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 대한 피해의식이 컸다.
대공에 대해 공부(?)해 가면서, 잘못 이해된 종교는 대공인에게 극약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종교에서 가르치는 선, 용서, 화해, 사랑.
이것들은 자신의 감정을 피하는 훌륭한 도피처가 되기도 하며 나약한 자들이 숨을만한 좋은 핑계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정태기 목사님이 불쌍했다.
대공을 많이 치유했다고는 하지만, 목사라는 직분에 얽매여 힘들 것 같아서.
자신이 진짜 말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것 같았다.
여전히.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대공인이 목사라는 사실이 불쌍했다.
엄청난 분노와 열등감에 시달리면서 되지도 않는 용서를 하려고 했던 신경정신과의 임정준 아저씨도 불쌍했다.
또 심리치유 모임에서 봤던 그 아이도 참 불쌍했다.
아버지가 목사라서...
그 아이는 엄청난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아이가 입에 달고 살던 말.
"나는 목사 딸이니까."
불쌍했다.
물론 종교 자체가 나쁜건 절대 아니고 훌륭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많이 봤다.
훌륭한 기독교인은 셀 수도 없이 많겠지...
대공 측면으로만 봐도
부모님 두 분이 목사였던 원더걸스 예은도 엄청난 생활력을 보여주며 최선을 다해 살고 있고
꿈이 목사일 정도로 신실했던 빅뱅 대성도 멋진 미소를 지으며 잘 활동하고 있다.
비전스쿨에서 만난 아버지가 목사였던 (박)송은이도 강하게 잘 살고 있었고.
슈퍼주니어 최시원도 기세게 멋진 외모로 잘 살고 있고
지현이형도 신에게서 참 평화를 찾았고...
기타 내가 본 사람만 해도 엄청나게 많고...
등등.
대공 따윈 있지도 않은 사람들이 많다.
정말 셀 수도 없는 사람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에게 있어서는 아니었다.
지금은 피해의식이 거의 없지만, 과거에 힘들었던 기억들...
친구들과 미성년의 나이로 처음으로 술을 산 다음 무릎을 꿇고 회계기도를 드렸던 나를 기억한다.
무릎을 꿇은게 아니라 무릎이 저절로 꿇렸다.
그 당시에는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술을 판 아줌마에게 미안했다.
그 눈빛...
기독교로 인해 나는 확실히 '착해'졌다.
그렇지만 그게 점점 나약함으로 변해갔다.
제대로 된 '선함'이라는 것은 사실은 굉장히 강한거다.
내면이 강하기때문에 외면이 부드러울 수 있는거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택해서 착해진게 아니라 힘이 없기때문에 겉으로만 착해보였을 뿐이다.
육체가 약했던 나는 정신도 쉽게 나약해졌고, 기독교 교리를 이용해 그런 나를 합리화 시켰다.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이미 용서했다고 생각하고 한켠으로 제쳐놨다.
나 자신은 절대 더럽지 않으며 더러운 건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게 쌓이다보니 세상과의 거리는, 아니 나 자신과의 거리는 멀어졌다.
이걸 깨달았다.
그래서 한창 기독교를 증오하기도 했다.
그러다 피해의식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이거였다.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야동을 보며 자위행위를 할때도 죄책감이 없고,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릴때도 죄책감이 없고,
다른 어떤 범죄를 저지를 때도 죄책감이 없는데 왜 유독 나 자신을 챙기고 사랑하는데에만 있어서 스스로 찔릴까?'
왜 하필 뭔가 내가 힘을 써서 노력을 해야할 때만...?
이게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종교를 믿을때는 무의식이 많이 작용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나... 내가 지금 돈을 벌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건 하나님의 교리와 맞지 않는데...
욕심을 버리고 살아야하지 않나...'
라고 생각할 때는 공부하기 싫고 귀찮은 무의식이 있다는 거다.
그걸 하나님에게 적용시켜 합리화 시킬 뿐.
결론은, 취사선택이었다는 거다.
사람에 따라 다른 것.
나는 내 스스로가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강하고 담대하라' 등의 말들은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말이지.
나의 나약한 면, 부정적인 면을 가리는데 종교를 이용했다.
다른 무엇을 탓할 것이 아니다.
내가 한거다.
내가 약했던게지.
요즘에도 자꾸 나 자신을 사랑하는 데에 있어서 기독교의 교리가 떠오르며 방해를 할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나는 종교를 통해 참평화를 얻고 있지도 않고 사랑이 넘치고 있지도 않는데 괜한 강박적 사고에만 시달리고 있구나.
날 괴롭게만 하고 자꾸 쓰러뜨리려고만 하고 있어.
이건 올바른 믿음이 아니야. 이게 올바른 믿음이겠어? 과연 하나님이 나를 지옥으로 협박만 하는 존재일까?
또 난 솔직히 이런 교리까지 지킬정도로 신실하지 않아. 이건 내가 만든 허상일 뿐이야. 미안하지만 이런 말따윈 무시해주지.'
또 지금 예수님이 내 앞에 계신다면
"00아, 지금은 너만 생각해,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니가 하고 싶은 거 해. 이게 네 건강을 위한 거야. 단지 네 건강을 위한거."
이렇게 말씀하실거라고 100% 확신한다.
괜한 어중이 떠중이들의 어줍잖은 말들은 듣지 말고
현주, 김진홍 목사님 등 깨어있는 자들의 목소리를 듣자.
자기 사랑과 종교는 절대 대립관계가 아니다.
같은 길이다.
조금은 어려웠지만
더는 흔들리지 않기로 한다.
나는 건강한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