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수요일 산모임에서 만난 친구가 아주 귀가 솔깃한 유익한 정보를 주었습니다.
혈압강하제를 먹고 있는 그 친구는 보건소에서 약 처방전을 받아 인근 약국에 가면 무료로 두 달치 약을 준다는 겁니다.
'그럴 리가?'
약간 의구심이 생겼지만 허튼소리 안 하는 친구라 믿을 수밖에요.
그동안 내가 몇 년 동안 낸 약 값이 아깝더라고요.
"어머나, 우리나라 좋은 나라, 진작 가르쳐 주지 그랬냐?"
"글쎄 말이다, 이 번 달부터라도 보건소에 가서 약 타라."
우리 또래 친구들은 한두 가지씩 약은 복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혈압, 당뇨, 관절, 콜레스테롤...
나이가 많으니 몸 이곳저곳에 무리가 오고 헐거워져서지요.
모이면 어디 가 아파서 이런 약 먹고 좀 좋아졌다는 둥 이런 이야기가 우리들의 주제가 됩니다.
어제 혈압강하제 마지막 남은 약을 먹은 터라, 오늘 아침 서둘러 강남구 보건소로 향했습니다.
'지하철 강남구청역 1번 출구로 나와 뒤돌아서 신한은행을 끼고 170m 직진하면 강남구 보건소'
인터넷에서 미리 확인한 강남구 보건소 찾아가는 길입니다.
옛날 강남구청 건물에 보건소가 들어 있더군요.
우중충한 겉모양과 달리 안은 깨끗하고 따뜻하게 잘 정비되어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중앙 로비엔 도우미 두 명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있었고...
찾아오게 된 이유를 묻더니 진료부터 받으라고 했습니다.
진료실은 두 군 데인데, 깔끔하고 쾌적하여 오길 참 잘 했구나 싶었습니다.
노인 서너 명이 기다릴 뿐 대기시간도 길지 않았고 모든 것이 마음에 듭니다.
"혈압부터 재시지요."
안내하는 직원의 지시대로 혈압계 앞에 앉아서 오른팔을 깊숙하게 집어넣고 '시작' 버튼을 눌렀습니다.
'167, 88' 이 나왔습니다.
'어머나 혈압계가 미쳤나 봐.'
난 속으로 많이 놀라면서 속으로 혈압계를 나무랐습니다.
로비 직원이 좀 쉬다가 다시 재보라고 합니다.
뚜꺼운 옷을 입었을 때는 수치가 높게 나올 수도 있다는 주의사항을 읽고는 옷을 벗고 맨 팔을 혈압계 안으로 집어넣었습니다.
'156, 78'
역시 높습니다.
진료실로 들어갔습니다.
5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여의사 선생님이 어떻게 오셨냐고 묻습니다.
"혈압약 처방전을 받으러 왔습니다."
"약을 처음 드시려고요?"
"아니요, 몇 년 전부터 약을 먹고 있는데, 친구가 보건소에서 처방전을 받으면 약이 무료라고 해서요."
"누가 그래요?"
"용인 사는 친구가요."
"아닙니다, 약 값은 다른 일반 병원과 똑같아요."
"그럼 내 친구가 잘 못된 정보를 주었군요."
"아니죠, 그 친구분 이야기가 맞아요."
"???..."
"전국에서 용인시만 그런 혜택을 주고 있어요. 용인시에서도 재정 압박으로 지금 고민 중이래요."
참으로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런 내 표정을 보고는 의사 선생님은 한 마디 덧 부칩니다.
"무료 약을 받으시게 용인으로 이사 가시든지요."
조크라고 생각하는지 빙긋이 미소까지 띠며 하는 말인데도 나를 놀리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습니다.
연말 건강검진 때 혈압조절이 잘 되고 있다는 판정을 받은 터라 혈압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높은 수치가 나오리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무료라고 알고 있던 혈당체크도 4500원의 검사료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진료실 맞은편엔 물리치료실이 있는데 널찍한 공간에 깨끗한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물리치료사들이 상냥하게 맞아줍니다. 50견으로 동네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서 문의했더니, 25일 후에나 예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의료보험공단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기사에 접할 때는 의료혜택이 송구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수입이 없는 노인세대에겐 필요한 혜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재산세, 주민세, 종부세, 의료보험비, 아파트 관리비, 수도세, 하수도세까지...
납세의무를 다하는 국민이니 나라에서 베푸는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무료라고 좋아했던 내모습이 가엾기도 하고, 허탕치고 돌아오는 기분이 씁쓸했습니다.
첫댓글 용인 사는 친구도 아무것도 모르고 자랑만 했네....씁쓸한 기분 충분히 이해가 가네요
용인만 그런 혜택이 있는줄 모르고, 한 말이었습니다.
그 친구 잘못은 아니지요.
공짜를 바란 제 잘못이 크지요.
ㅎㅎㅎ 언니 헛수고 하셧네요 그래도 혈압 잘 재셨잖아요! 언니 꾸준히 걸으시라고 하던데요
혈압이 그렇게 높다는 걸 안 것만으로도
헛탕이 아니지요.
건강관리 더 신경을 써야겠어요.
알뜰하신 성품이 비록 약값은 헛탕이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셨답니다.
그런 셈이네요.
아~~저는 용인 살지만....혈압이 정상 입니다. 보건소 갈일 없네요.ㅎㅎ
다행입니다.
건강 유지 잘 하셔서 보건소 찾을 일 없게 관리하세요.
옥덕씨 성인병 검사를 꾸준히 할려면 집에 혈압기와 혈당수치를 측정하는
기계를 사두고 매일 재보세요.나는 아침에 일어납면 바로 재어서
기록해 두고 병원갈때 갖고가면 거기에 맞추어 약을 처방해 줍니다.
요즈음 혈압은 130/75 전후이고 혈당은 한달평균은 6.4이고 매일 재는 혈당수치는
110/80 전후입니다.대구공생에게 부탁하여 하나 구해서 기록해 두세요.
대구 동생이 준 기구, 두 가지가 다 있습니다.
어제 아침에 잰 혈압은 130 / 76 이었습니다.
혈당체크는 소독용 알콜과 약솜이 있어야 하는데 맨날 잊어버려 아직도 못해봤어요.
약국에 가서 사와서 체크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