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귀농생활과 건강에 대해 몇 마디해보죠. 여기 창원시 북면 연동마을로 귀농을 하고 나니 정말 그 때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67세에 무슨 귀농이냐고 하겠지만 그 때가 아니면 결심했던 이 일을 영영 못하겠더군요. 제 건강의 비결은 귀농으로 얻은 여유와 땅이 주는 생명의 노래인 것 같습니다. 귀농하면서 지은 이 황토집도 함께 숨을 쉬어주죠.
부산에서 풀무원 대리점을 하다가 99년 5월부터 여기서 생활하게 되었죠. 몸에 맞게 농사일을 하니까 오히려 건강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부산에선 아파트에서 생활했었는데 귀농하기 몇해 전부터는 달고 다니던 천식이 악화되어 밤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자겠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몇년 농사일을 하고 맑은 공기를 쐬니까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만성천식은 약만 먹는다고 해서 그렇게 잘 낫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텃밭을 가꾸고 땅과 더불어 생활하니까, 아니 차라리 번잡한 도시공간을 벗어나 있으니까 이렇게 건강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노년기에는 인생을 정리하며 이렇게 사는 것도 권할만하다 싶네요.
내가 심은 작물이며 벼가 자라는 걸 보고 있으면 그 자체가 기쁨입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한 귀농이 도시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저 마음의 안식을 얻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큰 돈을 벌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먹을 것은 내가 스스로 땅의 힘을 빌려 얻는다고 생각하면 이것도 생계입니다. 마치 농촌이 영화에서나 나오는 그런 낭만만 있는 것은 아니니깐 말입니다.
음식은 특별히 가리는 게 없습니다. 대신 도시생활할 때와는 달리 대부분의 먹거리는 거의 자급자족하죠. 텃밭을 한 1500평정도 가꾸고, 논은 3마지기정도, 울타리를 쳐서 닭도 50마리 정도 방목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죠. 물론 라면같은 인스턴트 음식은 절대 먹지 않습니다. 물론 그때문에 우리 아내가 참 고생이 많죠. 텃밭에는 웬만한 산나물이며 깨·고구마·감자·파 등은 다 키웁니다. 이렇게 일하다보니 다시 청년시절로 돌아가는지 갈수록 일에 욕심이 나더군요. 그런데 이제 이런 일을 했으면 싶군요. 한달에 한번 정도 여기를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20명 정도되는데 내년부터는 여기에 와서 농사일도 거들고 수확기가 되면 그들도 땀흘린만큼 자기 몫을 들고 가서 먹었으면 합니다. 상업적인 주말농장하고는 좀 다르죠. 땅과 호흡도 하고 자기 노동도 하고, 그 결과가 깨끗이 제 몸으로 간다면 건강하지 않을리가 없겠죠.
끝으로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환경운동연합일을 한 15년째 해오고 있는데 자연·사회 모두 건강해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저 ‘경쟁, 경쟁’하는데 제발 여유를 가졌으면 해요. 특히 다음을 준비하는 젊은 친구들은 더더욱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몸 하나만 건강할려고 하는거, 그거 물질만능주의가 불러온 이기적인 거 아닐까 생각합니다.
경남도민일보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막연한 생각을 다듬어 나가려 합니다
잠시 방문 하시어 도움 주고 받을수 있는 좋은인연으로 이어갔으면 합니다 ^^