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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쿠스 세나를 애타게 찾던 팀
라이벌 클럽 첼시와의 영입 경쟁에서 빼앗긴 에시앙, 마찬가지 이유로 마드리드로 간
디아라, 언제나 눈독 들였으나 끝끝내 데리고 오지 못한 가투소…
정확히 말해 베론의 실패 이후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허리는 항상 불안했다. 하나 둘씩 나이를 먹어 가던 로이 킨은 부상 복귀 이후 예전같지 않은 폼으로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으며, 그렇듯 위태로이 꾸려가던 맨유의 허리는 스콜스의 예기치 못한 부상과 로이 킨의 이적이 겹치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리그의 강자로 군림하기 시작한 첼시가 조세 무링요의 영입과 더불어 리그에서 승승장구하는 동안, 맨체스터는 얇은 미드필더 진 스쿼드를 간신히 메우며 겨우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 공격진에선 웨인 루니라는 걸출한 에이스가 등장했지만 -
바로 그 시기이다. 수많은 미드필더들이 맨체스터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에시앙, 가투소, 디아라와 그라베센, 디우프, 코커, 두세르, 마쿤, 바튼, 세나까지… 타블로이드는 바로 이 허술한 허리를 자기 생각에 맞춰 채워 넣는데 취미를 붙였고 실제로 맨체스터 역시 수많은 선수들을 살펴보고 또 살펴보며, 미드필더 진 보강에 이상적인 선수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것이 바로 2006년 여름이다. 이상적인 타겟으로 꾸준히 연결되던 디아라가 마드리드로 떠나고, 세나와의 계약은 실패로 끝났던 그 해.
그리고 지금은, 어느덧 한 시즌이 지나가고 새로운 시즌의 본격적인 중반 레이스가 시작될 지금에 이르러 맨체스터의 미드필더 진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 마이클 캐릭(Michael Carrick)
그 누가 그의 영입을 예상했는가. 05/06 시즌의 막바지 즈음, 그는 미드필더들과의
숱한 링크 속에 지나가는 선수 중 하나일 뿐이었지만 7월의 막바지 즈음, 그는 18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올드 트래포드에 합류한
미드필더가 됐다.
그의 영입은 맨체스터의 서포터들까지도 놀라게 했다. 물론 그가 스퍼스에서 훌륭한 플레이를 펼쳤더라도, 그에게 그런 가치가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을 갖기 쉽지 않았다. - 그만큼 18m 파운드라는 가격은 어마어마했다. -
캐릭의 영입 이후로 꾸준히 연결되던 하그리브스나 세나 같은, 수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미드필더들의 영입이 실패로 끝나며 결국 여름 이적 시장의 보강이 마이클 캐릭, 단 한 선수로 끝나게 되자 많은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타 팀의 서포터들은 자국 선수 거품이 빚어낸 이적이라며, 거액의 이적료를 비아냥거렸다.
그리고 그 누가 맨유의 귀환을 예상했는가. 안드리 쉐브첸코와 미하엘 발락의 영입으로 한 층 더 강해질 거라는 기대를 갖게 했던 첼시의 리그 3연패를 저지하고, 다시 한 번 정상을 탈환할 줄을.
알렉스 퍼거슨 경은 04/05 시즌의 웨인 루니를 보며 그에게 깊은 신뢰감을 쌓았고, 05/06 시즌 고군분투하던 그를 보며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밀레니엄과 함께 시작된 '킹 루드'체제의 변혁을 꾀한 것.
반 니스텔루이의 방출은 팬들에겐 크나큰 충격이었지만, 퍼거슨은 신경 쓰지 않았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단지 마이클 캐릭만이 합류했어도, 퍼거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의 스쿼드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현실이 됐다. 그 전해 겨울 이적 시장에서 영입한 에브라와 비디치는 과오를 딛고 일어섰고, 호날두는 루니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한 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맨유 공격의 선봉장으로 우뚝 섰다.
