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경찰에 의해 포위된 주교관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마타갈파교구장 롤란도 호세 알바레스 라고스 주교
교회
니카라과 교회, 공권력에 의해 가택연금 중인 마타갈파교구장과 연대
니카라과 마타갈파교구장 롤란도 호세 알바레스 라고스 주교가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 그는 다니엘 오르테가 정부의 안정을 해칠 목적으로 폭력단체를 조직하고 증오행위를 부추기려 한다는 혐의로 주교관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알바레스 주교는 그동안 강론을 통해 정부의 인권 침해, 종교 박해, 권력 남용을 규탄한 바 있다. 지난 8월 1일 니카라과 정부는 그의 교구가 운영 중인 라디오 방송국도 폐쇄했다. 다른 가톨릭 방송국도 폐쇄됐다.
Tiziana Campisi / 번역 이창욱
“이 상황은 니카라과 교회와 우리 주교들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기’ 때문입니다.” 니카라과 주교회의는 성명을 통해 이 같이 밝히며 마타갈파교구장 롤란도 호세 알바레스 라고스(Rolando José Álvarez Lagos) 주교가 겪고 있는 고통에 유감을 표했다. 니카라과 경찰 특수요원들은 알바레스 주교가 강론으로 일종의 반란을 선동하지 않도록 지난 8월 4일부터 주교관을 포위하고 미사 집전을 위해 성당에 가는 것도 막았다. 니카라과 주교회의 성명서는 마나과대교구장 레오폴도 브레네스(Leopoldo Brenes) 추기경이 8월 7일 주일미사에서 낭독했다. 알바레스 주교 외에 6명의 사제와 6명의 평신도 등 다른 12명도 주교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금지됐다. 니카라과 경찰은 알바레스 주교가 다니엘 오르테가 정부의 안정을 해칠 목적으로 폭력단체를 조직하고 증오행위를 부추기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은 “범죄”로 규정되는 행위에 연루된 사람들의 형사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이에 따라 “피의자들은 집에 머물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타갈파교구가 운영하는 라디오 헤르마노스(Radio Hermanos)를 포함해 니카라과의 여러 가톨릭 방송국들이 강제로 폐쇄됐다. 지난 8월 1일 정보통신국 담당자가 방송국 폐쇄 통보 명령을 내리자 알바레스 주교는 성체가 모셔진 성광을 들고 거리에서 기도하려 했으나 경찰에 의해 제지됐다. 알바레스 주교는 지난 8월 5일 기도와 단식의 날을 지키자며 신자들의 동참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알바레스 주교는 방송 갱신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라디오 헤르마노스의 갱신 허가를 받지 못했다.
주교회의의 연대
콜카타(구 캘커타)의 성녀 마더 테레사 수녀가 창립한 사랑의 선교회와 수많은 비정부기구(NGO)들이 몇몇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 당국에 의해 추방·폐쇄되자 지난달 이 조치에 맞서 많은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니카라과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 방송국인 라디오 헤르마노스 외에도 라디오 카톨리카 데 세바코(Radio Católica de Sébaco), 라디오 누에스트라 세뇨라 데 루르데스(Radio Nuestra Señora de Lourdes), 라 달리아(La Dalia), 라디오 알리엔스 데 산 디오니시오(Radio Alliens de San Dionisio), 라디오 몬테 카르멜로 데 리오 블랑코(Radio Monte Carmelo de Río Blanco), 라디오 산 호세 데 마티구아스(Radio San José de Matiguas), 라디오 산타 루시아 데 시우다드 다리오(Radio Santa Lucía de Ciudad Darío)가 검열을 받았다. 니카라과 주교단은 알바레스 주교에 “형제애, 우정, 주교들의 일치”를 표명하며,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 교회가 “본성상 평화의 복음을 선포하고 이 위대한 보편적 선을 돌보기 위해 국내외 당국자들과 협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국 마리아 대회’를 맞아 “니카라과의 주보성인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를 우러러 기도와 묵주기도를 바치도록” 신자들을 초대했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니카라과의 가톨릭 라디오·텔레비전 방송국의 폐쇄를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규정하는 한편,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방송국을 점령하며 가혹하게 진압한 태도를 규탄했다.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 외교부문 대변인은 “니카라과의 종교의 자유, 신앙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극도의 유린”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이언 니콜스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도 니카라과 정부의 조치가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도 큰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미주인권위원회(IACHR)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유엔 특별보고관실은 니카라과의 최근 일곱 개 가톨릭 라디오 방송국의 “독단적인 폐쇄조치”를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스페인 에페(EFE) 통신사가 보도한 바와 같이 경찰이 성당에 무단으로 침입한 조치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르테가 정부와 교회 사이의 긴장
알바레스 주교는 수년 전부터 “종교 자유”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며 불의에 반대해 왔다.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소속돼 있는 산디니스타(니카라과 민족해방전선)의 당원인 윌프레도 나바로 의원은 지난 8월 5일 공영 텔레비전 방송인 카날4의 누리집에 게재된 기사에서 “주교의 옷차림이 면책을 보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바로 의원은 알바레스 주교가 다른 본당신부들과 함께 지난 2018년 쿠데타 시도를 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오르테가 대통령은 가톨릭 교회가 미국과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니카라과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한 시위대가 성당으로 피신했을 때부터 가톨릭 교회와 오르테가 정부의 관계는 경색됐다. 이러한 위기는 지난 3월 주 니카라과 교황대사 발데마르 스타니슬라우 솜머탁(Waldemar Stanislaw Sommertag) 대주교의 추방으로 이어졌다. 산디니스타 게릴라 출신인 76세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1월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승리는 대선 전 자신의 라이벌이 될 만한 야권 인사에 대한 무더기 구속을 단행하면서 거둔 승리였다. 미주인권위원회에 따르면, 4년 전 그의 사임을 요구했던 시위자들은 대거 유혈진압됐다. 이 과정에서 350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100여 명이 투옥되고 수만 명이 망명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