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에 속초에서 문광기대회가 열리기로 되어 있어 육상연합회 차원에서 단체로 갈 계획이었는데 중간에 행사 자체가 취소가 된 바람에 지역의 블루베리마라톤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정읍 입암의 대흥리에서 몇년째 열리고 있는 이 대회는 자그마한 동네대회 임에도 참가자도 제법 많고 또 한가락 한다는 선수들도 빵빵하다.
우리집에서는 휴가나온 큰아들 강산도 이번기회를 이용해 참가를 하게 되었고 작은아들 해찬과 둘이서 2인1조 가족부로 뛰게 되었다.
난 그냥 5Km일반부로 참가하기에 별다른 부담은 없다.
작년엔 해찬이 더위에 생고생을 하며 5Km를 어렵게 뛰었는데 올해는 형제가 함께 달리며 새로운 추억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가 되었는데 당초 순위나 기록에 대한 기대보다는 둘 중 누가 폭탄이 되느냐?
그간 지리산 등산을 하며 본 결과로는 강산이 많이 딸릴것 같지만 군에 입대한지 5개월이 넘었고 몸이 그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기에 예단 할 수가 없고 해찬의 경우는 매일같이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하고 또 생명과학고까지 편도 5Km를 자전거로 왕복하며 각근력과 심폐력을 키웠으니 작년관 많이 달라졌다고 예상된다.
대회장인 대흥초등학교 운동장에 일찌감치 도착해 아들들과 함께 동네를 한바퀴 돌며 워밍업을 시켜준 뒤 이제부터는 각자 입맛에 맞춰 더 뛰던지 그늘에서 쉬던지 알아서 몸을 준비시켜 주라고 해놓고 난 이때부터 사람들과 어울려 본격적인 워밍업을 추가한다.
햇살이 강하고 기온도 급격히 올라가고 있기에 달리는 여건은 좋을리가 없을 듯.
하지만 그간 8차례나 5Km 지속주를 반복해봤기 때문에 그걸 믿으며 흠뻑 땀을 흘려놓는다.
당초 8시반에 출발하는줄 알았는데 9시에 10km종목이 먼저 나가고 5분쯤 뒤에 5Km가 카운트를 하는데 아들들 어깨 주물러주며 여유를 부리다가 막상 출발신호가 울리고 난 뒤에 좁은 동네길로 밀집되어 나가는 대열을 헤쳐나가기가 난감하다.
500미터쯤이나 지난 뒤 드디어 동네길을 벗어나고 대열도 좀 한산해졌나 싶었는데 저 앞 뚝방에 늘어선 무리들이 보인다. 아까 출발한 10Km부문의 후미가 만만치 않게 주로를 채우고 있는 것.
여기를 헤집고 나가며 몇번이나 아찔한 충돌을 피했는데 이런 흐름은 반환점에 이르도록 계속되고 반환을 한 뒤에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가 않는다.
3'58", 3'56", 4'01"
여기까지가 반환점을 돈 뒤 3Km지점에서 확인된 기록인데 11:55의 상황에서 드디어 주로가 확 풀리고 앞서가는 주자들이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평소 탄천에서 죽전을 돌아 성복천으로 옮겨가며 후반에 오르막길에서 속도를 맞춰 달렸던 것을 떠올리며 한사람씩 잡아가다보니 후반에만 4명이나 앞지르게 되었고 7위로 골인.
달리는 당시엔 시계가 잘못된줄 알았는데 후반 두 구간의 기록이 3'35", 3"36"가 찍혀 남았다.
최종기록은 19:07
역시나 혼자서 훈련하는 것과 대회는 차원이 달라요.
처음에 출발위치를 잘 잡았더라면 상당히 더 단축을 시킬수도 있었을텐데 막상 결과가 나오고보니 아쉽긴하다.
바로 오던길을 되돌아가 아들들 마중을 나섰는데 동네길 꺾이는 부분에서 열심히 달려오는 광경이 들어온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것이었고 순위도 4위로 입상권에 들었으니 입이 그냥 귀까지 쫘악~
게다가 누구하나 퍼진 사람이 없이 나란히 달렸으니 기쁨 두배.
아들들의 기록은 23:10정도 될 듯.
(바로 스톱워치를 눌러놓지 않아서)
입상을 했으니 시상식까지 기다려야 하고 집에도 빨리 돌아가지 못한다고 투덜거리지만 기분은 더이상 좋을 수가 없다.
돌아오는 길에 금구 한우식당에서 육회비빔밥과 육회를 먹으며 얼큰하게 낮술까지 걸치고 운전대는 애들엄마에게 맡기며 누려 맘껏 누려~
오후에는 말리를 데리고 황방산을 왕복으로 종주하며 대회장에 데리고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줬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게 흠이지만 완만한 경사의 흙길이 더이상 좋을수가 없다.
녀석이 좋아라 하는 건 물론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