달의
운행이 여귀(輿鬼)와 적시(積尸)에 침범하였다가 다시 여어(女御 자미궁(紫微宮) 북쪽의 네 별)
에 침범하였나이다. 더구나 수관(水官 수신(水神)과 같다)이 행세하고 또 우레소리가 들리는데
그 위세가 매우 심하여 마치 ‘상제(上帝)께서 아주 먼 곳에 계시지만 깨우쳐 알려 주는 것은
대단히 밝으시다.’고 하는 것 같나이다. 그래서 신(臣)은 마음이 불안하여 기도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생각되어 이에 선우(仙宇 도관(道觀)을 이름)에 의탁하여 도량을 열고 연기(鍊氣
도가에서 정신을 단련하는 기공(氣工))하는 무리를 두루 영접하여, 신령한 경전을 선양하고
우러러 공중에 배회하시는 행차를 기다리며 아울러 믿음의 제물을 올리나이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정령의 돌보아 주심을 빨리 더하여 번화한 상서가 계속 이르고 국가가 태평하며, 온갖 복록(福祿)
이 총집중하고 병기는 거두어지고 감추어져, 사방에서 업신여기거나 거스르는 일이 없게 하소서.
[주D-001]화성(火星) : 오성(五星)의 하나인 형혹성(熒惑星)으로 고정된 궤도(軌道)가 없고 2년에
하늘을 한 바퀴 돈다.
[주D-002]태미원(太微垣)의 상장(上將) : 태미원은 삼원(三垣)의 상원(上垣)으로 오제(五帝)의
좌(座)요 12제후(諸侯)의 부(府)이며 사자궁(獅子宮)의 서단(西端) 부근에 있는 10성(星)
인데, 상장은 그 서북방 우집법(右執法)의 다음 별이다.
[주D-003]여귀(輿鬼)와 적시(積尸) : 모두 귀성(鬼星)에 딸린 별로서 각기 오성(五星)이다.
福源宮。行天變祈禳靈寶道場兼設醮禮文。
災異譴之。蓋欲省愆而痛勵。神明彰矣。尙容瀝懇以宗祈。言念眇躬。叨承景緖。命惟休亦惟恤。斯無
厥位之安。應以實不以文。常畏彼蒼之鑑。然由事統之多闕。迺致乾文之示祅。火度犯大微上將而便入
於天廷。月行陵輿鬼積尸而復侵於女御。況屬水官之用事。又聞雷鼓之發聲。怒其甚威。意若有謂。曰
帝居甚遠。猶曉告之孔明。故臣意未安。將祓禳之是急。爰投仙宇。伻敞道場。旁迎鍊氣之流。寔揚靈
蘊。仰佇排空之馭。兼薦信羞。伏望寶眷遄加。繁祥沓至。邦家帖泰。百祿是摠是遒。兵革韜藏。四方
無侮無拂。
○북두하강(北斗下降) 초례문(醮禮文)
하늘은 맑아 위에 있으면서 혼원(混元 천지 개벽(天地開闢)의 시초. 또는 그 후의 천지(天地)를
말함)에 일기(一氣 원기(元氣)를 이름)를 고취(鼓吹)시키고 북두(北斗)는 중심에서 돌면서 하계
(下界)의 만물을 포괄(包括)하니, 그 살피심이 멀지 않으므로 믿음이 있는 이는 제사를 올려야
하나이다. 돌아보건대 잔약한 몸이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되어 정신이 피로하나이다. 비록 개제
(愷悌 용모와 기상이 화(和)하고 단정한 것)의 자질은 아니지만 물려받은 천명(天命)을 보존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항상 고명(高明)의 살피심을 두려워하나이다. 더구나 마침 냉엄(冷嚴)하신
행차가 하강(下降)하실 때이므로 정성을 다하여 그윽한 복을 맞이하려고 선록(仙籙 도가(道家)의
결재(潔齋))의 규칙에 의하여 법사(法事)를 영단(靈壇)에 엄숙히 실행하나이다. 바라건대 고진
(高眞 천상(天上)의 천제(天帝)를 말함)께서는 변변치 못한 제물이나마 굽어 흠향하시어 저의
강년(降年)이 길어서 장생(長生)의 옥적(玉籍)에 오르게 하시고, 무궁한 복을 내려 주시어 나도
(蘿圖)가 꺾이지 않게 보호해 주소서.
