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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 루연[淚姸]
제목 : 나랑 키스할래?(부제:who are you?)
출처(팬카페) : http://cafe.daum.net/Looyeon
팸카페 : http://cafe.daum.net/rhythm-fam
불펌, 성형, 도용, 공유, 개인소장 금지.
오타들은 애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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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끝없이 조용한 사무실.
그 사무실 안의 소파에는 우아하게 다리를 꼰 설은과
다리를 약간씩 떨면서 안절부절못하는 연진이 있었다.
연진은 설은이 유류의 '어미'라 칭했을 때, 너무나도 깜짝 놀라는 바람에
3시간 전에 먹은 저녁이 올라올 뻔했다.
세계 연예인 5맥(연예계든지, 언론이든지, 가장 영향을 끼치는 다섯 명의 인물) 중의 한 명인 설은이
이 사무실에 직접 찾아온 것으로도 모자라서 자신의 사무실과 계약을 맺은 유류의 엄마라니……!
연진은 여전히 다리를 떨면서 안절부절못하였고,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다가 설은을 힐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힐끔 보는 것은 자신에게 맞지도 않았고, 그렇게 조금씩 보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기에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설은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설은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처음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거기다가 벌써 마흔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팽팽한 피부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매혹적인 몸매.
그 모든 것이 연진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끌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했고,
저런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이 정말 손자까지 둔, 할머니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저를 다 관찰하셨나요?"
"헉……."
연진은 갑자기 들려오는 설은의 말에 숨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가만히 있더라니……. 무언가 이상함은 느끼고 있었지만,
그렇게 말을 할 줄은 몰랐다.
"호호… 놀라실 거 없어요.
그냥 놀려주려고 한 말일 뿐이니까요."
설은은 너무나도 솔직했다.
그런 설은의 솔직함에 연진은 잠시 당황했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설은을 다시 똑바로 보았다.
"아, 저기 실례지만……."
연진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아아……. 별 이유 없어요.
단지 저는 AS기획사라는 곳에 대해서 잘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직접 찾아 온 것뿐이랍니다."
설은이 싱긋 웃으며 말하였다.
역시 부모, 자식간이라서 그런지, 웃는 설은의 모습은 유류와 많이 닮아 있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제껏 유류를 보면서 설은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 이 기획사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호호… 제가 사장님께 궁금한 것이 있다고 하기 보다는,
사장님께서 저에게 궁금할 것이 있다고 해야 옳을 것 같은데요."
맞는 말이었다.
설은이 자신에게 물어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시설 같은 것이야, 들어와서 일부만 보아도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고,
다른 것에 대해서는 물어볼 것이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연진은 마음을 굳게 먹고,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럼 물어보는 말에 대답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름대로 힘 있게 한 말이었는데, 설은은 여전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으흥… 글쎄요? 봐도 대답을 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해드리지요.
하지만 저에 대해서 웬만큼 알고 계신다면, 그 정보가 유류에게도 적용 될 듯싶은데요?
예를 들어서 가족은 몇 명이라든지, 그 가족이 무슨 일을 하는지, 등등으로 말이죠."
"아, 그렇군요……."
"하지만 굳이 물어보실 게 있으시다면 물어보세요.
친히 대답해드리지요."
설은이 엄청난 은혜를 베푸는 듯한 말투로 말하였다.
그런 설은의 말에 연진이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입을 열었다.
"도대체 유류는 어떤 애입니까?"
정말로 궁금한 것이었다.
분명히 자신의 기획사와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모를 인물이 유류였다.
자신이 본 유류의 모습이라고는 노래하는 모습과 춤추는 모습,
게걸스럽게 갈비를 뜯어 먹는 모습이었다.
물론 자신이 유류의 엄마인 설은에게 저 질문을 하면서도 무언가 모르게 약간은 긴장감이 있었다.
유류는 이리 파헤쳐도, 저리 파헤쳐도, 무언가 하나는 꼭 나올 것만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흠… 어떤 애냐…….
엄마인 저로서도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네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할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씀해주세요."
"뭐, 그렇다면 일단은 간단히 말해서.
성격의 일부분을 제외한다면 완벽한 애죠."
정말로 간단했다.
"그게… 끝인가요?"
"에이, 설마요.
뭐, 일단은 유류가 연예계에 몸을 담근 지 얼마나 됐나, 말씀 해 해드린다면……."
'응?'
연진은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알고 있는 유류의 경력은 쉬는 기간까지 합쳐서 2년.
그런데 그것이 아니란 말이던가?
"일단, 유류는 5살 때부터 아동복 모델도 했고, CF 모델도 했었죠.
대부분이 우유, 요구르트, 과일, 주스… 몸에 좋은 것들만 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5살 때부터요…?!"
5살… 그렇다면 올해로 19살이 된 유류의 경력은 이미 10년을 훌쩍 넘었다는 말.
그렇다는 것은 언제나 '후배'라는 것을 강조하던 요은보다 4년이나 선배였다!
'어쩐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더라니.'
이제야 유류의 웃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흠… 물론 5살 때부터 활동을 하기는 했지만, 그건 얼마 가지 않았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더라고요.
하지만 바로 둘 수는 없었기에 쉬어가면서 활동을 하고,
15살 때쯤에는 이미 키가 또래 애들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모델로도 활동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성작이 멈추고, 유류의 어중간한 키로는 모델로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만하도록 조치를 취했죠.
여자로서 176센티가 크기는 하지만, 요즘 여자 모델들은 180센티를 넘기는 키들이 많아요.
특히 세계적인 모델로 따져본다면 유류보다 큰 이들이 대다수예요."
"그래도 2, 3센티 정도 밖에 차이가 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아… 실질적으로 무대에 올라가서 워킹 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 2, 3센티의 차이가 엄청나게 느껴지거든요.
더군다나 유류는 모델 일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고…….
그래서 바로 유류가 좋아하는 노래 쪽으로 시선을 돌렸어요.
유류의 목소리는 모든 사람들을 홀려버리는 미성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먹힐 것이라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워낙 얼굴을 드러내는 걸 싫어하는 아이라서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하게 한 거예요."
"그럼 모두 유설은 씨께서 유류가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신 거란 말입니까?"
"뭐,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말이 되겠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바닥을 깔아줬을 뿐이에요.
그 바닥을 걸어서 간 것은 유류고요.
제가 바닥을 깔아준 뒤, 그 다음에는 오직 자신의 힘으로만 걸어간 거죠.
거기다가 유류가 워낙 다재다능하니까, 가능했던 일이죠."
설은의 말에 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팔불출로 인한 말인 것 같기는 했지만, 자신도 그 말을 인정하기 때문이었다.
"아, 그런데 어째서 공부는 그렇게 잘 하는 거죠?
어렸을 적부터 활동을 했다면, 공부를 할 시간은 없었을 텐데 말이죠.
오히려 못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점 아닌가요?"
"우리 집 애들이 워낙 머리가 좋아요.
그건 유류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제가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던 거예요.
그 엄청난 지식 안에 많은 언어들도 포함 되어 있었죠."
설은은 다리를 반대쪽으로 꼬으며 말하였다.
"그렇게 머리가 좋으면 굳이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될 텐데요.
검정고시로 패스해도 되잖아요."
"그건 친구들을 사귀라고 일부러 놔둔 거예요.
유류 언니는 남매들 중에서 특출나게 머리가 좋아서 훨씬 어렸을 적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까지 패스를 하고, 대학을 나왔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또래 친구가 전혀 없었어요.
그런 외로움을 잘 알기에 유류가 검정고시로 패스하는 것을 원치 않았어요."
"언니라 한다면……."
"아… 아시겠군요.
비향이 말하는 거였어요."
정말이지, 질리는 집안이 아닐 수가 없었다.
겉모습은 그 누구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다운 것으로도 모자라서
머리도 좋고, 스포츠 만능, 재능 만능까지.
도대체 무엇이 부족한 집안이란 말인가!
"자, 그럼 이제 질문은 끝났나요?"
"아, 네."
"그럼 제가 질문을 하도록 하죠."
설은의 말에 연진은 다시 한 번 침을 꿀꺽 삼켰다.
설은이 무슨 질문을 할지, 궁금하면서도 무언가 모르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기획사가 몇 할을 가져가도록 계약을 했죠?"
모전자전.
엄마나, 딸이나,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이익은 중요했다.
"……."
유류는 지금 잠옷 차림을 하고 있는 자신의 앞에 숨을 헉, 헉 거리고 있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이리 보아도, 저리보아도 이 인물은……
"아빠?"
유류의 아빠이자, 설은의 남편은 지류였다.
지류는 가쁜 숨을 바르게 고른 다음 유류를 가만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설은이 여기 왔지?"
"응. 지금 자고 있는데…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숨을 헉, 헉 거렸어?
아니, 그 이전에… 왜 엄마랑 아빠가 따로 온 거야?
설마, 벌써 권태기?"
유류의 말에 지류가 주먹으로 유류의 머리를 살짝 박아주었다.
그러자 유류는 머리가 약간 아픈 듯, 손으로 머리를 비비적거렸다.
"아니야?"
"당연하지!
"그럼 어쩐 일이야?"
유류의 말에 지류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 지류의 모습에 유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아니, 화보 촬영 끝나고 집에 갔더니……."
"그랬더니?"
"한국을 가겠다는 쪽지 달랑 하나만 남겨놓고 사라져 버렸더라고."
"……."
지류의 말에 유류는 눈만 깜빡이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웃음에 풉, 소리를 내었다.
"뭐야, 그 억지로 참는 듯한 웃음소리는?
"아, 아니, 그냥……."
설은이 남긴 쪽지를 보면서 이상한 표정을 짓는 지류의 모습이 상상 됐다고는 절대로 말하지 못한다.
작은 쪽지 한 장을 커다란 손에 들고, 그 쪽지의 내용을 보면서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절규하는 지류의 모습이
유류의 머릿속에서는 마치 그런 모습을 본 것처럼 너무나도 생생히 재생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남편의 마음을 애태워놓고, 정작 본인은 딸이 살고 있는 집에 와서는
편안히 자고 있다… 이 말이지?"
"음, 그런 모양이야.
시차 적응이 안 된다고, 나 일어날 때, 내가 일어난 자리에 바로 누워 자던데?"
"제일 큰 방이지?"
"응."
유류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류는 거실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런 지류의 발걸음을 본 유류가 얼굴을 찡그렸다.
"아아…… 잠깐만, 아빠!"
"왜!"
지류의 날카로운 반응에 유류가 지류의 얼굴에 꽂혀 있던 시선을 맨 밑으로 내리면서 입을 열었다.
"신발은 벗고 들어가야 할 거 아니야.
여기는 한국이라고요."
"아……."
지류는 당차던 발걸음을 다시 뒤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지류의 모습을 본 유류는 피식 웃었다.
"아무튼, 아빠는 엄마 일이라면 머릿속은 하얗게 변하고,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지?"
"응. 그런 것 같아."
지류가 신발을 벗으면서 유류의 질문에 대답하였다.
"하기는, 그러니까 한국에서도 신발을 신고, 거실을 질주했지."
유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맞다. 아빠."
"응?"
"이따가 엄마한테 볼 일 끝나면 거실 닦고, 쓸어줘."
