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초입
정석주
밤의 책을 펼쳐라.
셔츠의 소맷단을 접으며
여름의 끝에서 여름의 관습에 저항하는
쇠잔한 풀벌레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는 자의 근심은
불멸이 요구하는 품삯이다.
근심하는 자는 근심으로 삶을 빚고
생명의 심지를 태우며 타오를 때,
저 검은 석탄더미,
내면 형질이 불이라는 걸 알지 못한다.
모든 타오름은 종말에 가닿는다.
석탄은 희망이자 가능성,
석탄의 힘은 맹목의 쌓여 있음에서 나온다.
쌓여 있음이 석탄의 부(富)다.
밤의 근간에서 이마를 수그린 숙녀들아
재에서 솟구치는 불사조를 보라.
석탄더미 위로 차디찬 달,
누구도 무구한 달을 처형할 수 없겠지.
세상의 아궁이들은 불을 꺼트리고
일제히 침묵하고 말 테니까. .
너희는 수직 낙하하는 별들을 보고
죽은 별들의 한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은
우리에게 시간의 부스러기가 있기 때문이다.
장석주
논산 출생.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시집 『햇빛사냥』 『완전주의자의 꿈』 『그리운 나라』 『어둠에 바친다』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등
카페 게시글
#......詩 감상실
가을의 초입 - 장석주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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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0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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