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미륵산] 동양의 나폴리이자 예향의 모산
월간산 2018년12월호
글 : 신준범 기자
사진 : 유창우 부장
산행+달아공원 낙조+남망산공원 야경+다찌집 해산물까지 알찬 여행
미륵도 남쪽 끝에 자리한 달아공원 해넘이. 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통영의 낙조 전망대다.
통영 미륵산彌勒山(458m)은 동양의 나폴리이자 한려해상의 전망대다. 통영시내에서 바다 방향으로 불끈 솟은 미륵도가 곧 미륵산이고, 미륵산이 미륵도다. 육지에서 불과 100m 떨어져 있고, 통영대교와 통영해저터널로 연결되어 있어 섬다운 맛은 없으나 미륵산 정상에 서면 섬산 특유의 탁월한 개방감과 바다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미륵산 정상에서 보면 육지도 바다 못지않게 아름답다. 통영항을 중심으로 하는 해안선의 인가 풍경이 아기자기하여, ‘동양의 나폴리’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많은 예술가를 배출해 ‘예향 통영’이라고도 불리는데 미륵산은 이들의 모산이자 예술적인 영감의 시발점이 된 예향의 산이다.
미륵산은 불교와도 연이 깊다. 원효대사가 ‘미래 부처가 찾아온다’고 예언했던 산이며, 미래의 미륵을 맞기 위해 용화사와 도솔암, 미래사, 관음사가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최고봉인 벽방산(650m)이 아닌 미륵산이 통영을 대표하는 산으로 꼽히며, 산림청 1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륵산 케이블카는 2008년 설치되었으며, 체력이 약한 사람도 케이블카를 타면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통영시내에 접해 있어 등산로는 거미줄처럼 빽빽하게 나있다. 시내에서 가까운 용화사 광장이 가장 일반적인 들머리다. 용화사 광장~관음사~도솔암~여시재~정상~용화사~용화사 광장 순으로 돌아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대중적이다. 총 4㎞ 남짓 거리에 2~3시간이면 충분히 원점회귀 가능하다.
미륵산은 멀리서 보기와 달리 안에 들면 숲이 뜻밖일 정도로 짙다. 한여름에도 햇빛이 한 점도 들지 않을 정도다. 숲속 넓은 흙길에는 잔돌들이 박혀 있는데, 등산로의 흙은 흡사 체로 친 듯 곱고 잘 다져져서 걷기에 편하다.
널찍한 길은 관음사로 이어진다. 관음사는 소나무와 대나무숲을 두르고 청기와를 얹은 품새가 깊은 고산 중턱에 자리한 것 같은 분위기다. 관음사 바로 위에는 왼쪽으로 샛길이 갈라진다. 이 길은 관음사 수도승들이 용화사로 공양하러 드나드는 길이다. 이어 도솔암으로 가는 길과 곧장 정상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도솔암을 지나면 산길은 좁아진다. 헬기장이 있는 주능선에 오르면 불끈 솟은 암봉이 보인다. 이 봉을 ‘작은망’, 그 뒤의 정상을 ‘큰망’이라 부르기도 한다. ‘망望’은 먼 바다를 바라보는 곳이란 뜻이다.
헬기장 지나 작은망으로 바윗길을 더듬어 오르면 구멍이 뚫린 천장바위가 나온다. 구멍에서 치미는 바람이 시원하다. 작은망은 정토봉이라고도 불리며, 여기서 처음 바다가 보인다. 작은망을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가 한동안 이어진다. 안부에 다다르면 등산로 여러 개가 교차한다. 미륵치 혹은 여우재 등으로 불리며 나무 그늘과 벤치가 있는 너른 쉼터다.
정상으로 이어진 오름길은 가파른 바위 오름길이 연이어 나타나지만 고정로프와 철계단 등 시설물이 적재적소에 있어 위험한 곳은 없다. 바위지대인 미륵산 정상은 돌탑과 표지석, 항공모함 갑판처럼 너른 데크전망대가 있다. 경치로 보나 규모로 보나 미륵산 산행의 백미는 정상이다. 하산은 동쪽 능선을 따르는 길이 일반적이다. 정상에서 능선을 이어 내려가면 미래사 쪽으로 이어진 갈림길을 만난다.
이후 잘 다듬어진 소나무숲을 지나면 잔디밭인 띠밭등이다. 여기서 능선을 넘으면 울창한 활엽수림이 우거진 용수골로 접어든다. 용화사에서 더 내려가면 용화사 광장이다.
낙조는 미륵도 남단 끄트머리인 산양읍 미남리에 자리한 달아공원이 유명하다. 미륵도 해안 일주도로를 드라이브하다 공원 입구 주차장에서 완만한 오솔길을 5분쯤 오르면 관해정觀海亭이 나온다. 여기서 바라보는 일몰이 일품이다. 일몰을 감상하고 다시 통영항으로 나가면 낮과 다른 꽃으로 피어난 항구가 반긴다. 밤이 되면 통영은 찬란한 빛깔로 피어난다.
통영항 밤바다엔 어화漁火가 불 밝히고 통영운하를 오가는 선박들의 불빛도 길게 이어진다. 문예회관이 있는 남망산공원이 통영항 야경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교통
통영시외버스터미널에서 200번, 231번, 141번 버스를 타면 용화사 입구에 닿는다.
승용차 이용 시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나들목을 나와 ‘통영, 한려해상국립공원’ 방면으로 주행한다. 관문사거리에서 통영시보건소 방면으로 좌회전해 봉평오거리에서 ‘미륵산, 용화사’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케이블카를 타려면 통영시외버스터미널에서 141번, 700번 버스를 탄다. 택시를 탈 경우 케이블카 정류소까지 20분 정도 걸리며 요금은 1만 원 내외다.
숙식(지역번호 055)
통영시내의 찜질방으로 통영해수랜드(645-7700), 통영워터피아(649-7100) 등이 있다. 대형 숙소로는 금호충무마리나리조트(643-8000), 팜비치콘도(648-8863), 한산호텔 콘도(642-3374), ES리조트(641-0515), 엔터모텔콘도(646-4789) 등이 있다.
통영 강구안 일대에 ‘다찌집’이라 부르는 실비집이 많다. 향남동의 벅수다찌(641-4684), 봉평동의 울산다찌(645-1350), 정숙이네다찌(010-4932-0649) 등이 있다. 보통 1인분 3만~4만 원선.
‘통영 꿀빵’도 별미다. 향남동 오미사 꿀빵(645-3230)과 꿀단지(549-0032)가 유명하다.
통영시 미륵산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