지류는 유류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다 자신의 탓인 것을 어찌하리오.
'그런데… 유류하고, 나… 정말 부녀지간 맞는 거지?"
확실히 부녀지간 맞다.
다만, 둘의 대화의 말투나 행동들이 부녀지간 같지 않을 뿐이다.
"하암……."
비류가 기지개를 펴면서 방에서 나왔다.
그러자 소파에 앉아서 허브티를 마시고 있던 유류가 빙긋 웃었다.
"잘 잤어?"
"응… 그런데 유류야, 잠 푹 잔다고 하더니,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일찍 이라니, 지금 10시야. 나 30분전에 일어났으니까… 11시간 잤는데?"
"아, 내가 많이 잔건가?"
"응. 그런 거야."
비류는 유류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냉장고에 가서는 물을 벌컥, 벌컥 들이켰다.
유류는 목을 젖히고, 물을 마시고 있는 비류를 바라보았다.
그냥 젖히고 있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렴만, 물이 입으로 고이 들어가지 않고,
턱을 지나, 목으로 또그르르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비류가 섹시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아니,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섹시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하아……."
비류가 쉴 세 없이 계속 물을 마신 터라, 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리고는 입가에 뭍은 물을 닦아내었고, 물은 다시 냉장고 안에 넣어두었다.
"비류야."
갑자기 유류가 불렀다.
"응? 왜 그래?"
"이리와봐."
비류는 약간 낮게 깔린 목소리와 높낮이 없는 유류의 말에 무슨 일일까, 고민을 하면서
침을 꿀꺽 삼키고는 쪼르르 달려가, 유류의 옆에 앉았다.
"왜 그래?"
유류가 몸을 옆으로 살짝 돌아 앉아, 고개를 약간 삐딱하게 하더니, 특유의 무표정으로 비류를 빤히 바라보았다.
"응? 응?"
영문을 모르는 비류는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비류의 모습에 유류는 입 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으응?!"
그리고 비류의 목에 살포시 닿는 유류의 촉촉한 입술.
그 덕분에 비류는 움찔거리며 당황하고 말았지만, 유류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듯,
비류에게 더욱 더 다가가서는 한 손으로 비류의 옷깃을 잡았다.
"저, 저기… 유류야?"
비류는 유류의 갑작스런 에로틱한 행동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자신의 목에 입술을 꾹 누르다니!
비류는 자신이 느끼는 유류의 촉촉한 입술의 감촉과 허브티의 영향으로 인하여
자신의 코를 간질이는 향긋한 향.
거기다가 자신의 목을 할짝이는 유류의 혀의 느낌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가만히 있어봐."
유류는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비류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비류는 어명이라도 들은 듯,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유류는 그런 비류의 행동이 마음에 든 듯, 살짝 웃고는 혀로 다시 한 번 비류의 목을 할짝였다.
그리고는 비류의 온 몸을 꼼짝 못하게 만든 것과는 다르게 금세 입술을 떼어내었다.
"……."
비류는 그런 유류의 행동이 아직도 당황스럽기만 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으흥?"
유류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비류의 시선을 느끼고는 콧소리를 내더니,
무언가 생각하는 듯,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유류는 지금 비류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생각 중이었다.
비류의 목에 흐르는 그 물을 순간적으로 '핥고 싶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서
비류를 불러서는 그 충동(이라고 하기에는 느리게)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영문을 모르는 비류는 그저 눈을 깜박일 수밖에 없었다.
"으흠……."
유류는 계속 생각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비류를 보면서 빙긋 웃었다.
"배고프다. 밥 먹자, 비류야."
비류에게는 비밀이지만, 모든 것을 솔직히 말을 하기에는 좀 부끄러웠다.
*62화
세계 각지, 어느 곳에서든지 간에 매혹적인 목소리를 지닌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화려한 거리에서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는
한 여자의 사진을 쉽게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거리에서는 검은 머리카락에 은색의 렌즈를 낀 이들이 많이 있었다.
그것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신드롬이라며 많은 언론에서 난리였다.
그 신드롬은 캄 신드롬(Calm Syndrome)이었다.
"졸리다."
유류가 공연에서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는 대기실에서 중얼거렸다.
얼마 전 컴백을 하고는 많은 공연과 녹화들로 인하여서 심신이 피곤한 상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동안 자신의 행동과 말에 이리저리 비꼬기에 바빴던
여자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분수를 깨닫고, 건드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특히나 더 심했던 요은도 어찌된 일인지, 괴롭히기는커녕 자신을 피해 다니기에 급급한 것 같았다.
'나한테 죄진 걸 이제야 안 건가?'
요은의 저런 행동으로 봤을 때에 추리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자신이 요은보다 연예계 활동을 더 많이 한 선배라는 것을 알았다던가,
아니면 자신의 영향이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끼치고 있다는 사실에
겁을 먹어서 그렇다던가.
'뭐, 안 봐도 뻔하군.'
유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유류는 거울 앞에 두었던 핸드폰을 집어 들어서는 빤히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비류에게 전화를 해서 목소리를 듣고 싶지만,
이리저리 끌려 다니면서 경영을 배우는 것이 끝났다 싶었더니,
비류네 부모님이 일을 떠넘기고 가버리는 덕분에 비류도 바쁜 나날들이 계속 되고 있었기에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비류 못 본지 일주일이나 됐어.'
유류는 얼굴을 찌푸렸다.
하루도 아니고, 이틀도 아닌, 일주일이나 못 보다니.
이제는 하루하루를 지내는 게 곤욕이었다.
심신은 피곤한데다가, 사랑하는 임까지 못 보다니.
더군다나 각자 일이 있어서 바쁘다 보니, 얼굴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바쁜 건 내가 자초한 일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비류가 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후우."
유류는 숨을 길게 내쉬고는 신문을 집어 들었다.
쉬는 시간이기는 하지만, 잠을 자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기에는 심심했다.
"응?"
신문의 첫 페이지를 본 유류는 얼굴을 찌푸렸다.
「CH그룹 후계자와 JS그룹의 막내딸. "우리 약혼할 거예요."」
신문에서 말하고 있는 CH그룹의 후계자는 비류.
그 증거로 신문에는 비류의 얼굴과 이름도 알지 못하는 여자의 얼굴의 사진이 대문짝하게 있었다.
유류는 기가 찼다.
일주일 동안 보지 못한 상태에서 접한 소식이 약혼 소식이라니.
'잊을 뻔했네.
비류가 큰 회사의 후계자라는 것을.'
유류의 얼굴에 조소가 그려졌다.
'그나저나 이런 기사를 쓴 인간이 누구야.
임이 있는 남자보고 약혼을 한다고 대문짝하게 걸어놓다니.'
유류는 얼굴을 싹 굳혔다.
그래, 저 표정은 모든 이들이 두려워 할 정도의 살벌한 기운을 지닌
완벽한 무표정이었다.
유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분명히 이 기사가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이 커다란 용암 같은 감정을 잠재울 수 없었다.
유류는 안 되겠다 싶어서 핸드폰을 다시 집어서는 단축 번호를 꾹 눌렀다.
[네, 무슨 일이세요?]
유류가 전화한 사람은 다른 이가 아닌, 잠시 밖에서 커피의 여유를 즐기고 있던 매니저였다.
"미안 하지만, 지금 당장 스케줄 모두 취소 시켜줘요."
[네? 하, 하지만…….]
"잔말은 하지 말고, 그렇게 해줘요.
지금 내가 무지하게 중요한 일이 있거든요.
오늘의 스케줄은 평소보다 적은 걸로 알고 있어요.
다른 때보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주연씨는 유능한 매니저잖아요.
그 정도의 일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탁할게요."
[아… 해, 해 볼게요!]
"부탁할게요."
유류는 전화를 끊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방만을 챙겨서 바로 대기실에서 나갔다.
그러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유류에게로 고정 되었지만,
유류는 오직 앞만을 바라보면서 걸어갔다.
그리고는 손에 계속 들고 있던 핸드폰을 들어 다시 한 번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였다.
[아, 유류야.]
피곤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는 이는 비류였다.
"이번에는 전화 받네."
[어. 매너모드 안 해놨고… 지금은 서류 정리 중이거든.
그런데 무슨 일이야?]
유류는 태연한 비류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리 바쁘다고 할지라도 자신에 대한 소식은 접했을 것.
거짓이면 그에 대한 적절한 말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일이라니? 정말로 몰라서 묻는 것이란 말인가?
"그건 됐고, 너 지금 어디야."
[아, 회사.]
"알았어."
탁!
유류는 핸드폰을 거칠게 닫고는 밖으로 나와서 택시를 잡으려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오늘따라 택시를 잡히지 않았고,
분장이 그대로인 상태인 덕분에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았지만,
모든 이들이 유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다가가지 못하였다.
끼익-
드디어 택시가 한 대 멈추어 섰다.
"아저씨, CH그룹 본사 앞으로 가주세요."
"아……. 네."
아저씨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말고, 유류의 무서운 눈빛을 보고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다니.
가상한 용기에 칭찬을 해주지.'
유류는 이를 바득 갈았다.
"무슨 일이지."
비류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던 유류의 말투를 생각하면서 서류에 눈을 고정시켰다.
하지만 역시 유류의 그 말투가 신경이 쓰이는데다가, 머리까지 지끈지끈 아파 와서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후우. 미치겠네."
비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똑똑-
갑자기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비류가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다시 서류에 고개를 돌렸다.
"네, 들어오세요."
"일하시는데 실례합니다만,
지금 JS그룹의 자제분이 오셨는데요."
"…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네."
비류는 밀려오는 짜증에 얼굴을 찌푸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일하는 중에 미안해요."
웨이브진 갈색 머리카락에 연분홍빛의 원피스를 입고 온, 마치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여자가
천천히 걸어 들어오면서 말했다.
이 여자의 이름은 김하주.
삼일 전에 나간 상류층들의 파티에서 우연찮게 만난 여자였다.
그런데 유독 비류를 이리저리 쫒아 다니면서 귀찮게 만들었고,
오늘처럼 바쁜 때에 찾아와서는 일을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 덕분에 일을 끝마치는 시각은 더 늦어졌고 말이다.
그런 하주의 행동은 언제나 온화하던 비류를 짜증나게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자신의 가슴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유류는 보지도 못하는데,
이상한 여자만 자꾸 눈에 보이니, 짜증나다 못해서 미칠 지경이다.
"미안한 걸 알면서도 왜 온 거죠?"
"어머. 꼭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하주가 살짝 웃어보였다.
그런 하주의 웃음은 아름다웠지만, 비류에게는 밉살스러워 보일 뿐이었다.
"이유가 없다면 가주시기를 바랄게요.
지금 보시다시피 제가 좀 바빠서 말이죠."
비류가 서류를 뒤적거리면서 말했다.
그러자 하주가 피식 웃으며 비류의 책상 앞에 다가와서 책상 위에 살포시 앉았다.
"뭐하는 거죠?"
"설마 모른다고는 하지 않겠죠?"
"뭘 말입니까?"
"당신과 나의 스캔들 기사가 이리저리 떠돌아다닌다는 사실 말이에요."
"뭐라고요?"
"어머, 모른 모양 이였네요?"
하주가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짓다가 빙긋 웃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비류의 얼굴은 굳어갔다.
"무슨 말입니까."
