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새로운 공간에서 수업을 한다.
극장이 아니라 상가건물 연습실!
계단을 오르고 비밀번호키를 누르고 . . . 문을 열어보니.. 한면은 거울,탁자 ,의자,소파. . .가 조용히 제자리에 앉아있다.
커텐을 걷고 창문을 열어보니. . . 햇살과 함께. .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 . . .
극장과는 달리 일상의 작은 소음들이 들려온다. 일상. . .일상. . .
에쭈드 system 첫번째. . .일상의 표현. . .
무대와 조명. . . 갖춰진 분위기 속에 배우로서 집중과 몰입도가 더 생기겠지만. . .
아무런 조건없이 일상속에서 나 자신을 끌어올리기에. . .어쩌면 좋은 훈련장소라 긍적적으로 생각했다. . .
둘째는. . . 내적 진실전달
뭔가 심상치 않을것 같다. 이곳에서의 수행과정이. . .불길한 예감과 기대가 몰려온다.
어제 "검읜 옷의 수도사" 공연연습. . . 새벽4시가 다 되서 도착했다. 졸려서 길까지 헤맸던것 같다.
김진근쌤께 "선생님. . . 제가 상태가 안좋으니 살살 좀 다뤄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김쌤의 특유의 매력적인 미소로. . "아. 그렇구나 힘들었겠네 라고 말했다!!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단호하게 "우린 그런거 없습니다!!! . . .헐 (알았지 말입니다! (. . . 내면 독백)
이거 이거 모지?. . . 민망 ㅋㅋ
근데. . . 참 희한하다 개인 홍정인은(면밀히 말하면 개인 사정은 )용납되진 않았지만. . .
배우로써 홍정인을 놓지 않겠다는 쌤의 소명의식 같아서 . . .
뭔가 알수 없는 흐뭇함과 안도감이 올라 왔다.. . 감사했다.
수업시작!!!항상 훈련하는 몸의 이완
머리카락부터 시작해서. . . 순서대로. . . 나의 몸 구석구석까지 조용히 바라본다. . . 이완한다. ..
배우수업을 하지 않았다면 . . 죽을 때까지 어쩌면 한번도 바라보지 못했을 나의 몸의 일부분 일부분들을 보며
. . 내 영혼을 담고 있는 나의 몸을. . 한번도 엄숙하게 바라보지 못했다는 것에 놀랐다.
우린. . 아니 나자신은 정작 봐야할것 보다 얼마나 많은 다른 것들에 시선을 향하고 고정하고 사는지. . .
배우라는 건 수행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함이 확실한 것 같다.
그 뒤. . .화장하는 법. . 눈썹. . 아이새도우. . 마스카라, , 립스틱 등등
화장하면서의 나의 느낌. . 을 놓치지 않고 몰입한다.
거기에 자기에 독백대사을 동시에 수행. .
오히려 나는 두가지를 해서 혼선이 오거나 엉키는게 아니고 화장을 하며 내느낌에 몰입을 하니 그냥 독백을 할때. .
불필요한 의식, 긴장. . 되지않아 훨씬 가볍게 자연스럽게 독백이 됐다.
지난번 에쭈드 주말반 수업시간. . 전훈연출쌤이 내게 멘토한 내용이 생각났다.
내가 사람을 의식해서 무대에서 집중과 감정 몰입이 안됀다니까 . ." 역으로 생각하라. .
무대에서 몰입하면. . 오히려 관객이 보이지 않는다고. " 무대에서 의식을 채워라"
다음. . 자신의 죽음에 대한 즉흥극 죽어있는 내가 있다. .
그 앞에 누구도 괜찮다 (부모든 ,친구든, 자식이든)
누군가 . . 죽어있는 나를 보며 느끼고 말한다. . 모두"허걱!" 하는 내면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김샘이 먼저 할 사람 나오라고했다 정적. . 인터발이 다른때보다 길다.
센스 있는 김쌤. . 바로 우리들의 상태파악하고 동시에 각자 편한 위치에서 하라했다. . .