스콜스와 새로운 사이닝, 마이클 캐릭의 미드필더 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퍼거슨의 기대에 부응하며 맨유의 중원을 굳건히 지켜 주었다. 플랫 4-4-2 포메이션, 터프한 미드필더의 부재가 그들을 힘들게 할 것이다 라는 평가를 깨고.
캐릭은 스콜스를 뒤에서 보좌하며 영리한 플레이로 시즌 내내 팀의 승리를 위해 공헌했다. 단번에 공격진까지 연결되는 롱패스는 날카로운 공격 옵션으로 자리잡았고, 비록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상대 수비진에 긴장을 유도하여 공격진의 공격력을 배가시켜 주었다.
수비에 있어서는 상대의 패스 루트를 미리 읽고 미리 차단하여, 중원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가곤 했다. - 물론 문제점도 있었지만 - 그는 분명히 팀을 위해 대단한 활약을 했다.
● 오웬 하그리브스(Owen Hargreaves)
폴 스콜스와 마이클 캐릭, 두 선수는 모두 많이 뛰어준다기보다는 영리하게, 시기적절하게
움직여주며 상대의 패스 길목을 차단하고 신속히 역습 또는 공격을 전개해 나가는 스타일의 미드필더들이었다.
하지만 시즌 레이스를 달려 오며, 스콜스와 캐릭 라인에 대한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노출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후방에서부터 시작되는 타이트한 압박에 약하다는 점. 이에 대해 먼저 설명해보자면.-
현대 축구의 대세는 중원 싸움이고, 중원을 좀 더 수월하게 장악하기 위해 4-3-3같이 중앙 미드필더의 숫자를 늘리는 전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맨유의 플랫형 4-4-2는 중원 싸움에 있어 어느 정도 불리함을 감당해내야 했다. 중앙 미드필더가 2명이다 보니 어느 한 선수가 공격 혹은 수비에 크게 치중하지 못하고 공수 밸런스를 맞춰야 했다.
예컨데 어느 선수가 공격적으로 움직이게 된다면 역습을 허용했을 때 파트너에게 부담이 가중되어 그대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팀이 선수비 후역습과 같은 수비 위주의 전술을 펼치며 맨유를 '매우' 강하게 압박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들이 호날두와 루니 등의 위협적인 공격수들을 압박을 통해 제어할 수 있게 됐을 때, 경기의 주도권은 그들에게 넘어간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중앙의 미드필더들은 중원에서의 공수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동시에 상대의 철저한 압박이 수반된다면, 미드필더 진에서 나오는 전개 패스가 차단되고 프론트 라인과 사이드 라인에 호날두와 루니 등은 압박 속에 고립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런 압박을 헤집기 위해서 짧은 패스는 실종되고 롱볼이나 측면에서의 무의미한 돌파가 계속되는 답답한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물론 이런 압박을 쉴새없이 구사할 수 있는 팀은 많지 않고, 또한 흔치 않다. 애초에 호날두와 루니, 긱스, 사하 같은 탑 클래스급의 공격수들과 스콜스와 캐릭의 미드필더들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추기란 무척 힘드니까.
그렇기에 맨체스터는 많은 경기를 승리로 이어갈 수 있었지만, 바로 그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 든 몇몇 팀들에 의해 패배를 경험하기도 했다. 코펜하겐 전, 웨스트햄 전… 릴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도, 긱스의 프리킥이 없었고 릴의 결정력이 조금만 더 훌륭했었더라도 대패했었을 그런 졸전이었다.
지난 시즌 내내 이런 문제점을 보아온 팬들은 나름대로 타개책을 찾았다. 무엇이 상대의 강한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될까.
알렉스 퍼거슨 경은 그 방법에 대해 내심 고민한 듯 하다. 에시앙과 가투소 등에게 끝없는 구애를 펼치고,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한층 가치가 오른 하그리브스의 영입을 계속해서 추진했던 것을 보면.
