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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대기업과 영세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이 달라 양극화 현상이 우려된다. 필자는 국회환경노동위원회에서 근로시간단축이 통과된 다음날 매출액 250억 정도의 탄탄한 중소기업을 방문하여 근로시간단축 근로기준법 통과 이후의 대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 보았다.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에 한숨을 짓고 있으며 비용도 비용이지만 주문물량을 기한에 맞춰 생산하기 위해서는 초과근무가 불가피한데 인력 수급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취지는 일자리 창출이지만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아 사업을 접든지 외국으로 나가는 방안을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피력하였다. 지역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 임금체계는 주로 연장근무 등 각종 수당에 의존하는데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답이 없다. 새로 직원을 고용할 여력은 없고 고용을 해도 근무조건이나 지금의 임금수준으로는 바로 퇴사하는 것이 현실이며 그렇다고 임금을 깎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노동제도 유연화 등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기업은 개정된 근로기준법보다 더 많이 근무시간을 단축하면서 직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고 있다.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신세계그룹도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삼성전자도 근무시스템을 개편하고 본격적으로 주 52시간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현대/기아자동차 생산직은 이미 주간연속2교대(8+8시간) 근무제를 운용해 왔다. 특근도 토요일만 하게 돼 있어 최장 근로시간은 평일 40시간+토요일 8시간 등 48시간으로 52시간을 넘지 않는다. LG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근로시간단축이 고용직원 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중소기업 직원들은 누리기 어려운 근무조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장근로단축으로 평소 받던 수당 등이 줄어들면 임금감소마저 예상된다. 중소기업들은 산업별로 상이한 근로시간 현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자칫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견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비용증가보다 우수인재 이탈 등을 우려한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이 대기업보다 근로시간이 차이 나면 누가 중견기업에 입사하려고 하겠냐는 불만이다.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을 배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개정안이 원래 취지대로 우리사회의 효율적인 근로관행이 정착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추가적인 부담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후속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해 본다. 첫째, 영세기업들의 구조적/ 만성적 인력난이 2023년까지 다 해소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는 현장의 인력실태를 지속 점검하고 인력공급 대책, 설비투자 자금 등 세심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근로기준법 부칙에 과제로 남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이다. 현재 2주단위로 운용되고 노사 간 합의로 최장 3개월 단위로만 운용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업종의 특성에 따라 성수기 때는 일손이 부족하니 특근을 해서 물량을 맞추고 비수기 때는 휴가를 사용해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 이내로 하는 1년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이 시행하고 있는 근로자가 초과 근무한 시간만큼 시간을 저축해 필요한때 휴가로 사용하는 "근로시간 저축제"와 같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셋째, 노동제도 유연화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상당히 낮은 실정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으면 외부 환경변화에 인적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기회를 잃게 되므로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해고의 용이성이 없는 우리의 노동시장에서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대체인력의 고용으로 단기적으로 고용율이 제고될 것이다. 넷째, 유통/서비스업 중심의 소상공인 업종의 근로 형태는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과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세심한 노동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근로시간 특례업종이 26개 업종에서 5개 업종으로 크게 축소됨에 따라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소상공인들이 주로 영업하는 소매업, 숙박업, 음식 및 주점업, 미용, 목욕탕업, 교육 서비스업 등의 업종이 근로시간 단축의 적용을 받게 되어 짊어 져야할 고통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
기사입력: 2018/03/05 [16:00]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212035§ion=sc30§ion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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