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필자 김현철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의사로 활동하다, 서울대 석사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아 코넬대학과 홍콩과학기술대학 교수이다. 그의 멘토는 세계은행 총재 김용으로 김용 총재도 하버드대 의과대학과 세계를 넓게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인류학 박사를 공부하였는데, 필자가 의대 학생일 때 WHO 에이즈 국장이던 김용 총재를 만나 그가 추천한 경제학을 공부하였단다. 20년 전 충남 아산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면서 노인 간병의 슬픈 현실을 경험하고 20년간 치열하게 공부하여 장기 요양보험 정책과 효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정책을 제시한 책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을 출간하였단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우리가 좋은 교육을 받고 건강하게 잘 먹고 잘사는 것은, 본인의 능력과 노력 때문은 아니다. 인생 성취의 8할은 운으로 개인의 능력과 한계 국가의 역할이다. 국민 성취의 대부분은 국가가 결정한다. 잘 작동하는 국가의 국민은 풍성한 삶을 살고, 반면 실패한 (북한) 국가의 국민은 삶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그는 1996년 연세대 의과대학에 거의 꼴등으로 합격한단다. 당시 대학입시는 대학별고사 마지막 해였고, 내신보다 본고사에 상대적으로 강해서 운으로 입학했다는 겸손이다.
그러나 의대에서는 성적은 좋았다. “왜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더 아픈 걸까?” 고민하던 필자는 경제학을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고 서울대 경제학 석사과정을 지원한다. 박사과정은 컬럼비아 대학에 한국인 교수가 부임해 입학을 주관하였다. 세계 수재 틈에 끼어 주눅이 든 그는 낮은 하위 20%를 강제, 퇴출시키는 종합시험에서 마지막으로 극적 통과한다. 이는 행운의 연속으로 그를 도와주는 누군가의 힘이었단다. 나라와 부모의 건강이 나의 운이다. 태어나는 나라가 어디인가? 이는 평생 소득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 태어난 나라의 1인당 소득과 불평등지수만으로 성인기 소득의 최소 50%를 예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태어난 것만으로 세계의 상위 20% 안에 들어가는 운을 타고난 것이다.
부모가 누군가에 따라 유전. 환경. 요소를 제공하므로 둘의 역할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유전이 교육 연한의 44.3%를, 소득의 32.4%를 설명한단다. 건강도 운의 척도다. 태어난 나라의 기대수명이 크게 좌우한다. 암 발생의 50% 이상이 우연에 기인했다. 부모가 물러준 유전도 운이고, 사람의 노력으로 예방할 환경적 요인은 1/4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의 건강도 운이 8할이다. 필자는 이 글을 읽는 분은 아마도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룬 분들일 것이라 한다. 어렵게 살고 계신 분은 한가롭게 독서할 시간도 없고 이 책을 고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의 성공은 8할이 운이다. 그러니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 실패해도 좌절하지 말자. “단지 운이 좀 나빴던 것뿐이니까. 주위에 혹시 스스로 성취한 것처럼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러워하지 말고 불쌍히 여기렴, 착각 속에 사는 사람이니까.“
코넬대학교 ‘로버트 프랭크’ 교수는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란 책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냈다고 믿는 경향을 지적한다. 그 부작용으로 자기 성취를 스스로 믿을수록 세금 납부에 적대적이다. 정부와 사회가 도와준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단다. 하버드대의 석학 ‘마이클 샌델’ 교수는 하버드는 학생을 3배수 정도는 우월을 가리기 어려우니 제비뽑기로 입학시켜서 본인의 인생에 얼마나 운이 작용하는지, 스스로 성공을 얻은 게 아님은 알게 하여 명문대생의 태도와 인식을 바꾸는 것은 장기적으로 복지국가로 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그의 책에서 주장한다. 능력주의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있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능력에 따른 보상을 하지 않으며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능력주의는 신분을 대물림하던 세습 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나온 이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능력에 따라 보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아기에 모친의 뱃속에서 받은 환경이 평생을 좌우한다. 예로 스페인 독감이 유행할 때, 독감에 걸린 엄마에게 태어난 삶을 연구한 것이 2006년에 입증됐다. 1918년 가을부터 5억 명이 감염되고 5천 명이 죽은 사실에 착안해서, 팬데믹 중에 태어난 아이와 비교한 것이다. 좌표의 그림은 그 당시는 큰 폭의 출렁임이 있었다(그림 생략). 출생 때 큰 태아는 60대가 됐을 때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이 현격히 줄어든다. 엄마가 흡연하면 태아는 저체중으로 태어나 성장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바람이 부는 서풍의 피해지역 스웨덴도 영향권으로 출생아의 체중은 별 차이가 없었으나 청소년 시절 입학시험에 학력이 평균적으로 저하되었다. 가장 피해가 큰 과목은 수학이었다.
