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광으로 아침 여행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흘러 경자년(庚子年) 달력이 한 장이 달랑
아쉬움 북받치어 무작정 떠나고 싶은 충동에 새벽 일찍 기상하여 우유 한 컵을
들이키고 온수와 과일 몇 개를 담아 시동을 건다((05:35)
아직 여명이 트지 않은 캄캄한 새벽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문현동 도시고속도로 진입하니 왕래하는 차가
제법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배를 채운다고 하더니
부지런한 이웃들의 새벽 출근이 보기가 좋다
머지않아 나와 같은 연배가 되면 무작정 도시를 탈출하고픈 생각이 나겠지,
중얼거리며 룸미러를 바라보니 눈만 빼꼼 나온 산적 스타일의 몰골에 혼자
웃으며 USB에 저장된 음악을 틀고 번영로를 달리니 45분 만에 일광 해수욕장 도착 (06:20)
해변에는 드문드문 산책객들이 옷깃을 세우고 새벽 운동을 한다
넓은 공간에 내 몸도 싣고 해안선 따라 걷는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소리 철썩철썩
모래알 소리는 사각사각
납작한 돌 주워 수제비도 뜨고
쓸려간 모래 위에 요산요수일광시도(樂山樂水日光時到)라 쓰고 한 컷.
포구까지 걷다 보니 날씨마저 포근하고 먼 동해바다에는 낮은 구름이 가득하다
아침 바다의 풍광에 세상사를 잊고 즐기는데 산책로 근처에 동상이 보인다
갯마을을 그리워하는 해순이 동상이네
그렇지 그 옛날 갯마을 일광에서 해산물을 따든 해녀 해순이가 아닌가
지금은 상전벽해로 변한 모습에 옛 추억이 그립겠지
서녘 달빛을 받으며 해순이와 놀다가 조각상 앞에서 똥폼 잡고 한 컷,
선착장에서 뒤돌아 오니
난계 오영수님의 갯마을 문학비가 있다
아낙네들은 해순이를 앞세우고 후리막으로
달려갔다. 맨발에 식은 모래가 해순이를
오장 육부에 간지럽도록 시원했다 달음산
마루에 초아흐레 달이 걸렸다, 달그림자를
따라 멸치 떼가 들었다
오양수 소설 갯마을 중에서
조금 더 걷다 보니
고산 윤선도님의 시조가 있다
윤선도는 1616년(광해군 8) 성균관 유생으로 집권세력에 대한 상소로
이이첨 등의 모략에 이곳으로 유배 (이배지)되었다
동생이 이곳을 찾아와 풀려나도록 설득을 하였으나 그 제안을 거절한
올곧은 선비의 정신으로 동생의 청을 거절 후 이별의 아픔을 노래 한 시
아우와 헤어지면서 지어주다(2수)
너는 새 길을 가라지만 산이 몇 차례나 막혀 있을 테니
물결 따라 살자면 얼굴 부끄러움을 어찌하랴
헤어지려니 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려
네 옷자락에 뿌려지며 점점이 아롱지네
내 말은 서두르고 네 말은 느리구나
이 길을 어찌 차마 가랴, 따라가지 못하겠네
가장 무정하기는 짧은 가을 해
이별하는 사람들 위해 잠시도 주지 않네
시류에 저항하는 청렴결백한 선비정신이 묻으나는 글귀에
고개가 숙여진다,
피붙이 간의 이별 장면에 감동도 서려 있고,~~~
시류에 아부하는 뭇 인간들의 궁상들에게 전해주고 싶구나,
이제 바닷속으로 쭉 뻗은 산 위 소나무 위로 찬란한 일출이
펼쳐진다
두 손 모으고 구시렁구시렁 축원(祝願)을 하고 일광의 바다 기운 받고 나니
돌아오는 길 몸이 가볍다
아침밥 먹고 커피 한잔하니 딸아이 공인중개사 1차 시험 합격하였다며
희소식 카톡으로 뜨네
홀가분하게 떠난 아침
세상사 잊으니 희소식에 기쁨 두 배
비우니 채워지는 것을 ~~
일광의 상전벽해 (갯마을에서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