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낮은산 청소년문학 키큰나무 시리즈 26권. 신선한 상상력으로 청소년 SF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온 최상희, 연여름, 문이소, 이필원, 하유지, 다섯 작가가 지금 여기 ‘너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단하다고 믿어 왔던 것들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 무엇을 붙잡아야 할까? 안 그래도 성장은 불안과 떨어질 수 없는데, 현실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성장기를 보내는 이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SF는 현실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문제를 보게 하는 데 특화된 장르다.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 현재의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벌어지는 곳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현실의 문제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 우리를 저 먼 곳으로 데려가는 이야기,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며 삶의 형태는 얼마든지 다채로울 수 있다는 걸 자각하게 하는 이야기 다섯 편을 모았다.
목차
내성적인 뱀파이어 - 최상희
나만의 리미트 - 연여름
기간테스가 나타났다 - 문이소
레드 카펫을 깔아 줘요 - 이필원
나를 초월한 기분 - 하유지
글: 문이소
걱정 많은 뻥쟁이. 어릴 적 만화책으로 한글을 뗐다. 떡볶이를 사랑하고 라면 없이 3일을 못 버틴다. 강아지랑 같이 살고 동네에 아는 고양이가 많아 심심할 새가 없다. 삐삐 롱 스타킹과 앤 셜리를 흠모한다. 때때로 그림을 그리고 가르치는 일도 한다.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아는 마음과 서로에 대한 다정함이 지구를 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야기를 쓴다.
「마지막 히치하이커」로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했다. 청소년 소설 앤솔러지 『극복하고 싶지 않아』, 『희망의 질감』, 『외로움의 습도』, 『마구 눌러 새로고침』과 SF 앤솔러지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나의 슈퍼걸』에 참여했다.
글: 최상희
소설가. 때때로 여행하고 글을 쓴다. 지금처럼 제주 여행이 활발하지 않던 시절, 훌쩍 제주로 떠나 머무르는 여행을 했던 얼리버드 여행자. 제주에서 ‘중간 여행자’로 머문 700여 일을 담은 여행서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이 제주도 여행의 바이블로 떠오르며 제주도 여행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동생과 함께 작은 출판사 '해변에서랄랄라'를 운영하며 여행의 기록을 책으로 만들고 있다.
『그냥, 컬링』으로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델 문도』로 사계절문학상을, 단편 「그래도 될까」로 제3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바다, 소녀 혹은 키스』로 대산창작기금을, 이 소설집 『닷다의 목격』에 실린 단편 「화성의 플레이볼」과 「국경의 시장」으로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그 밖에 『명탐정의 아들』, 『칸트의 집』, 『하니와 코코』, 『B의 세상』, 『마령의 세계』 등의 청소년소설과 『여름, 교토』, 『빙하맛의 사과』, 『숲과 잠』, 『북유럽 반할지도』 등의 여행책을 썼다.
글: 연여름
기억과 변화, 떠남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2021년 〈리시안셔스〉로 SF어워드 중·단편소설 우수상,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로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SF 앤솔러지 《나와 밍들의 세계》에 단편 〈시금치 소테〉로 참여했고, 소설집 《리시안셔스》, 중단편소설 《2학기 한정 도서부》, 장편소설 《달빛수사》, 《스피드, 롤, 액션!》 등을 냈다.
글: 이필원
고양이 집사. 단편소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코너를 달 리는 방법』, 『거기, 있나요?』, 『슈가 타운』, 소설집 『지우개 좀 빌려줘』, 장편소설 『가족복원소』를 썼고, 앤솔러지 『푸른 머리 카락』, 『데들리 러블리』 등에 참여했다.
