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께서 일하시다.
8월 12일 FMT를 떠나려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광야이야기를 꺼낸다.
이제 며칠 남지도 않았고, 여차하면 그냥 혼자 떠나려 했었는데...
자원자가 7명이나 된다.
걱정이다 7명을 어떻게 책임지나?
군대 다녀온 예비역 병장님들이 겁을 준다.
'애들 퍼지면 어떻게 할래?'
'구보가 쉬운 줄 알아?'
'절대 완주 못 한다.'
FMT 내내 몸은 봉사지만 머리속은 광야가 맴돈다.
FMT 둘째날 새벽...
왠지 기도가 잘 된다.
지난번 은사 세미나 때 터진 방언도 나와주고...
광야에 대한 응답도 받았다.
광야행진에 참가하는 이들을 크게 들어서 쓰시며, 주의 나라와 교회를 위해서 쓰시겠단다.
기도를 마치고 하늘을 보니 무지개가 선명하게 걸려있다.
마치 노아의 방주 때처럼....
그리고 분명한 확실이 들었다. 이 여행은 하나님께서 주관하실 것이다.
2. 남은 시간 20시간
드디어 FMT 마지막 날.
이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참가인원이 3명으로 줄었다.
싱숭생숭하다. 애초부터 참가인원은 생각지도 않았지만, 있다가 빠지면 김빠지기 마련이지...
그러나 시간이 없다. 부랴 부랴 수원으로 돌아온다.
모자도 맞추고 깃발도 만들어야 한다. 핸드북도 만들고, 약품도 챙겨야 한다.
출발시간은 다가오는데, 컴퓨터가 말썽이다.
간신히 간신히 핸드북 출력하고 곧장 남문으로 뛰어간다.
광야행진동안 쓸 모자에 문구를 새겨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구형제가 광야행진팀을 제부도까지 데려다 주었다.
폭염주의보 때문에 제부도에 오후 3시경에 도착했지만, 바다도 볼 겸 제부도를 한바퀴 돌았다.
3. 출발(1코스)
제부도를 한바퀴 돌고 제부도 입구에서 정말로 광야행진을 시작한다.
출발자는 김기태, 양종규, 그리고 정도환 목사님, 출발시간은 4시 30분이다.
이성구 형제는 수원으로 복귀했다.
1코스는 제부도 입구에서 전곡리 입구까지로 약 5km 거리이다.
4시를 넘겼지만 햇볕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옆으로 펼쳐진 풍경이 가슴을 뻥 뚫어 놓는다.
인도가 좁아 차가 신경쓰인다.
웬 덤프트럭도 많고, 버스도 많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4. 2코스
2코스는 전곡리 입구에서 송산까지 약 6km 거리이다.
시골길이긴 하지만 1코스처럼 공사차량이 많이 다닌다. 새로 길을 뚫는 모양이다.
속이 노란 황금수박이 땡긴다. 그런데 그걸 사서 숙소까지 들고갈 걸 생각하니 GG다
'코스 끝 무렵에 사자'라고 했는데, 갈 수록 복숭아랑 포도만 판다.
칠곡새마을회관 근처에서 큼직한 참외를 하나씩 깨물었다.
이렇게 단 참외는 처음이다. 제대로 걷긴 했나보다.
조금만 참자 곧 3코스다
5. 3코스
송산의 시장이 3코스다.
2km정도 거리를 걷는데 여기서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다.
처음에 목표는 9시 경에 남양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도무지 시간이 안 된다.
출발하기 전에 부장님이 저녁 사줄테니 남양에 오면 연락하라고 하셨는데...
너무 늦게 도착할 것 같아 전화드려 기다리지 말고 퇴근하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이쪽으로 오신단다.
언제 한 번 이곳에서 청년들이 봉사활동 다녀와서 칼국수를 먹었다고 한다.
그 집을 가는 게 부장님이 찾기도 쉬울 것 같아. 그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km정도를 다시 돌아갔다.
부장님과 식사 후 시간이 9시가 다 되간다.
여기 송산에서 남양까지 가는 길은 너무 위험하니 차를 타고 남양까지 이동하라고 하신다.
그 길은 나도 다녀봐서 잘 안다. 정말 위험한 길이다. 차는 과속이고 사람이 다닐 길은 없다. 사고 나기 십상이다.
어쩔 수 없이 남양까지는 부장님 차를 타고 가서 숙소를 잡았다.
6. 4코스 생략 5코스로 넘어간다.
4코스는 약 5km정도 되었는데 그 거리가 안전 때문에 생략되었다.
그러나 보다 안전한 코스를 선택하였다.
바로 이성구 형제가 버스를 타고 오면서 알아낸 길이다.
처음 코스는 대로라 위험했는데, 그 대로 주변으로 난 샛길로 걸으며 어제 걷지 못한 거리를 커버하였다. 5코스는 남양에서 비봉IC까지다.
