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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 스크랩 [끼적끼적] 피아노 치는 할머니
힘찬 걸음 추천 0 조회 70 11.01.12 01:0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피아노하면, 길고도 고~운 손가락이 하얀 건반 위를 달~린~다.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손가락이 짧고 거친 내 손이 부끄러웠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10명이 넘는 대식구 속에서 끼니 거르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감히 피아니스트가 된다거나 화가가 된다거나 하는 꿈을 꿀 수 없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었다.

꿈꾸는 건 자유라지만 이루지 못할 꿈 때문에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학교에 가서 국어 산수 사회 과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우등상을 받는 것이 가장 크게 꿀 수 있는 꿈이었다.

다른 특별한 활동을 하려면 돈이 들고, 그만큼 부모님의 고생이 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게 있고 배우고 싶은 게 있어도 그것이 커지고 자라나지 않도록 단단히 동여매어야 했다.

하긴, 나 어렸을 적에는 피아노를 본 적도 없다. 학교에 풍금이 한 대 있어서 음악시간이면 당번 혹은 주번은 다른 교실에 있는 풍금을 미리 옮겨놔야 했다. 풍금소리에 맞추어 '길.고.도 고~운 손가락이... 하얀 건반 위를 달~린~다...'를 불렀다.

 

  내 나이 일흔 살이 넘어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우리 딸이 선생님이다. 오른손으로 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왼손으로 치는 걸 배우고 그리고 양손으로 치는 걸 배웠다. 처음에는 손가락이 마음같이 잘 따라주지 않아서 어렵고 힘들었다. 딸은 딸일 때는 마냥 어린양만 하는데 선생님일 때는 여간 무서운 게 아니다. 엄마라고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혼나는 게 싫어서 날마다 연습을 했다.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는 게 너무너무 재미 있어서 몇 시간씩 치기도 했다. 그랬더니 손가락과 손목이 부어오르고 목이 뻐근하였다. 영감은 나이가 먹어서 무리를 하면 안된다며 삼십 분에서 한 시간을 치면 십 분 정도는 옥상에 나가 보건체조를 하라고 한다. 영감의 말이 따숩다.

  열심히 연습해서 새봄에 노인학교 개학을 하면 솜씨자랑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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