"별 거 아니에요.
그저 신문에 우리 둘이 약혼을 한다는 기사가 떠돌아다니는 것 빼고는요."
하주가 여전히 싱긋 웃으며 말하였다.
그러면서 비류의 턱을 잡고는 위로 들어 올렸다.
"그래서 당신을 유혹하여, 내 것으로 만들려고요."
벌컥-
그 때였다.
문이 열린 것은.
"그러고 놀면 재미있냐?"
그리고 들려오는 얼음보다도 차가운 목소리.
차가운 목소리에 비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덕분에 하주의 손은 비류의 턱에서 떨어져 나갔다.
"유류야."
"유류?"
하주가 중얼거리며 책상에서 내려와 섰다.
그리고는 비류가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캄…….'
하주는 바로 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록 방송에 나와도 얼굴은 잘 드러내지 않아도 캄의 특징인 옷차림과
은색 눈동자가 그 증거였다.
하주는 자신이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느낀다.
풍성하게 웨이브진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과 커다란 눈, 반짝이는 눈동자.
그리고 앙증맞은 코, 앵두빛 입술, 작은 얼굴과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몸매와
다른 이들이 탐을 내고 있는 배경까지.
키를 제외한다면야, 자신을 이길 자신을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최고의 미녀라고 칭하는 연예인들마저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앞에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낄 정도의 사람이 존재했다.
아무리 엉켜 놓아도 스르륵 빗겨질 것 같은 찰랑이는 머리카락,
작은 얼굴에 존재하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는 눈에 빨려갈 정도로 아름다운 은색으로 반짝이는 눈동자,
곧게 잘 뻗은 코와 그 밑에 존재하는 붉은 입술, 날카로운 턱선.
그리고 자신에게는 없는 큰 키와 자신보다 월등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가 팔, 다리는 그녀가 정말로 부러워 할 만큼 길고, 잘 빠졌다.
자신을 인형이라 칭할 수 있다면, 자신의 앞에 있는 캄은 천사라 칭해야 할 정도였다.
거기다가 모든 이들이 참내고 있는 배경이라 한다면 캄도 만만치 않았다.
일단은 세계적으로 유명한데다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도는 가족 모두가
평범하지 않다는 점.
특히나 캄의 부모님은 연예인 5맥에까지 들어가는 인물.
그것도 부모님 모두가 그 5맥에 들어가 있다.
한 마디로 세계를 등에 업은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
하주는 평소에 캄의 노래를 즐겨 듣고는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자신보다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에…
아니, 자신의 아름다움을 눌러버린 캄의 아름다움에 기분이 썩 좋지는 못했다.
"한창 잘 나가는 가수가 이런 곳에 오실 시간이 있나봐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하주는 싱긋 웃으며 약간 비꼬듯 말하였다.
그러자 유류의 날카로운 시선이 하주에게로 고정 되었다.
하지만 하주는 여전히 싱긋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하주의 모습에 유류가 한 쪽 눈썹을 살짝 움직였다.
'도전장인가? 재미있군.'
유류가 부드럽게 살짝 웃었다.
"저를 알아봐주시니, 감사하네요.
그나저나 예상외인걸요?
JS의 자제분께서 저를 알아봐주시다니 말입니다."
"세계적으로 아는 사람을 모를 리가 있나요."
"아, 그렇군요.
잠시 잊고 있었네요.
제가 알려져 있다는 그 사실을 말이죠.
그런데…….
JS의 자제분께서 남의 남자에게는 무슨 볼일이신 거죠?"
"남의 남자?"
"네."
유류가 싱긋 웃으며 몇 발자국 걸었다.
"연비류."
유류가 조용히 비류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비류가 움찔거리며 유류를 바라보았다.
"응?"
"지금 바람피우는 현장 들킨 거 알아?"
유류의 말에 당황한 비류를 두 손을 들어 올려, 양쪽으로 휘 저었다.
"아… 그, 그런 거 아니야."
"그럼?"
"그저……."
비류는 휘젓던 손을 아래로 내리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주는 JS그룹 회장이 가장 아끼는 막내딸.
자신이 말을 잘 못 한다면 거래가 끊어질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머, 왜 말을 못하고 그러세요.
정확히 말씀드리세요.
약혼을 하게 될 사람이라고 말이죠."
하주는 작게 웃었다.
그런 하주의 말에 유류는 비류를 빤히 바라보았다.
"으흥… 그렇군."
유류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옆으로 돌아서서 하주와 비류를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았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어.
잘 있어."
유류는 망설임 없이 바로 발을 돌렸다.
그런 유류의 행동에 비류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가보겠다는 말까지는 괜찮았는데, 잘 있으라니?
"잠깐!"
비류는 자신이 심장이 멈추기 전에 유류에게 달려가, 뒤에서 안아 버렸다.
"뭐야.
나는 임자 있는 사람 건드리는 애 아니야."
"임자가 있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약혼할 사이라면서.
그 말은 즉, 네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거잖아."
유류는 비류를 거칠게 뿌리치고, 다시 걸어갔다.
"그런 게 아니야!"
유류는 비류의 말에 발걸음을 멈추었고,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뭐라고?"
"약혼할 사이 같은 거 아니라고.
나는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그런 생각도 없었어.
내 머릿속에는, 내 심장 속에는 너만 있는데, 다른 사람이 있다니…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소리야?!"
"……."
유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비류를 자극시킨 연극을 한 건 자신이지만, 저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이제껏 비류가 저렇게 언성을 높이며 고백을 하는 모습을 처음 보고 말이다.
"후후……."
그런데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왜 웃는 거야?"
비류의 물음에 유류는 대답 대신, 비류에게로 다가가 폭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비류의 뒤에서 아랫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꽉 쥔 상태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하주를 바라보며 얼굴에 조소를 그려 넣었다.
"읏……."
하주는 아랫입술을 더욱 더 세게 깨물었다.
하지만 유류는 그런 하주의 행동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럼 저 여자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 말이지?"
"당연하지.
삼일 전에 일 때문에 파티에 갔다가 만난 여자야.
그런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괜히 나를 귀찮게 하는 거야.
거기다가 언론까지 움직여서 이상한 기사도 낸 모양이고."
"응? 모양이고?
그렇다는 건 약혼한다는 기사를 몰랐어?"
유류가 비류에게서 떨어지며 물었다.
그러자 비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야 비류가 왜 별 반응이 없었는지 이해가 갔다.
조금만 생각하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을 문제인데,
자신이 너무나도 신경이 날카로웠던 모양이다.
'저것들이…….'
유류와 비류는 마치 당사자가 없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었다.
그 덕분에 하주는 이를 빠드득 갈 수밖에 없었고,
그런 하주의 모습을 본 유류가 하주에게 다가갔다.
"뭐죠?"
하주가 날카로워진 신경을 추스르며 최대한 부드럽게 물었다.
"설마… 귀하고, 교육 잘 받으신 자제분께서…….
저와 비류와의 대화를 듣고도 아까와 같이 남의 남자를 유혹하려는 등의
요망스러운 짓은 하지 않겠죠?"
"요, 요망스러운 짓이라뇨!"
하주가 유류의 말에 발끈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그런 하주의 큰 소리에 유류가 빙긋 웃었다.
"어머… 교육의 기분 중의 기본을 하나 잊으신 모양이군요."
"뭐, 뭐라고요?"
"잊으신 거 아닌가요?
제가 알기로는 '소리치지 않고, 다소곳하고, 조용하게 말한다.'
이 것이 기본 중에서도 제일 기본으로 알고 있는데요?
물론 그 다음에는 소리가 나지 않게 걷는 거고 말이죠."
유류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 그건……."
"잊지 않으셨다면, 소리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왜냐하면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당신의 옷에 보청기를 달아 놓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유류는 하주를 쓱, 노려보고서는 비류에게로 다가가는가 싶더니,
다시 발걸음을 돌려, 하주를 바라보았다.
"이왕에 노릴 거면 골키퍼 없는 골대를 노리세요.
그러는 쪽이 공이 들어가기 훨씬 쉬우니까요.
아, 비류 같은 경우에는 사방에서 오는 공도 막아내는 엄청난 골키퍼니까,
다른 생각일랑 하지 마시고요.
그리고 그 쪽이 알아두어야 할 사실 하나 더."
유류가 검지를 올려 보이며 말했다.
"얼토당치도 않은 핑계를 대면서 아빠한테 징징거릴 생각은 하지 마세요.
설마 20년을 더 살았으면서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건 아니겠죠?"
"뭐, 뭐예요?"
"생각해 봐요.
떼를 쓰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렇게 해서 당신의 아버지가 CH그룹과의
거래를 중단… 아니, 아예 끊어 버리겠다면 CH그룹에 피해가 가겠죠.
그것도 치명적인 피해로 말이죠.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JS그룹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테죠.
설마…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 그룹의 이익을
좌우하려고는 하지 않겠죠?
그것도 귀품이 넘치시는 아가씨께서 말이에요."
유류가 비꼬며 말하였다.
하지만 그 말에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 있었기에 하주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였다.
자신이 아버지께 뭐라고 하던지 말을 해서(절대로 떼쓴다고는 하지 않는다.)
CH그룹과의 거래가 끊어진다면, 자신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라는 것이 아니던가!
가뜩이나 머리도 그리 좋지 않은데, 그런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은 세계를 상대로 노래를 부르는 이가 아니던가.
그 말은 즉, 유류가 입만 벙긋 한다면 자신의 인생에 순식간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그럴 수는 없어.'
하주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비류 말고도 커다란 그룹의 아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자신이 얼마든지 골라서 결혼을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그것이 자신이 생각이지만, 하주는 자신의 생각이 곧 현실이라 믿고 있다.
"그런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유류가 싱긋 웃었다.
그 웃음은 아름다웠지만, 속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는 전혀 달랐다.
'내가 이겼다.'
지고는 못 산다.
*63화
하늘은 맑고, 푸르다.
그 덕분에 강렬한 햇빛은 그대로 땅과 건물, 사람들에게 내리쬐었고,
그로 인하여서 사람들은 찜통 같은 더위를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시원한 공간에 앉아서 한숨 돌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남녀 혼합으로 이루어진 밴드.
'only' 팀이었다.
"아우, 더워서 죽을 뻔했어."
그리고 그 팀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붙어있는 매니저, 가민이도 있었다.
"응. 그러게."
그리고 치하도.
덜컥-
관리자 아저씨에 인하여서 이미 시원해진 연습실에서 한숨 돌리고 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 와 있었구나?"
지애였다.
"와, 지애야!"
가민이는 지애가 나타나자 어디서 힘이 불끈 솟는 모양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지애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응? 왜 그래?"
"오늘 팥빙수 해준다고 했잖아."
"아, 그랬지."
그래, 팥빙수가 목적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리에랑 같이 안 왔네?"
치하가 물었다.
"응. 오늘은 나중에 온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러라고 하고는 온 거야."
"아, 그렇구나."
치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치하의 행동에 지애는 살짝 웃어 보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응?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가민이가 물었다.
"아니, 다른 애들은 아직 안 온 거야?"
"응. 도착하기 전에 문자 받았는데, 출발했다고 했어.
금방 도착할거야."
"그래."
지애는 빙긋 웃으며 가민이를 떼어놓고는 연습실 한쪽에 있는 냉장고에 다가갔다.
