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여인들> 산문
이른 아침, 트윈카페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그림을 바라본다.
붓끝에 남은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 속 여인을 오래 바라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햇살, 자동차에 부딪혀 산산히 부서지는 여름 햇살의 비명 속에서
지난해 그림 속 여인은 자신의 자리에
가을을 채우고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가을 햇살을 담은 여인은 내게 물었다.
“생은 아름다움만 있을까? 살아 볼 만한 것일까?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고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계절을 향해 걸어 나갔다.
여인은
겨울의 침묵을 지나 새 생명이 움트는 봄을 건너고, 뜨거운 열정의 여름을 지나 다시 돌아왔다.
지난 계절의 시간들과 생의 아름다움을 품고, 자신이 가을로 채웠던 그림 속 자신의 자리를 찾아온 것이다.
오늘의 그림에는
계절로 채워진 모자를 쓴 여인들이 있었다. 여인들의 모자 위에는 봄이 있었고 여름이 있었으며, 아직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올려져 있었다.
지난해 가을 그림에서 내려왔던 여인처럼, 저마다의 꿈을 찾아 그림 속에서 내려와야 하지 않을까.
혹시 내려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여인들의 눈을 바라본다.
꿈을 머리 위에 이고, 꿈만 꾸며 살아가고 싶은 것일까.
아무도 내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지난해 가을,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그림에서 걸어 나왔던 여인도 오늘은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나를 잊어버린 것일까.
그 여인은 그림 속의 여인을 바라보고,
나는 그림 속의 여인과 돌아온 여인을 바라본다. 나는 그림 속 여인이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돌아온 여인이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내 곁으로 걸어와 “안녕, 잘 지냈어?” 하고 말해 주기를 기다린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
돌아온 여인은 나를 찾지 않고,
그림 속 여인은 여전히 그림 속에 머물러 있다.
어떻게 하면, 돌아온 여인의 섭섭함을 위로할 수 있을까.
그녀는 이미 겨울을 지나 봄을 건너고 뜨거운 여름을 살아냈다.
지난 계절과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지난해의 그 여인이 아니다.
오늘의 그녀를 오늘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 지나간 날의 여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계절을 지나 돌아온 여인으로 보아야 한다.
그림 속 여인은 그림 속에 머물고,
돌아온 여인은 그림 밖에서 다시 자신의 계절을 살아간다.
커피잔을 내려놓고 그림을 바라본다.
기다리지 않는다. 조용히 바라보다 마음속으로 말한다..
“내려와 봐.
생을 산다는 것을 느껴 봐.”
그리고 돌아온 여인에게 말한다.
“잘 돌아왔어.”
2026 그림
첫댓글
인생이라는 삶의 강이
한번 흐르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하듯이
지나간 여인 또한
인생과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아침 가슴속을 빛나게 하는
좋은 글과 그림
감사합니다 ~^^
그림속 사람
그리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을 것 같아서.
현실을 살아가는 삶은
살아 볼만하고
아름다운 것이고
그리고 살아 있으니
오고가는 계절을 살아가는
여인은 변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날의 나를 찾지 말고, 오늘의 나를 바라보자.”
“오늘의 그녀를 오늘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
젊었을 때의 나,
건강했던 나,
예뻤던 나,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나를 계속 찾아다니면 지금의 나는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듯 사람도 바뀐다.
봄에는 봄의 내가 있고,
여름에는 여름의 내가 있고,
가을에는 가을의 내가 있고,
겨울에는 겨울의 내가 있다.
그러니 지나간 나를 그리워하기보다 지금의 나를 살아야 한다.
마지막
“내려와 봐.
생을 산다는 것을 느껴 봐.”
이 말이 참 좋다.
과거의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우리 자신에게 하는 말 같고.
“옛날의 나만 바라보지 말고,
지금 여기로 내려와.
“잘 돌아왔어.” 가 짠하다.
돌아온 여인을 반기는 말이면서 동시에
변해버린 자신을 받아들이는 말처럼 들린다.
“세월은 나를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데려온다.”
.
.
.
시력저하
어게인님도 한몫 했쓰요.
긴 글로 답글을 다는...
돋보기를 쓰고...
미인의 얼굴을 돋보기로
세월의 흔적을 드러나게 하여 미안합니다.
흐려지는 눈
가까운 것을 볼 수 없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는 날들에 멀리 바라보라는
삶의 지시인 것 같습니다.
미안한 마음만 보냅니다.
@본 어게인
그림과 대화하는 본 어게인님에게서
또 하나의 시선을 배웁니다.
화려한 여인들의 그림과
잔잔한 본 어게인님의 글이
참 잘 어우러지네요.
그 멋진 어울림과 여운,
마음에 담고 갑니다~^^
훅훅찌는 날씨도 이제 그늘에는 시원함이 있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아이들과...
곧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