그렇다. 퍼거슨 경이 생각한 그 '실마리'는 바로 하그리브스. 아니, 하그리브스 같은 유형의 미드필더였다.
가투소와 하그리브스의 공통점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최정상급 패싱력을 소유한 섬세한
플레이어들은 아니다. 하지만 파이팅이 넘치는, 투지의 소유자들이다. 동시에 넓은 활동량을 기반으로 광범위하게 움직여주는 정력적인 플레이어들이다.
공격적인 전개 능력을 지녔으며 상대 공격수를 마크할 수 있는 수비 능력까지 갖췄다.
그들이 맨유의 다이나믹한 플랫형 4-4-2에서 플레이한다. 바로 그 것이 퍼거슨이 생각한, '상대의 거친 압박을 헤쳐 나갈 타개책' 이었다.
먼저 넓은 활동량으로 공수 전개에 있어 유연성을 가져올 수 있다. 공격적으로 진출하다가도, 역습 시에 제일선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들이다.
그런 활동량으로 대단히 넓은 범위를 커버하며 프론트 라인에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도 한다.
동시에 강팀을 만났을 때, 수비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중원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임무 또한 맡을 수 있다. 맨유의 가려웠던 부분을 너무나도 시원하게 긁어주는 대목들이 아닐 수 없다.
퍼거슨은 꾸준히 하그리브스 혹은 그와 비슷한 스타일의 미드필더들을 원했고 비로소 2007년 여름, 결실을 맺었다. 알렉스 퍼거슨은 1년이 넘는 시간을 공들인 끝에 1700만 파운드라는 가격에 오웬 하그리브스를 올드 트래포드로 데리고 올 수 있었다.
● 안데르손(Anderson)
맨체스터는 오웬 하그리브스의 영입을 통해 '전투적인 미드필더'라는 염원을 해결했다. 그
것은 마이클 캐릭이 영입된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으며, 킨의 이적 이후 흔들렸던 맨체스터의 중앙 미드필더 체제가 다시 한 번 자리를
잡아 나가는 신호였다.
우리는 이 쯤에서 하그리브스가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 - 이것이야말로 맨유 미드필더 스쿼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첫 걸음이다. - 맨유의 스탭들과 팬들은 하그리브스에게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을까?
첫째로 플랫 4-4-2에서의 다양한 역할이다. 맨체스터의 다이나믹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06/07 시즌, 그들의 기본 전술은 플랫형 4-4-2였다. 하그리브스는 바로 이 전술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리트라 볼 수 있다.
먼저, 전방위적인 움직임과 그를 뒷받침할만한 준수한 킥력을 바탕으로 플랫형 4-4-2에서 공격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는 마치 밀란의 젠나로 가투소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며, 그의 정력적인 플레이와도 일맥상통하고 그가 잠재적으로 스콜스의 자리를 대체할거라는 퍼거슨의 말과도 뜻을 같이 한다.
동시에 맨유의 그 어떤 미드필더 자원들보다도 나은 수비력을 바탕으로, 강팀을 상대로 한 수비 위주의 전술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두번째로 혹 있을 4-3-3으로의 변화에서의 역할이다. 맨유는 지난 수년간 다양한 방법으로 4-3-3 전술을 시도해 보았지만, 모두 달리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키노의 기량 저하가 그 첫째였고, 미드필더 진 자원 부족이 바로 둘째였다.