[주D-001]장생(長生)의 옥적(玉籍) : 신선의 장생불사(長生不死)를 증득한 명단이 기록된 천상의
호적.
北斗下降醮禮文
天淸而上。鼓一氣於混元。斗轉于中。括萬生於下界。厥監不遠。有信可羞。顧惟沖眇之軀。叨荷艱難
之寄。神所勞矣。雖非愷悌之資。命不易哉。常畏高明之鑑。況彼泠然之馭。適于降止之辰。宜罄赬悰。
仰徼玄福。按沖科於仙籙。嚴法事於靈壇。惟冀高眞。俯歆卑素。降年有永。登玉籍之長生。垂裕無窮。
保蘿圖於不拔。
○구요당(九曜堂)에서 천변이 그치기를 비는 십일요소재도량 겸 설초례문(十一曜消災道場兼設醮禮文)
재변(災變)이 과실을 형상하여 사람에게 알림에는 각기 과실의 종류에 따라 이르고, 하늘이 정성에
의하여 하계(下界)를 도와주는 것에는 사실로 빌어야 하나이다. 생각건대 미약한 자질인 나는 실로
덕이 모자라는 몸으로 일찍 큰 서통을 이어받아서 지금에 이르도록 날로 아름다왔는데, 길이 도모
할 것을 보존하기 위하여 감히 상제(上帝)의 명(命)을 바꾸지 못하나이다. 언행(言行)에 실수가
있고 더욱 정사와 형벌에 허물이 많아서 민심은 믿지 않고 하늘의 변고가 나타나, 저 세성(歲星)의
운행이 늦어서 화요(火曜)가 침범하였나이다. 더구나 천사(天使 해와 달)가 빨리 흘러서 문창성
(文昌星 자미궁 밖의 북두칠성(北斗七星)의 첫째별)을 뒤좇아 오르고, 또 뇌공(雷公 뇌신(雷神)과
같음)이 성내어 현월(玄月 음력 9월)에 소리를 내나이다. 후한가 인색한가에 화복이 달려 있으매
마땅히 깊이 근심해야 하므로 이 염려가 정근(精勤 기도나 공부에 부지런함)함에 이르러 그윽한
도움을 의뢰하려 하나이다. 이에 선관(仙館)에 의탁하여 정령(精靈)의 광림(光臨)하심을 보고자
하여, 소권(素券 도가(道家)의 경전)의 선생(先生)을 소집하여 비밀의 경전을 읊고 현단(玄壇 도가
의 제단)의 법초(法醮)를 갖추어 제물을 올리는 약소한 의식을 베푸나이다. 원컨대 정성이 묵묵히
통하고 길상(吉祥)이 거듭 모여 칠정(七政)이 기형(璣衡)의 바름에 잘 어울려 어기지 않으며 사방
이 북이 울리는 일이 없고 창성하게 하소서.
九曜堂。行天變祈禳十一曜消災道場兼設醮禮文。
災象過而告人。各因類至。天棐忱而佑下。宜以實祈。言念眇資。實惟涼德。早承丕統。式克至今日休。
庶保永圖。不敢替上帝命。然由言貌之有失。加以政刑之多愆。民心未孚。乾變隨見。咨彼歲星之行緩。
迺爲火曜之追陵。況天使飛流而騰迹於文昌。抑雷公憑怒而發聲於玄月。且悔吝存乎介。當軫殷憂。故思
念至于勤。佇資陰騭。祇投仙館。想覩靈光。招素券之先生。諷吟祕簡。備玄壇之法醮。羞薦菲儀。伏望
悃愊潛通。吉祥荐集。七政協璣衡之正。不忒不差。四方無抱鼓之鳴。寢昌寢盛。
○태일(太一)에 비를 비는 초례문
양식은 곧 생명이어서 한 가지 곡식만 여물지 않아도 굶주리게 되고 신(神)은 정성에 감응하는
것이므로 오경(五經 길흉군빈가(吉凶軍賓嘉)의 오례(五禮)를 말함)에 제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나이다. 내가 부덕하여 그 허물의 징계를 초래하여 여름 이래 오랫동안 마르고 타는 듯한 재앙
을 이루게 되었으니,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이렇게 굶어 죽는 근심을 해야 하나이까.
