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하면, 길고도 고~운 손가락이 하얀 건반 위를 달~린~다.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손가락이 짧고 거친 내 손이 부끄러웠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10명이 넘는 대식구 속에서 끼니 거르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감히 피아니스트가 된다거나 화가가 된다거나 하는 꿈을 꿀 수 없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었다. 꿈꾸는 건 자유라지만 이루지 못할 꿈 때문에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학교에 가서 국어 산수 사회 과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우등상을 받는 것이 가장 크게 꿀 수 있는 꿈이었다. 다른 특별한 활동을 하려면 돈이 들고, 그만큼 부모님의 고생이 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게 있고 배우고 싶은 게 있어도 그것이 커지고 자라나지 않도록 단단히 동여매어야 했다. 하긴, 나 어렸을 적에는 피아노를 본 적도 없다. 학교에 풍금이 한 대 있어서 음악시간이면 당번 혹은 주번은 다른 교실에 있는 풍금을 미리 옮겨놔야 했다. 풍금소리에 맞추어 '길.고.도 고~운 손가락이... 하얀 건반 위를 달~린~다...'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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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끌어주고 밀어주기 원문보기 글쓴이: 여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