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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매화축제
전북 진안 팔공산 중턱에서 발원하여 남원, 곡성을 지나 구례와 하동을 휘감으며 흐르다 광양만에 몸을 풀어놓는 섬진강. 봄날의 섬진강은 늘 분주하다. 봄의 전령사인 매화가 시작되는가 싶으면 어느새 노란 산수유가 뒤를 이어 사람들을 유혹하고 이에 질세라 벚꽃이 시샘하듯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에 유채꽃, 복사꽃, 진달래까지 가세해 섬진강변은 그야말로 꽃들의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그중 봄이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곳이 광양시 다압면에 자리한 매화마을이다. 섬진강변의 다른 꽃들이 미처 깨어나기 전 부지런을 떨면서 피어나는 매화는 긴 겨울 끝에 단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봄의 첫 작품이다. 섬진강을 굽어보면 화사한 매화꽃이 뽀얀 안개처럼 마을을 덮어 장관을 이룬다. 겨우내 숨죽여 있던 매화들이 봇물 터지듯 피어나 화려한 꽃 잔치를 펼친다. 이곳의 매화는 특히 섬진강의 은빛 모래,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황홀한 봄 풍경을 선사한다.
매화마을을 중심으로 섬진강변 곳곳에 피어 있지만, 도사리마을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청매실농원'이 꽃구경하기에 으뜸이다. 따뜻한 봄 햇살을 맞아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며 5만여 평의 산자락을 가득 메운 매화는 마치 순백의 눈을 뒤집어쓴 것 같다. 꽃동산이라 해도 좋을 만큼 풍경이 빼어나 〈취화선〉 등 영화의 촬영 장소로도 등장했다.
굳이 매화가 아니더라도 이곳은 언제 가도 볼거리가 넉넉하다. 특히 2000여 개에 달하는 항아리들이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는 청매실농원의 모습이 이채롭다. 청매실농원 마당을 지나면 언덕을 따라 요리조리 오솔길이 나 있다. 푸른 기운이 청아한 청매화, 발그스름한 빛깔이 따사로운 홍매화, 그리고 눈처럼 하얀 백매화······. 빛깔도 다양한 매화 산책로는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안겨준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언덕을 가득 메운 매화 향기를 음미하며 천천히 오르다 보면 발 밑으로 넉넉하게 품을 벌린 섬진강과 건너편 하동의 지리산 자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이 길목에는 매화나무 외에도 숨은 보석들이 아주 많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나무 사이로 붓꽃, 제비꽃, 민들레 등 온갖 야생화가 지천에 깔린다. 청매실농원으로 향하는 언덕길에는 매화와 관련된 시를 새긴 시비를 세워놓아 문학의 향기도 가득하다. 산책로 곳곳마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온 사람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가득하다.
매화가 만발하는 축제 기간이 되면 전국에서 몰려드는 상춘객들로 인해 꽃 구경을 하는 건지 사람 구경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지만 1년에 딱 한 번 볼 수 있는 매화꽃잔치는 그야말로 놓치기 아쉬운 풍경이다.
심 산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