"어제 얼음 얼려놨지?"
"응!"
가민이뿐만이 아니라, 모든 애들은 지애를 추앙하고 있었다.
편안하고, 잘 해줄 뿐만 아니라, 어려운 요리들도 척척 이었다.
그러니, 추앙하지 않을 이가 누가 있겠는가.
쾅!
갑자기 연습실 문이 엄청난 굉음을 내며 열렸다.
"젠장, 젠장, 젠장!"
그리고 입으로 가벼운 욕을 읊으면서 발을 쿵쿵거리며 들어오는 이는 지인이었다.
그런 지인이의 행동에 애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왜 그래?"
"젠장 할! 이것 봐!"
지인이 성질을 내면서 연습실 바닥에 내팽개친 것은 신문.
애들은 그 신문을 주워들었다.
"뭐야, 이게?"
"연비류잖아, 연비류!
젠장 할 놈! 일이 바빠서 안 보이더니, 웬 스캔들이야!"
지인이가 불같이 화를 냈다.
"야! 누구 연비류 핸드폰 번호 아는 인간 없어?! 앙?!"
애들은 지인이의 물음에 침묵을 지켰다.
지애는 몰라도 가민이와 치하는 비류의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었지만,
알려줬다가는 지인이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진정해."
지애가 말했다.
그러자 지인이가 지애를 노려보았다.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나라면 충분히 진정하고 무슨 일인지 차분하게 생각을 해 볼 것 같은데?
내가 너희들에게 들은 비류의 이미지는 무작정 일을 벌일 애가 아니야.
그리고 그룹의 외아들이라면 이런 스캔들에는 휘말릴 수도 있는 법.
너는 무작정 화를 내는 게 문제야.
화부터 낸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 응?"
지애가 차분하게 말하며 지인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지인이는 씩씩거리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젠장 할.
우리 밴드부에는 왜 말만 잘 하는 여자애들만 있는 거냐?"
"음? 그러고 보니 그러네."
치하가 동의하였다.
굳이 밴드부에 들어와 있지 않고, 매너저인 가민이도 제대로 삘 받아서 말을 하면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고,
그런 가민이를 가뿐하게 이겨 버릴 정도의 지애.
거기다가 강아지 같이 귀여운 얼굴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리에까지.
그리고 전에 밴드부에 있던 유류는 최강이 아니었던가.
"에효."
지인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그 새끼는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기에 스캔들이 나냐.
그것도 연예인도 아닌 녀석이 신문 첫 면에 대문짝만하게."
지인이가 툴툴거리며 가민이가 들고 있는 신문을 빼앗아 봤다.
그러자 가민이가 팔짱을 끼며 지인이를 바라보았다.
"지애 말대로 비류는 한 그룹의 외아들에다가 상대는 한 그룹의 회장이 애지중지 하는 막내딸이야.
쉽게 스캔들에 휘말릴 수도 있고, 그런 게 아니라면 둔으로 기자를 현혹할 수도 있어.
비류가 어느 정도로 유류를 생각하는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그거야……."
역시 강했다.
"젠자앙!
몰라! 연비류, 그 자식 만나면 내가 머리통을 한 대 쥐어박아 줄 테다!"
"유류한테 맞지 않을 자신 있으면."
가민이의 말에 방금 전 한 말을 이행하려던 생각이 쏙 들어가 버렸다.
'제길, 여자들은 너무 강해.'
지인이는 속으로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비류는 자신의 옆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는 유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힐끔거려."
유류는 옆을 보지도 않고 물었다.
그러자 비류는 화들짝 놀란 얼굴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그냥……."
화를 낼 때와는 영 딴판이었다.
"아, 그런데 있잖아, 유류야."
"응?"
"너 요즘에 학교를 나가기는 하는 거야?"
"음, 나가지는 않지만, 내 사정을 고려해서 출석인정 해주고 있어.
그래도 시험을 볼 때는 가고.
시험 성적이 떨어지면 선생님들이 뭐라고 하겠지만,
안 떨어지니까, 그냥 나와도 그만, 안 나와도 그만이라고 생각하시나봐."
"한 마디로 별 신경 안 쓴다는 건가?"
"뭐, 그런 거지."
비류는 서류를 만지작거리다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좋은 거야, 나쁜 거야.'
그거야 유류가 판단할 일이었다.
"아아, 그러고 보니."
유류가 무언가 생각난 듯 했다.
"응?"
비류는 뒤통수를 긁적이던 손을 내리고, 유류를 보았다.
"요즘에 애들 거의 데뷔하는 분위기 던데?"
"그래?"
"응 저번에 어느 한 가수의 콘서트에 초대를 받아서
거기에서 한 번 방송을 탄 모양이야.
그 뒤로 여러 기획사에서 러브 콜이 쇄도를 한다나봐."
"전에도 그러지 않았던가?"
"어. 그런데 멤버가 바뀐 뒤로 잠잠 했다가,
방송을 탄 후에 미친 듯이 러브 콜이 쇄도하는 거지.
거기다가 애들은 생각을 바꿔서 더 좋은 조건을 대주는
기획사랑 계약을 할 모양이던데?"
"스케줄 때문에 바빴을 텐데, 잘 아네?"
"아, 저번에 어느 한 잡지에서 인터뷰를 한 모양이더라고.
대기실에서 잡지를 보고 있는데, 걔네들이 잡지에 떡 하니 있어서 깜짝 놀랐어."
"하하하. 왠지 네 표정이 상상이 가."
비류가 서류 정리를 하다 말고 웃음을 터트리자,
유류가 그런 비류를 빤히 바라보았다.
"상상이 가는데, 뭐가 그리 웃긴 거야?"
"하하하. 그냥, 그냥."
대답도 대충 넘겨 버리고는 계속 웃기만 하는 비류.
그런 비류의 모습에 유류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비류를 살짝 노려보았다.
"으흥… 그러니까… 네 상상속의 내 표정이 그리도 웃기단 말이지……."
"흡……."
비류는 마구 웃다가 심상치 않은 유류의 말투와 목소리에
숨을 들이 마시며 웃음을 딱 멈추었다.
드륵.
"응?"
비류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유류를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나 갈래."
"에? 에?"
비류는 갑작스러운 유류의 말과 행동에 어리둥절해서는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유류는 이미 가 버린 상태.
비류는 뒤늦게 손을 뻗어 보았지만, 유류가 잡힐 리 없었고,
손은 허공에 떠 있어야만 했다.
"삐친… 건가?"
유류가 들었으면,
"삐친 게 아니라, 화가 난거야!"
라고 말했을 것이다.
"끄응……."
비류는 허공에 머물고 있던 손을 자신의 머리로 끌고 와, 긁적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씨, 그냥 상상 속의 표정이 귀여워서 웃었다고 하면 될 것을."
뒤늦게 후회를 해서 무엇 하리오.
"유류야!"
그래도 뒤늦게나마 유류의 뒤를 밟기로 했다.
서류?
그거야 지금 유류보다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뒷전이었다.
"끄응……."
유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뒤통수를 긁적였다.
"나 무지하게 밴댕이 소갈딱진가 봐.
그 정도로 괜히 혼자 화내고. 후우……."
유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띵- 1층 입니다.」
유류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고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숨을 헐떡이고 있는 비류.
그런 비류의 모습에 유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뭐냐?"
너무나도 당황해서 이상한 말이 튀어 나갔다.
"후아… 안 늦어서 다행이야."
그런 유류의 질문에 아랑곳 하지 않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비류.
그런 비류의 중얼거림을 들은 유류가 경악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설마 너… 6층에서 미치도록 뛰어 온 거냐?!"
"후… 응."
비류가 숨을 돌리고 말했다.
"너… 아니, 다른 엘리베이터도 있잖아."
"같은 엘리베이터잖아.
그걸 타면 너를 따라 잡을 수 없으니까, 미치도록 뛴 거지."
"아이고……."
유류는 화가 난 것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진 모양인지, 안쓰러운 표정으로 비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문이 닫히기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는 자신의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비류의 이마에 맺혀 있는 땀을 닦아주었다.
"인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직 한 여름인데, 무작정 뛰면 어떡해?"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너를 놓칠 테니까."
비류가 손을 들어 올려, 유류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거기다가 빙긋 웃는 그 얼굴은 언제 보아도 부드러웠다.
그렇다 보니, 약간은 남아 있던 화가 사르륵 녹아 없어져 버렸다.
"비류, 너 말이야."
"응?"
"웃음이 업그레이드 된 거 알아?"
"… 웃음이 업그레이드되다니?"
유류는 비류의 땀을 다 닦아주고는 비류를 빤히 쳐보았다.
"부드럽고, 상큼하다 못해서 이제는 달콤하기까지 해."
"……."
비류는 유류의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유류가 빙긋 웃더니, 비류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어주었다.
"입술도 달콤하고."
비류는 유류의 행동에 여전히 눈만 동그랗게 뜨고만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유류는 그런 비류의 모습이 귀여웠던 모양인지, 피식 웃어 버렸다.
"들어가서 일 해."
"아."
비류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유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 가는 것까지는 보고 들어가서 일 할게."
"나 어린애 아니야.
더군다나 약한 애는 더욱 더 아니고."
"흠… 그건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할 것 같아."
"일하려면 시간 빡빡하잖아.
괜찮겠어?"
"괜찮아, 괜찮아."
비류는 빙긋 웃으며 유류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자, 자. 빨리 가야하지 않아?"
"아니, 빨리 안 가도 되는데."
"… 응?"
"스케줄 다 취소시켰거든."
"아이고……."
비류가 유류를 빤히 바라보았다.
"스케줄 다 취소시키는 건 다 매니저 몫이었지?"
"응."
"엄청 욕 들었겠네."
"아……."
비류의 간단한 말에 유류는 말문이 딱 막혀 버렸다.
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자신이 멋대로 스케줄을 취소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이행하는 것은 매니저인
주연이 모두 감당하는 것.
자신이 직접 전화를 해서 취소를 했다면 상대방이 뒤에서 욕을 할지라도
직접대고는 욕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주연이 한다면 이야기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일단은 주연이 보기보다 내성적이라, 무슨 소리만 들어도 죄송하다고 입이 닳도록 얘기할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오늘 스케줄을 무작정 취소해 달라고 했으니…….
비류의 말대로 욕은 욕대로 확실히 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이런… 주연씨 어떡하지?"
"후우……."
유류의 질문에 비류는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꺼내었다.
"차 대시 시키세요."
딱 한 마디를 하고, 전화를 끊어 버리는 비류.
그런 비류의 모습은 카리스마 있고, 멋있었지만, 유류는 그런 멋있음을 느끼기 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차?"
"응. 나도 이제 만으로 18살이잖아.
운전도 해왔었고, 필기시험은 생각보다 쉬워서 면허는 이미 한 달 전에 땄어."
"그렇군."
유류는 무면허 운전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내심 안심했다.
"자, 자. 그럼 가자."
"응? 가다니?"
"주연 씨한테."
"아, 응!"
비류는 유류를 끌어당기며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쏠리는 사람들의 시선.
그런 사람들 속에서는 핸드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그 둘의 모습을 포착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장본인들은 그런 것에 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원래 연인이니까.