글: 하유지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여러 지역으로 이사를 다니다가 현재 정착한 곳은 인천이다. 산과 고양이, 탄수화물과 각종 형태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쓰며 즐겁게 살고 싶다. 2016년 한국경제 신춘문예에 장편소설 『집 떠나 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담담하고 유머러스한 어조, 일상적 소재, 착하고 소소한 인물과 사건들로 이루어진 ‘생계밀착형’ 멜로드라마를 쓰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 『집 떠나 집』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독고의 꼬리』 『3모둠의 용의자들』 『너의 우주는 곧 나의 우주』, 함께 지은 책으로 『새벽의 방문자들』 『숨은 초능력 찾기』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인간은 현실에 발붙이고 살아가면서도
두 눈으로는 저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는 존재
요즘 아이들이 체감하는 세계는 어떤 곳일까?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한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고, 기후위기는 갈수록 심해져 재난이 끊이지 않으며, 사회 분위기는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안전하지 않은, 위태롭고 위험한 사회에서 성장기를 보내다 보면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스스로 안전을 지키는 일은 물론 중요하지만, 누군가를 제대로 알아가기 전에 경계부터 하고 선을 그을 준비부터 해야 한다면, 그 삶은 무엇으로 풍요롭게 채워 나갈 수 있을까? 현실에 발붙이고 살아가면서도 때때로 두 눈으로 저 지평선 너머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최상희, 연여름, 문이소, 이필원, 하유지, 다섯 작가들은 이런 고민을 담아 용감한 주인공들이 선을 넘고 닫힌 문을 열고, 결국은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경쟁 너머, 갈등 너머, 한계 너머의 이야기다.
전부를 알지는 못한다
시간과 진심을 들여 서서히 이해하려 노력할 뿐
최상희 작가의 「내성적인 뱀파이어」에서는 뱀파이어 가족이 이웃집으로 이사 온다. ‘소수자 차별 반대법’이 제정된 뒤, 격리 지구에서 살던 뱀파이어족이 사람들과 어울려 살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뱀파이어가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막연한 불안감으로 뱀파이어를 혐오하고 차별한다. 뱀파이어 래미를 학교에서 만난 ‘나’는 래미와 짝이 되고, 자기도 모르게 용기를 내야 할 순간을 마주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우리는 다른 존재에 대해 전부를 알지 못한다. 모르는 채 혐오할 것인가, 모르니까 시간과 진심을 들여 서서히 이해하려 노력할 것인가, 어느 쪽이 더 나은 삶으로 우리를 데려갈까.
연여름 작가의 「나만의 리미트」는 할머니를 잃은 웨이와 엄마를 잃은 소마가 ‘리미트’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리미트’는 고인의 의식을 보존해, 그걸 바탕으로 언제든 고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웨이와 소마는 첨단 기술로도 구현할 수 없는 ‘기억’에 대한 마음을 나누고, 자신만의 리미트를 만들어 간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대면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먼저 마주해야 한다는 걸 이야기한다.
할 수 있는 일이야 많겠지
우리가 스스로 한계만 두지 않는다면
문이소 작가의 「기간테스가 나타났다」는 도로에서 아스팔트를 뚫고 나타나 온갖 것들을 진액으로 녹여 흡수하는 괴생명체 기간테스와 그에 맞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텃밭을 가꾸는 동아리 활동을 하는 세 친구 은제, 보영, 희준은 기간테스의 비밀을 알아내고 맞서 싸울 준비를 한다. 타인을 의심하기 전에, 겁난다고 물러서기 전에, 아이들은 용기 내서 담을 넘는다.
이필원 작가의 「레드 카펫을 깔아 줘요」에는 신체 일부에 기계 장치를 넣은 격투기 선수가 등장한다. 격투기가 좋아서 계속해 왔으나, 신체 개조 시술이 어른들의 비열한 욕망을 위한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선택의 길을 찾아 나선다. 스스로 한계를 정해 놓거나, 어른이 정해 놓은 무례한 선을 지키기보다 용기를 내야 할 시기에 용기를 낼 줄 아는 열여섯 살들의 이야기다.
하유지 작가의 「나를 초월한 기분」은 뇌에 칩을 이식해 인공지능 시스템 마므에 바로 접속하는 미래가 배경이다. 뭐든 열심히 하는 모범생 오유월의 뇌에 알 수 없는 오류가 생기고, 더 이상 마므 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게 된다. 학교에서 제대로 수업을 받을 수도 없고, 미래를 꿈꿀 수도 없는 현실에서 어느 날, 오유월에게 타인의 비공개영역이 열리기 시작한다. 물 흐르듯 흐르다가 담을 만나면 넘어가라는 유월의 이름처럼 유월은 자신 앞에 놓인 담을 넘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
한계를 넘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계가 무엇인지조차 인식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알게 될 것이다. 눈앞의 담을 넘고 싶고, 선을 뛰어넘고 싶고, 울타리나 철조망을 부러뜨리고 싶어서 눈물이 나오는 때가 있다는 걸. 그럴 때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선택을 떠올려 보면 좋겠다. 우리가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는다면, 다른 문은 언제나 열리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