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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자해 외교] 중국과 '갈라서기'…소외되는 건 한국
[ 시민언론민들레 |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 2023.04.16 16:59
중국, 최대 무역 흑자국서 최대 적자국으로 급변
'반중' 행보, 한반도 평화에 치명적…위기 증폭
정상회담 후 5개월간 외교장관 통화만 '두 차례'
나토서 탈중국 선언…"중국 통한 수출호황 끝나"
외국 정상·장관들 앞다퉈 베이징행…'한국 소외'
미일 일변도 벗어나 중국과 소통 재개 서둘러야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 산둥성 칭다오 2022 0809 [외교부 누리집]
2022년 8월 24일 저녁. 서울과 베이징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식이었다. 중국 측 기념식이 진행된 베이징의 국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 팡페이위안(芳菲苑)은 30년 전 수교식이 이뤄진 역사적 장소여서 눈길을 끌었다.
그 자리에 두 나라 정상은 없었다. 축하 서한을 보냈을 뿐이다. 주빈은 한국의 박진 외교부 장관과 중국의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었다. 수교 30년이란 역사의 무게를 느끼기엔 격이 떨어졌다. 기념식은 빛이 바랬고 왠지 파경을 예감한 의례적인 '진주혼식'(혼인 30주년 기념 의식)이라는 인상을 줬다.
보름 전인 8월 9일 두 장관은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만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국 외교장관의 첫 중국 방문이었다. '가치 외교'를 대외정책 기조로 내건 윤 정부의 '탈(脫) 중국' 움직임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의 여진과 겹치면서 한중관계의 앞날이 자못 불투명한 때였다. 두 장관은 논어에 담긴 공자의 말을 인용해 일종의 선문답을 주고받았다. 왕 부장은 위정 편의 '삼십이립'(三十而立)을 얘기했고, 박 장관은 자로 편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언급했다.
한중관계가 서른이 된 만큼 한미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자주적 길을 가야 한다는 게 왕 부장의 뜻이었다면, 박 장관은 중국과 잘 지내겠지만 한국의 입장은 중국과 다르다고 못을 박았다고 하겠다. 서로 존중하면서 잘 해보자고 했지만 빠르게 퍼지는 냉기류를 숨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로부터 7개월 남짓 지났다. 2023년 4월 현재 한중관계는 파국 직전이다. 일단 외교 당국 간 왕래와 소통이 거의 끊긴 상태다. 작년 11월 15일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 기간에 윤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어렵게 만나 상호존중과 공동이익을 바탕으로 더욱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 가자고 입을 모았으나 그뿐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개막한 제14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참석차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박수를 받으며 걸어 들어오고 있다.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인대 연례회의는 13일까지 9일 동안 열린다. 2023.03.05 신화 연합뉴스
한중 정상회담 후 5개월간 외교장관 통화만 '두 차례'
외교부 누리집을 보면, 윤 정부의 대중국 외교의 현주소가 드러난다. 프놈펜 회동에도 불구, 두 정상은 그 후로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 외교부 장관 레벨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 12월 12일 박 장관이 왕 부장과 화상통화를 했고, 올해 1월 9일 축하 인사차 친강 신임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이 전부였다. 당장은 예정된 일정도 없다. 한중 외교는 전면 중단 상태나 다름없다.
중국과는 '파경'이라면 미국, 일본과는 '밀월'이다. 작년 11월 프놈펜 한·일,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윤 대통령의 대미, 대일 밀착 행보는 더 탄력이 붙었다. 일제 전범기업의 불법적 강제동원(징용) 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일본의 재무장을 용인하는 행보를 '인정'받아 지난달 16일 마침내 도쿄를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마주 앉는 '꿈'을 이뤘다.
윤 대통령은 또 오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그리고 5월에는 히로시마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가서 한·미·일 3국 연대 강화에 주력한다. 외교장관 차원에서 박 장관은 양자회담과 다자회의, 전화 통화를 가리지 않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미국, 일본 장관들과 소통해오고 있다.
