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남해, 죽방멸치를 품었네
남해 별미
멸치회&멸치쌈밥
보물섬 남해의 별미 멸치.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있고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봄날의 멸치회, 그리고 사철 맛볼 수 있는 멸치쌈밥. 남해
멸치 요리의 양대산맥을 따라 머나먼 길을 나선 이유를 알고 싶다면?
봄날의 특미, 남해 멸치회. 각종 야채를 신선한 멸치와 더해 고추장 양념으로 무쳐낸다. 새콤달콤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흔히들 ‘멸치도 생선이냐’고 묻는다. 정말 몰라서 묻기 보다 생선 중 몸체 작은 것으로 순위권을 다투는 멸치에 대한 약간의 무시가 담긴
말이다. 마르고 빈약한 체격을 가진 이를 두고 ‘멸치‘라고 놀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멸치를 맛봤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아마도 그들은 ‘죽방멸치’를 접하지 못했으리라. 제대로 살이 올라 어른 손가락보다도 튼실한 죽방멸치를 봤다면, 그리고 보게 된다면
‘약골=멸치’라는 공식은 짝사랑하던 이의 코털을 보고 희미해지는 연심처럼 사라질 것이다. 그동안의 멸치는 잊고 오늘 맛기행의 주인공 남해
죽방멸치를 만나러 가보자. 참, 멸치는 청어목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멸치도 생선이다.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 어디에 쓰는 물건이고?
그림 같은 한려수도 물길을 품은 남해는 1973년 남해대교가 놓이기 전까지는 ‘섬’이었다. 지도를 살펴보면 남해도와 창선도가 나비의
날개처럼 펼쳐져 있다. ‘나비섬’이라는 보드라운 별명을 갖게 된 연유다. 하동과 남해를 잇는 남해대교, 사천 삼천포와 창선도를 잇는
창선·삼천포대교가 이들을 뭍으로 끌어냈다. 이들 연육교 덕분에 남해는 섬에서는 벗어났지만 쉽게 찾기에는 여전히 멀다. 이 대목에서 남해 멸치를
맛본 이들과 아닌 이들의 답이 나뉜다. 남해 죽방멸치를 맛본 이들은 봄 멸치 시즌이 되면 남해를 찾는다. 거리는 멀지만 달큰한 멸치맛이 자꾸
생각나 어쩔 수가 없단다. 이쯤 ‘거리가 얼만데 그깟 멸치 먹겠다고 남해까지 가냐’라고 하는 이들 있을 것이다. 그건 그대가 아직 죽방멸치 맛을
못 봤기 때문이다.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남해 지족해협에 자리한 죽방렴. 참나무 말뚝 사이를 대나무로 채워 V자 모양으로 자리한다. 후진할 수 없는
물고기들은 그대로 죽방에 갇혀 곱디 고운 모습으로 뜰채에 올려져 귀한 몸으로 대접 받는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마케팅팀(사진
맨 위),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여수세계엑스포조직위원회, 성남훈(아래왼쪽),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김지호(아래오른쪽)>
남해에 들어서면 부채 모양으로 촘촘하게 박아 놓은 참나무 말뚝이 보인다. 귀한 남해 별미 ‘죽방멸치’를 잡는 죽방렴이다. 조선시대부터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해역에서 사용된 전통어업 방법으로 남해 멸치가 귀한 대접을 받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죽방(竹防)’은 대나무로 만든 둑,
방죽으로 대나무 어사리라고도 부른다. 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세며 수심 얕은 갯벌에 참나무 말뚝을 V자로 박고 대나무로 그물을 엮는다. V자
끝 모서리 부분에 임통이 있는데 밀물 때는 열리고 썰물 때는 닫힌다. 물고기 입장에선 들어갈 때는 자유지만 나갈 방법은 없어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 것.
죽방렴을 보기 위해서는 삼동면과 창선도를 잇는 창선교 주변 지족해협으로 가야 한다. 멸치 요리 전문점들도 이곳 삼동면과 남해의 남도
미조면에 모여 있다. 창선도와 삼동면 사이의 좁은 바다, 지족해협은 예로부터 물살이 세기로 유명했다. 이곳 멸치들이 탄력성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이유다. 먹는 사람 입장에서 흐물거리는 생선보다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생선을 더 맛있지 않았을까. 거센 물살에 단련된 쫀득한 멸치들을 살아있는 째
뜰채로 곱게 떠서 잡아 올렸으니 그 맛 오죽 달았을까.