"흠… 한다고는 했는데, 어떻게 하지?"
주연은 유류의 '능력 있는 매니저'라는 말에 혹해서 취소를 한다고는 했지만,
갑작스럽게 스케줄 취소가 잘 될지 의문이었다.
"아니야, 이주연!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러면 안 되잖아!
나는 할 수 있다! 아자!"
주연은 기합을 넣고는 핸드폰을 꺼내어 부들거리는 손으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이어지는 신호음.
신호음이 이어지는 동안 주연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서 정말로 미치는 줄 알았다.
'아, 난 미쳐도 이렇게 미치는 구나.'
할 정도로.
[여보세요.]
그리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을 때에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아니, 그 이전에 숨을 훅- 들이켠 채로 멈추었다.
이번에는
'아, 난 이렇게 죽는구나.'
할 정도로.
[여보세요?]
주연은 다시 한 번 들려오는 목소리에 살기 위해서 숨을 내뱉었다.
"저, 저… PD님! 저… 안녕하세요! 캄 매니저, 이주연입니다!"
[아, 주연씨. 무슨 일이야?]
"저, 저기… 실은… 유류씨가… 저…… 그게……."
[유류? 아아… 캄 본명이었지? 그런데 캄이 왜?]
"그게… 사정이 좀 생겨서… 녹화를 못 할 것 같아서요."
[뭐? 그게 정말이야?]
"네. 좀 미뤘으면… 하는데.
괜찮겠어요?"
[뭐, 아직 녹화를 해도 방송될 날짜는 아직 멀었으니까, 괜찮아.]
다행히도 마음씨 좋은 PD였다.
[아, 그런데 무슨 일이야?]
"그건… 저도 잘……."
[음, 알았어. 알았어. 내가 말 해둘게.]
"아,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툭-
"좋았어!"
이로써 자신감을 얻은 주연은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번에는 자신감 있게 버튼을 눌렀다.
"후아……."
일일이 PD들에게 연락을 취한 주연은 유류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많은 스케줄을 그 연약해 보이는 몸으로 다 해내다니.
실제로는 연약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참으로 안쓰러웠다.
'앗, 그러고 보니, 이렇게 스케줄을 잡은 건 나였지…….'
주연은 괜히 의기소침해서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다음부터는 적당히 잡아둬야겠다.
일단은 그 프로그램의 시청률이나 평판이 어떻게 되는지를 고려해야겠어.'
전에 맡았던 이는 워낙 뺀질거리고, 인지도도 없어서
주연이 이리저리 뛰어가면서 스케줄을 잡아서 껴 넣어야 할 정도였고,
그렇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어진 후에도 무작정 스케줄을 덥석덥석 잡아 놓았다.
그래, 처음에는 그게 좋은 것인 줄 알았고,
그 동안의 여파가 있어서 유류에게도 그래도 해버렸던 것.
하지만 이제야 깨달은 바가 있었다.
유류 같은 세계적인 가수는 굳이 모든 러브 콜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그런데 너무 늦게 깨달았다.
좋게 생각하면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흠흠."
주연은 계속 통화를 하느라 약간 컬컬해진 목을 다듬으면서 다시 버튼을 눌렀다.
'자, 이제 마지막이다!'
주연은 이번만 하면 끝난다는 생각에 기뻐서 빙긋 웃었다.
그리고는 버튼을 누르고 난 다음 이어지는 신호음을 들으며 빙긋 웃고 있던
주연의 얼굴은 서서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지금 전화하는 PD는 여러 방송국에서, 여러 연예인 사이에서 유명할 정도로
엄청난 성격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좋은 쪽이면 좋겠지만, 좋은 쪽이라면 주연의 얼굴이 굳어질 이유도 없을 터.
그래, 그 PD의 성격은 엄청나게 더럽고, 괴팍했던 것이다.
거기다가 말이 날카로운 것으로 따지면 일등을 줘도 모자를 정도였다.
'어, 어쩌지? 끊어 버릴까?'
[네, 여보세요.]
고민을 하는 사이에 이미 전화의 신호음이 끊어지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윽… 이런…….'
주연은 우거지상을 하고 입을 열었다.
"저, 저기……."
[뭐야, 누구야?]
누군지도 모르면서 다짜고짜 반말.
그런 PD의 말에 주연은 약간 당황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저기… 안녕하세요.
저는 캄 매니저, 이주연이라고 합니다."
[뭐? 캄 매니저가 나한테 무슨 볼일이야?]
순간 주연은 생각했다.
정말이지, 이 사람은 이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는 사람이구나, 라고.
"저기, 죄송하지만, 오늘 녹화 말인데요.
유류씨가… 사정이 있어서 녹화를 못 할 것 같아서요."
[뭐?!]
순식간에 커지는 목소리에 주연은 얼굴을 찌푸리면서 핸드폰을 귀에서 떨어트렸다.
[아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엉?!]
"죄송합니다.
사정이 좀 생겨서요."
[사정은 무슨 사정!
부모가 죽는 사정이라고 할지라도 정해진 스케줄은 딱 이행해야 할 거 아니야!
이게 무슨 민폐야!]
"죄송합니다."
이PD라고 불리는 자가 하는 말에 주연은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부모가 죽는 사정이 있더라도 정해진 스케줄은 이행해야한다니.
그건 좀 너무 하다 생각했다.
[그 인간 프로 맞아?!
나이도 어린 것이 유명하다고 지금 자만하는 거야, 뭐야!
얼굴은 반반해서 그 정도로 노래 실력 가지고 있다고 뻐기는 거야, 지금?!]
주연은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억지로 참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아뇨, 그것이 아니라……"
[입 닥쳐!
그렇게 일을 할 거면 차라리 연예계에서 손을 떼라고 해!
아직 성인도 안 된 년이 유명한 건 알아가지고, 왜 괜한 사람들 고생시켜?!
아마추어도 그런 짓거리는 하지 않아]
툭-
주연은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점점 굳어져 가는 얼굴.
얼굴이 일그러진 것이 아니라, 무표정으로 완벽히 굳어버렸다.
"이보세요, 이PD님."
[뭐?!]
"지금 당신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알고 계십니까?"
[뭐야?!]
"마음만 먹으면 그깟 프로그램 아예 출연하지 않을 수 있고,
꼭 그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출연할 프로그램은 넘쳐납니다.
예전부터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러브 콜이 쇄도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사정이 있으면 사정이 있는 것으로 알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습니까?
나이 먹어서 제대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입밖에 없습니까?
이PD님께서 아직 잘 모르시나 본데, 유류씨의 파워는 아주 대단합니다.
한국에서 몇 마디 한 것이 세계로 뻗어나갈 정도니까요.
그런데 그런 유류씨를 PD님께서 무작정 욕하시면 안 되죠.
거기다가 '년'이라뇨.
도를 상당히 지나치셨네요."
[뭐, 뭐라는 거야, 너 지금!]
이PD는 주연의 갑작스러운 반격에 놀란 듯 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가던 애가 갑자기 이렇게 돌변이라니!
"아뇨, 만약에 PD님께서 유류씨를 욕한 것이 퍼져나가면 어떻게 될까,
상당히 궁금하다는 말이었어요.
아까 제가 뭘 잘 못 누른 모양인지, 지금 녹음이 되고 있거든요."
[이, 이…!]
"앞으로는 유류씨에게 입 조심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나도 어떻게 할지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탁!
주연은 폴더를 거칠게 닫아 버렸다.
그리고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저질러 버렸다."
주연은 언제 얼굴이 굳었냐는 듯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옮겨서 뒤를 돌아보고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 사장님…!"
연진이 한 손에는 종이컵을 들고, 두 눈을 깜박이며 주연을 보고 있었던 것.
하지만 그 얼굴에서 놀란 듯한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다.
"아, 그게… 저기……."
주연은 아까의 박력은 어디로 도망쳐 버린 것인지,
죄인마냥 고개를 숙이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역시 주연씨야."
"에?"
그리고 이어지는 생뚱맞은 말.
그런 연진의 말에 주연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게 무슨……."
"나, 예전에 주연씨 이렇게 말하는 거들었거든."
"예? 어, 언제요?"
"음, 한 3년 쯤 됐을 걸?
그 때 주연씨가 아마 미우를 맞고 있었을 때일 거야.
새로 들어온 신인이 인기 좀 얻었다고, 미우 무시할 적에 주연씨가 한바탕 쏟아 부었잖아.
그 뒤로 그 신인은 군기가 바짝 들어가지고, 주연 씨만 보면 90도로 인사하고 그랬는데."
"아, 그거… 보셨어요?"
"응."
"아, 그랬군요."
주연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연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주연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서 연진을 보았다.
"그런데… 저 괜찮을까요?
이PD님에게 그렇게 쏟아 부었으니……."
"아아, 괜찮아.
어차피 주연씨가 한 말은 사실인걸.
아무리 자신이 나이가 많은 PD라고 해서 어느 한 특정 사람에게 욕을 할 권리는 가지고 있지 않아."
"아…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런데 주연씨."
"네?"
"그 PD가 유류 욕을 해서 그렇게 화가 났던 거야?"
"네…….
스타에 비해서 제가 유능하지 못하고, 그 스타에게 오히려 보호만 받는 입장이라고 해도
제가 매니저잖아요.
제가 맡고 있는 스타를 욕하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어요.
그래서……"
"그래서 결국 저질렀다?"
"네."
주연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 가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주연씨!"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제 삼자의 목소리에 주연이 놀래서 고개를 팟, 들었다.
"아, 유류씨……."
고개를 들자 보이는 것은 머리가 많이 흩트려져 있는 유류와
그 뒤를 따라오고 있는 비류가 보였다.
유류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서는 주연에게 다가와 얼굴을 부여잡고 물었다.
"괜찮아요? 욕 많이 들었어요?"
"아… 저기……."
"아우, 무작정 취소해 달라고 해서 미안해요.
제가 그 때 좀 머리에 열이 받아 있어서 머리 상태가 말이 아니었거든요."
"괜찮아요. 욕 많이 안 들었어요."
"정말이에요? 정말로?"
"네."
주연은 기뻤다.
이제껏 힘들어도 몸 상태를 걱정해주는 자신을 위해서 억지로 웃어주기도 하고,
억지로 끼니를 거르지 않고, 밥을 먹기도 하는 사람이지만,
자신을 이리 걱정해줬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
유명한 스타가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흩트려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 기뻤다.
"후아… 다행이에요."
유류도 주연이 방긋 웃는 모습을 보고는 안심한 모양인지,
자신도 주연을 따라서 방긋 웃었다.
그렇게 여자 둘이서 웃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
물론 유류는 아름답다고 표현하자면, 주연은 귀엽다고 표현해야할 정도로.
둘의 분위기는 영 딴판이었지만 말이다.
"에엑… 그러니까 주연씨가 그런 성격의 소유자였단 말이에요?"
"아, 그렇게 까지 말할 건 없지만……
평소에는 그냥 가만히 있는데, 제가 맡은 연예인의 욕을 하거나,
험담을 하거나, 무시하면 괜히 열이 받아서."
주연이 쭈뼛거리면서 말하였다.
그러자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유류가 빙긋 웃었다.
"고마워요."
"네?"
"나를 위해서 그렇게 화를 내줘서 고맙다고요."
