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울 이영득의 '오리 할머니와 말하는 알' 출판 기념식이 있는 화요일.
전날 내린 비로 바람과 햇살은 더 없이 맑고 싱그러웠다.
예약된 단골 횟집은 전국 각지에서 구름같이 몰려든 하객들로 들썩거렸다.
길다란 상이 아홉갠가 열갠가 죽 놓인 별실에 들어선 나는 선호하는 구석자리에 좌정했다.
하나 둘 앞자리와 옆자리에 앉는 면면들을 보니 슬몃 웃음이 나왔다.
주빈과 상객 포진한 저~어기 마다하고 궂이 구석이나 끝자리 찾아드는 동질감이 즐거웠다.
사회자가 명망있는 내빈을 소개하면 거리감 때문에 면모도 말씀도 잘 전달되진 않았지만
타이밍 맞춰 손바닥 아프게 손뼉을 쳤다.
또 앞쪽에서 건배 제의를 하면 팔을 뻗어 쨍 소리나도록 잔을 부딪쳤다.
그리고 기념회가 진행되는 내내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에선 시종 진진한 이야기와
허리를 접는 폭소가 끊이질 않았다.
"어딜 가면 말석이 최고야! 맘껏 웃고 떠들고 마시고. 근데, 자하는 왜 저기 앉았지? 재미 없을낀데."
주방과 가까워 음식은 제일 먼저 나오고,(나중에사 총명한 세울이 앞쪽에 먼저 놓아달라고 조정했지만 이미 우린 배부르게 먹은 뒤) 점잖으신 분들 근처에서 몸가짐과 언행 유의할 필요 없고, 행여 카메라에 잡힐 염려도 없다며 산 무너지는 소리로 와르르......
그렇게 즉석에서 의기투합해 붙인 이름 말석클럽.
연필심 준비해온 계란 바구니도 딴자리 갈 것 없이 말석 클럽 멤버들이 싹 처분했다.
이미 뱃골이 둥두레 하도록 포식했지만 사이다와 먹는 계란은 또 다른 재미니까.
특히 한 눈에 봐도 잘 웃게 생긴 옆자리 마린 불루.
혼자 무슨 상상을 했는지 지엄한 어르신의 풀피리 연주에 웃음 참느라 거의 초죽음이었다.
말똥 구르는 것만 봐도 웃는 나이지만, '그네' '아리랑'같은 같은 애조띤 풀피리 소리에 터져나오는
웃음 참느라 진땀 흘리는 그를 보는 우리도 우스워서 괴로웠다.
웃음고문에서 구하려고 마린불루 허벅지에 바늘 내리꽂을 생각까지 다 했으니 원.
여러 사람의 축하 연주와 노래를 들으며 미진하지만 우리 말석클럽에서도 축하사절단을 보내자는
의견이 나왔고, '루시 튄다 시스터즈'를 급조해 앞자리로 내 보냈다.
거리낌 없이 노는 것이 클럽의 모토여서 무대에서 비로소 입맞춰 발성연습까지 한
두 요들싱어는 즐거운 자리를 더욱 즐겁게 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꽃다발도 준비했지만 길도 멀고, 먹고 노느라 아무도 나가지 않으려고 해서 증정하지 못했다.
말석의 지리적 범위는 화실에서 수아까지로 결정했다는 것.^^
첫댓글 강원도의 금자님 올리신 15 년 전 사진 보니 생각나 찾아본 말석클럽...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추억과 그리운 얼굴들...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 소환으로 이 가을 문 열어제낍니당~
역시 계절은 어김없네요.
유쾌한 쿨맘언니 글이 턱 나타났으니
말입니다.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그때가
눈물겹도록 그립습니다.
말석 클럽!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말석? 다소곳 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