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황 좋아 생산량 크게 늘고 학교급식 중단 등 악재 겹쳐 대기물량 많아 상승 힘들 듯 배추·무·양배추 등 엽근채소류 시세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품목이 추석 대목을 앞두고 일제히 약세에 허덕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지난해 이맘때 강세 여파로 재배면적이 늘어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부진이 악영향을 끼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추석 대목에도 배추·무·양배추 약세…생산량 늘고 소비 준 여파=1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무·양배추는 일제히 약세장을 형성했다.
배추는 10㎏ 상품 한망당 1만941원에 거래됐다. 이는 전년 9월 평균 2만3232원보다 53%, 평년 9월 평균 1만5937원보다 31% 낮은 값이다. 무도 20㎏ 상품 한상자에 1만190원에 거래돼 전년 9월 평균 2만3610원보다 56.8%, 평년 9월 평균 1만9150원보다 46.7% 낮았다.
양배추는 전년과 평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8㎏ 상품 한망당 3046원에 거래됐는데, 전년 9월 평균 1만2294원보다 75.2%, 평년 9월 평균 9097원보다 67% 낮은 값이다.
배추·무·양배추 값이 떨어진 데는 재배면적 증가와 작황 호조로 생산량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올해 7∼8월 강수량이 많지 않아 고랭지 배추·무·양배추 생육에 알맞은 기후 조건이 형성됐다”며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소폭 증가한 데다 단수가 크게 늘어 생산량이 평년 대비 10∼20%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외식 소비가 급감한 것도 악재다.
김진구 대아청과 영업3팀장은 “양배추는 일부 식자재업체 납품을 제외하곤 전혀 소비가 되지 않고 있다”며 “학교급식 중단, 식당 영업 제한 등으로 엽근채소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출하물량이 집중되고 있는 점도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주한 강원 평창 진부농협 조합장은 “값이 좋지 않다보니 농가들이 추석 대목장에 맞춰 출하를 늦췄다”며 “출하물량이 집중돼 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농가 “팔수록 적자”…추석에도 반등 어려워=산지에서는 엽근채소류의 약세가 지속돼 ‘팔수록 적자’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유영환 강원 평창 대관령원예농협 조합장은 “고랭지 토지 임대료는 3.3㎡(1평)당 3000∼4000원 수준이고, 여기에 퇴비·농약값, 인건비·물류비가 추가로 든다”며 “지금 가격으론 팔아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엽근채소류는 출하대기 물량이 많아 추석 대목에도 가격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현석 대아청과 영업1팀장은 “소비가 소폭 늘 수 있으나 추석 대목장에 맞춰 아주심기(정식) 한 물량이 워낙 많아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정부가 비축한 물량도 있어 값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민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