"에… 하, 하지만… 상대가 너무 안 좋았어요.
설사, 제가 맞는 말을 했다고 할지라도 상대는 PD님인 걸요.
그 PD님이 다른 PD분께 이상한 말이라도 하는 날에는……."
주연은 시무룩해져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아… 괜찮아요.
한국에서 방송을 타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에는 지장 없거든요.
거기다가 아예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유류가 태평하게 말했다.
하지만 주연은 아직도 시무룩해져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런 주연을 보면서 유류는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주연씨.
나 솔직히 처음에는 주연씨가 미덥지 못했어요.
딱 보기에도 나와는 딴판으로 여리고, 약하고, 스케줄 들어오는 것이라면 거절 못해서
내 스케줄은 언제나 빡빡하기만 했죠.
하지만 나는 주연씨의 맹한 성격이 재미있고, 귀여워서 그냥 둔거예요.
거기다가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말이죠.
그냥 내가 괜찮으면 괜찮은 거예요.
무슨 문제가 있다면 그건 나중에 해결하자고요.
네?"
"… 유류씨……."
"그러니까, 이제 그만 시무룩해 하고, 집에 들어가서 푹 쉬자고요!"
"아, 네!"
주연은 더욱 더 열심히 할 것을 생각하며 힘차게 외쳤다.
*64화
"다 끝났다! 야호!"
엄청난 서류들을 드디어 끝낸 비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가 났지만,
얼굴은 다크서클이 턱 밑으로 내려와, 초췌하기 짝이 없었다.
"후우. 이제 끝났으니, 집에나 가보실까."
비류는 자리에서 양복 재킷과 가방을 챙기고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그러다 문뜩 눈에 들어온 것은 화장실.
비류는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자신의 얼굴 상태가 어떠한지
대충 짐작을 하고는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유……."
비류는 자신의 얼굴 상태를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얼굴이 이렇게까지 초췌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초췌해지는 것이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후우."
비류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세수만 하자는 생각으로
재킷과 가방을 세면대의 물기 없는 쪽에 두고, 두어 번 세수를 하였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물은 차가웠다.
어찌나 차가운지, 약간은 비몽사몽이었던 정신이 번쩍 들 정도였다.
"후… 좋다."
비류는 휴지를 몇 장 뽑아내어 물기를 닦아내고는 가방과 재킷을 챙기고 다시 복도로 나왔다.
그 후 차를 대시시키라는 전화를 하고는 건물 현관으로 나가는데…….
"연비류씨! 연비류씨 되시죠!"
개미 떼처럼 몰려오는 기자들이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뭐야? 뭐야?'
비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라서 주춤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 때 곳곳에 배치되어 있던 경비원들이 달려와서
비류를 향해 개미떼처럼 몰려오던 기자들을 바로 막았다.
하지만 기자들은 자신들의 사명감에 불타올라, 비류를 향해서 카메라 플래시를 쉴 새 없이 터트렸고,
비류는 눈만 깜빡이고 있다가, 뒤를 돌아갔다.
'찍히는 건 둘 때치고, 내 몰골이…….'
이런 몰골이 세상에 퍼졌다가는 무슨 소리가 들려올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아니, 이게 아닌데…….'
비류는 자신의 터무니없는 생각에 머리를 두어 번 긁적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때 울려 퍼지는 한 기자의 목소리가 잠시나마 비류의 발목을 잡아 놓았다.
"연비류씨!
얼마 전에 JS그룹의 자제분과 연애설이 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며칠 지나지 않아서 캄과 연애설이 났는데, 어떻게 된 거죠?"
비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지만, 이네 못들은 척을 하고 무조건 걸었고, 재빠르게 건물의 뒷문으로 나왔다.
역시 아는 이가 얼마 없다 보니, 기자들은 하나도 없었고,
아는 이가 없는 대다가 뒷문이다 보니, 현관만큼 화려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초라했다.
자주 쓰지 않아서 철은 약간 녹슬어 있었고, 기름칠도 하지 않아서 듣기 싫은 소리가 귓가에 생생히 들릴 정도.
'후우, 나와서 다행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비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 건물에서 빠져나오기만 하면 된 것이니까.
'그런데… 그 기자는 무슨 말을 한거였지?'
비류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JS의 자제라고 한다면 김하주를 말하는 것일 테고,
캄이라면 유류가 가수로서 활동할 때의 이름… 그런데 스캔들이 났다…?
아, 이런.'
비류는 미간뿐만이 아니라, 얼굴 전체를 찌푸렸다.
'잊고 있었네…….
유류하고 나야, 예전부터 연인이었기 때문에 사진 찍는 걸 별 신경 쓰지 않았어도,
많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를 테고, 더군다나 나는 김하주와 스캔들이 났었지……'
비류는 이런 상황에서 딱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나 예쁘고, 돈 많은 여자들만 노리는 헤픈 놈 된 거 아니야?'
그 누구든지 아니라고는 절대 말 못할 것이다.
"이거 참……."
비류는 난감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차를 다시 뒷문으로 가져오라는 전화를 하고는 벽에 몸을 기대었다.
이번 년도에 와서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일 때문에 유류와 같이 있는 시간은 확 줄어들었고,
이제껏 유류만 바라봤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스캔들이 터져 있지를 않나, 이번에는 원래부터 사귀고 있던
유류와 스캔들이 터져서 기자들이 몰려오지를 않나.
자신의 인생에서 전혀 없던 것들이 갑작스럽게 터지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심신이 피곤하기도 했다.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
비류의 지금 최대의 바람이었다.
"……."
비류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망연자실하며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비류의 미간이 다시 한 번 좁혀졌다.
이유인 즉,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무수히 많은 기자들 때문이었다.
일단은 자신이 온 집은 정확히 말해서 유류네 집.
유류를 취재하기 위해서 온 기자들일 것이다.
어찌나 혼잡스럽고, 정신이 없던지 구두굽 소리를 신나게 내면서 온 비류도 못 본 듯 했다.
그걸 깨달은 비류는 조용히 발길을 돌려, 벽 뒤로 숨었다.
'후우, 차를 주차해두고 오기를 잘 했어.'
워낙 건물 안에서만 있었던 터라, 조금이라도 걷고 싶었던 비류는
집 주위에 차를 이미 주차를 해 놓고 오고 있던 상태.
참으로 다행이었다.
'아, 그런데 나 못 들어가는 건가?
오랜만에 온 집인데?'
비류는 절망이라는 단어를 느낄 수 있었다.
집에 들어가서 쉴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고, 그런 생각만으로도 기뻐서 룰루랄라 오고 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아우, 정말 이번 년도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비류는 신경질이 나는 듯, 머리카락을 마구 흩트려 놓았다.
잠을 못잔 상태이다 보니, 신경은 더욱 더 날카로워져서 가능한 행동이었다.
평소의 비류라면 안 그랬을 텐데 말이다.
"후우……."
비류는 자신의 행동이 미친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고, 한숨을 쉬고 있는
사이에 들려오는 차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자마자 그 차는 비류를 스쳐지나갔다.
차의 종류는 벤츠.
그 순간 비류는 알 수 있었다.
'유류다!'
'뭐야, 이 인간들은.'
유류는 차 창문의 너머로 보이는 기자들의 모습에 눈을 깜빡였다.
자신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 계속 요즘 따라 계속 붙는 것이 기자라는 것인데,
오늘처럼 집 앞까지 몰려오기는 처음인 듯 했다.
하지만 유류가 언제부터 그런 것에 신경을 쓰던 사람이던가?
절대로 아니다.
그저 평소대로 집 앞에 차를 잠시 세우고 평소대로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몰려드는 기자들.
그런 기자들의 행동에 유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봐요들."
기자들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기자들을 통틀어서 부르는 유류.
그런 유류의 목소리는 노래를 부를 때만큼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매혹적 이여서
기자들은 남녀구분없이 모두 얼굴을 붉히며 자신들을 싹 훑어보는
유류의 은빛 눈동자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거기다가 심장은 자기 멋대로 독립을 한 모양인지, 미친 듯이 날 뛰었다.
미친 것이 아닐까, 생각 될 정도로.
"지금 남의 집 앞에서 뭣들 하는 겁니까?"
유류는 자신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기자들을 보며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자 기자들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만 입을 자신들도 모르게 입을 꾹 다물었다.
"후우."
유류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도중에 누군가가 유류의 손목을 잡았고, 시선을 돌려보니, 한 여기자였다.
"뭐죠?"
유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자 여기자가 움찔거리다가 결심한 듯, 아랫입술을 한 번 깨물고는 유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번에 CH그룹의 자제분과 스캔들이 났는데…….
실제로 사귀는 사이입니까?"
여기자의 질문은 직설적이었다.
그런 질문에 유류가 미간을 찌푸렸다.
"스캔들이라고요?"
"아, 모르셨던 모양이군요.
캄씨는 CH자제분은 연비류씨와 스캔들이 났습니다.
처음에는 인터넷에 돌아다녀서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많은 이들이 보았고,
사진까지 퍼지면서 그게 스캔들도 이어진 겁니다.
그런데 연비류씨는 얼마 전에 JS자제분인 김하주씨와 약혼한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는데,
얼마 있지 않아서 캄씨와의 연애설이 나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왈가왈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자가 주저리주저리 말하였다.
그러자 유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미간만 조용히 좁혔다.
그런 유류의 반응에 여기자는 화들짝 놀라면서 자신이 잡고 있던
유류의 손목을 놓고는 아랫입술을 가만히 깨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왈가왈부하고 있다고요?"
유류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마치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지옥에서 울려 퍼지는 듯 했다.
"웃기는 군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왈가왈부라…….
아차. 그게 인간의 본능이었나요?
후후……."
한층 낮아진 유류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웃음소리는 너무나도 음침하고, 살기가 느껴져서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낼 수 없었고, 심지어 움직일 수도 없었다.
순간 기자들은 생각했다.
저렇게 화가 나는 것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바락바락 화를 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하지만 유류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
"정말… 정말로 웃겨요."
여전히 낮게 웃는 유류.
그런 유류의 웃음소리는 작았지만, 가까이에 있는 기자들은 다 들을 수 있었다.
어느덧 유류는 낮게 웃던 웃음을 멈추고, 기자들을 다시 한 번 싹 훑어보며 말했다.
"제가 제대로 말을 해드릴 테니,
그거나 기사로 써주세요."
유류의 말에 정신을 번뜩 차린 기자들.
그 뒤에는 바로 녹음기를 꺼내고, 주위가 시끄러운 것을 가만하여
자신의 손을 바삐 움직일 준비를 했다.
"비류와 저는 연인사이예요."
참으로 간단한 유류의 말.
이제 끝이다, 싶었는데, 아직 끝이 아니었다.
"그것도 벌써 3년 전에 말이죠."
유류의 말에 열심히 움직이던 손을 잠시 멈춘 기자들.
눈을 깜빡이며 유류를 바라보다가, 다시 손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흠, 제가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하던 도중에 비류를 만났죠.
그리고 그 뒤로 어쩌다보니 벌써 사귀고 있었어요.
그 덕분에 100일 같은 기념일은 챙기지 못하지만 말이에요.
그렇지, 비류야?"
유류의 갑작스러운 말에 기자들은 다시 손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나와, 벽 뒤에 숨은 거 다 알아."
