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달 언덕에 산벚꽃나무숲이 있었지, 난 날마다 산벚꽃나무숲 언덕에 올라 지구를 바라보았지, 지구를 보고 있으면 왜 그렇게 가슴이 뛰던지, 지구에도 산벚꽃나무숲이 있을 거라 믿었지, 거기 산벚꽃나무숲 언덕에서 누가 날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 그때는 정말
이제 생각나, 내가 저 달에서 떠나온 거
맞아, 내가 떠나올 때 잘 다녀오라고 기다리고 있을 거리고 손 흔들어 주던 너, 너의 젖은 눈이 생각나, 너와 함께 걷던 산벚꽃나무 숲이 생각나, 저기 산벚꽃 핀 언덕 아래 작은 절에서 날 위해 엎드려 기도하고 있을 네가 생각나, 어서 달빛 동아리를 내려줘, 나 이제 돌아갈 거야
그런데 이를 어째, 나 여기서 한 여자를 얻어 두 아이를 낳았으니…
[심사평]
"상상력 차원 더 높인다면 훌륭한 시인 될 것"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은 다음과 같은 5분의 시들이었다. 김제이씨의 ‘산벚꽃 피는 달’외 4편, 서희씨의 ‘페이지 터너’ 외 4편, 김미옥씨의 ‘후제’ 외 4편, 최영정씨의 ‘입 속의 말발굽’외 4편, 임도윤씨의 ‘가을 사찰과 국화’ 외 4편 등이다. 모두 어느 수준에 올라 있었다. 그렇지만 시적 긴장감이 돋보이는 김제이씨와 서희씨의 작품들이 유독 눈에 들었다. 이 두 분의 작품들은 끝까지 경선을 다투었다. 그러나 숙독 끝에 김제이씨의 ‘산벚꽃 피는 달’을 당선작으로 결정하고 말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후자 경우는 ‘페이지 터너’를 제외 할 경우 다소 미흡한 감이 있었으나 전자 경우는 모든 작품이 일정한 수준을 지키고 있었다. 둘째 후자의 작품들은 시류를 추수하는 감이 있었으나 전자의 작품들은 안정감이 있는 자신의 시세계를 보여주었다. 셋째 전자는 전체적으로 관념적이었으나 후자는 감성적이었다. 넷째 전자는 대체로 지적 사유로 끝났지만 후자는 지적인 것과 서정적인 것을 잘 조화시키고 있었다. 서희씨의 결정적 단점은 그의 시어 구사나 묘사기법이 다소 작위적이고 시류편승에 너무 민감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유념하여 이같은 측면을 극복한다면 좋은 시를 쓰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김제이씨는 자신의 철학을 미학으로 형상화시킬 줄을 아는 시인이다. 요즘 우리 문단의 시류에서 보듯 감각적인 유행풍조에 편승하지 않고 투고작들처럼 자신의 시를 지키면서 상상력의 차원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앞으로 훌륭한 시인되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본심 심사위원 : 오세영 시인
[당선 소감]
늦은 만큼 온힘 다해 시의 길을 가겠다
뒷산에 올랐습니다. 산길을 걷다 당선통보를 받았습니다. 순간 멍해졌습니다.
오랜 세월 시를 앓았습니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원고를 넣었습니다. 참
많이도 부족한 제 작품을 뽑아주신 오세영 선생님께 큰절을 올립니다. 부족한 만큼 더 노력하겠습니다.
시의 길을 밝혀주신 중앙대 문예창작전문가과정 류근, 김영산, 하린, 김근, 황인찬 교수님 그리고 용기를 더해주신 안현미, 이지아, 이병일, 이병철 선생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래 함께 한「시산티」동인들 그리고 새로 시작한「흙다리」도반들 같이 아파한 문우들 모두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못난 남편을 믿고 기다려준 아내 숙에게도 쑥스러운 사랑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랑하는 지혜, 자운, 진평, 지현 그리고 존재 자체가 사랑이 전부인 준성이와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산벚꽃 피면 맑은술 한 병 들고 뒷산에 오를까 합니다. 달을 보며 한 잔 하고 싶습니다. 늦은 만큼 온 힘을 다해 시의 길을 가겠습니다. 쓰고 또 쓰겠습니다. 끝으로 기꺼이 제 여린 손을 잡아준 한국불교신문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