이에 마음이 죄고 괴로워 편안히 쉴 겨를도 없이 지극한 정성을 그치지 않아서, 일찍 머리를 조아
리며 기도하는 의식을 베풀었으나 작은 믿음이 충분하지 못하여 아직 넘쳐흐르는 혜택을 받지
못했고, 간간이 땅은 적시기는 하였으나 흡족함에는 이르지 못하였나이다. 이에 소리 높여 슬피
부르짖는 정성을 다하고 이 하계에서 부르짖는 소리가 들리게 하기 위하여 비록(秘籙)에 따라
정결한 제사를 베푸오니, 원컨대 신룡(神龍)을 불러서 한발(旱魃)을 몰아내고 닷새마다 바람이
불고 열흘마다 비가 내려 제때에 맞는 아름다움을 이루어, 천만 채의 창고에 곡식이 가득하여
마침내 풍년의 경사를 노래하게 하소서.
祈雨大一醮禮文
食爲之命。一穀不登則飢。神感于誠。五經莫重於祭。以予否德。召厥咎徵。自夏以來。久致乾焦之沴。
而民何罪。已懷餓殍之憂。玆軫焦勞。未遑宴逸。至誠不息。曾陳祈叩之儀。小信未孚。尙阻汪洋之澤。
間雖滋潤。未至渥優。宜高哀籲之誠。期聞聽卑之耳。斯循祕籙。式展精禋。伏望呼召神龍。驅除旱魃。
五風十雨。允孚時若之休。萬廩千廂。終叶年豐之慶。
○진무초례문(眞武醮禮文)
수위(水位)와 수기(秀氣)와 금궐(金闕 옥황상제가 살고 있는 궁궐)의 진존(眞尊)과 운기(雲騎
운신(雲神)의 기병)와 신봉(神鋒 신장(神將)의 선봉))은 밝은 위엄을 육합(六合 천지(天地)ㆍ
동서남북(東西南北)을 말한다)에 빛내고 영부(靈符 신령한 영험이 있는 부적(符籍))와 보고(寶誥
상제(上帝)의 칙서(勅書))는 구천(九天)의 묘화(妙化)를 돕나이다. 생각건대 미약한 자질이 보지
(保持)해 주시는 힘의 도움을 받기 위하여 독실한 정성을 펴서 일찍 귀의하였나이다. 더구나 봄철
의 수상(水上)에서 계제(稧祭)를 올리는 때는 백일(白日)에 신선이 올라간다는 때이므로 이에
비결(秘訣)에 따라 특별히 밝은 제사를 베풀고 끊임없는 정성을 다하려 하오니, 지현(至玄 심오
하고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상제)의 감응이 이르러 어리석은 사람의 미급한 바를 도와주시고 몸이
아름다운 데에 처하여 왕업이 더욱 깊고 천명(天命)이 끊임없게 하소서.
[주D-001]수위(水位)와 수기(秀氣) : 수위는 수부성(水府星)을 말한다. 수부와 수기는 모두 정성
(井星)에 딸린 별로 각기 4성. 수부는 수관(水官)으로 제방과 도로를 주관하고 수기는
홍수(洪水)를 주관한다.
[주D-002]계제(稧祭) : 3월 상사일(上巳日)에 수상(水上)에서 재앙을 제거하고 복을 구하는 연중
행사의 하나.