빅클럽을 상대로도 4-3-3은, 탑 클래스의 미드필더들이 유기적으로 호흡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빛을 낸다. 맨유는 수년간 그런 자원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에(플레쳐와 오셔는 빅클럽들을 상대로 내세우기엔 2% 부족한 모습이다.)4-3-3으로의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시점에서 현재 맨유 스쿼드가 보유하고 있는 미드필더들과는 그 유형을 달리 하는 하그리브스의 영입은, 분명히 4-3-3 전술 시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올드 트래포드로 입성한 하그리브스에 뒤를 이어, 또 한명의 미드필더가 맨체스터에 합류했다. 안데르손 루이스 데 아브레우 올리베이라(Anderson Luis de Abreu Oliveira)라는 긴 이름을 가진 이 미드필더는 고작 88년생으로 지난 시즌을 부상으로 채 소화하지 못했지만, 무려 17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을 받으며 이적했다.
사람들은 마치 캐릭 때처럼, 또다시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검증 단계에 있어야 할 브라질리언 유망주를 신뢰하기 힘들며 지금 당장 맨유에서 활약할만한 포지션이 없다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서포터들 역시 마찬가지로, 그의 애매모호한 보직을 의아해하며 윙어로 기용될거라는둥, 지금은 유망주에 불과하나 앞으로 보게 될 새로운 전술의 핵심이 될거라는 둥 온갖 추측 속에서 그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가 영입된지 고작 4달여가 지난 현재, 그는 사람들의 추측과는 전혀 무관하게도 맨체스터의 중앙 미드필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옵션이 됐다.
나이답지 않은 너른 시야에 공격형 미드필더답지 않게 특유의 공격력은 물론이요,
활동적인 움직임으로 중원의 많은 공간을 커버하며 최일선에서 상대의 예봉을 꺾는 역할까지…
어쩌면 크나큰 악몽이 됐을지
모르는 폴 스콜스의 공백 속에서 안데르손은 그렇게 서서히 빛나고 있었다.
◎ 맨체스터 미들의 구성
몇가지 오해를 풀기 위해 지난 2년간 합류한 맨체스터의 미드필더 자원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해보고자 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다.
최근, 특히 마이클 캐릭을 향한 팬들의 오해가 상당히 많다. 안데르손의 대활약과 달리 폼이 떨어진 캐릭이 주전 경쟁에서 밀렸으며, 그가 방출될 것이라는 등의..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맨체스터의 기본 포맷. 플랫형 4-4-2를 사용하고 있는 맨체스터에서 필요한 주전 중앙 미드필더의 수는 2명이다.
06/07 시즌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은 바로 스콜스와 캐릭인데, 올 시즌은 하그리브스와 안데르손이 합류하면서(비록 스콜스가 장기 부상을 당했다고는 하나)좀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짚어봐야 할 것은 마이클 캐릭의 보직이다. 캐릭은 지난 시즌 스콜스와 설 때부터 이미 2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 수비적인 역할을 맡았다. 좀 더 후방에 위치하면서, 경기를 조율해나가고 상대의 패스 흐름을 파악 차단하는 등의 역할이 그의 주요 임무였다.
그 것이 올 시즌 들어 달라졌다고 보는가? 전혀 아니다. 스콜스의 역할, 즉 공격적인 롤을 부여받은 안데르손과는 보직 자체가 다르다. 그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안데르손이 아니라 바로 하그리브스다.
캐릭 - 하그리브스 조합을 구동시킨 볼튼 전을 생각해본다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선 본문을 통해 적은 '하그리브스에 대한 기대'를 살펴본다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하그리브스는 플랫 4-4-2에서 공격적인 역할과 수비적인 역할을 겸임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이다. 수비 위주의 전술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는 선수이지만, 동시에 공격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선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밀란의 피를로와 가투소인데, 캐릭 - 하그리브스 라인에게서 기대하는 바가 바로 이들과 유사하다.- 물론 이룬 업적에서는 아직까진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나지만 - 후방에 위치한 피를로가 뒤에서 경기를 읽고 조율한다면, 가투소는 그 폭넓은 움직임으로 전방위적으로 뛰어주면서 공간을 장악하고 최일선 수비를 번갈아 맡는다.
