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태
감태는
거친 해풍과 물질에 윤기 빠져나간 해녀의 머리카락처럼
바람맛이 나며
다라이에 쌓여있는 감태에서는 풀어헤쳐진 어부 아내의 삶의 뒷태처럼
언듯언듯 고단함이 묻어납니다.
색은 맑은 초록을 띄고 있어야 싱싱한 감태라고 할 수 있으며
가시파래라고도 합니다.
어렸을 때
겨울철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기도했지요.
먼저 감태는
재기라는 말로 헤아립니다.
그러니까 한재기, 두재기..
매생이 역시 그렇지요.
감태는 약간 거친 머리결처럼 굵기가 매생이 보다는 거칠고
파래보다는 거칠기는 하지만 올은 중간정도입니다.
가장 고운게 매생이지요.
실에 비유하자면
매생이는 가장 고운 비단실이고
감태는 채취하여 중간정도의 숙성을 거쳐
바쁜 들 일에 쫓긴 고단한 어머니가
손질을 멈추고 배틀로 향하는 거칠거린 삼베랄까...
포에 비유하자만 보성포 쯤 될것 입니다.
바다에서 채취해서 입으로 들어가면
까칠거린 바다맛에 입안에선 별로 환영을 못받지만
김치로 담궈서 숙성시켜 먹으면 그 감칠맛은
누구도 부정하진 못합니다.
김치로 담글 수 있는 해초류로써 저장식품이지요.
우리아이들 꼬맹이 때 먹고 나서
지금도 찾을정도이니까요.
파래는 삼나무에서 채취하여 거친 어머니 손끝에서
두어번의 손질로 풀자루 손질 한번 거친
나무의 거친 표피가 살아있는 삼베자락 같습니다.
그러니까 올이 들쑥 날숙 거친 표면이지만
파래김맛을 한번 볼라치면 그 거친듯하면서도 깊은 맛은
입안에 향기가 오래도록 남습니다.
감태지 입니다.
겨울철이면 친정 엄마와
궁중요리까지 섭렵한 친정언니의
감태지 시연을 만납니다.
엄마는 바닷물에서 행궈져 올라온 감태를
수돗물에 한번만 행궈서
삭힌 고추를 송송 썰어서 김치를 버무리지만
친정언니는
감태를 맑은 물이 나올때까지 깨끗히 씻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대여섯차례를 씼습니다.
먹어본 우리의 오른손은 모두가 엄마맛에
손을 들어줍니다.
미국에서 요리학교를 나와
레스토랑을 운영한 언니아들인 조카의 말.
본연의 맛을 너무 씼어낸 언니의 감태지 보다는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려서
한번만 씼어낸 외할머니 표가
바다의 맛을 살리며
오래도록 저장해도 본연의 맛이 살아있다는 것이지요.^^
가족 모두들 인정하는 외할머니 맛은
오랫동안 손끝에서 만들어낸 맛인지라
깊은 맛도 일품입니다.
친정엄마는 감태와 파래를 된장속에 묻어서
짱아찌로도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매생이 입니다.
친정 할머니가 이른 새벽 잠에서 일어나
부시시한 머리 누구에게 보일새라 서둘러 동백기름 발라
윤기 반지르르 흐르게
참빚으로 빗어올린 쪽진 머리처럼
곱게 다듬어진 매생이는
색은 감태보다 짙은 녹색이며
김과 파래 그리고 감태와 매생이 중에
가장 가늘고 고운결을 지닌 해초류입니다.
5인가족이면 한재기만 끓이면
매생이 국이 가능 합니다.
서울식 매생이는
매생이 올이 제각각 흩어지고 풀어져서 결이 보이지만
전라도 장흥식 매생이국은
매생이 올에 틈새가 허락되질 않습니다.
만약 어느집 며느리가 매생이국을 내왔는데
틈새가 허락되는 매생이국을 내놨다면
야박하고 인심 사나우며
요리가 아닌 손맛을 내지 못하는 사람으로 오래도록 치부되고 맙니다.
매생이국은 멀겋게 끓이는게 아니라
덖금덖음 한다는 의미로
굴과 함께 끓여내는 매생이국은
김이 나질 않아서
미운 사위오면 한그릇 내놓는다는 정설이 있을 정도입니다.
매생이 올 사이에 틈새가 없을 정도로 되직하게 끓여내기에
김이 오를 구멍 하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서울 음식점에 들어가 매생이 국을 시켜먹으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게 아니라
폴~폴 올라 옵니다.
가마솥 하나에 매생이 한재기나 넣은 것처럼
가늘고 고운 매생이 올이 제각각 춤을 춥니다.
그러니 깊은 맛이 나겠어요?
무늬만 매생이 국이면 매생이국이 아니지요.
매생이는 굴을 넣고 청양고추 송송 썰어넣어 전도 해서 먹고
매생이를 말려서 무쳐도 먹고, 튀겨도 먹고
굴을 넣고 매생이 떡국을 끓여도
칼로리가 없어서 다이어트엔 그만이기도하며
깊은 바다 본연의 맛이 일품입니다.
며칠동안의 감기 몸살로
입맛이 떨어져 있을때
뚝배기에 아무런 양념이 가미되지않고
굴만의 참맛으로 굴밥을 하고
엄마가 담궜다고 가져온 감태지에
언니가 매생이 죽을 끓여주어 먹고나니
입맛이 돌아옵니다.^^
숨어있던 혀끝의 맛 감지기가 살아난거지요.
어렸을때 먹은 김국 맛이라든가 감태지,
그리고 안방 아랫목에 찹쌀풀에 양념해서
통깨 솔솔 뿌리고 실고추로 고명을 얹어서
말렸다가 튀겨낸 김부각등은 엄마 손길을 많이 요하는 음식이기도 했지만
겨울엔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기도 했으니
점점 예전 입맛으로 돌아가는것 같습니다.
이맘때만 되면 어렸을때 먹었던 석화에
석화전 그리고 석화넣고 덖음덖음 했던 매생이국등을 못잊어
입맛을 찾으려고 저도 몸살을 앓으나 봅니다.^^
또 눈이 온다네요?
하지만 봄 눈 녹듯 한다는 말이 있지요?
봄눈 녹듯 녹아 내리겠지요..
첫댓글 어마야~~~어쩜 그리 글 맛이 좋은지 눈으로 보면서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산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는 최근에야 매생이를 알았고 감태 맛은 아직도 못 봤습니다.
옛멋님의 친정엄마가 해주시는 감태지라는거..꼭 먹어보고 싶어지네요.
엄머니의 맛은 고향의 맛이지요.
얼마전 매생이 떡국을 끓여 울님들께 드린적이 있는데....
옛멋님의 글을 보고나니 부끄러워집니다.
'매생이국은 멀겋게 끓이는게 아니라 덖음덖음한다'
'덖음덖음' 이란 말이 잘 알아듣지 못할말이지만 국물없이 빡빡하게..란 뜻이겠지요?
감태나 매생이 그리고 파래등은 특유의 향이 있어서 싫어 하신분도 있더군요.
감태는 아직도 양색이 되질 않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매생이 !
선물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