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에 땀이 범벅이 되어 일어났다.
또 그 꿈이다.
내 꿈속의 나는 갑갑하게 막힌 방 안에 홀로 있다.
그리고 지독하게 외로웠다.
그리고 한편으로 화도 났고 나른했다.
이 꿈을 꾸고 나면 늘 머리가 무겁다.
꿈은 자신의 숨겨진 심리상태를 보여준다고도 하는데 내 숨겨진 심리는 갑갑한가보다.
있는 힘껏 기지개를 한껏 켜며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 앞에 선 나의 모습은 초췌하기 그지없다.
기름 낀 누런 얼굴, 부스스한 머리.
한참을 멍하니 거울 속 내 얼굴을 바라보다 찬물로 정신을 붙든다.
남자친구가 지금 내 얼굴을 봤다면 잘 만들어놓은 좋은 이미지가 깨졌으리라.
사귄지 이제 반년.
백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백일이 다가온다.
난 남자친구와 기념일을 헤아리고 챙길 만큼 꼼꼼한 여자가 아닐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내 폰 스케줄 표에 알람까지 맞춰놓고 기대하고 있는 나를 본다.
그런데 이번엔 무엇을 선물해 줘야할까?
지난번엔 서로 향수를 주고받았는데 이번엔 좀 색다른 걸 주고받고 싶다.
이리저리 고민하며 아침을 준비하다보니 어느새 마스카라를 마지막으로 덧바르고 있다.
참!
이런 고민 할 참이 아니다.
지금 난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 아침 회의!!
게임 박람회의 부스디자인이 통과 되는 게 관건이다.
작년 박람회엔 선영자 선배가 주관 했었는데 그럭저럭 이란 뜨뜻미지근한 평가를 받았었다.
올핸 갓 2년차가 된 내게 그 일이 주어졌고 난 그 선배를 보란 듯이 눌러주고 싶다.
선배면 다야?
선배랍시고 부려먹는 건 고사하고 허구한 날 골탕 먹이는걸 즐기는 그 인간을 통쾌하게 눌러 줄 테다.
내가 팀장님의 눈에 들면 게임 오버란 말이지!!
한껏 마스카라에 힘을 주고 아이라인 그린 눈에 몇번이고 바짝 힘을 주고 껌뻑이며 아까의 화장실 거울 속의 나완 전혀 다른 모습의 나는 전투의지에 불타있다.
내게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 비싼 구두를 꺼내 광이 나게 닦아 신고 자신감 있게 일어섰다.
꿈이 찝찝하긴 하지만 이 구두만 있으면 난 못할게 없을 거다.
내가 면접 때 신었던 구두였고 첫 프로젝트 발표 날에 신고 대박이 났던 구두이기도 하다.
"야! 안이지! 언니 회사 간다. 너 계속 자면 오늘도 지각할거야. 얼른 일어나서 씻어!"
"아우웅~"
동생이 뭐라고 중얼댔지만 그 소릴 뒤로하고 현관을 나섰다.
가자마자 디자인팀에게 부탁한 것 받아서 PPT와 합치기만 하면 된다.
다 잘 될 거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 보니 사람이 많다.
오늘 무슨 날인가 싶지만 그런 것 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버스가 도착하니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같은 버스를 타려고 일순간 몰려들었다.
일반 시내버스였기에 줄서기 같은 건 없었다.
올라탔지만 운전석을 간신히 지나친 위치에 있어야 할 만큼 버스 안에도 사람이 꽉 차 있었다.
뒤에서 밀고 올라오는 사람들로 인해 더욱더 자리가 협소해져만 갔다.
"아앗!"
구두가 밟혔다.
발을 뺐는데 고통보다 구두의 상태가 더 걱정이다.
또 밟히는 건 아닌가 온 신경을 아래로 집중시켰다.
대체 오늘 만원버스의 이유를 모르겠던 참에 이아의 앞에 앉아있는 승객이 짜증내며 뒷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투덜대기 시작했다.
"짜증나. 버스 파업한다고 배차간격 줄여 놓는 게 말이 되냐고!! 벌써 이게 몇 시야. 이렇게 사람 많아서 제때 내리기나 할 수 있어? 그러기에 택시 타자고 했잖아."
자리에 앉아있던 여자는 뒷좌석의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를 향해 눈치를 마구 주고는 나를 한번 쏘아봤다.
자꾸 자신의 무릎을 치는 게 짜증나는 모양이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닌가.
위아래로 훑는 눈빛에 나도 기분 나빠 같이 쏘아봐줬다.
운전석 백미러를 흘끔 쳐다보니 여자승객의 말에 기분이 적잖이 나빠진 운전수가 백미러로 뒷좌석 여자를 수시로 노려본다.
운전수 아저씨는 동지다.
어렵게 회사 앞에서 내렸지만 옷은 구겨졌고 구두는 신발자국이 떡하니 나있었다.
"아……. 어떻게 해……."
회사 입구의 벤치에 앉아서 구두를 이리저리 털어봤지만 천조각이 가죽에 덧대져있는 신발이라 깔끔해지지를 않았다.
"불길해……."
"뭐가 불길하다는 거야?"
손은 여전히 구두를 털어내느라 몸을 숙인 채 눈만 들어 바라보니 직속상관인 어재본 팀장님이 앞에 있었다.
첫댓글 불길함이 행운으로 전해지길 바라는 건..... 욕심이겠죠? 털푸덕.
다음편 주세요. +_+
열심히 하겠습니다. ㅠ.ㅠ 답글에 너무 황송해서 몸둘바를...
감사히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불길한느낌 ㅠㅠ 불길하면 안될 텐데
ㅎㅎ;;
불길한... 그런 일은 없어야 할텐데.. 다음편 보고시퍼여!! +_+
감사합니다 좋은하루되세요.
앗!! 뒤늦게 정주행 시작입니다^^
꼭 저럴때면 일이 터지더라구요 ㅎㅎ
ㅎㅎ 네. 불길함은 현실이 되곤 하더라고요
다음 내용 궁금 해요.....좋은글 잘 쓰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담편 읽으러 가기전에 손도장 꾸~욱!
오홋 이렇게 감사할수가~
잼 있네요,^^
감사합니다. 앞으론 열심히 쓰겠습니다 ㅠ.ㅠ
여주는 무슨 일해요?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사무직 여성이에요.
재밌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