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음대의 영재들
저희 어릴 때는 훌륭한 재능을 가진 영재급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개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주로 음악이나 미술, 또는 체육특기생이 되어 수업에서 빠져 놀다시피 하면서 그쪽 공부에 집중하곤 했습니다. 요즘도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친구들 가운데서도 공부가 싫어서 음대나 미대, 또는 체육학과로 가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다른 곳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피아노를 공부하기에 독일에 머물며 아이 뒷바라지를 하느라 거의 매일 프라이부르크 음대로 출근하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는 동안에 다른 볼일도 보긴 하지만 주로 학교의 로비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글을 쓰고 책을 편집하며 지냅니다.
이곳 독일 국립프라이부르크 음대에는 약 50개 정도의 전공과목에 700여 명의 학생이 있고 100여 명의 교수 및 강사가 있습니다. 수십 명의 교직원도 학생들을 도우며 함께 머물고 있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이번 학기부터(노엘이는 2026년 2월 현재 3학기째 공부 중입니다) Examen(최고연주자 과정)을 시작한 피아노과 학생과 잠시 얘기를 나누었는데 이제 곧 서른이 되어가는데 결혼을 하려고 해도 피아노 연주를 해서 어떻게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지 앞날이 막막하다고 하며 걱정하였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공부이고 또 앞날이 만만하지 않은 것입니다.
한국 학생이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독일까지 와서 박사과정에 해당하는 최고연주자 과정을 공부한다면 실력이 뛰어났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인데 그럼에도 앞이 막막하다니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프라이부르크 음대에만도 영재학교에서 공부하는 뛰어난 어린 영재들을 포함해서 700명이 넘는 학생이 공부하고 있고 독일 전체에 서른 개 음대가 있으니 대략 20,000명이 넘는 학생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 전공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실력이 있는 학생의 숫자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으니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하겠습니다. 피아노 분야만 해도 현재 한국인으로서 실력을 인정받는 연주자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데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수천수만 명은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요.
다시 독일 프라이부르크 음대로 돌아와서 말씀을 드리면 여러 전공 분야에서도 정말 실력이 뛰어난 영재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앞날이 막막할 것이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모두 다 잘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일 뿐인 것 같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하나이듯이 말입니다.
2년 가까이 지켜본 바에 의하면 그저 대충 시간을 보내고 공부해서 겨우 졸업장이라도 받는 장래가 불투명한 학생들과 빛나는 영재들 사이에는 건너지 못할 커다란 강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장래가 흐릿한 학생들은 대개 현지 학생들입니다. 모국에서 대학공부를 잘하고 실력을 인정받아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혹은 이탈리아나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이미 실력이 있는 학생들이어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들 공부하고 있습니다.
대개 현지의 학생들이 혹 공부하기 싫어서 예체능 계열로 빠져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1970년대를 지나온 제 주변의 선후배나 친구들처럼 말입니다.
음악을 공부한다며 음대로 간 많은 자들 가운데 정말 음악을 사랑한 영재급의 친구들은 소수이긴 해도 지금도 훌륭한 교육자나 성악가로, 연주자나 지휘자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아들 노엘이는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며(마태복음 6:33) 공부하고 있고 또 그렇게 되도록 돌보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의 목표는 세상의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