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모세
11시간 ·
자연의 회복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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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악의 고성 산불
25년 전인 1996년 4월 23일에 대한민국 유사 이래, 최악의 산불이 났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의 한 군부대에서 초속 23미터 강풍이 부는 데도 불구하고 불발탄을 처리하다가 산으로 불이 튀어 폭발적으로 번지는 불을 당시의 인력과 장비와 기술로 끌 수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큰 재난을 당했다.
불은 크게 번져 DMZ를 타 넘어갔고 아래로는 속초, 양양을 향해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화마가 내달렸다. 다행히 설악산까지 타지는 않았으나, 나흘 만에 간신히 진화 된 산불로 고성군 일대의 산림 3,834헥타르가 피해를 입었다. 여의도 면적의 13배이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공식적인 여의도 면적은 2.9㎢, 290헥타르)
더구나 숲의 주종을 이룬 소나무 아래 두껍게 쌓인 솔갈비가 타면서 지속적인 강한 열로 깊은 데까지 미생물을 전멸시키고 토양에 심각한 물리,화학적 변화를 주었다.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산림 생태전문가들이 TV나 신문에다 한마디씩 고견高見을 내놨다.
거의 이구동성으로 “50~60년 이상, 오랫동안 숲은 정상적으로 복원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100년이 가야 된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많았다. (이들 전문가는 말하는 게 아니라, 떠드는 '선동가'에 불과하다. 함부로 '파괴'니 '재앙'이라는 사람이 요즘 깡통 치며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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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연복원지 VS 인공조림지 비교군 실험
국가(산림청)와 지자체는 빠른 복구에 발 벗고 나섰다. 그러면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시행하였는데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의 주도로 강원대학교 등 지역 연구단체와 협업으로 A)자연복원지와 B)인공조림지로 나누어 생태계 복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연구하여 향후 ‘산림조성의 길잡이’로 삼기로 했다.
화재 다음 해에 참나무류의 움싹이 불탄 나무 그루터기에서 활기차게 나오는가 하면 고사리 종류와 몇몇의 초본들이 여느 해보다 왕성하게 나와 검은 땅을 덮었다.
간간히 나무가 살아있는 활엽수 지역은 토양 깊은 데까지 피해를 입지 않았으므로 그대로 A)자연복원지로 두었고, 소나무가 많았던 지역은 상대적으로 심한 피해를 입어 토양이 ‘사막화’되었으나 또다시 소나무와 잣나무, 자작나무를 심어 B)인공조림지로 선을 긋듯이 구획區劃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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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의외의 결과
10년 후(2005년), 결과는 A)자연복원지가 B)인공조림지보다 회복 속도가 훨씬 빨랐고 생태는 더 건강했다.
20년 후(2015년), 결과는 A)자연복원지의 생태는 다양하고 화재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복원되었으나 움싹이 커 10미터나 자란 참나무는 목재로서의 가치는 떨어졌다. B)인공조림지에 심은 소나무가 초기 10년 간은 일반 산에 심은 것에 비해 생육이 매우 저조하여 40-70퍼센트에 불과했으나 그 이후 토양이 안정되면서 비약적으로 자라 일반 산과 다름없이 키는 5~6미터에 나무 굵기는 10센티미터 안팎 이었다.
(그후로 다시 5년, 가지치기와 간벌을 했고 2차로 해야 할 정도로 소나무숲이 비좁다. 불이 난 숲인지 흔적도 없다. 90퍼센트 이상 복원 되었다.)
☞작년의 유투브 중앙일보 제공 영상 참조 https://youtu.be/wfNVjUBHNP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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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년을 살고 112미터까지 키가 크는 미국 삼나무(레드우드, 세쿼이아)는 산불이 한번 씩 나주는 게 자신이 크게 성장하는 유리한 기제로 작용한다고 한다. 심지어 불에 타 재가 된 자신의 2세를 양분 삼아 크며 해충에서 정화되기 때문에 늘 젊음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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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연복원지가 생물 다양성이 우수하다?
이런 뻔한 결론은 하나마나한 이야기다.
불탄 그대로 나둬서 여러가지 나무들이 자연적으로 나고 자라는 참나무 위주의 활엽수와 단일 소나무 숲을 가지고 생물 다양성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참나무는 내가 ‘우주’라고 칭한 바 있다. 대왕벌, 사슴벌레, 풍뎅이가 젤라틴을 먹고 새와 다람쥐가 드나들며 다른 나무들을 허용하는 가장 생태적인 나무다.
(나의 페이스북 글 아래 댓글에 참조)
그러나 지독한 열로 미생물까지 전멸시킨 죽음의 사막에서 소나무는 26년만에 대역전이 일어난 것같다. 불탄 재가 함유된 토양의 변화는 화전을 일구는 것처럼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좀 더 두고 보자.
자연은 21세기의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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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