캐릭은 애초에 저런 식으로, 후방에서 더 잘해주는 선수이다. 트레콰르티스타에서 빛을 보지 못한 피를로처럼 캐릭 역시, 플랫 4-4-2에서는 공격 전개를 이끌어나가는 역할보다는 저렇게 후방에서 뛰어줘야 하는 선수라는 것.
그렇기에 캐릭과 하그리브스의 조합에서, 공격적인 역할을 맡아줘야 할 것은 캐릭이 아니고 하그리브스이다.
하지만 볼튼 전에서 보여준 캐릭과 하그리브스의 호흡은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격적인 안데르손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 온 하그리브스가 갑자기 바뀐 보직에 적응하지 못했을런지도 모르고, 부상에서 갓 복귀한 캐릭이 아직 경기에 적응하지 못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캐릭과 안데르손의 조합이 최근 몇 경기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확실히 두 선수의 호흡은 아직까진 잘 맞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 하다.
오히려 안데르손의 모습에서 하그리브스에게서 기대한 '공격적인 모습'이 더 드러나고 있는 것 같은 양상이다. 혈기 넘치게 움직여주면서 수비에까지 기여하고, 공격형 미드필더답게 공격 전개 능력도 탁월하고 더불어 너른 시야까지 갖췄다.
하그리브스가 패스 전개력에 있어서 아직까지 좋은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것은 감안한다면, 아이러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파트너의 공격적인 매리트를 좁아지게 만들고 있는 셈이니까.
그렇다고 그가 캐릭과의 경쟁에서도 확실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가? 그 것도 아니다. 물론 하그리브스의 강력한 활동량은 지난 시즌부터 크게 요구되어져 왔지만, 캐릭은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비록 하그리브스와 같이 정력적인 플레이어는 아니나 정확한 패싱력과 스루 패스는 앞서 언급했듯이, 성공 여하를 따지기 전에 상대 수비에게 긴장감을 안겨 준다.
지난 시즌만 보아도, 주전 미드필더로 특별한 휴식 없이 풀 시즌을 소화하면서,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끈 선수가 아닌가. 분명히 스콜스 - 캐릭 라인은 '불완전'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리그에서 가장 훌륭한 미드필더 진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더더욱이 그 불완전한 요소를 해결해줄 활동적인 미드필더 - 하그리브스 혹은 안데르손 - 과의 호흡이 살아난다면, 캐릭이라는 옵션은 더더욱 강력해질지 모른다. 안데르손과의 준수한 호흡이 고무적인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물론 하그리브스와 같은 유형의 미드필더를 더 선호할 수도 있겠으나, 객관적인 팩트로 바라보자. 마이클 캐릭은 알렉스 퍼거슨이 직접 선택한 미드필더이며, 18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기록했고, 팀 합류 후 주전 미드필더로서 훌륭히 역할을 소화해낸, 맨유 주전 스쿼드의 든든한 축이다.
그럼 앞서 이야기한 것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마이클 캐릭은 가장 먼저 합류해 플랫 4-4-2의 수비적인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입지를 다졌지만, 새롭게 영입된 하그리브스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그리브스는 플랫 4-4-2에서 공격적인 역할이든, 수비적인 역할이든 다 소화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이고 안데르손과의 호흡을 통해 수비적인 역할을 맡으며 활약했으나, 캐릭과의 호흡에서는 아직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며 공격적인 역할에선 큰 활약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안데르손은 스콜스의 부상으로 플랫 4-4-2에서 공격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명쾌한 공격 전개와 활동량으로 어느덧 팀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수비적인 두 미드필더, 하그리브스와 캐릭 두 선수와 호흡을 맞춰보면서 모두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도가 될 수 있겠다. 2년간의 사이닝으로 얻어진 이 결과물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맨유의 중요한 스쿼드 멤버임에는 틀림없다.
◎ 맺음
이 글을 쓴 가장 큰 목적은 무엇보다도, 현재 맨유가 보유하고 있는 이 미드필더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마이클 캐릭, 오웬 하그리브스, 안데르손.
