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여전히 배고픈 분야지만, 작업환경은 예전과 달리 점차 변하고 있다. 작가가 자비를 털어 작업하고 전시했던 것과 달리 요즘은 전시를 무료로 열 수 있는 기회가 늘었고,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기금을 받아 작업하거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나 워크샵 등을 통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올 한해동안의 사진가 지원프로그램을 결산해 달라진 점을 알아봤다.
지원규모와 수, 모두 증가세
한국문예진흥위원회에서 관리, 운영하는 문예진흥기금의 시각예술분야 지원부문은 사진을 포함해 설치영상, 한국화, 양화 등 모두 11개 부문에 달한다. 특히 2006년 시각예술 분야의 지원예산은 높아진 문화적인 수요를 감안해 전년도의 17억원에서 22억원으로 30%가 증가됐다. 이로 인해 지원규모와 선정사업이 늘었고, 사진분야에는 모두 22개 사업에 2억여원 이상이 지원됐다. 전시와 발간사업에서는 정례적인 형태보다는 기획의도가 뚜렷한 대상이 우선 지원대상에 선정된 것으로 나타난다. 고 김영갑의 1주기 작품집 출판 및 유작전시회와 ‘태극기로 읽는 현대사’전, 민족사진가협회의 한국사진의 발견-지역의 원로사진가들 발간, 한국사진사연구소의 1940~60년대 한국의 사진잡지 목록 및 해제 자료집 발간, 정범태의 한국 춤 백년 발간, ‘한일국제교류’전, ‘몸과의 소통’전 등이 선정됐다. 그리고 젊은 작가와 뚜렷한 주제로 창작지원 대상이 정해져 그중 이강우와 이선민 등이 눈에 띄다. 그리고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 지원에는 미국 ISCP 참가에 윤정미와 ‘원더랜드’ 뉴욕 빌보드 전시 프로젝트에 정연두, 베타니엔 스튜디오 참가에 김윤호가 각각 선정됐다. 이와 관련 문예진흥위원회 측은 “앞으로 토론식 심의를 통해 심사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문예진흥기금 외에도 서울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등 각 지역의 재단에서도 기금 지원제도가 있지만, 경기문화재단을 제외하고는 사진가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정보교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적기금과 다양한 사진상들>
박건희 문화재단에서 선정하는 다음작가상은 매년 사진과 영상 부문에서 각각 한명씩을 선정해 1년간 작업 전 과정과 전시를 지원하던 방식에서 올해부터는 한명만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수상자 두명에게 각각 2천만원씩을 지원하던 것에서 올해 5회 시상부터는 한명에게 작품제작과 도록제작 등에 필요한 지원금 3천만원과 전시 및 기타비용으로 1천5백만원 등 모두 4천5백만원이 지원됐다. 작가들의 전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작업 제작비가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해, 한정된 예산으로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재단측은 설명했다. 올해 다음작가상에는 모두 54명의 작가들이 지원했고, 이중 윤정미가 선정됐다. 윤정미의 작업계획서 ‘나의 컬렉션’은 개인의 구체적인 사생활을 대상으로 하는 현대사진의 흐름과 구체적인 사물을 선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사진의 특성을 반영한 작업계획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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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문화예술재단이 지원하는 한미사진상은 수상대상을 사진가만이 아니라 기획자까지 포함시킨 점이 특징이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한미사진상은 2005년 11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1년 동안의 활동을 근거로 심사위원회와 한미사진미술관의 자체 자료조사를 통해 사진가, 사진이론가, 전시기획자 중 한명을 선정한다. 심사위원은 강승완(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이경률(평론가), 최봉림(평론가), 이상현(1회 한미사진상 수상자, 사진가), 송영숙(한미사진미술관장) 등으로 구성됐으며, 각 심사위원들이 추천한 10명 이내의 추천 후보자 중 3인의 심사위원이 중복 추천한 작가 3명을 놓고 공개토론을 거쳐 선정한다. 최근 발표된 2회 수상자는 사진가 성남훈으로, 상금 2천만원과 개인전 기회가 주어진다. 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에 발간된 사진집 ‘유민의 땅’과 올해 3월 갤러리 와에서 있은 개인전 등을 통해 보여온 작가의 뚜렷한 작업관과 사진활동이 높이 평가됐다고 밝혔다.