한국전쟁도 태아의 삶에 영향을 미쳐서 1951년생 중부지역에 태어난 아이는 학력이 낮고 좋은 직업을 가질 확률이 낮았다. 비숙련 노동자로 산 사람이 유달리 많았다. 태아에서 치열한 전쟁을 겪은 아이들의 삶은 전쟁 전후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더 고달팠습니다. 불행의 대물림을 극복하는 비결은 어린 시절의 환경을 얼마나 중요시하는 가이다. 영유아 5살 미만의 환경이다.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은 성인이 돼도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 영유아기와 성인기는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전적 요인, 물리적 환경, 친구, 학교 수많은 이유가 있다.
아버지에게도 육아 교육이 필요하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2017년 13.4%이다. 2020년은 24.5%로 4명 중 1명이 남성이 되었다. 한국 청소년 대학입시 성공 요건이 ”조부모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는 에티오피아에서 실험한 결과와 일치합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미숙한 아빠의 육아 참여 독려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맘카페는 엄마들의 출산과 육아를 앞두고 경험한 친구나 선배를 만나 지식을 전수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 아빠는 이런 것이 없어, 실전에 우왕좌왕한다. “에라 못 하겠다. “뛰쳐나온다.
친구가 내 삶을 바꾼다. 룸메이트가 내 학점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類類相從이라는 말처럼 유사한 점을 공유한 사람끼리 친구가 된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 ‘마그 저커버그’와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하버드대학교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그러니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끼리 친구가 된다. 범죄자도 마찬가지다. 범죄자는 주로 교도소에서 만난다. 소년수는 무작위로 방에 배정한다. 같은 류형의 범죄자를 같은 감방에 넣으면 재범 확률은 높아진다. 유사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교도소에 섞지 않는 것만으로도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게 엄벌을 내려 무조건 교도소에 오래 머물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교도소에서 친구 효과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엄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배우자는 가장 특별하고 중요한 친구다. 부부는 특별한 유형의 친구다. 부부가 오래 살면 닮아간다는 말이 학술적으로 영 틀린 얘기는 아니다. 배우자가 뚱뚱해서 내가 뚱뚱해진다는 의심은 꽤 합리적인 말이다. 연관성 효과를 배제하고 배우자의 인과적 영향을 정확하게 알아내기란 지금까지 거의 불가능하다. 대학생 룸메이트처럼 추첨으로 무작위로 결혼할 수는 없으니까?
경제 불황의 특징은 실업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불황이 시작되면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는다. 스트레스 상황은 배우자의 죽음이 100점 1위, 이혼 73점 2위, 별거 65점 3위, 실직 47점 8위로 실직도 두려운 경험으로 인식된다. 한국에서 실직한 남성의 건강을 살펴보니 의외로 모든 면에서 건강해졌다. 음주 및 비만 지표가 개선되었다. 반면 여성은 건강 악화가 크게 진행되어 암, 심뇌혈관 질환, 만성 질환으로 사망이 늘고 건강검진지표도 나빠졌다. 해답은 남성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회식문화에서 해방이었다.
삶이 활력소이자 골병을 드는 이유는 황혼에 자녀가 육아를 부모에 맡기면서 생기는 것이다. 시부모든 친정어머니든 손주나 외손주가 태어나 육아를 부탁하면, 조기 은퇴해서라도 돕는다. 육아와 건강을 비교하면 건강한 노인이 손주를 돌보는 것이지 아픈 노인은 손주를 돌볼 수 없다.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는 건강해진다고 잘못 이해하지 말아야 한다. 건강하니까 손주를 돌보는 것이다. 이를 학술용어로 ‘역인과관계( Reverse Causality)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2024.02.20.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김현철 지음
감영사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