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언저리에 있는 바위에 멍하니
앉아있는 데 크고 무서운 무늬를 한
벌 한마리가 날아와 겁을 주며 내 주위를
빙빙돌았다.
이곳은 자기 삶의 터전으로
물을 먹고 목욕할 시간이니
나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시위를 하는 듯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손도끼질 소리가 들렸다.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앙상하게 서있는 큰 나무를 리드미컬하게
쪼아대고 있는 딱따구리를 발견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서있는 꼴이 오늘따라
매우 측은하게 보였다.
쓰러질 힘도 없어서서 간신히
서있는 듯 보이는 불쌍한 나무에서
늙은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세월의 흐름에 이리 할퀴고 저리 할퀸
나무와 내 모습이 비슷하다는 생각이들어
몹씨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한편으로 죽어가면서도
새의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무척 좋아 보였다.
나도 육체는
늙어 쓸모없게 되어가지만,
나무와는 달리 나의 정신은 멈추지 않고
성장시켜 늙음에 의미를 부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바람이 실어나르는 냄새에 후각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방향으로
몸을,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썩어가는 나무토막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군데군데 썩어들어가고 벌레가
파먹은 구멍이 숭숭뚫여있었다.
곧 썩어 문들어질 듯한 나무 토막
하나에서 다른 나무의 씨앗이 떨어져서
싹이 터서 꽤 크게 자라고 있었다.
신기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죽음의 문전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내 안에서 새로운
희망과 풍요를 강하게 느꼈다 .
죽음의 가치,
죽은 육체의 의미를 깨달았다.
나는 죽으면
육체를 실험용으로 기증해야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확실히 하게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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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나무에서 자라는 나무를 보며
꽃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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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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