파탄 상태의 한중관계를 보여 주는 상징적 장면이 있다. 외교부 누리집 <대통령 정상외교> 파트에 들어가면, 16일 현재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나토 정상회의 참석,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비롯해 모두 10개의 카테고리가 있다. '중국' 카테고리는 별도로 없었다. 따로 담을 만한 내용이 없기도 하겠지만 중국이 윤 정부 외교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중국, 최대 무역 흑자국서 최대 적자국으로 추락
한중관계가 악화일로에 놓이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에 전가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참사 수준의 수출과 대중국 무역수지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과)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중국 수출액은 1198.4억 달러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중국 수출액 1395.2억 달러의 14.1%인 197억 달러가 감소한 규모였다.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가 대중 수출액 감소의 87.3%를 점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960.7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 1132.4억 달러의 15.2%인 172억 달러가 줄었다. (시민언론 민들레 3월 13일자. <한국이 지불하는 미국의 '중국 지우기' 비용>)
2018년 최대 무역 흑자국이던 중국이 5년 만인 올해 최대 적자국이 됐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연간 기준으로 중국은 2018년 한국의 무역 흑자국 1위(556억 3600만 달러)에서 2019년 2위(289억 7400만 달러), 2020년(236억 8000만 달러)과 2021년(242억 8500만 달러)에는 각각 3위였다가 윤 정부가 출범한 2022년(12억1300만 달러)에는 22위로 추락했다. 윤 정부 2년 차인 금년에는 아예 우리나라의 최대 적자국이 됐다. 상전벽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윤 정부는 대중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악화의 원인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제 침체 등의 탓으로 돌렸으나, 윤 정부의 탈 중국 노선의 여파로 수교 후 최악인 한중관계를 빼고는 전모를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해 경제 회복이 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란 뜻이다.
마침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실토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미한 그는 10일 뉴욕 특파원들과 만나 "과거처럼 중국이 우리 경제에 빠르게 반등의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과거처럼 흑자가 굉장히 많이 나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본인이 전망했던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인도태평양 지역회의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3.3.30. 연합뉴스
'가치 외교' 공언…결과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
문제는 윤 정부가 자초했다는 점이다. 그 시작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정부는 출범하면서 대외정책 기조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가치 외교'를 내걸었다.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간다는 외교 비전도 내세웠다. 세계질서가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서방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의 신냉전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고, 확실히 미국의 뒤에 줄을 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런 대외정책 기조는 윤 대통령 취임 11일 만인 작년 5월 21일 서울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인됐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방점은 미래를 결정할 첨단기술과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의 자체 공급망 구축과 제조업 부활을 이루기 위한 `경제안보동맹' 구축에 찍혀 있었다. 그 후 윤 정부는 실행 협의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칩4'(미국·한국·일본·대만 4자 간 반도체공급망대화)에 가담했다.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 06. 29.연합뉴스
나토서 탈중국 선언…"중국 통한 수출 호황 끝나"
한 달여 후에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마드리드·6월 28∼29일)에 참석했다. 나토는 러시아에 이어 중국도 '서구의 공동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동아시아 진출을 꾀하고 있었다. 중국이 예민해져 있을 때 대통령을 수행하던 최상목 경제수석의 폭탄 발언이 터졌다.
그는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3국 공조를 강화하는 당시 한·미·일 정상회담과 맞물리면서 윤 정부의 '탈 중국 선언'으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시장 다변화를 모색한다고 해도 '소리없이' 진행하면 되지, 대통령 경제수석이란 사람이 중국과 본격적인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오해할 만했기 때문이다. 수출과 대중 무역수지 참상을 보면 그 발언의 후유증은 컸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반도체 등 한국산 제품을 자국산이나 제3국산으로 대체하도록 떠미는 한편, 이심전심으로 한국산 불매운동으로 이어졌을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진 꼴이 아닐 수 없다.
한국, 미국, 일본은 3년 만인 14일 워싱턴D.C에서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개최하고 미사일방어훈련과 대잠수함전훈련 정례화에 합의했다.이달 4일 제주남방 공해상에서 열린 한미일 해상 훈련 모습[해군 제공] 2023 04 15 연합뉴스
'인·태전략 보고서' 발표…반중국 포위망 가담 공식화
그 정점은 윤 대통령의 한·아세안 정상회의(프놈펜·2022년 11월 11일) 연설이었다.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함으로써 중국 포위를 목적으로 미국·일본이 주도해온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연설은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로 구체화하여 지난해 12월 28일 공식 발표되었다.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국익 중심의 실리외교를 펴고자 문재인 정부가 견지해온 미·중 사이에서의 `전략적 모호함'을 벗고 '색깔'을 드러낸 셈이다.
문제는 윤 정부가 그 시점을 전후로 해서 '탈 중국'에 그친 게 아니라, 중국을 수시로 자극하면서 '반중국'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대목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중국이 영토주권과 해양 권익 차원에서 '사활적 이해'로 여기는 대만과 남중국해 이슈에 대한 윤 정부의 개입이다. 딱히 이해관계가 없는데도 끼어들고 있다.
윤 정부는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에 이어 올해 2월 박진 장관의 CNN 인터뷰를 통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극히 중요하며'(essential) 지역 전체의 안정과 번영에 필수적 요소"라고 밝혔다. 대만의 안보를 한반도의 안보와 '동일시'함으로써 대만 유사시 한국군의 개입 여지를 남겨놨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음은 물론이다.