죽방렴으로 멸치만 잡는 것은 아니다. 멸치와 갈치, 학꽁치, 도다리 등 남해바다를 유영하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잡힌다. 그중 멸치수가 월등해
‘죽방멸치’란 이름을 차지했다. 죽방렴으로 다른 생선이 많이 잡혔더라면, 그게 도다리거나 갈치였다면 우리는 지금쯤 ‘죽방도다리’나 ‘죽방갈치’에
열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다른 생선보다 상대적으로 몸체가 작은 멸치를 상처없이 잡아내기 어려운 것도 죽방멸치가 귀한 대접받는 데
한몫했다. 그물로 잡는 멸치는 비늘이나 몸체에 상처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봄이 제철 새콤달콤매콤 멸치회, 남해사람들의 새참 멸치쌈밥
멸치회와 멸치쌈밥
[왼쪽/오른쪽]새콤달콤하게 무쳐낸 멸치회는 그냥 먹어도 이렇게 상추에 싸서
먹어도 맛이 좋다 / 멸치가 푸짐하기 때문일까. 멸치젓갈과 멸치조림은 남해 식당에서 흔히 접하는 반찬이다
이 정도면 ‘귀한 죽방멸치’에 대한 예의는 갖춘 듯 하다. 이제 수백리길 마다 않고 달려가게 하는 멸치맛을 보러 가보자. 앞서 설명했듯
남해 멸치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지족해협을 품은 삼동면이나 미조면으로 가야한다. 삼동면의 우리식당이나 미조면의 미조식당 등 유명한 멸치전문점들이
자리한다. 모두 남해읍에서 제법 먼 거리다. 남해 여행 동선에 따라 움직이면 좋겠다.
멸치요리는 크게 멸치회와 멸치쌈밥, 멸치구이 등으로 맛볼 수 있다. 내장을 제거해 미나리, 양파 등 야채를 더해 고추장 양념장으로 무쳐낸
멸치회는 새콤달콤함 맛이 으뜸이다. 막걸리 식초에 절여낸 덕분에 비린내도 걱정할 필요없다. 매년 봄이면 가장 맛 좋은 멸치회를 맛볼 수 있다.
여름까지도 멸치를 잡지만 6월이 지나가면 산란을 준비하느라 멸치뼈가 억세진다. 양념해 나온 멸치회는 그냥 맛보아도 좋지만 남해 마늘을 곁들이면
더 칼큼하게 즐길 수 있다.
통멸치를 얼큰하고 자작하게 끓여낸 멸치찌개. 멸치찌개의 멸치를 상추쌈으로 맛보는 멸치쌈밥. 사계절 저렴하고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남해의 별미
다음은 멸치쌈밥. 통멸치에 고춧가루와 마늘, 시래기 등을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 멸치찌개에서 멸치를 건져 쌈밥처럼 싸 먹는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멸치는 그동안 보아온 멸치와는 급이 다른 모양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멸치살에 칼칼한 양념이 더해져 반찬은 물론 안주로도 으뜸이다. 실제로
남해사람들은 새참으로 멸치찌개와 막걸리를 즐겼는데 남은 막걸리에 생멸치를 담궈 두었다가 지금의 멸치회 맛을 내게 되었단다. 멸치쌈밥은 2인부터
가능한 식당들도 있으니 ‘나홀로 여행족’이라면 전화로 문의해두자.
생으로도 익혀 먹어도 맛있는 죽방멸치. 멸치가 이렇게 맛있는 ‘생선’이었다니! 봄날이 가는 것도 여름이 오는 것도 막을 수 없기에 아련한
봄날의 끝자락, 멸치회로 입안의 봄맛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남해까지 먼길 떠났다면 지난 4월 문을 연 양모리학교, 척박했던 섬의
생존을 그대로 살린 가천 다랭이마을과 금산 보리암 그리고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독일마을 등 남해 볼거리도 놓치지 말자. 숙박은
국립남해편백나무자연휴양림(055-867-7881)에서 부담없이 해결할 수 있다. 예약필수.
여행정보
1.주변 음식점
창선교 아래 삼동면, 남해의 남도 미조면 부근에 멸치회 전문점들이 모여
있다.
우리식당 : 멸치회, 멸치쌈밥 / 삼동면 동부대로 / 055-867-0074
미조식당 : 멸치회, 멸치쌈밥, 갈치회 / 미조면 미조로 / 055-867-7837
달반늘 : 장어구이 / 삼동면 죽방로 / 055-867-2970
2.숙소
마린원더스호텔 : 남면 남서대로 / 055-862-8880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 : 남면 남서대로 / 055-860-0100
고래의 꿈 : 남면 빛담촌길 / 010-3301-8643
파도소리펜션 : 삼동면 동부대로 / 055-867-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