모두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여러가지 내면의 움직임이 말로
흐느낌으로도 표현 되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 계속 시간이 흐를수록 숨이 막히고 답답하고 화가 났다.
거짓으로 대충 느끼는 체 하고 떼울까. . 거짓말 하긴 싫다.
솔직한 심정은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가고 싶었는데. .그런 행동을 하는 것 또한 용기가 필요했다.
내가 참 억압이 많은 사람이다. 심리학에선 자신의 트라우마나 느끼기 싫은, 인정하기 싫은 자신의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보는 것이 힘들어 차단하는데 그것을 방어기제라 한다.
방어기제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중 특히 우리나라 사람의 방어기제의 대부분은"억압"이다.
무조건 누르고 차단하는것. . ..
예를 들면 남자는 울면 안되고...여자는 ...참아야되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은 것 처럼 감정처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이 많나보다.그 한을 무대에선 다시 에너지로 전환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잘못하면 " 신파"가 되버리는 우려도 있는것같다.
요즘 내가 너무 많이 들어서 거부하고 싶은 단어이다. "신파"
또 다른 방어기제중 "투사"는 (전문용어로 모때쳐머근거뜰이 많이 쓴다 ㅋ)
남탓하는것. . .
예를 들면 섹시하게 생긴 여자를 보고 남성의 본능이 올라 올때 자기 수치심이 싫어. . . .
여자가 천박하고 색끼부린다고 여자 탓으로 돌리는 예처럼. . . .
암튼 내가 보호하려고 입고 있는 많은 거짓의 옷을 한겨플씩 벗기는 작업은 많은 통증이 따를 것 같다.
난 방어기제를 할 수없는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못견딜것 같아 조용히 . . . 조용히 . . . 나왔다.
모두들 수업에 몰입하고 있어서 난 들키지 않았다.
문을 살며시 닫는 순간. 바로 문을 열고 내 팔을 붙잡고 있는 . . . 그 누군가가 있었다!!
"홍정인 너 이렇게 피하면 안된다,부딪혀라"
김진근쌤. . . 귀신인가. . .귀신이 맞다. 아님 독심술을 배웠나..
확!!감정이 역동됬다.수치심도. . .
"아무대상이 떠오르지 않아요" "화만난다구요!!"
또 나는 "뭐라는거야. . .맙소사!!!
"그럼 정리하고 내려와라!!"
뒤돌아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순간 부터 눈물이 나왔다.
누가 죽었냐 !누가 죽었냐고? 내가 죽었다. 오늘 홍정인의 거짓의 옷 한개가 뱀의 허물처럼 벗겨졌다. 죽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 . . 거의 절규인데... 집단심리에서 이렇게 우는 내담자들을 종종 보기는 했지만. . .
울음이 멈추질 않네 . . 완전 수업끝나면 내려가야지
1차 수업이 끝났나보다 모두들 한명씩 옥상으로 올라와 휴식을 취했다.
모두들 모른척 해준다. . 고맙다.
쌤이 왔다. . 이것도 용기라고 지지해주셨다.
죽기까지 싫었지만 푸줏간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연습실로 내려 왔다.
일상 즉흥극. . . 시간도 안되고 마스카라범벅 초토화되서. . 할수도 없었다. .
동기들이 하는걸 보는걸로 그자리에 쪽팔리게 앉아있었다.
이것도 내모습이니 받아들이자는 맘으로. . .
신예,호영, 두 사람의 즉흥극. . 재미지다. 간간히 웃음을 참는 동기들의 흐느낌아닌 흐느낌이 들린다. 오히려 내가 빵 터졌다.
죽도로 오혈하고 난 후 내가 웃는 꼴이란. . .
근데 묘했다. 두 사람의 즉흥극 ,어색하고 웃겼지만 몰입해서 보니. . 아까의 죽을것 같은 상태에서 . . 내가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진거다. 환기다 정서적 환기.... 꽉 닫힌 창문을 열고 신선한공기로 환기 시키듯이. . .
어쩜 배우는 관객들에게 정서적인 환기를 해주는... 그들의 심리를 그들이 몰입하는 순간 만큼. . 주관하는. . 막대한 임무와 권리가 있는 자들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김진근쌤이 수업의 연장으로 밥을 먹으면서 거기서 즉흥을 해보자고 했다 물론 사주셨다.김진근 쌤 존경스럽다.매력있다.능력있다.