유류의 말이 끝나고 난 뒤에 우물쭈물 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비류.
카메라를 들고 있는 기자들은 그런 비류의 모습을 쉴 새 없이 찍었다.
"내가 벽 뒤에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
"흠… 사랑의 힘으로?"
"응?"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아까 차타고 지나오면서 봤어."
그냥 모른 척 하고 있었어도, 볼 것은 다 본 유류.
비류도 대충 짐작했던 상황이었는지, 놀라지는 않았다.
"자, 그럼 우리 둘이 여기 있는 기자님들에게 당당히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요."
유류가 한 쪽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저희는 그 누구도 함부로 왈가왈부 할 만큼 가벼운 사이가 아닙니다."
비류가 먼저 말했다.
"맞아요.
비류와 김하주라는 여자가 스캔들이 난 것도 다 그 쪽에서 한 짓이고요.
이래봬도 제가 질투가 많아서 좀 날 뛰었죠."
"그 덕분에 김하주씨는 얌전히 물러났습니다.
어차피 저는 그 사람에게 관심도 없었고, 약혼은커녕 다시 만날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엄연히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다른 여자에게 딴 마음을 품지 않거든요."
비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은 여전히 상큼하고, 달콤하기까지 해서 남기자들의 얼굴은 약간 찡그려졌지만,
여기자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온 몸이 스르륵 녹을 것 같았다.
이미 머릿속은 사르륵 녹아 버렸겠지만.
"자, 이렇게까지 말씀을 드렸는데도 이상한 말이 떠돌면…
저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이상한 말이 떠돈다는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것.
저는 그런 것은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으니 말이죠."
유류의 말에 기자들은 온 몸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분주하게 움직이던 손을 잠시 멈추었다.
하지만 자신의 사명감에 계속 그러고 있지는 못하고, 다시 손을 움직였다.
"그럼 수고들 하세요."
기자들이 손을 분주히 움직이건, 움직이지 않고 있든 간에
유류는 자신의 말을 끝마치고서는 비류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이끌었다.
열심히 유류의 말을 적고 있던 기자들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문뜩 이상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잠깐… 둘이 같이 들어갔는데?'
그 순간 기자들의 본능에 충실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사거리 한 가지.
'둘이 동거?!'
오늘은 기사를 쓸 게 많았다.
"… 기자들 정말 정신없더라."
"그러게."
집안으로 들어와서는 에어컨을 틀고, 소파에 앉으면서 중얼거리듯,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하지만 둘 다 많이 지친 모양인지, 말은 없었다.
"으앗!"
"으악!"
그리고 동시에 울려 퍼지는 두 사람의 비명소리.
이유인 즉…….
"아우, 미치겠네!
에어컨에서 웬 뜨거운 바람이야!"
리모컨을 잘 못 눌러서 냉풍이 아니라, 온풍이 나왔던 것.
안 그래도 더운데, 온풍이 나왔는데 어떠하겠는가.
"정말 정신없다."
유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리모컨을 다시 만졌고,
다행히도 에어컨에서는 냉풍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야 살 것 같군."
"그러게……."
소파에 몸을 축 늘어트린 두 사람.
많이 피곤했던 모양인지, 이제는 말할 기운도 없는 모양이다.
계속 흐르는 침묵.
유류는 몰려오는 피곤함에 감고 있던 눈을 억지로 뜨고,
자신의 옆에 있는 비류를 바라보았다.
"… 자네."
유류는 혼자 중얼거리고는 피식 웃었다.
비류의 자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콱 깨물어 주고는 싶었지만,
깨물면 비류는 깰 것이기에 그러지는 못하고,
깨무는 대신으로 입술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주었다.
'아, 자는 것까지는 좋은데… 여기에서 가지에는 불편할 텐데.'
유류는 머리를 두어 번 긁적거리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에라 모르겠다.
자는 애 깨우면 벌 받을 거야.'
지금 비류의 자는 모습이 너무나도 천사 같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자, 그럼 나는 샤워나 하고 잘까."
유류는 지친 몸을 이끌어서 모기향을 피우고는 방에 들어가, 자신의 잠옷을 챙겨가지고는 욕실로 향했다.
쏴아아-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가 유류의 온몸을 간질였다.
하지만 그 간지러움은 억지로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가 아니었고,
만사가 피곤한 자신의 몸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였다.
'좋다…….'
물은 시원했지만, 잠이 완전히 달아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몸이 노곤해져서 졸음이 더 몰려올 지경이었다.
그래서 유류는 최대한 빨리 샤워를 마치고는 욕실에서 나왔다.
"아차……."
그리고 자신의 눈에 보인 것은 비류.
적어도 유류의 재킷정도는 벗겨주어야 하거늘, 그냥 방치해 두고 말았다.
"흠, 좋아."
유류는 잠시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싶더니,
금세 비류에게 터벅터벅 다가가서는 조심스럽게 재킷을 벗기고,
넥타이를 푸르고 얌전히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가만히 팔짱을 끼고는 비류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흠……."
유류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가 폈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비류의 블라우스 단추 푸르기.
"좋았어."
유류는 단추를 다 푸르지 않고, 세 개까지만 푸르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세 개의 단추를 풀러버림으로 인하여서 살짝 드러나는 비류의 가슴근육은 참으로 섹시했다.
뚫어져라 보면 흉터도 보이겠지만, 현재는 뒷전.
유류는 그런 비류의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방으로 들어가, 여름 이불 '두 채'를 가져와서는
비류에게 하나를 덮어주고는 자신은 맞은편 소파에 드러누웠다.
"잘 자, 비류야."
*65화
많은 사람들이 아주 난리가 났다.
현재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캄과 CH의 외아들이 열애를 하고 있는 기사와 더불어서
동거를 하고 있는 기사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많은 논쟁이 있다.
저것이 거짓이냐, 진실이냐. 그게 아니면, 동거를 하다니, 정상이냐, 정상이 아니냐.
하는 둥의 논쟁이 말이다.
사람들은 참으로 말이 많았다.
캄의 팬 카페나,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홈페이지에서 캄을 욕하거나,
메일 주소를 알아내서 테러를 하거나, 집에 찾아가서 계란 세례를 해주거나,
악취가 풍기는 쓰레기를 쏟아 붓기도 했다.
심지어는 집의 담에다가 '창녀, 쓰레기'라는 둥의 욕설까지 써 놓기까지 했다.
그런 일은 처음에는 얌전했다.
그렇기에 유류는 그냥 가만히 눈을 감아주었다.
자신과 같은 나이또래나, 자신보다 어린 애들이 그런 것일 테니,
아직 철이 들지 않아서 그러리라 생각한 것.
하지만 그런 행동은 사람들을 더 발끈시킨 계기가 되었고,
그런 일은 더욱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
허나, 그들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
그냥 얌전히 두면 되는 것을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아도, 너무 많이 뽑았다.
쾅!
엄청난 굉음이 유류네 집 주변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유류가 엄청난 기세로 현관문을 연 소리.
그런 소리에 유류네 대문 앞에서 알짱거리던 일행들이 모두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유류가 대문 밖으로 나오자, 일제히 계란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의 행동에 유류가 피식 웃더니,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프라이팬을 들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계란들을 이리저리 막기 시작했다.
아무데나 던져도, 아무리 빠르게, 세게, 모르게 던진다고 던져도 유류는 모두 막아냈다.
마치 액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이제 끝났나?"
유류가 목소리를 쫙 깔고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움찔거리며 손에서 계란을 들고,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유류가 사람들을 보며 얼굴을 싹 굳혔다.
그런 유류 모습은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무섭고,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런 유류의 모습에도 콧방귀를 뀔 수 있는 같이 배 밖으로 나와, 부풀어 오른 사람이 있었다.
"흥, 정말 웃긴다.
지가 무슨 액션 배우인줄 알아.
거기다가 웬 프라이팬?
아우, 품위 떨어지지 않나 몰라."
유류는 아무런 표정도 얼굴이 그려 넣지 않은 채로,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보았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갈색 계통의 교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 무리들.
모두 화장을 제대로 떡칠해 준 얼굴들이었다.
그래, 소위 '놀아 본 애들'이었다.
"품위?"
여고생의 말에 유류가 혼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중얼거리는 것 치고는 커서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었고,
그런 유류의 중얼거림에 그 다음에 이어지는 유류의 비웃음 가득한 얼굴도 볼 수 있었다.
"뭐, 뭐야?! 우릴 감히 비웃어?!"
여고생들은 날뛰었다.
하지만 유류만은 태연하게 그 여고생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배우인 줄 아냐고?
프라이팬을 휘둘러서 계란 사례에 내 몸을 지키는 게 배우만 할 수 있는 건가?
진짜 배우라면 계란을 막기 위해서 이런 짓은 하지 않겠지.
그리고 품위?
너희들은 품위라는 단어를 입에 올려서도 안 될 것 같은데?
너희들 꼴을 봐봐.
얼굴의 화장은 떡칠을 해도 너무 했잖아.
거기다가 그 교복… 숨은 제대로 쉴 수 있는 거야?
심호흡 한 번 하면 터지겠다.
그런 건들거리는 모습으로는 품위를 운운해봤자, 별 효과 없어."
"뭐, 뭐야?!"
여고생들은 더욱 더 발끈하여 유류에게 쿵쿵거리며 다가와, 당장이라도 머리채를
잡아당길 것 같은 얼굴이었지만, 유류의 한 마디에 그 행동은 저지 되었다.
"아, 화장 갈라졌다."
유류의 말에 화들짝 놀란 여고생은 급하게 가방에서 파우치를 꺼내더니, 파우더를 얼굴에 토닥였다.
그런 여고생을 보면서 유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자신의 앞에 있는 이들을 모두 싹 훑어보았다.
"이보세요들.
당신들이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압니까?"
상당히 시비조의 말투.
하지만 그런 말투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확실히 찌푸려져 있는 유류의 얼굴에 서려 있는 엄청난 살기를 느끼면서도
어느 누구가 먼저 입을 열겠는가.
거기다가 유류가 활동을 하면서도 알려져 있는 것은 예전과 비슷했다.
더 알려진 것이 있다면 아는 사람만 아는 유류의 이름, 살고 있는 집,
그리고 이번에 기자가 나서 알게 된 애인정도.
그렇기에 유류의 질문에 대해서 사람들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가 없었다.
"말이 없는 것을 보아하니, 내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이들은 없는 모양이로군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남의 사랑에 관해서 왈가왈부하는 거죠?
설마 내가 공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인은 연애도 하지 말라는 건가요?
그리고 내가 뭐라고 하지 않았어도, 동거에 대한 기사가 났는데 말이죠.
솔직히 말해서 나는 기자들한테 내가 비류와 연애를 하고 있다고 말했지,
동거를 하고 있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물론 같은 집에서 살고 있기는 해요.
하지만 같은 방에서 살고 있지는 않죠.
각자의 방에서 자고, 생활하는… 동거라고도 할 수 없이, 거의 하숙형식이예요.
뭐, 정확히는 밥도 같은 식탁에서 먹고, 같은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는 하지만…….
그게 뭐요?
도대체 당신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기에 동거라는 말을 가지고 난리 법석을 피우는 겁니까?
설마 동거라는 단어 하나로 머릿속에서 이상한 상상들만 계속 되풀이 되는 건가요?
