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시보 1936년 1월과 3월 2회 발행
상해의거에 중국인들도 매료
원수 갚아준 ‘민족영웅’ 숭모
중국이 매헌 윤봉길 의사를 상해의거(1932년 4월 29일)의 영웅으로 평가한 기사를 게재해 1936년 1월 29일과 3월 5일 프랑스 파리에서 두 차례 발행한 구국시보(救國時報) 사본을 본지가 윤 의사의 친조카인 윤주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고문으로부터 입수해 단독 공개한다. 이 신문을 보면 중국인들은 물론 공산당까지 윤 의사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추앙하는지 알 수가 있다. 구국시보는 중국 공산당이 발행하는 간행물이다.
일제는 1932년 1월 28일 제1차 상해(상하이)사변을 일으켰고, 천장절(天長節, 일왕 생일)을 기념해 4월 29일 점령 전승 기념행사를 홍구공원(홍커우공원, 현재는 루쉰공원)에서 가졌다. 상해전쟁을 주도한 일제 군 수뇌부들과 고위 관리들이 참석한 곳에서 윤봉길 의사는 축하행사를 하는 단상에 폭탄을 던졌다. 이로 인해 시라카와 요시노리 욱군 대장, 가와바타 데이지 상해거류민 단장은 사망했고, 우에다 겐키치 육군 중장과 시게미쓰 마모루 주중일본공사는 다리 하나씩 절단을, 노무라 기치사부로 해군중장은 한쪽 눈이 실명되는 등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상해 침략으로 축제분위기였던 일제에게 윤 의사가 폭탄을 투척해 위축되게 만들었던 것이다.
상해사변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중국 인민들은 자신들의 원수를 대신 갚아준 윤 의사의 장거(壯擧)에 열광하며 추앙한 내용이 중국 공산당이 발행한 구국시보에 잘 나타나 있다. 공산당은 1월 29일자 신문(총 8면 발행, 2면에 배치)에 윤 의사를 ‘상해보위전의 순국열사’ 명단에 수록했다. 이는 윤 의사를 자신들의 민족영웅으로 숭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월 5일자 신문(총 2면 발행, 2면에 배치)에서는 한인애국단이 ‘윤봉길 열사 순국 기념일 통곡 중국 동지서’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게재하며 ‘윤봉길 열사는 비록 숨을 거뒀지만, 우리 혁명에 대한 열사의 업적은 영원하리라. 열사는 조국독립을 위해 희생했지만, 열사의 정신은 우리당 동지들을 격려해줬으며 용맹하게 전진하라는 메시지였다’라고 소개했다. 또 신문에서는 ‘본보는 특별히 이 글을 게재함으로써 국내외 동포들로 하여금 윤봉길 열사에 대한 애도와 경모(敬慕)를 일깨우고자 하며, 더 나아가 우리 동포들로 하여금 깨닫게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익히 알려졌듯이 윤 의사의 상해의거는 항일 독립운동사에서 큰 획을 그은 대사건이었다. 겨우 이름만 유지하던 임시정부(임정)를 소생시킨 것은 물론 중국인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았던 것이다. 당시 국민당 총재이자 총통인 장개석(장제스)은 “중국의 100만 대군도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해냈다”며 큰 감동을 받아 제2차 세계대전 말 전후처리문제를 사전협의하기 위해 열린 카이로회담에서 한국의 독립을 주창했다. 이로 인해 많은 식민지 국가 중 유일하게 조선만이 바로 독립될 수 있게 됐는데, 그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윤 의사의 상해의거였다. 또한 폭탄을 제공해주는 등 배후에서 도운 김구 선생 역시 상해의거로 인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독립운동의 지도자이자 거목으로 우뚝 서게끔 하는 계기가 됐다.
윤 의사의 의거는 중국에게 일제의 침략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1차 상해사변은 1932년 5월 5일 정전협정을 맺음으로 사변이 종결됐다. 윤 의사로부터 치명타를 크게 입은 일제가 전쟁을 더는 치를 수가 없었던 셈이다. 신문은 상해의거가 있은 후 약 4년 뒤 윤 의사를 크게 조명했다. 2차 상해사변은 1937년 8월 일제가 상해에 재침략하면서 벌어지게 된다.
특히 1989년 10월 상해시위당사자료정집위원회에서 발행한 ‘상해인민혁명사화책’에는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윤봉길 의사만 혁명가로 올라갔다. 중국 정부는 건립비용 전액을 부담해 1994년 루쉰공원(홍구공원) 내에 윤봉길 의사 상애사적 자료전시관인 매헌을 건립했고, 이 전시관 앞에서 매년 의거일에 한중합동 의거기념식을 30년 이상 거행해 오고 있다.
윤주 고문은 “구국시보가 발행한 윤 의사 신문기사는 중국 국민당은 물론 공산당까지 윤 의사를 국민적 영웅으로서 얼마나 높게 평가했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윤 고문은 “매년 중국 상해의거 현장에서 거행하는 상해의거 한중합동 기념식에 상해 총영사가 아니라 우리나라 국회의장이나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다면 중국 측에서도 격을 맞추고자 고위 인사가 참석할 것이므로 기념식의 격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윤 의사가 매개체가 될 수 있어 한중 우호 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댓글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