저력있다.. . . 힘있는 분인것 같다
근데 오늘 막판에는 좀 얄미웠다 왜 수업도 못하고 초토화된 나에게 수업일지를 쓰라는 건지. . ㅠ.ㅠ
모두 나의 발전을 위해서 생각해주신거겠지(수습멘트 ㅋㅋ....)
모두들 간단히 맥주들도 한잔씩. . . 술을 전혀 안하는 난. . . 맨정신에 아까 내 모습만 떠올릴뿐. . . 밥도 안먹혔다.
김쌤의 배우로서 여러가지 유익한 말을 들었다.동기들과도 좀더 가까워진것 같다.
너무지친다 . . .자고싶다. . 오늘 밤 검은 옷의 수도사 공연 연습이 취소되었으면. . 그런 연락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첫 공연이 토요일인데 수요일 연습이 없길 바라는 야무진 내 바람이 허망하다. ㅋ
암튼 난 전철을 타고 다시 화장을 고치고. . 연습이 새벽에 끝나기에 자동차를 가지러 가야 한다. . . 전철속에서 파김치가 되 버린 나는 왔던 길을 다시 오다는 것을 생각하니 . . . 갑자기 누군가가 생각났다.
챠이카에서 메드벤젠꼬. . 먀샤를 만나기 위해 3시간을 걸어왔다 다시 3시간을 걸어간다...마쌰의 냉소적인 말과 조롱의 말만 듣고. .
참 인상깊은 인물이었다.
무대에선 그다지 큰 역동없이. . 존재감도 . . . 없는듯 한데. . 나는 자꾸 무대뒤에 그가 떠오른다
3시간을 차거운 밤공기. . 어두운 숲길. . . 어떤 심정이었을까 자꾸 그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무대에서 연출이 안된 모습까지 어필되니 참 매력적이지 않은가
오늘 똑같은 장소를 다시 오가며. .3시간을 걸어 마샤를 만나고 다시 돌아가는 메드베젠꼬처럼 배우지망생에겐. . . 배우에겐. . . 마샤의 존재는 뭘까?
내적진실을 전달하는거. . . Honesty...Direct....,Simple 하게
그럼 뭐하나. . . 마샤는 냉소적일뿐. . .
그럼 뭐하나. . . 스따니 슬랍스끼의 환영을 입은 쌤들의 한마디 " HE BEPHO!!!"
어느정도 역활이 주어지면 또 뭐하나
메드멘젠꼬가 마샤와 결혼해도 . . . 아예 이제 엄마가 곁에 없은 애까지 챙기러 3시간을 추운 밤길을 걸어가는데. . .
마찬자기로 오히려 역활에 대한 인물 분석 과제 . . 상대배우와의 호흡. . 또. . 내적진실의 표현에 부딧히고. .
미춰버리겠다. . 으아아아아악!!!!
차키를 가지고 극장에 가려는데 웬열?!?이건 무슨 연출이지. . . 때마침, 우연히, 비까지 온다.
아침드라마에서나 보는. . .
암튼 오늘 안밖으로 비가 오네. . 배우라는 나무에 가짜 열매가 아닌 달콤한 향기가 나는 열매. . .
내적진실이라는 열매가 열리기 위해 오늘 조금 주는 물이 되길 바란다. 오늘 흘린 눈물이. . .
비가온다. 거리는 더 반짝인다.
비에 젖은 찻길에 네온이 비춰져서. .
또 일상의 소리가 들린다.
빗소리, 차들의 경적소리. . . 가보자. . 3시간. . 다시 돌아오더라도. . .
스따니 슬랍스끼가 "믿어져"라고 할때까지!!!!!
감정을 추스려본다. . .
나의 사랑하는 안드레이를 만나기 위해. . .
안드레이. . . 안드레이. ..
비는 계속 내린다......
첫댓글 에세이같은 일지네요. 일지라는 기록물을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요 때론 문학이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