眞武醮禮文
水位秀氣。金闕眞尊。雲騎神鋒。耀明威於六合。靈符寶誥。贊妙化於九天。越惟眇末之資。佇荷保持
之力。篤披精懇。嘗切瞻依。況靑陽褉水之辰。是白日升仙之旦。爰循祕訣。特展明禋。敢期不息之誠。
儻格至玄之鑑。佑沖人之未逮。俾躬處休。保景業於彌長。維命不已。
○신격전(神格殿)에서 천변이 그치기를 비는 영보도량 겸 초례문(靈寶道場兼醮禮文)
하늘은 말 없는 사이에 깨우쳐 주시되 형상으로 지적해 주는 것이 아주 분명하고, 도(道)는 성명
(性明)을 잘 빌려 주고 이루어 주는 것이므로 충령(冲靈)께 찾아감을 숭상해야 하나이다. 돌아보
건대 불곡(不穀)이 외람되게 큰 조업을 이어받아 밤낮없이 구하고 생각하여 부지런히 정사에 임
하였으나, 위의와 말과 행동이 서륜(叙倫 질서와 같다)에 화협되지 못하여 잇따른 일관(日官)의
재변에 대한 보고를 들으니, 달의 운행이 상도(常度)를 잃어서 형혹(熒惑)ㆍ세성(歲星)과 한자리
에 있다고 하오니, 이것은 모두(旄頭 호분(虎賁)의 기사(騎士)로 태미원 서남방의 별)와 우림
(羽林 실성(室星)에 딸린 사십오성(四十五星))으로 들어왔다가 쌍방이 서로 물러나는 것과 다르니,
이 역시 두려운 일이 아니오이까. 더구나 금요(金曜)가 몹시 성내어 높고 높은 태미궁(太微宮)을
핍박하더니 바로 서번(西蕃 태미궁의 서쪽에 있는 구경(九卿) 삼성(三星))으로 들어가서 대장성
(大將星 자미궁(紫微宮)의 상장성(上將星))과 충돌하여 침범하기도 합니다. 찌르는 것은 범(犯)
이요 제자리에 있는 것을 수(守)라고 하니 어찌 칼을 싸고 있는 때이리까.《한서(漢書)》의 주(注)
에 “함(椷)자는 휩쌀 함(函)과 같다.”고 하였다. 밥맛이 없고 잠자리가 불안하고 얼음을 밟는
듯이 두려워하여, 그윽한 도움에 의하여 마침내 재앙의 근원을 막으려 하나이다. 구소(九霄)의
여러 진신(眞神)의 냉엄하신 행차를 영접하기 위하여 삼경(三景)의 고제(高弟)를 모아 영편(靈篇)
을 명랑하게 읊고, 인하여 선단(仙壇)을 세우고 법초(法醮)를 베푸오니, 온 정성을 기울인 것을
살피시어 보우하시는 사은(私恩)을 곡진히 하시고, 궤도가 어김이 없어 오위(五緯)가 구슬을 꿴
듯한 상서를 표하게 하고, 병기를 거두고 쓰지 않아 담장을 친 듯이 편안함을 이루게 하소서.
[주D-001]충령(冲靈) : 원래는 열자(列子)의 칭호인데 여기서는 정령을 말한 것이다.
[주D-002]찌르는……때이리까 : 《천문지(天文志)》에 “진성(辰星)이 태백(太白) 사이를 지나면
칼을 싸서 태평해진다.” 하였다.
[주D-003]삼경(三景) : 천상(天上)에 3동(洞) 3원(垣)이 있다 하여 도교(道敎)를 배우는 사람들을
삼경제자(三景弟子)라 한다.
[주D-004]오위(五緯)가……상서 : 오위는 금ㆍ목ㆍ수ㆍ화ㆍ토의 5성(星). 이 5성이 동시에 한
줄로 나란히 나타나는 것을 오성취(五星聚) 또는 오성연주(五星連珠)라고 한다. 옛사람
들은 해와 달이 겹쳐 보이는 일월합벽(日月合璧)과 오성취를 역원(曆元)으로 삼았고,
칠요제원(七曜齊元)이라 일컬었으며 매우 상서로운 것으로 여겼다.
神格殿。行天變祈禳靈寶道場兼醮禮文。
天不言以喩。蓋指象之甚明。道善貸且成。尙沖靈之可扣。眷惟不穀。叨襲丕基。夙夜以求以思。雖勤
於臨政。貌言作肅作乂。未協於敍倫。比聞日御之告災。無奈月行之失度。與熒惑歲星而同舍。不其異
乎。入旄頭羽林以交綏。亦可懼也。況金曜之猛怒。逼大微之巍峨。遂卽西蕃。突于大將。觸曰犯居曰
守。豈惟椷劍之間。漢書注云椷函也食不甘寢不安。玆軫履氷之懍。庶憑陰相。終杜禍胎。佇九霄之列
眞。敬邀泠馭。集三景之高第。朗詠靈篇。仍峙仙壇。式陳法醮。幸諒傾輸之懇。曲加保佑之私。軌道
無差。五緯若連珠而表瑞。戢兵不用。四方如接堵以致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