아직 아침이라 햇볕도 따갑지 않다. 9시 쯤 비봉 초등학교 근처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의외로 맛집이다. 순대국이랑 콩나물 해장국을 시켜 먹었는데 정말 맛있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햇볕이 강렬해 졌다.
폭염주의보가 맞긴 맞나보다 수백수천개의 바늘이 찌르는 것 같다.
7. 6코스
6코스는 비봉IC에서 어천리까지다.
이 길은 재미가 없다. 구경할 것도 없고 인도도 없어 불안하고 날은 점점 더워지는데 가로수도 없고 그늘도 별로 없다. 길의 끝은 보이지도 않는다.
날이 더워서 쉬고 싶지도 않다. 얼른 쉴곳을 찾아 어천리로 들어간다.
8. 7코스
어천리에서 서수원까지가 7코스이다.
옛 시골길이 나왔다.
6코스에서 거의 쉬지 못했기 때문에 당장 쉴 곳을 찾는다.
물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목사님은 발에 잡힌 물집 때문에 고생이시다.
한참을 쉬면서 슈퍼 매상 톡톡히 올려주고 다시 출발한다.
어천지라는 저수지가 나온다.
어제 2코스 이후로는 차만 보였는데, 여기 오니 좀 쉬는 듯한 분위기가 난다.
그런데 폭풍전야였다. 이제 지옥이 시작된다.
51사단을 지나며 가로수가 없다.
그 뙤약볕을 그대로 다 받는다.
이젠 덥다 덥다 더운 느낌도 별로 안난다.
이모 형제의 말을 빌리자면 죽는 줄 알았단다.
9. 8코스
8코스는 서수원에서 수원역까지이다.
드디어 수원에 입성했다.
수원 초입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서수원을 걸어 들어온다.
박병장한테 전화가 왔다.
서수원이라니 놀란다. 벌써 왔냐고
이때가 아마 11시에서 12시 사이였을 것이다.
남양에서 출발한지 3시간여 만에 수원에 입성하였다.
중간에 고색동에 있는 한 슈퍼 앞에서 거지꼴로 쉬었다.
본동을 지나 수원역 고가도로 밑을 처음 통과해 봤다.
공원처럼 잘 꾸며놨더라.
양회장은 힘이 남아도는지 여기서 턱걸이질이다. 베낭까지 메고, 참고로 양회장 베낭이 제일 컷다.
10. 9코스
드디어 수원역사에서 나와 교회로 향한다.
슬슬 입질이 온다. 힘이 남아 돌아서 쉬지 않는 게 아니라...
쉬면 일어나질 못할 거 같아서 쉬질 못했다.
오후 3시... 드디어 대수원장로교회에 입성
출발한지 대략 24시간 만에 40km를 완주하였다.
11. 후기
농담에서 기획된 여행이었으나, 그 의미는 장난이 아니었다.
예수님의 광야생활이라는 주제로 관련자료를 찾아보았는데, 그 사건을 심도 깊게 다룬 자료는 찾지 못했다. - 물론 searching range는 좁았다. 기껏 인터넷과 내가 갖고 있는 자료랑 성경이 다였으니까. -
성령이 왜 하필 광야로 이끌었을까?
광야는 우리가 생각하는 고난의 장소이기만 했을까? 되려 그 당시에 하나님과 개인적인 만남을 갖기에 최적의 장소이지는 않았을까?
예수라는 한 인물의 관점에서 광야에서의 40일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
사생애에서 공생애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광야생활은 왜 필요했을까? 성경을 보면, 물세례 후에 곧바로 성령세례를 받으신 것 같기도 하고, 이미 능력은 지니고 계신 것 같기도 한데...
그 당시에 광야에서 지냈다면 물은 어떻게 해결했으며, 잠은 어디서 잣을까? 동물이나 곤충의 위험은 없었을까? 이스라엘의 광야라면 매우 더울텐데 금식까지 하며 체력은 어떻게 관리했을까?
질문의 답을 찾지 못했다. 물론 1박 2일 만에 답을 찾을 수 있을 만한 문제는 아니다. ^^
앞으로 고민해보고 관심 갖고 탐구해 볼 문제라 생각한다.
질문은 그렇고, 1박 2일의 도보가 가뿐한 몸과 깨끗하게 정리된 머리 속을 주었다.
몸은 비록 조금 힘들었지만, 제대로된 휴식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련다.
광야가 사생애에서 공생애로의 인샌의 변화를 주었듯...
참석한 모든 이들이 광야행진을 기점으로 인생이 변화되었음 한다. ^^
12. Special Thanks
빛발치는 깃발을 만들어 준 선미자매, 덕분에 빛발치게 관심을 받았습니다. ^^
16일 점심식사와 차량을 지원해 주신 이성구형제
16일 저녁식사를 제공해 주신 박응규 부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PS. 다음 광야행진은
1. 지리산 종주
2. 부산에서 배타고 들어가 제주도 일주
3. 부산에서 배타고 일본 들어가 주변 일주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