모두 영입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열과
성을 당해 협상에 임한 끝에 데리고 올 수 있던 선수들이다. - 동시에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했고.-
세 선수 모두 비슷해보이나 쓰임이 조금씩 달라, 서로서로가 잠재적인 파트너이며 스콜스가 은퇴한 이후로는 맨유의 미드필더 진을 책임지고 나가야 할 선수들이다.
이런 시점에서, 누군가는 팔려야 한다는 둥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뚱딴지같은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것이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더더욱이나.
알렉스 퍼거슨은 그리 쉽게 선수를 내치지 않는다. 자신이 믿는 선수에겐 꾸준히 기회를 주고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감독이 바로 퍼거슨이다. 그 것이 바로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맨유를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구단으로 이끌어 놓은 원동력이고, 아직까지도 팀의 보스로써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
세 선수는 분명히 퍼거슨의 플랜에 선택된 선수들이고 과거와 너무도 다른, 두터워진 맨유의 미드필더 진을 구성하는 핵심들이며, 비단 퍼거슨 뿐만이 아니라 팬들에게도 소중한 맨유의 일원이다.
비록 못난 글이 되었으나, 아무쪼록 이 글을 통해 좀 더 많은 분들이 그들이 가진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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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동감합니다. 캐릭이 경기조율과 수비적인부분에서 조금만 더 보완한다면 피를로와 대등하게 성장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의 패싱력이나 전진패스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뭐니뭐니해도 경험이 필수죠 작년시즌 챔스에서 보여준 밀란과의 경기에서 캐릭은 완전 경기를 망춰놨듯이 했으니까..
요즘에 정말 좋은 글 많이 올라오네요.. 많이 배웠습니다.
아... 정말 이 글 최고네요. 개개인의 장단점과 서로의 유기적인 호흡에 관한 글.. 이만한 글 참 오랜만에 봅니다. 강추! ^^b 매니아칼럼 자주 써주세요!! 꼭볼게요! (다른 글 찾아보니 칼럼니스트셨군요..! 우왕ㅋ굳ㅋ!)
이번시즌 맨유의 경기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저번시즌 캐릭의 전진패스는 정말 혀를 내두르거나 소름 끼칠정도였다고 기억되네요. 아니 어떻게 저기서 저렇게 날카로운 혹은 저 위치의 동료에게 패스를 하지 하는 놀라움을 안겨주는 패서. 캐릭 ㅎㄷㄷㄷ 캐릭이 나가면서 토튼햄이 무너지고 있다는게 그의 능력에 대한 또하나의 반증이라고 할까나 ㅎㅎㅎ
저기에 박지성-호나우도의 양 윙 라인이 가동된다면....테베즈-루니와 함께 시너지를 볼수있을듯.. 모두 활동량이 좋고 희생적인 선수들이라서.
두말하면 잔소리죠, 에너지가 펑펑! 터질것으로 기대됩니다~
로이킨의 공백이 맨유에게 안겨준 가장 큰 문제는 투쟁적인 그의 기질이 아닌 바로 적소에 볼을 공급해줄 수 있는 그의 능력이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맨유와 링크되었던 대부분의 미드필더들이 이런 투쟁적 요소에 강점을 보인 선수들이었기에 캐릭의 영입 후 의아해하시던 분들도 있겠지만 퍼거슨이 가려운 곳을 아주 잘 긁는 영입이었던 것 같네요...언제나 불안불안하던 허리가 이제서 안정화되는 듯...이런 말 있지 않습니까...남자의 생명은 허리다-_- ㅋㅋ 암튼 스탐씨의 강인함을 비디치가 보여주길 원하는 스탐빠였습니다^^
이글을 읽고 캐릭과 하그리브스를 합쳐놓은듯한 로이킨이 그립네요ㅠ 로이킨이 있었으면 로이킨 안데르손 조합이 끝내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