대만 문제에 관한 한 중국의 입장은 비타협적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캐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미국 회동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중국이 지난 8~10일 사흘간 역대급 대만 봉쇄 및 타격 훈련을 진행한 것만 봐도 그렇다. 항공모함을 비롯한 해·공군 전력을 총동원했을 정도다.
특히 시 주석은 11일 광둥성에 있는 남중국해 담당 인민해방군 남부전구 해군부대를 직접 찾아 "우리나라 영토주권과 해양 권익을 결연히 수호해야 한다"라면서 실전을 위한 군사훈련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는 미국이 뒤에 있고 부추긴다고 해서 섣불리 끼어들 자리는 아니다.
북한은 지난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ICBM '화성-18형'을 처음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작년 말 고체 추진 엔진의 지상 연소 실험 후 불과 넉 달 만에 시험발사에 성공한 셈이다. 2023 04 13 연합뉴스
윤 정부의 반중 행보, 한반도 평화에도 치명적
윤 정부의 탈 중국, 나아가 반중국 행보로 인해 치명적 타격을 받은 부문은 물론 경제와 민생이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유지와 위기 관리 등 안보 부문에서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 위기가 끝없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이 13일 첫 고체연료 사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비롯해 각종 탄도미사일을 연일 쏘아대면서 핵무력 완성을 향해 핵무기 능력 고도화를 다그치고 있어도 속수무책이다.
북한에 말이 먹히는 나라가 그나마 중국이다. 문제는 미국의 대중 포위·압박에 가담한 한국이 중국의 도움을 구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도 한·미·일이 요구해 북한 ICBM 문제를 다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두 차례 열렸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흐지부지 끝났다. 17일에도 안보리가 소집되지만 비슷한 운명을 겪을 전망이다. 중국은 현 한반도 위기의 원인은 미국에 있고,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는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3월에 '북진'을 상정한 역대급 규모와 기간의 한미 연합연습과 연합 상륙훈련을 벌이는가 하면, 북한이 ICBM을 발사할 때마다 전략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 등 미 전략자산을 동원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해왔다. 미 태평양공군은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 4대를 본토에서 이동시켜 괌에 배치했으며, 그중 2대가 14일 한반도로 출격했다.
심지어 중국마저 이달 들어 구축함과 미사일 구축함, 미사일 호위함이 편대를 이뤄 서해에서 며칠간 고강도 실전 종합 훈련을 벌였다. 전례 없던 일이다. 미 전략자산의 서해 전개에 대한 대응 차원인 셈이다. 앞서 한미는 전략폭격기 B-52H, B-1B와 스텔스전투기 F-22, 수직이착륙기 F-35B 등을 동원해 서해 상공에서 올들어 네 차례나 연합공중훈련을 벌였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미와 북한 간은 물론,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의 무력 시위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한반도는 전쟁 국면으로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언제 무력 충돌이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주체는 어디에도 없고 도리어 군사적 충돌을 바라는 세력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외교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미 공군이 14일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측 F-35A 전투기와 미측 B-52H 전략폭격기, F-16 전투기가 참여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23.4.14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외국 정상들·장관 앞다퉈 베이징행…'한국 소외'
시진핑의 집권 3기에 들어서면서 시 주석의 잇단 외국 순방과 함께, 각국 정상들이 앞다퉈 베이징을 베이징을 찾아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보아오포럼 참석차 방중했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안와르 말레이시아 총리와 연쇄 회담을 했다. 지난 6∼7일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방문했다. 12∼15일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국빈 방문했다. 외교장관급의 행사는 세기도 어렵다.
심지어 지난 1일에는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베이징을 찾았다. 그 전날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규제를 강화해 '불편한' 상황에서도 말이다. 미국에 딱 붙어 있으면서도 국익을 챙기고자 "최대 전략적 도전"(2023 일본 외교청서)인 중국을 찾아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눈치만 바라보는 윤 대통령과 현 외교·안보 보좌진들로서는 구사하기 힘든 외교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중국은 한국에 꽤 거칠어졌고 때로는 존재를 아예 외면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중국 광저우의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방문했다. 2023 0412 [중국CCTV 캡처] 연합뉴스
시 주석은 12일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생산기지를 방문했다. 2012년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된 이후 중국 내 한국계 기업을 방문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기업 관계자들과 대화하면서 '한중 간의 우의'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국의 과도한 대미, 대일 밀착으로 현재 한중관계가 전면 중단 상태에 있지만 경제협력은 이어나가자는 뜻과 함께,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에 한국이 거리를 뒀으면 하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위야 어쨌든 시 주석이 먼저 손을 내민 모양새를 취했다. 손을 맞잡을지는 윤 대통령에 달렸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미·일 일변도 외교의 속도를 줄이고 중국과의 소통 재개에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