사진을 통해 강원도의 자연과 문화, 사람과 삶 등 고유한 가치를 기록, 보존,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강원다큐멘터리사진사업은 지난해부터 공모 외에 초대작가 한명을 위촉하고 있다. 올해 5회째 공모를 받고 있는 강원다큐멘터리사진사업에는 점차 진지하게 강원도를 고민해온 포트폴리오 또는 기존 작업의 외연을 강원도로 넓힌 작가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37명이 응모한 가운데 4회 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된 박근재, 이주형, 이선민, 손원명 등만 봐도 강원도의 사찰, 강원도의 근대건축물, 도계지역의 가족사진, 산골마을과 이르는 길 등의 작업계획으로 선정됐다. 매년 5명 이내의 사진가를 선정해 각 일천만원씩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원작가는 촬영한 작품을 강원도에 기증하고, 이 작품은 2, 3년에 한번씩 전시되는 동시에 사진집으로도 출간된다.
만 33세 이하의 국내외에 거주하는 한국작가를 지원하는 금호 영아티스트에는 올해 현실세계와 지각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불일치를 상상력으로 표현한 박형근이 선정되어 전시공간과 지원금이 주어졌다. 그리고 올해 처음 열린 국제다큐멘터리사진대상에는 신슬기, 한재호 등 학생부문에서만 국내 수상자가 나와 상금과 전국 순회전을 가졌다.
사진의 비중이 커지면서 2004년부터 사진영상분야가 포함된 중앙미술대전은 전시 기회와 상금이 주어진다. 이외에 미술에 지원이 한정됐던 각종 재단들도 사진으로 대상을 넓히고 있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나 달링아트파운데이션 등이 있고, 에르메스코리아 미술상은 상금 2천만원과 전시공간을 지원한다. 그리고 성곡미술관의 내일의 작가상은 전시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갈수록 미술 관련 지원제도의 문이 넓어지면서, 무엇보다 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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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지원과 레지던시 프로그램>
작가에게 지원금이나 전시기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외에도 작업실 대여나, 세계 여러 나라의 작가들과 함께 자신의 작업을 고민하고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작가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는 국내외 작가를 대상으로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가 원하는 평론가나 기획자를 초청해 워크샵을 진행하고, 그 결과물은 세계 유명 갤러리에 배포돼 해외진출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올해는 파야와 원성원이 사진작업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난지 미술창작스튜디오에는 노정하가 선정됐다. 그외에 국내외 작업실 및 작품판매와 전시를 지원하는 곳으로는 영은미술관의 영은미술창작스튜디오, 아트갤러리의 가나아뜰리에와 장흥아뜰리에, 쌈지갤러리의 쌈지스튜디오 등이 있으며, 한미미술관도 안동에 작가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리고 올해부터 시작한 보다레지던시에는 김현철, 칼리아이든, 지원진 등이 선정됐으며, 광주시립미술관의 창작스튜디오와 의재 창작스튜디오, 김해창작스튜디오 등 각 지역의 국공립미술관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운영 중이며, 앞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밖에도 비영리로 운영되는 대안공간 풀, 대안공간 루프, 대안공간 마루, 대안공간 미끌, 브레인 팩토리, 대안공간 건희 등이 전시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갤러리가이아, 신한갤러리, 세오갤러리, 갤러리세줄, 키미아트, 진흥아트홀, 스페이스 바바 등에서도 전시지원을 하고 있다.
글 김소윤기자<월간사진 2006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