그래서 당신들 마음대로 나를 창녀라고 단정 짓고, 쓰레기라고 단정을 짓는 거고요?
정말이지, 이제는 아예 웃기지도 않는 행동을 하는 군요.
솔직히 말해서 당신들은 나와 비류가 동거를 하고 있다고 기사가 난 사실 하나만으로
이런 짓으로 나와 비류를 비판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않아요?
당신들은 단순히 유명인…
특히 나 같이 콧대 높은 여자를 창녀라고 하면서 괴롭히는 것에 대해서 희열을 느끼는 거 아니냐, 이 말 이예요.
왜… 당신들은 '동거'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이상한 생각을 하고,
괜한 사람 창녀, 쓰레기 만들어 놓는 변태들이잖아요."
혀에 기름이라도 발라놓은양, 혀 한 번 꼬이지 않고, 말하는 유류.
그런 유류의 긴 말에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매혹적인 목소리가 줄줄이 읊는 말은 너무나도 길었고,
사람의 혼을 쏙 빼놓기에는 참으로 적당했다.
"후우."
유류가 숨을 길게 내뱉으며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당신들은 도대체 왜 그러고 사는 겁니까?
당신들 부모가 당신들 이러라고 키워준 거 아니지 않습니까.
돈 잘 벌고, 공부 더 열심히 하고, 나중에 잘 살라고 잘 키워준건데,
부모가 힘들게 키워줬는데, 고작 하는 일이 이런 겁니까?"
유류의 말에 사람들이 숙연해졌다.
유류의 집 앞에 있는 이들은 거의가 여학생.
그것도 중고생들이었다.
한창 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이러고 있으니, 저 말을 들어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유류가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들을 싹 훑어보았다.
"이런 짓 다시 한 번 하면, 경찰에 신고해 버릴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유류가 말을 끝내고 뒤를 돌아서 가는데, 누군가 계란을 던졌다.
하지만 유류는 멋지게 그 계란을 프라이팬으로 막았다.
그리고는 뒤를 돌았고, 계란을 던진 이는 움찔거렸지만,
아랫입술을 깨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살아가면서 내가 공부 안 한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딱 봐도 옛 띤 얼굴.
그래, 많게 봐줘야 중 3정도 되어 보이는 애가 유류에게 소리를 친 것.
여학생의 말에 사람들은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유류가 피식 웃었다.
"내가 웬만해서는 존댓말을 써주려고 했는데,
네가 먼저 반말을 했으니, 나도 반말을 써야겠어."
"흐, 흥! 마음대로!"
"그래, 그럼.
아, 그리고 네가 한 말에 대해서 말인데.
그거 솔직히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야.
하지만 그러는 너는 무슨 상관인데?
내가 연애를 하건, 동거를 하건 도대체 무슨 상관이기에
집 앞에서 이러는 거냐고? 응?"
"읏… 그, 그건……."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공인이라고 할지라도 자신들의 사생활이 있는 법.
자신이 참견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답할 수 없으면 당장 돌아가."
유류가 싸늘하게 말하고는 들어가려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며 모둔 사람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아차, 그리고 이 쓰레기들 말인데… 이거 너희들이 다 치워놔.
아무리 우리 집이라고 할지라도 한 건 너희들이잖아.
꼭 계란 썩은 내 같은 거 나지 않게 해.
청소 하지 않으려면 청소하는 분들 불러서 치우라고 하고, 값을 지불할거야.
단, 그 돈은 모두 너희들에게 청구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
너희들 얼굴, 교복… 교복에 새겨져 있는 이름들…… 내가 다 기억해둘테니까."
유류가 들어갈 때까지, 뭐라고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후우……."
유류가 마음을 최대한 삭히기 위해서 긴 숨을 내뱉으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비류의 모습이었다.
"밖에 어땠어?"
비류가 노트북을 두드리다 말고, 유류를 보며 물었다.
"난리더라. 날도 더우니까, 계란 썩은 내가 아주 진동을 해.
비류야, 너는 밖에 나가지마. 질식사로 죽을 지도 몰라."
유류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비류가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응? 왜 웃어?
야, 야. 나는 진심이야!"
유류가 크게 말했다.
하지만 비류는 그저 빙긋 웃어 보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비류의 웃는 얼굴은 짜증난 유류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최고였다.
"이제 어쩔 거야?"
"응?"
"너 그렇게 내색은 하고 있지 않아도, 많은 스케줄 취소되고,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잖아."
"흠… 수입이야, 별로 상관은 없는데… 거기다가 돈이라면 야, 그 동안 벌어 놓은 게 있고.
노래는… 그냥 집에서라도 하면 되고."
유류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러자 비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었고,
시선을 다시 노트북으로 돌렸다.
"있잖아, 비류야."
"응?"
"일 언제 끝나?"
"음… 잘은 모르겠지만, 한 시간 정도는 더 걸릴 것 같은데."
"그럼 그 동안 케이크나 만들고 있을까?"
"응."
"흠… 무슨 케이크?"
"으음… 초코?"
"오케이. 조금만 기다려, 최대한 빨리 만들게."
"응."
마치 부부인 듯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
하지만 본인들은 별 느낌이 없는 모양인지, 각자의 일에 충실했다.
그러던 도중 유류가 꺼낸 말.
"비류야."
"응?"
"어쩌면 좋지?"
"뭐가?"
"… 초코 케이크를 만들어야 할 텐데…….
제일 중요한 초콜릿이 없어."
그 날은 먹고 싶었던 초코 케이크 대신에 생크림 케이크를 먹는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거 알지?"
"네, 알고 있어요."
사람들이 잠잠한 2시쯤의 새벽녘을 틈타서 연진의 집에 온 비류와 유류.
연진은 심각한 얼굴인데, 본인들은……
"야, 작작들 좀 먹어라!"
죽어라 먹을 것만 먹고 있었다.
"너희들 집에서 굶었어?
왜 그렇게들 먹어?"
"아, 그게요……."
비류가 먹다 말고, 뒤통수를 긁적였다.
"실은 집에서 밥을 먹는 게 드물거든요.
그러다 보니, 본래 사다놓은 쌀도 없었고, 반찬을 만들 재료는 물론이요,
반찬조차 존재하지 않았죠.
그래도 그나마 재일 많은 게 케이크 재료들 이었어요.
그래서 삼일 정도는 케이크를 만들어 먹으면서 버텼는데,
그것도 영 못해먹을 짓이더라고요."
"맞아요.
밥이 어찌나 그립던지……."
유류와 비류는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차, 하지만 이건 하나 있어요."
"응?"
"유류 살 쪘거든요."
"……."
연진은 비류의 말에 두 눈을 깜빡였다.
살찐 게 왜?
"유류, 이 녀석이 마른 체격인데, 스케줄로 인해서 피곤도 싸이고,
밥도 더 못 먹고 하다 보니, 더 야위었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기회에 얼굴 살이 좀 붙어서 다행이에요."
연진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친절하게 말해주는 비류의 말을 들은 연진은
여전히 두 눈을 계속 깜빡이다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무튼 이번에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무슨 대책을 새워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 봤어?"
끄덕끄덕
입은 계속 오물거리면서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유류.
그런 유류의 말에 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데?"
연진의 질문에 유류가 입에 있던 음식물들을 꿀꺽 삼키고 입을 열었다.
"약혼이요."
간단했다.
찰칵-
찰칵-
많은 플래시들이 터지는 가운데, 앞에서 당당히 허리를 곧게 펴고,
얌전히 앉아 있는 비류와 유류.
둘은 두 손을 꼭 마주잡고 있었다.
그렇게 플래시들만 터지는 가운데, 유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가지씩만 질문해주세요.
한 번에 여러 질문이 들어올 시에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유류의 말에 기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한 기자가 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잡자기 두 분이서 약혼을 하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갑자기라… 뭐, 정확히 꼬집자면 갑자기가 맞기는 하죠.
음… 여러분께서는 이해를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와 비류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예전부터 결혼까지 생각하며 연애를 해왔어요.
사귀던 중간에 원치 않던 일로 인해서 잠시 떨어져 있었기에
그런 생각은 더욱 더 컸죠.
하지만 지금 결혼을 하기에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결혼은 이르다고 생각하고,
결혼 대신에 약혼을 하게 된 것입니다."
"부모님들께는 모두 허락을 받으신 겁니까?"
"당연하죠.
비류네 부모님도 그렇고, 저희 부모님도 그렇고,
네 분 모두 저희 둘이 결혼을 할 것이라 생각하시고 계셨죠."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서, 지금 동거 기사 같은 것을 잠재우기 위해서
약혼식을 하려 하시는 건 아닙니까?"
한 기자의 질문에 유류가 피식 웃었다.
"아예 아니라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사람들이 저희들을 불순한 이성교재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허나 아무리 불순한 이성교제라고 할지라도 결혼을 한다는데, 그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거기다가 우리 서로가 짝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기도 하고요."
기자들은 말없이 유류의 대답만을 적어나갔다.
"아, 그럼 나중에 결혼도 하실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물론…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꼭 할 생각이에요.
흠, 제 생각으로는 한 5년 후를 생각하고 있답니다."
유류는 생각만으로도 좋은 모양인지, 방긋 웃었다.
그런 유류의 웃음에 많은 기자들의 넋이 나가 버렸다.
그러기를 1분.
유류는 주위가 너무나도 조용하자, 비류의 손을 놓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기자들이 일어난 유류를 바라보았다.
"여러분,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끝내겠습니다."
꿀꺽-
모든 이들이 유류의 진지한 말투에 침을 꿀꺽 삼켰다.
유류는 기자들을 한 번 싹 보더니, 갑자기 달콤한 웃음을 얼굴에 그려 넣었다.
"연비류는 평생 제 것이니,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마세요.
물론 저도 평생 연비류 것이니,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유류의 말에 입을 벌린 채로 있는 기자들.
설마 저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유류가 비류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비류를 보며 말했다.
"명심해! 나도 명심할 테니까."
"아……."
비류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끝까지 하지 못하였다.
이유인 즉, 자신이 매고 있는 넥타이를 끌어 당겨, 진한 키스를 퍼부었으니까 말이다.
"헉……."
기자들은 자신들의 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숨만을 들이켰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저 장면을 어찌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던 기자들은
지금 자신들이 이럴 때가 아니라는 깨달았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안 돼!'
이어지는 엄청난 플래시들.
그런 플래시들을 느끼면서도 진한 키스를 이어가는 두 사람.
하지만 그 키스는 생각 외로 금방 끝났고, 서로 입술만 떼고, 코끝은 맞닿은 상태로 사로의 눈을 보며 빙긋 웃었다.
"사랑해."
-The End-
♡연양의 짧은 한 마디♡
완결을 급하게 낸 듯한 기분이에요.
아니, 정말로 급하게 낸 것일 수도…….(삐질)
이 소설을 붙들고 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7개월 이상의 시간이 흘러갔네요.
아쉽기도 하고, 좋기도 한 이 기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죠?(방긋)
그럼 여러분,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언제나처럼 좀 미묘하게 끝났죠?
그런데 뒷이야기는 없냐고요?
에이, 설마 없겠어요?
뒷이야기는…… 찾아서 보셔야 해요!
그럼 바이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