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 당하고 '선의'라니"…도청 덮은 대통령실 규탄
[ 시민언론민들레 | 박승철 기자 psc2023@mindlenews.com ] 2023.04.16 00:07
4월혁명회, 80대 노구 이끌고 “윤석열 퇴진” 외쳐
세월호 9주기 맞아 “기억의 힘이 세상을 바꾸는 힘”
‘울산 기적’ 최덕종 의원 “촛불이 횃불 돼 대선 승리”
서영교 “김건희 지인 의전비서관, 김태효 경질해야”
5월 20일 불교계 시국법회, 전국집중집회 전 열려
15일 서울 시청앞 일대에서 열린 제35차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 2023.4.15. 사진작가 이호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당한 적 없다”, “위조였다”며 사건을 덮기 급급했던 대통령실의 대응에 대한 촛불 시민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15일 서울 혜화역과 시청 인근에서 열린 제35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은 “한국 포탄 내주고 한미회담 구걸한 윤석열은 퇴진하라”, “도청범죄 비호하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또 4·19혁명 63주년을 며칠 앞둔 이날 집회에서 “4·19 정신 계승하여 촛불혁명 완수하자”는 구호도 외쳤다.
이날 오후 3시 혜화역에서 집결한 시민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오후 3시 30분부터 행진을 시작해 종로를 거쳐 본 집회 장소인 숭례문~시청앞 도로에 집결했다. 전국집중집회로 열린 본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 명(오후 6시 30분 기준)이 참석했다. 같은 시각에 1만 8000여 명의 시민들은 온라인을 통해 집회를 시청했다. 행진 과정에서 종로 4가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와 마주쳤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집회 첫 발언자로는 불교 쪽의 ‘사대매국 윤석열 검사독재정권 퇴진 시국법회 준비위원회’ 박종린 집행위원장이 무대 위에 섰다. 박 위원장은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불교 시국 법회를 준비했다”면서 “다시는 윤석열 같은 어리석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시국법회 준비위원회는 다음 달 20일 서울 시청~숭례문 일대에서 불교 시국법회를 열 예정이다.
다음엔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세월호 9주기를 맞아 노란 리본을 만드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김현성 광화문 노란리본공장소 시민 봉사자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 씨는 “혹시라도 9년이나 되었으니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느냐”면서 “그렇다면 우리는 또다시 우리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정권을 계속해서 다시 만나고 우리 주변 누군가가, 또는 나 스스로가 또 다른 참사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란리본공작소에서 제작한 기억 물품을 가져가셔서 가방에 달아 기억의 힘을 보여달라”면서 “행동하는 시민들의 기억의 힘은 무한 동력이 되어 우리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촛불대행진 참가자 전원이 일어나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했다.
15일 서울 혜화역과 시청앞 일대에서 열린 제35차 촛불대항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울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2023.4.15 최마리 작가
지난 4·5 재보선에서 전북 전주을에 출마해 10.14%를 득표했던 안해욱 후보는 “선거 기간 전국에서 찾아와 지지해 주시고 해외 언론에서도 보도할 정도로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한다”라면서 “학연, 지연, 혈연 하나도 없는 제가 윤석열 정권을 타도하자는 기치 하나로 윤 정권의 실체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텃밭인 울산 남구에서 기초의원으로 당선된 최덕종 울산 남구 의원은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가 두 번 찾아오고 국회의원 5명과 시의원, 구의원 등 80명이 골목마다 누비고 다녔지만,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승리는 작은 촛불이었지만 내년에 횃불이 돼 촛불 시민의 염원으로 대선까지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후 연단에 오른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도둑이 들어와 비밀 금고를 훔쳐 갔는데 착한 도둑이라고 하고 선의가 있다고 한다”면서 “다 한통속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자기들이 도둑질해 놓고 도리어 도둑질을 당한 것이라고 팔팔 뛴다”면서 “한국은 주권 침해를 당해도 싼 나라, 글로벌 호구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율동 강사 오솔잎 씨의 지도에 따라 윤민석 씨가 제작한 노래 ‘격문’에 따라서 단지기를 이용한 율동을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참석해 김건희 특검, 50억 클럽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서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이 뻥 뚫렸는데 도청이 없었고 위조라고 한다면 바보가 아니라면 이해할 수가 없다”라면서 “도청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 짓고 미국의 사과를 받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은 뒤 국익 관점에서 한미정상회담에 임하라고 경고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을 경질시켜야 한다”라면서 “김건희 씨의 지인을 의전비서관으로 채용했다고 하는데 역시 당장 경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시청앞 일대에서 열린 제35차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4월혁명회 관계자들이 4·19혁명 63주년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2023.4.15. 사진작가 이호
이후 성악가, 연주자, 가수 등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예술인 연대’는 홀로아리랑과 상록수를 부르며 시민들과 호홉을 맞췄다. 전국비상시국회의 조성우 대표도 발언자로 나서 “윤석열 정권은 주권자들이 똘똘 뭉쳐 화산처럼 폭발하는 것을 가장 무서워한다”라면서 “중요한 것은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의 대미는 4월혁명회 회원들이 장식했다. 이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80대의 노구를 이끌고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특히 올해 90세인 정희일 선생이 직접 4월 혁명 63주년 선언문을 낭독했다. 전용덕 사월혁명회 상임의장은 “63년 전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리기 위해 시청 앞, 태평로, 경무대 앞에서 독재의 총탄에 쓰러져 간 동지들의 4월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전 의장은 “외교 무대에서는 참사를 일으키고 국내에서는 입만 벌리면 실언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4월혁명회 노인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여러분과 함께 앞장서겠다”며 “죽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 36차 촛불대행진은 22일 토요일 오후 5시에 시청앞~숭례문 앞 도로에서 열린다. 다음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은 다음 달 20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